[뉴스] '패작 구해요' 룬테라 유저들이 일부러 지고 있는 이유

게임뉴스 | 양동학 기자 | 댓글: 12개 |
'20/20 패작 구해요'. 최근 레전드 오브 룬테라(이하 룬테라) 이야기를 하는 커뮤니티라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문구입니다. 유저들의 반응도 딱히 부정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패작 상대가 빠르게 구해지고, 이 과정에서 서로의 게임 닉네임을 공개하는 것도 꺼리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그렇다면 룬테라에서 패작은 무엇이고,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최근 유저들이 룬테라에서 패배하고 있는 이유를 살펴봅니다.



▲ 커뮤니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패작' 관련 글 들


'패작'이란, 고의로 빠르게 패배를 쌓는 작업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레이팅에 따라 대전 상대를 매칭해주는 게임에서 레이팅을 낮추기 위해 악용되며, 매칭 시스템을 교란하는 행위이기에 유저들 사이에서 비매너 행위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룬테라에서 행해지고 있는 '패작'은 그 의미가 조금 다릅니다. 일반적인 '패작'이 고의로 레이팅을 낮추려는 의도라면, 룬테라에서는 대부분 경험치 벌이가 목표입니다. 또한 랭크 게임이 아닌 친선전을 중심으로, 서로 패배를 번갈아 진행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패작'과 차이점을 보입니다.

현재 룬테라의 랭크 게임은 등급 하락이 없기 때문에 '패작'을 통한 레이팅 변동에 의미가 덜하기도 하고요.



▲ 친선전으로 진행되는 룬테라의 패작


룬테라의 '패작'은 '패작'에 서로 동의한 유저 둘이 일시적으로 친구로 등록하고, 합의한 판 수 만큼 친선전을 진행합니다. 게임 시작 직후 항복을 선언하기 때문에 게임이 빠르게 끝나고, 번갈아 항복하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속일 여지도 적습니다. 최종적으로 두 명의 유저는 처음 합의한 판수만큼 친선전 승/패를 기록하게 됩니다.

사실 승/패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룬테라 '패작'은 경험치 벌이가 목적입니다. 경험치는 카드 획득에 사용되고요. 코인을 통한 카드 구매가 제한적인 룬테라에서 경험치는 카드 획득의 주요 수단입니다. 따라서 룬테라의 '패작'은 레이팅 조작이라기 보다는 파밍에 더 가깝습니다. 유저들도 일단 이런 현상을 크게 문제 삼고 있지 않고요.

그런 관점에서 '패작'은 룬테라에서 매우 효율적인 경험치 벌이 수단처럼 사용되고 있습니다. 항복만 누르면 끝나는 '패작'은 한 판당 1분 안밖으로 끝나는데, 일반적인 게임은 길면 몇십분까지 진행됩니다. 때문에 단순히 경험치 획득이 목표라면 '패작'이 훨씬 효율적이게 되는 것이죠.

이는 룬테라의 경험치 획득 구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경험치는 '퀘스트', '첫 승리 추가 경험치'와 같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게임 진행 횟수와 승/패에 따라 획득합니다. 그런데 친구끼리 진행할 수 있는 '친선전'에도 같은 경험치 획득 규칙이 적용되고, 유저들은 부담 없이 패배를 돌리며 경험치를 파밍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획득한 경험치는 고스란히 '지역 보상'과 '주간 보물창고' 획득에 사용됩니다. 특히 매주 갱신되며 한번에 많은 보상을 제공하는 '주간 보물창고'의 경우 최대 레벨까지 강화하는데 총 25,000XP가 필요한데, 이를 편하게 충족 시키는 방편으로 '패작'이 선택되고 있는 것이죠.



▲ 구조적으로 '패작' 파밍이 편한 룬테라의 경험치 시스템


룬테라는 랜덤 카드 팩을 판매하지 않고, 게임 플레이를 통해 카드를 얻는 시스템을 표방했습니다. 페이 투 윈(Pay to Win)보다 플레이 투 윈(Play to Win)에 무게를 둔 셈입니다.

그러나 '패작'처럼 시스템을 이용한 파밍 방법이 드러나면서 현행 경험치 시스템은 아직 완벽하지 않다는 점이 드러났습니다.

현재 '패작' 파밍이 성행하는 것은 그만큼 유저들이 덱 구성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많은 게임 판 수만을 요구하는 현 시스템에서 빠른 덱을 구성하기 위해 '패작' 파밍이 성행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수도 있습니다.



▲ 현 시스템에서 '패작' 파밍은 효율적인 수단이기도 하다


요는 머리 쓰고, 즐거운 게임 플레이에 높은 보상이 주어지고, 손해처럼 느껴지지 않는 상황을 만드는 것입니다. 단순히 첫 승리나 퀘스트뿐만 아니라 다양한 게임 모드에서 일정 승수를 달성하면 경험치나 만능 카드 같은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는 보상을 제공하는 것도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겁니다. 또, 랭크 게임에 단순한 아이콘 변화가 아닌, 카드나 파편을 포함한 실질적 보상 체계 추가도 유저들의 의욕을 돋울 수 있겠죠.

장기적으로는 체감 난이도가 높은 카드 획득 구조에도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카드 획득에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한 룬테라는 후발 주자들에게 다소 불리한 구조입니다. 모든 덱을 갖추기 전에는 메타 변화에도 취약하고요. 카드 구성과 직관성이 다소 아쉬운 스타터 팩을 입문 유저를 위한 덱과 만능 카드로 구성하는 것은 이를 어느정도 보완할 수 있습니다.

비록 파밍 형태의 '패작'이지만, 서로 항복 버튼만 누르는 것은 라이엇 게임즈 또한 바라는 바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원하는 카드를 만드는데 너무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그 과정이 게임이 아닌 숙제처럼 느껴져선 안되겠죠. 현재 하나의 콘텐츠화 되어가고 있는 '패작'이 오픈 베타를 거치면서 올바른 형태로 개선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아직 오픈 베타! 더 나은 시스템 선보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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