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나란히 1, 2위 차지한 젠지-T1, 그들이 강한 이유

기획기사 | 신연재 기자 | 댓글: 30개 |



젠지와 T1, T1과 젠지.

3주 차까지 진행된 LCK 스프링 스플릿에서 가장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두 팀이다.

젠지와 T1은 똑같이 5승 1패, 단 1점의 득실 차로 1, 2위를 나누어 가졌다. 그들의 만남이 LCK 스프링 스플릿 최다 시청 기록(약 66만 명, 출처 : e스포츠 차트)을 달성한 것만 봐도, 두터운 팬층과 더불어 흥미를 불러일으킬 만한 실력을 겸비했다는 걸 알 수 있다.

모든 강팀들이 그러하듯, 젠지와 T1도 '잘하는 이유'가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현 메타와 선수들의 스타일을 분석해 젠지와 T1이 왜 좋은 경기력을 뽐내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지금 메타는 장기전과 오브젝트 한타, 단 두 글자로 요약할 수 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여러 분석 기사에서도 나왔듯 평균 경기 시간은 전 시즌에 비해 확실히 증가했다. 드래곤의 영혼과 장로 드래곤, 바론을 중심으로 오브젝트 한타에 경기 승패가 갈리는 일이 빈번하다.




장기전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포지션은 '원거리딜러(이하 원딜)'다. 원딜은 아이템이 나올수록 강해지는 명불허전한 후반 캐리 라인이다. 때문에 LCK 원딜 3대장으로 불리는 '룰러' 박재혁과 '테디' 박진성을 보유했다는 사실은 젠지와 T1에게 매우 큰 힘이 된다.

플레이스타일이 분명 다르긴 하나, '룰러'와 '테디' 모두 '안정성'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좀처럼 죽지 않는다. 평균 데스가 각각 0.7과 1.1, 두 세트 밖에 출전하지 않은 '라바' 김태훈을 제외하곤 원딜 중 1, 2위다. 당연히 KDA도 9.5와 7.1로 가장 높다. 분당 CS와 골드 수급량이 LCK 전체 1, 2위라는 점은 팀적으로도 확실히 이 둘을 믿고, 지원해준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주축을 이루는 선수들이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이다. 연차가 높은 것은 물론이고, 경험치가 쭉쭉 쌓이는 결승전과 국제 대회를 여러번 겪었다. 유리함을 굴리는 스노우볼은 물론이고, 불리한 상황에 최소한의 피해로 후반을 도모하는, 소위 말해 '눕기'에 도가 텄다.

경기의 초중반을 이끌어나가는 미드-정글을 살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젠지 '클리드' 김태민과 '비디디' 곽보성, T1 '커즈' 문우찬과 '페이커' 이상혁. '페이커'야 말이 필요없는 최고 베테랑 선수고, '비디디'는 데뷔를 일찍해 어린 나이임에도 벌써 5년 차다.




'클리드'는 전 소속팀 T1에서 속성으로 경험치를 쭉쭉 쌓은 케이스다. LPL에서 데뷔해 2017년 1부 리그에 올랐으니, 경력이 적은 편도 아니다. 2017년 데뷔한 '커즈'도 LCK 결승 뿐만 아니라 LoL 월드 챔피언십, MSI, 리프트 라이벌즈 등 국제 대회 경험이 많다.

특히, '클리드'과 '커즈'는 스토브 리그 당시 S급 매물로 평가받던 LCK 최상위 정글러다. 피지컬, 라인 개입, 플레이메이킹, 한타, 챔피언 풀 등 모든 방면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시즌 초반에는 주춤하는 모습도 보였으나, 시간이 흘러 팀합이 올라갈수록 이름값에 걸맞은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뛰어난 정글러는 경기 운영에 있어 분명 보물 같은 존재다.

두 팀의 차이라면, 젠지가 좀 더 미드-정글의 힘을 잘 살린다는 것이다. 이는 '비디디'의 역할이 매우 크다. '비디디'는 최근 물오른 경기력을 뽐내고 있다. 라인전부터 상대를 압박해 경기가 끝날 때까지 월등한 존재감을 뽐낸다.



▲ KP% : 킬 관여율, DMG% : 팀 내 대미지 비중(출처 : gol.gg)

이는 지표에서도 잘 드러난다. 젠지(32분 40초)는 평균 경기 시간이 가장 짧은 팀인 반면 T1(36분 53초)은 뒤에서 두번째다. 젠지가 장기전 메타 속에서도 미드-정글의 힘으로 빠른 시간에 경기를 끝내는 경우가 더 잦다는 이야기다.

경기 시간은 팀 내 대미지 비중으로 이어진다. T1은 후반에 폭발하는 '테디'에게 크게 쏠려있는 반면 좀 더 빠르게 경기를 끝내는 젠지는 '라스칼'과 '비디디'의 수치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을 볼 수 있다. 직관적으로 볼 수 있는 킬 관여율도 젠지는 '비디디'가 팀 내1위다. T1은 '테디'의 킬 관여율이 74%로 매우 높은 편에 속한다.

마지막으로, 현 메타가 젠지와 T1의 약점이 될 수 있는 라인을 완벽히 커버해주고 있다. 바로 '라스칼' 김광희와 '칸나' 김창동이 있는 탑이다. 지금 메타에서는 칼보단 방패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스플릿 푸시보다는 한타에서 활약할 수 있는 탑을 선호한다.

'라스칼'은 본래의 플레이스타일이 그렇다. 친정팀 킹존(현 드래곤X) 시절부터 라인전이 약하다는 평가를 들었다. 종종 번뜩이는 솔로 킬을 만들어내기는 했으나, 주도권이나 CS 수급면에 있어서는 대부분 밀리는 모습이었다. 반대로 한타에서는 존재감을 제대로 발휘하곤 했다. 지금 메타와 완벽히 똑같다.




LCK 데뷔 시즌을 보내고 있는 '칸나' 역시 비슷한 성향을 보인다. 경험치가 부족해 메타 적응을 우선으로 하고 있는 것인지, 원래의 스타일이 그러한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바로는 라인전을 공격적으로 운영하거나 피지컬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편은 아니다.

여러모로 공통 분모가 많은 두 팀이다. 메타를 타고 상위권 경쟁을 이어나가고 있는 젠지와 T1. 과연 이 기세가 이어져 두 팀 중 LCK 스프링 스플릿의 우승컵을 거머쥘 팀이 나오게 될까. 만약 그렇다면, 소환사의 컵은 누구의 손에 들려져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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