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블랙서바이벌: 영원회귀' 배틀로얄과 MOBA를 섞으면?

리뷰 | 윤홍만 기자 | 댓글: 29개 |

2017년 얼리엑세스를 실시한 '배틀그라운드'는 배틀로얄이라는 장르의 문법을 완성했다. 슈터, 자기장, 파밍의 삼박자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고 그 덕분에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후 수많은 배틀로얄 게임들이 '배틀그라운드'가 완성한 저 문법을 따르는 것 역시 그 완성도를 방증한다.

하지만 포스트 배틀그라운드를 노리는 게임들이 하나둘 나오면서 저 완성도는 벽이 됐다. 차별화를 꾀하려고 해도 '배틀그라운드'라는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배틀로얄 장르들은 슈팅 서바이벌의 형태를 띠게 됐다.

그렇게 비슷한 게임들이 나오던 중 새로운 배틀로얄 게임이 등장했다. 바로 '블랙서바이벌 영원회귀'다. 1세대 배틀로얄 게임인 '블랙서바이벌'을 새롭게 구축한 게임으로, 원작의 배틀로얄 요소를 MOBA 스타일로 살려낸 게 특징이다.

온갖 도전자들의 각축장이 된 배틀로얄 장르다. 과연 신예 '블랙서바이벌 영원회귀'는 슈팅 서바이벌로 고착화된 배틀로얄 장르에 새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까. 지난 주말 5차 알파테스트를 실시한 '블랙서바이벌 영원회귀'를 직접 즐겨봤다.


배틀로얄이라고 다 똑같은 게 아니다
파밍도 이제는 전략이다




알파테스트를 하면서 가장 관심을 기울였던 건 배틀로얄 요소와 MOBA 요소 각각의 완성도와 이 둘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에 대한 부분이었다. 먼저, '블랙서바이벌 영원회귀'의 배틀로얄 요소는 시작 지역, 파밍, 제한구역, 보급 세 가지로 구분된다. 시작 지역은 파밍과 연계되는 요소로 상대가 고른 지역을 알 수 있기에 전략적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물론,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다른 배틀로얄 게임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블랙서바이벌 영원회귀'의 파밍은 단순히 좋은 아이템을 파밍하면 끝나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다른 배틀로얄 장르와 차별화를 꾀했다. 기본적으로 배틀로얄이라고 하면 처음에 좋은 장비를 얻느냐 얻지 못했느냐에 따라 게임의 재미가 극명하게 갈린다. 하지만 '블랙서바이벌 영원회귀'는 다르다. 파밍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장비는 가장 낮은 등급의 장비들이기에 그 자체로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쓸만한 장비로 강화하기 위해선 맵을 부단히 돌아다니며 온갖 재료들을 모아야 한다.

이러니 자연스럽게 파밍 루트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단순히 상대를 피하면서 좋은 아이템을 얻어야 한다는 게 아니다. 기본적으로 캐릭터마다 쓰는, 최적화된 장비의 재료가 다르기에 자신에게 필요한 재료들을 찾을 수 있는 최적의 루트를 구상해야 한다. 어떤 아이템이 나올지 운에 맡기는 게 아닌, 루트를 짜는 것 자체가 하나의 전략이 되는 셈이다.



▲ 캐릭터에 따라 시작 무기에 따라 파밍 루트를 다양하게 짤 필요가 있다

캐릭터가 겹치기에 파밍 루트가 겹치는 문제는 다양한 무기와 장비를 통해 해결했다. 재키를 예로 들자면 단검, 양손검, 도끼 세 종류의 무기를 쓸 수 있는데 무기별로 필요한 재료들이 다르다. 여기에 무기별로 최적화된 장비 역시 달라서 양손검에 특화된 능력치가 붙은 방어구가 있는가 하면 도끼에 특화된 방어구도 있다. 그렇기에 같은 캐릭터라고 해도 실질적으로는 전혀 다른 파밍 루트를 구상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캐릭터가 겹친다고 해서 무조건 파밍 루트가 겹치지 않도록 안배를 해둔 것이다.

제한구역과 보급은 큰 틀에서 보면 차이가 거의 없다. 게임이 진행될수록 점차 제한구역은 늘어나고 보급은 점점 좋은 것들이 생긴다. 다만, 제한구역이 생긴다고 해서 무조건 들어갈 수 없는 건 아니다. 30초의 제한시간이 있기에 짧은 시간이라면 제한구역을 거쳐 안전지역으로 갈 수도 있고 그 사이에 재료들을 파밍할 수도 있다. 파밍의 중요도가 높은 만큼, 제한구역의 리스크를 완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 30초 동안은 제한구역에서도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


MOBA라고 미니언만 사냥하란 법 없잖아?
생존이 곧 성장이다

다른 배틀로얄과의 차별점은 파밍의 깊이만이 아니다. 성장에 있어서도 차별화를 꾀했다. 기본적으로 배틀로얄 장르는 모두 동일 선상에서 출발하고 장비에 따른 성장만 있을 뿐 기본적인 능력치는 모두 같다. 그렇기에 장비 파밍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그다음으로는 유저 개인의 피지컬 싸움이다. 하지만 '블랙서바이벌 영원회귀'는 배틀로얄이란 요소에 MOBA 요소를 절묘하게 녹여냄으로써 이러한 단점을 완화했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자 노력한 모습이다.



▲ 이동하고 파밍하고 장비를 제작하는 것만으로도 성장할 수 있다

물론, MOBA 요소라고 해도 일반적인 MOBA와는 좀 다르다. 정해진 루트가 있는 것도 아니고 미니언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나마 크립 역할을 하는 동물이 좀 있는 정도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어떻게 캐릭터를 키워야 할지 의문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사냥을 하지 않아도 '블랙서바이벌 영원회귀'에서는 얼마든지 캐릭터를 키울 수 있다. 생존이 곧 성장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블랙서바이벌 영원회귀'에는 미니언이 없다. 그렇기에 안정적으로 경험치를 수급하는 건 얼핏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걱정할 건 없다. 미니언을 대신할 게 있기 때문이다. 바로 숙련도다. 게임에는 종류별 무기 숙련도를 비롯해 사냥, 제작, 탐색, 이동 등 수많은 숙련도가 존재한다. 그리고 이러한 숙련도는 말 그대로 그 행동을 함으로써 올릴 수 있다. 맵을 여기저기 이동하면서 필요한 장비를 제작하는 것만으로도 레벨을 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 전투 중에도 숙련도(경험치)는 오른다. 과정 자체가 성장인 셈

흥미로운 건 그렇다고 숙련도가 그저 경험치의 명칭을 바꾼 게 아니란 점이다. 물론, 기본적으로 숙력도는 경험치의 성격을 갖추고 있다. 다양한 숙련도의 총합이 곧 경험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랙서바이벌 영원회귀'에서 숙련도는 좀 더 포괄적인 범위에서의 성장치를 뜻한다. 그렇기에 단순히 경험치의 역할을 하는 것만이 아닌 특정 숙련도를 높임으로써 다양한 스텟을 올릴 수도 있다. 무기 숙련도를 올리면 공격 속도와 추가 피해 수치가 높아지고 탐색 숙련도를 올리면 시야가 늘어나는 식이다.

덕분에 '블랙서바이벌 영원회귀'는 끊임없이 유저가 움직이도록 한다. 다른 배틀로얄처럼 유리한 지점에서 캠핑을 하는 전략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캠핑을 한다는 건 가만히 있겠다는 것으로, 그건 곧 성장이 멈추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 동물을 사냥하거나 무기를 제작해 전투에 특화된 능력치를 올릴지
탐색을 통해 다른 능력치를 올릴지 선택은 유저의 몫이다

이처럼 숙련도 시스템을 통해 성장의 차별화를 꾀한 '블랙서바이벌 영원회귀'지만, 전투 자체는 전통적인 MOBA의 그것을 거의 그대로 가져온 모습이다. 타켓팅 스킬과 논타켓팅 스킬이 적절히 배분되어 있고 탈출기도 있다. 여기에 무기별로 전용 스킬이 있어서 능력치와 아이템이 비슷한 구성이라면 그때부터는 순수 피지컬로 승부가 갈린다.

다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피지컬로 승부가 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초중반에 한창 파밍하다가 맞닥뜨렸을 경우가 대부분이다. MOBA 스타일이지만, 배틀로얄을 표방하고 있는 게임답게 승부를 가르는 건 얼마나 잘 살아남았느냐다. 장비의 격차가 큰 만큼, 착실히 재료를 모으고 장비를 강화하는 게 승리로 가는 정석이자 지름길인 셈이다.


배틀로얄과 MOBA, 양 쪽의 재미 잡았다
첫인상은 합격, 진입장벽만 더 낮춘다면 더 좋지 않을까?




아직 알파테스트 단계이기에 속단하긴 이르지만, '블랙서바이벌 영원회귀'는 배틀로얄과 MOBA의 재미 모두를 훌륭하게 잡은 모습이다. 슈팅 서바이벌 스타일의 기존 배틀로얄과 달리 초반에 급사할 염려가 적어 부담이 덜할뿐더러 다양한 방식을 통해 키울 수 있다는 점 역시 매력적이다.

다만, 그에 대한 반동으로 복잡한 조합을 숙지해야 한다는 점은 진입장벽으로 다가올 수도 있어 보인다.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는 건 그만큼 변수 역시 많다는 걸 의미한다. 매칭 전에 자기가 원하는 조합식을 커스텀해서 저장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이것도 어느 정도 숙지한 유저에게나 통하는 이야기다. 초보라면 어떤 조합이 좋은지 모르니 헤맬 수밖에 없다.



▲ 추천 아이템은 어디까지나 일부일 뿐이다

그럼에도 '블랙서바이벌 영원회귀'의 행보에 여러모로 관심이 가는 게 사실이다. 배틀로얄 특유의 파밍, 생존 요소를 잘 살렸을 뿐 아니라 MOBA 특유의 재미도 있다. 두 장르를 섞는다는 게 일견 쉬워 보이나 각자의 맛을 살리면서도 조화로워야 한다는 걸 감안하면 나름 성공적으로 섞은 셈이다.

배틀로얄 MOBA라는 자신만의 길을 개척 중인 '블랙서바이벌 영원회귀'는 5차 알파테스트를 끝마치고 조만간 얼리엑세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과연, 이 새로운 배틀로얄 게임은 시장에 어떤 반응을 일으킬까. 1세대 배틀로얄 게임으로 자신만의 입지를 다진 바 있는 '블랙서바이벌'인 만큼, 이번에도 좋은 결과를 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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