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static.inven.co.kr/column/2020/03/23/news/i14593354681.jpg)
난 닌텐도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좋아하려고 몇 년째 노력하고 있다. 온전히 취향의 문제다. 게임은 게임대로, 콘솔인 스위치는 스위치대로 나랑은 잘 안 맞는다. 그나마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때문에 스위치를 빌려서 게임을 해보려고 시도한 적이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처음 만난 젤다는 조이콘 오류때문에 침대에서 일어나자마자 혼자 멋대로 벽을 향해 돌진했다. 기기가 고장난 것 같다고 말하자 "원래 그래, 뭐 좀 발라주면 금방 나아"라는 답변을 들었다. 누누히 말하지만, 스위치나 닌텐도가 나쁘다는 게 아니다. 그냥 나랑 안 맞는다는 뜻이다. 그런고로, 까는거 아니다. 개인 취향이다.
'동물의 숲'도 나랑은 전혀 인연이 없는 게임이다. 애초에 휴대용 기기로 게임하는걸 좋아하지 않아 모바일 게임도 잘 하지 않고, 일생을 PC와 거치형 콘솔만으로 살아온 나다. 단 한 번 썼던 휴대용 콘솔은 'PS VITA'였고, 그마저도 대학 시절 도둑맞은 이후 쓸 일이 없었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 이번 미션이 떨어졌다. '동물의 숲을 안 해본 자가 게임을 해보면서 재미를 찾아보기'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스위치고 동물의 숲이고 전혀 관심없는 기자가 나뿐이다.
차라리 잘됐다 싶었다. 닌텐도를 좋아하진 않지만, 게임 기자로서의 사명감 때문에 늘 마음속 한구석에 숙제처럼 남아있던 기기가 스위치였으니까. 누구나 재밌게 한다는 동물의 숲이라면 나도 즐겁게 할 수 있겠지. 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6시간이 넘는 업데이트, 그만큼의 다운로드, 액티브X를 방불케하는 닌텐도 홈페이지의 철의 장벽까지. 이걸 다 뚫고 나니 금요일 늦은 밤이다.
![](https://static.inven.co.kr/column/2020/03/23/news/i14113856790.jpg)
그렇게, 나는 '모여봐요 동물의 숲'을 시작했다.
찾아보자! '동숲'의 재미!
찢고 부수고 박살만 내던 게이머의 표류기
![](https://static.inven.co.kr/column/2020/03/23/news/i13513629515.jpg)
![](https://static.inven.co.kr/column/2020/03/23/news/i13168675670.jpg)
![](https://static.inven.co.kr/column/2020/03/23/news/i13672284783.jpg)
![](https://static.inven.co.kr/column/2020/03/23/news/i14124294163.jpg)
![](https://static.inven.co.kr/column/2020/03/23/news/i14536224045.jpg)
![](https://static.inven.co.kr/column/2020/03/23/news/i14343856772.jpg)
![](https://static.inven.co.kr/column/2020/03/23/news/i15622369380.jpg)
![](https://static.inven.co.kr/column/2020/03/23/news/i15290988665.jpg)
![](https://static.inven.co.kr/column/2020/03/23/news/i13928858532.jpg)
![](https://static.inven.co.kr/column/2020/03/23/news/i15909870311.jpg)
![](https://static.inven.co.kr/column/2020/03/23/news/i16127148534.jpg)
![](https://static.inven.co.kr/column/2020/03/23/news/i13903158626.jpg)
그래. 이 게임은 빚을 지운다. 빚 말고도 다른 방법도 있었을 텐데 왜 하필 빚일까. 3년 전만 해도 아무 생각 없었을 거다. 빚지고 시작하는 플롯의 게임은 꽤 많은 편이니까. 하지만 그 3년 사이에 결혼이란 중대사를 겪으며 빚을 질 수밖에 없었다. 현실의 무게가 게임까지 넘어오자, 플레이에 탄력이 붙는다. 여기서만은 빚쟁이로 살지 않겠다는 마음 때문에 노동의 속도가 붙는다.
![](https://static.inven.co.kr/column/2020/03/23/news/i15640596476.jpg)
![](https://static.inven.co.kr/column/2020/03/23/news/i15927467760.jpg)
![](https://static.inven.co.kr/column/2020/03/23/news/i14483538300.jpg)
![](https://static.inven.co.kr/column/2020/03/23/news/i15142577722.jpg)
이때만 해도 요리하려면 반합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https://static.inven.co.kr/column/2020/03/23/news/i16150489128.jpg)
![](https://static.inven.co.kr/column/2020/03/23/news/i13195532177.jpg)
![](https://static.inven.co.kr/column/2020/03/23/news/i15950862984.jpg)
![](https://static.inven.co.kr/column/2020/03/23/news/i13234962941.jpg)
찾아줘요! '동숲'의 재미!
생각해보니 꼭 내가 찾지 않아도 됐잖아?
그렇게 몇 시간을 '노동해요: 동물의 섬'으로 플레이하던 와중, 아내가 옆에 앉았다. "이게 그 동물숲 뭐시깽인가 그거냐?"라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자, 본인이 잠깐 해보겠다고 나섰다. 안그래도 3일은 천천히 해봐야 할 것 같으니 순순히 스위치를 건네주었다.
그렇게, 아내가 '모여봐요. 동물의 숲'을 시작했다.
![](https://static.inven.co.kr/column/2020/03/23/news/i14009532435.jpg)
![](https://static.inven.co.kr/column/2020/03/23/news/i14200885395.jpg)
![](https://static.inven.co.kr/column/2020/03/23/news/i13437102871.jpg)
![](https://static.inven.co.kr/column/2020/03/23/news/i13406602777.jpg)
![](https://static.inven.co.kr/column/2020/03/23/news/i15710100223.jpg)
![](https://static.inven.co.kr/column/2020/03/23/news/i15045863416.jpg)
![](https://static.inven.co.kr/column/2020/03/23/news/i14728778876.jpg)
![](https://static.inven.co.kr/column/2020/03/23/news/i13610184318.jpg)
![](https://static.inven.co.kr/column/2020/03/23/news/i13341329760.jpg)
![](https://static.inven.co.kr/column/2020/03/23/news/i14521909364.jpg)
![](https://static.inven.co.kr/column/2020/03/23/news/i16147758111.jpg)
![](https://static.inven.co.kr/column/2020/03/23/news/i14508952398.jpg)
이쯤에서, 상태를 점검했다. 이미 내 캐릭터는 콘솔 소유권에서 밀려 텐트 이상으로 발전할 수 없는 상황. 문제는 중요한 마일스톤을 전부 다 주민대표인 내가 와서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https://static.inven.co.kr/column/2020/03/23/news/i15694329717.jpg)
![](https://static.inven.co.kr/column/2020/03/23/news/i15457408286.jpg)
![](https://static.inven.co.kr/column/2020/03/23/news/i13696794054.jpg)
![](https://static.inven.co.kr/column/2020/03/23/news/i14705640963.jpg)
![](https://static.inven.co.kr/column/2020/03/23/news/i15293757675.jpg)
찾았다! '동숲'의 재미!
10년 걸려 갚을 빚을 이틀이면 갚는 평행세계!
솔직하게, 나는 재미를 찾지 못했다. 누구에게나 맞는 게임은 없듯이, 동물의 숲도 나와는 조금 멀리 있는 게임인가 싶다. 동물의 숲 시리즈가 대대로 출시 1주일 후 중고매물이 쏟아지는 이유도 아마 비슷할 것이다.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으로 보이지만, 생각보다 골치아픈 일들이 많은 게임이다.
하지만 기사를 포기할 수는 없지. 이가 아니면 잇몸이듯, 내가 아니면 아내다. 그리고 아내의 플레이를 계속 지켜보다 보니, 내가 직접 할 때는 미처 찾지 못한 재미들이 보인다. 가끔은 내가 콘솔을 쥐고 놔주지 않을 지경. 감정을 담아 플레이한 아내는 아마 나보다 더 많은 걸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짧게 인터뷰를 진행했다. 나는 실패했지만, 성공한 이가 있으니까. 아내가 찾은 '동물의 숲'의 재미. 무엇일까?
![](https://static.inven.co.kr/column/2020/03/23/news/i13973793578.jpg)
Q. 콘솔 게임을 이렇게 길게 한 건 처음일 텐데, 어떤가 재미있나?
모르겠다. 처음에 몇 시간은 이게 왜 재미있는지도 모르고 했다. 현실이 잘 반영되어 있는 것 같아서 그게 맘에 든다. 밤되면 달 뜨고 아침되면 해 뜨고. 새들도 울고 바람불면 나무도 흔들리고. 택배도 다음날 오는 건 안 똑같아도 됐을 텐데 기다리기 힘들다. 심지어 빚지는거까지 똑같다. 지금도 집값 갚느라 힘들어 죽겠는데 여기서도 뼈가 빠진다. 근데 물어본게 뭐였지? 아 맞다. 지금은 재미있다.
Q. 게임 하다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내가 누군지도 모르겠고 내가 왜 이 게임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근데 또 계속 하고 싶다. 목적성 없이 이렇게 게임하는게 원래 맞는 건가?
Q. 원래 대부분의 사람들이 별 생각 없이 그냥 한다. 게임 중에 어렵거나 힘든 부분은 없었나?
게임을 처음 하다 보니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막막할 때가 많았다. 새로 섬 만들기 전엔 박물관 만드는 법도 몰랐고. 철광석 캐는 법도 몰라서 도끼로 돌맹이 다 부숴먹고. 이따가 나 대신 철광석좀 캐놔라 다른 섬 갈 마일리지 다 모아놨다.
내가 성격이 급하다 보니 뒤쳐지는걸 싫어하는데 게임에 대한 설명이 자세하지 않다 보니 인터넷을 뒤져가면서 게임을 배웠다. 힘들었다기보다 이상하게 보인 부분도 있는데, 너굴이 돈 얘기를 할 때마다 무척 환하게 웃고 있더라. 뭔가 더 얄미워 보였다.
![](https://static.inven.co.kr/column/2020/03/23/news/i13508735546.jpg)
Q. 앞으로도 계속 게임을 할 생각이 있는가?
솔직히 바이러스 문제만 아니었다면 전철에서도 했을 거다. 봐서 알지 않나. 나 자기전에도 쥐고 잔다. 근데 이거 게임기 회사에서 빌린거 아닌가? 언제 갖다줘야 돼?
Q. 나도 모른다. 그럼 이게 진짜 질문인데, '동물의 숲'의 진짜 재미는 무엇인 것 같은가?
아무래도 현실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 그렇게 현실의 일상에서 잠깐 벗어나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 가장 좋은 것 같다.
![](https://static.inven.co.kr/column/2020/03/23/news/i15516185131.jpg)
Q. 게임에서 아쉬운 점은 없었나?
게임 내에서는 아쉬운 점이 없었다. 내가 개인적으로 좀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굉장히 천천히 플레이해야 하는 게임인데 다른 사람들 플레이를 보면 자꾸 경쟁 의식이 생긴다는 거다. 내 섬은 그만큼 안되니까 자꾸 조바심이 생긴다.
Q. 나는 그만큼의 재미를 못 찾은 것 같다. 왜 그런 것 같은가?
그건 니가 맨날 뭐 때려부수고 터뜨리고 이런 게임만 해서 그렇다. 감성이 그 모양이니 이게 재미있을리가 없지.
![](https://static.inven.co.kr/column/2020/03/23/news/i13227563337.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