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악마는 ‘라그나로크’를 삶는다

칼럼 | 정재훈 기자 | 댓글: 75개 |



`우려먹기`의 대명사인 사골도 많아야 세 번이다. 그 이상 우려내면 탁도와 점도가 낮아지고 맛도 떨어진다. 2002년 7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며 게임업계에 데뷔한 라그나로크도 마찬가지다. 2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지금. 그라비티는 여러 플랫폼을 거쳐 서른 번 이상 라그나로크를 찍어냈다. 초기엔 다양한 플랫폼 대응 측면에서 IP 확장 측면에서도 나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어느 시점부터 뭐가 뭔지 기자들도 헷갈릴 정도로 많은 게임이 쏟아져 나왔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라비티의 이런 라그나로크 물량 전략은 그라비티를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올린 회사로 만들어 놓았다. 당연히 대가가 있었다. 이젠, `라그나로크`라는 이름 다섯 글자만 봐도 게이머들은 피곤함을 호소한다. 팬들도 라그나로크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어쩌면 당연한 부작용이다. 요컨대 이제 그라비티가 "이 길이 과연 옳은가?"에 대해 자문해야 할 시기다.



▲언제부터인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


라그나로크, 그 위대한 탄생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2002년 출시한 라그나로크 온라인은 여러모로 위대한 탄생이라 불러도 부족함이 없는 게임이었다. 지금봐도 촌스럽지 않은 도트 그래픽과 SoundTeMP의 명곡이 즐비한 OST, 게다가 커뮤니티성은 당대 어떤 게임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았다.

그런 인기를 바탕으로 피처폰, 휴대용 콘솔 가리지 않고 여러 게임이 쏟아져나오다 라그나로크2의 기록적인 실패 이후 지금 상황이 되었다. 처음부터 그라비티가 사골 장인이었던 것은 아니다. 그라비티가 마주한 상황, 그리고 선택이 그들에게 솥을 걸게 만들었다.




★ 라그나로크 온라인-(2002년 7월)
└그라비티 대표작, 김학규 대표, 이명진 만화 원작


◆ 라그나로크외전 카프라 퀘스트(2004년 1월)
◆ 라그나로크 모바일 마법사편(2004년 8월)
◆ 라그나로크 배틀 오프라인(2004년 12월)
◆ 라그나로크 모바일 상인편(2005년 7월)
◆ 라그나로크 모바일 검사편(2005년 7월)
◆ 라그나로크2 베라인(2005년 11월)
◆ 라그나로크 모바일 궁수편(2005년 11월)
◆ 라그나로크 퍼즐링(2006년 1월)
◆ 라그나로크 모바일 복사편(2006년 7월)
◆ 라그나로크 모바일 도둑편(2006년 7월)
★ 라그나로크 온라인2: 세계의 문(2007년 5월)
ㄴ라그나로크 온라인2: 레전드 오브 세컨드(2012년 2월, 리뉴얼)
◆ 라그나로크 온라인 DS(2009년 6월)
◆ 라그나로크 스칼렛(2009년 8월)
◆ 라그나로크 노스탤지어(2011년 5월, 일본)
◆ 라그나로크 온라인 바이올렛(2011년 8월)
◆ 라그나로크~빛과 어둠의 황녀~(2011년 10월)
◆ 라그나로크: 영웅의 길(2012년 5월)
◆ 라그나로크 온라인 발키리의 반란(2012년 5월)
◆ 라그나로크 온라인 길드 마스터즈(2012년 5월)
◆ 라그나로크 오디세이(2012년 8월)
◆ 라그나로크 오디세이 에이스(2013년 8월)
◆ 라그나로크 애쉬바쿰(2014년 3월)
◆ 라그나로크R(2017년 4월)
◆ 라그나로크 제로(2017년 12월)
◆ 라그나로크: 포링의 역습(2018년 1월)
◆ 라그나로크M: 영원한 사랑(2018년 3월)
◆ 도트 MMORPG 라그나로크 2009ver.(2018년 7월)
◆ 라그나로크 크러시(2019년 3월)
◆ 라그나로크: 클릭H5(2019년 4월)
◆ 으라차차, 돌격! 라그나로크(2019년 9월)
◆ 라그나로크 택틱스(2020년 3월)

라그나로크 오리진(발매일 미정)
라그나로크X Next Generation(발매일 미정)
라그나로크 크루세이드: 미드가르드 크로니클스(발매일 미정)
로스트 메모리즈: 발키리의 노래(발매일 미정)
으라차차 돌격 라그나로크2(발매일 미정)

총 37종이다. 연평균 2편을 넘겼다. 달리 말하면, 게이머들은 6개월에 한 번씩 라그나로크 신작 소식을 들어왔다는 뜻이다.

처음부터 '우려먹기의 아이콘'이었던 것은 아니다. 2002년 당시, 라그나로크 온라인은 디아블로의 편의성과 리니지의 성장 요소를 모두 갖춘 게임으로 평가받으며 공전의 히트를 쳤다. 위 리스트에서 위쪽에 있는 다양한 모바일 게임들은 스마트폰이 아닌 당시 핸드폰에 맞춰 꽤 괜찮게 만들어진 게임들이었고, 본편과 연동 요소도 있는 등 오히려 IP 확장에 가까웠다.



▲ IP 확장에 가까웠던 피쳐폰 시절의 라그나로크 모바일

하지만 2007년, 라그나로크 온라인2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전작의 명성 덕분에 엄청난 기대 속에 출시된 2편은 예상보다 훨씬 많은 문제를 품은 작품이었고, 게이머들의 혹평 속에 만 3년을 채우지 못하고 서비스를 종료했다.

일본 기업인 `겅호온라인엔터테인먼트`가 그라비티 지분 과반수를 확보해 대주주가 된 시점도 이즈음인 2008년이었다. 이후 그라비티는 마치 라그나로크 온라인2의 실패를 부정하듯, 한 번 실패한 라그나로크 온라인2를 다시 매만졌다. 무려 2년에 거친 리뉴얼이었다.

이번엔 더 좋지 않았다. 2라는 숫자를 강조하듯, 2012년 2월 22일 2시 22분에 맞춰 오픈 베타를 시작했지만, 오히려 리뉴얼 이전이 더 좋았다는 기막힌 반응까지 나오던 상황. 결국, 이마저도 2013년 11월 서비스를 종료했고, 현재 라그나로크 온라인2는 스팀에서만 서비스되고 있다. 현재 평균 접속 유저는 약 40명이다.



▲ 기록적 실패를 겪은 라그나로크 온라인2

이후, 마치 멘붕이라도 한 것처럼 그라비티는 몇 년간 라그나로크와 관련된 게임을 내놓지 않았다. 대주주 겅호의 입김인지 일본 시장을 대상으로 한 몇몇 게임들과 자회사 네오싸이언의 모바일 게임이 출시되었지만, 그뿐이었다. 오히려 원작의 아이덴티티와 인기, 기대는 당시 한창 개발 중이던 김학규 대표의 `트리오브세이비어`가 가져가 버렸다.

방황하던 그라비티의 행보가 뚜렷해진 건 2017년이었다. 네오싸이언의 모바일 게임과 4월 출시한 `라그나로크R`을 통해 `라그나로크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이 재미를 볼 수 있다는 걸 깨달은 그라비티는 본격적으로 화덕에 솥을 걸었다.



▲ 우려먹기의 시작점이 된 라그나로크R

게임은 망했으나, 미처 소모되지 않은 IP의 가치가 남아 있음을 깨달은 그라비티는 본격적으로 라그나로크를 삶아 남은 IP의 가치를 우리기 시작했고, 오늘날 이 시점에 이르기까지, 약 4년간 9편의 라그나로크 관련 게임을 찍어냈다.

현재 진행형인 `라그나로크 고문의 역사`다. 이 과정에서, 그라비티는 단맛을 봤다. 매출은 매년 기록을 경신했고, 아마 이 지표는 라그나로크2 실패 이후 10년 가까이 이어진 침체기의 끝에 맛본 단맛이었을 테다. 문제는 그 단맛의 비결이 새로운 IP가 아닌 이미 묵을 대로 묵은 `라그나로크`라는 것. 그리고 한 번 맛을 본 그라비티가 마치 집착하듯 이를 끓여냈다는 것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쥐어 짜인 거위가 죽으면 그라비티에는 무엇이 남는가

IP의 남용이다. 라그나로크라는 IP가 대단하다는 건 알겠다. 세상 그 어떤 IP라 해도 마흔 개 가까운 게임을 만들고, 그거로 20년 가까이 회사를 지탱해오고 있다면 대단하다고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지난 3년간, 그라비티는 정말 `악착같다` 싶을 정도로 라그나로크를 우렸다.

지스타 2019의 발표는 그라비티의 이런 기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2020년 그라비티의 전략은 라그나로크 A to Z. 라그나로크로 시작해 라그나로크로 끝내겠다는 거다. 그 결과는 라그나로크 관련 기사 댓글에서 잘 확인할 수 있다. 기사에 굳이 쓰기엔 너무 거친 표현이 많아 옮기지 않겠으나, 궁금하다면 조금만 검색해봐도 훤히 볼 수 있다.

`IP`는 화수분이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온갖 예능의 고정 자리를 꿰찰 수 있는 대세 연예인들이 너무 많은 프로그램을 뛰지 않는 이유가 있다. 너무 잦은 노출은 이미지의 소모를 불러오고, 대중에게 피로감을 느끼게 한다. 당연히, 게임의 퀄리티에 대한 기대도 한없이 낮아진다.



▲ 100년에 한 번 나올 IP라는 발언이 나왔던 2019 지스타 미디어 간담회

게다가 관련 게임을 개발하는 개발사들도 중구난방이다. 이미 게이머들은, 라그나로크라는 이름을 달고 나오는 게임 중 많은 수가 그라비티의 자체 개발작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라비티는 일반적으로 공동 개발이라 말하곤 하지만, 그리 신뢰가 가는 말은 아니다.

인터뷰 중 개발사와 협의를 해야 한다는 멘트가 종종 보이는가 하면, 공동 개발치고는 사고에 대한 처리도 꽤 느리다. 신규 프로젝트에 대한 개발 인력 채용 공고도 매우 드물게 보인다. 지금 작업 중인 라그나로크 관련 게임만 5종일 텐데 말이다. 그리고 그라비티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인터뷰에 개발 직군을 내세운 적이 없다. 비즈니스, 사업 관련 PM들만 줄기차게 카메라 앞에 서서 준비한 멘트를 내뱉곤 했다. 다른 게임 인터뷰에 단골처럼 등장하는 PD 한 번 만나본 적이 없다.



▲ 개발 인력 구직은 참 보기 어렵다

어디까지나 심증이긴 하지만, 여러 정황이 그라비티의 사업 방향을 보여준다. IP를 팔고, 게임은 중국 개발사를 포함한 외주업체가 개발하고, 그라비티는 QA와 검수, 운영을 담당한다. 내부 개발팀이 없지는 않겠지만, 스스로 게임을 개발할 만한 능력이 남아 있을지는 미지수다.

중국이나 대만을 비롯한 외국 시장에서 선런칭을 하거나, CBT를 진행하는 이유도 대충 눈에 보인다. 아무래도 그쪽은 국내 게이머들보다는 라그나로크라는 IP에 대한 피로가 적을 거다. 라그나로크라는 다섯 글자만 봐도 염증을 보이는 국내보다는 테스트나 호응에 더 적합한 환경일 것이다. 그런데 만약 그 해외 유저들마저 지루해할 시기가 오면 어떻게 되는 걸까?



▲ 라그나로크 택틱스도 지난 11월, 태국에서 먼저 선보였다.

무인도에서 탈출하려면 S.O.S 말고 미키 마우스를 그리라는 농담처럼, 디즈니의 저작권 관리는 어마어마하게 빡빡하다. 큰 차원에선, IP 관리의 일환이다. 디즈니는 IP의 이미지를 매우 효율적으로 관리한다. 100년을 넘긴 미키마우스가 아직도 현역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세상 어떤 사람도 미키마우스를 보고 '뭐야 또 미키야?' 라고 말하지 않는다.

디즈니가 흡수한 마블도 마찬가지다. 마블이 IP를 활용해 돈을 본격적으로 벌려고 하면, 지금보단 훨씬 더 많은 수익 창출이 가능할 거다. 마블 IP로 게임을 만들고 싶어하는 개발사나, 2차 창작을 원하는 미디어사가 얼마나 많을까. 2018년에 PS4로 출시된 '마블 스파이더맨'의 경우, 개발사인 인섬니악은 개발 내내 마블과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말이 이야기지, 굉장히 까다로운 검수 과정이 이뤄졌을 거다.



▲ 훨씬 강력하지만, 그에 비하면 적은 수의 게임을 내놓은 마블

오늘날 IP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같다. 디즈니는 자신들의 거위를 5성급 펫 호텔에서 사람 밥보다 비싼 먹이를 먹여 주먹만 한 황금알을 쑥쑥 낳게 하고 있다. 무리하면 더 큰 황금을 얻을 수야 있겠지만, 굳이 그렇게 하진 않는다.

그라비티는? 라그나로크라는 거위를 압착 프레스에 넣고 꽉꽉 눌러 짜고 있다. 심지어 그 프레스도 `외부 개발사`라는 이름의 빌려온 장비다. 어찌어찌 황금을 뽑아내곤 있지만, 언제까지 살아있을지는 모르겠다. 이미 게이머들은 그렇게 만들어진 황금을 두고 금인지 똥인지 모르겠다고 불평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발비 리스크 줄이고, 매출을 얻다
많은 사랑을 받았다면 고퀄리티 게임으로 돌려줘야한다

시점을 바꿔보자. 게이머도, 업계 관계자도, 라그나로크라는 IP가 그라비티의 핵심이자, 캐시카우라는 걸 알고 있다. 그라비티측에서는 아니라고 할지도 모르겠으나, 이미 현상이 그렇고 그라비티의 사업 방향이 그렇다. 라그나로크에 올인. 반대로 생각하면, 라그나로크가 없으면 아무것도 없다.

앞서 말했듯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IP는 소모되기 마련이다. IP가 뭐가 되든 상관없는 좋은 작품성을 가진 게임을 만들 수 있다면 상관없겠지만, 그라비티는 아직 그런 대단한 게임은 보여준 적이 없다. 그리고 그 상태로, 끊임없이 라그나로크를 `소모`하고 있다.

결국, 라그나로크의 이미지가 모두 소모되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하지 않는 게이머층이 싫증을 내게 될 때, 예정된 파멸이 올 뿐이다. 외국에서 장사하면 된다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국내 시장보다 몇 년 늦을 뿐, 외국 시장도 IP에 대한 피로에 면역인 것은 아니다. 그 몇 년조차 지나고 나서 그라비티에게 무엇이 남아 있을까.



▲ 라그나로크와 포링 외에 무엇을 내세울 수 있는가

지금의 행보에 그라비티의 뜻이 얼마나 섞여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라비티 지분의 59.31%는 일본 기업인 `겅호온라인엔터테인먼트`가 가지고 있고, 퍼즐 앤 드래곤으로 1조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한 겅호 입장에서 라그나로크는 소모품으로 쥐어짜다 버리면 그만인 IP일지도 모른다.

비단 그라비티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라비티는 누가 봐도 심하게 라그나로크를 짜내고 있으므로 상대적으로 더 유명할 뿐,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지 못한 채 철 지난 IP를 끓여대는 개발사가 적지 않다. 한 곡의 명곡을 남긴 가수를 뜻하는 `원 히트 원더`는 곡 수익료가 연금처럼 들어오니 상황이 좀 나을 것이다. 개발사 입장에서 `원 히트 원더`는 그냥 망했다는 뜻이다.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새로운 IP가 만들고 싶다고 뚝딱 나오는 게 아니니까. 게이머의 취향부터 독특한 컨셉, 이를 받칠 개발력까지, 많은 자원이 필요하지만 그러고 망할 수도 있다. 라그나로크 온라인2에서 그라비티가 그렇게 실패를 겪었다. 하지만 실패가 두려워 주저앉은 개발사를 동정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자신들이 가진 유일한 자산을 쥐어짜며 생명을 연장해가는 그라비티. 그리고 비슷한 행보를 밟고 있는 몇몇 개발사들. 이들의 발걸음 어디에서도 `도전`이 느껴지지 않는다.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나가는 건 개발사에게 있어 권고 사항이 아니다. 게임 산업에 뛰어든 순간부터 시작되는 폐업으로의 타임어택에서, 제한 시간을 연장하기 위한 필수 사항이다. 그라비티가 그저 지금처럼 해나간다면 몇 년, 혹은 10년도 버틸 수는 있겠지. 하지만 타이머가 절대 무한하지는 않을 거다.

정 그러한 리스크가 신경 쓰여 지금에 만족하겠다면, 그것도 좋다. 라그나로크 온라인2의 PTSD가 남아 있다면 제삼자가 뭐라 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 오히려 지금의 전략으로 지난 2019년, 그라비티는 전년의 기록을 뛰어넘는 매출을 올렸다. 아직은 라그나로크 IP의 힘이 남아있다는 뜻이며, 동시에 그라비티의 전략이 먹혀들었다는 방증일 것이다.



▲ 지표 상으로 라그나로크는 아직 튼튼하다.

하지만 게이머는 지쳤다. 올해를 다 찢어놓겠다는 듯 포부를 밝히던 작년 지스타의 말이 무색하게, 2020년 그라비티 전략의 포문을 연 `라그나로크 택틱스`는 4월 16일 현재 구글 매출 순위 47위이다. 소위 `오픈 빨`이라 불리는 출시 초 부스팅이 무색한 성적. 관련 기사 댓글은 민망함을 넘어 참혹하다. 간판 타이틀은 라그나로크M은 97위까지 내려앉았다.

하나의 IP로 시리즈를 가래떡처럼 뽑아내는 게임이 하나 더 있다. 유비소프트의 간판 타이틀인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 단순 DLC를 제외하고, 스탠드 얼론만 포함해도 20종이 훌쩍 넘어간다. 그런데도 반응은 천차만별. 브랜드 이미지의 굴곡은 있었을지언정, 여전히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의 신작은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는다.

2007년부터 13년간 이어오면서도 딱히 떨어지지 않는 작품성, 같은 시리즈 내에서도 `모험`이라 부를만한 변혁, 그리고 소설과 만화, 영화에 이르는 미디어믹스를 통한 IP 관리 덕분이다. 유비소프트도 서양권 개발사 중엔 사골 우리기로 꽤 유명한데, 그래도 이쪽은 탄탄하게 IP를 관리해왔다. 게다가 참 공교롭게도, 얼마 전 공개된 어쌔신 크리드 신작의 제목이 `어쌔신 크리드: 라그나로크`다.

`라그나로크`라는 이름의 원전인 북구 신화의 라그나로크는 `신들의 황혼`이라는 뜻이며, 북구 신화의 여러 신이 전부 다 죽고 세계가 망하는 이야기다. 북구 신화에서는 그렇게 전부 다 죽고 망한 이후 다시 황금의 시대가 열린다. 지금의 라그나로크는 어떨지 모르겠다. 힘이 다한 후에, 황금의 시대가 열릴지, 아니면 망한 상태로 끝나버릴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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