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검은사막 스토리 #16 - 피와 복수의 카마실비아, 아름다운 얼굴의 이면

게임뉴스 | 유재우 기자 | 댓글: 4개 |
발렌시아 이후 모험가는 칼페온 조사단이 되어 카마실비아 지역에 들어간다. 카마실비아 스토리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처음은 말 그대로 조사단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내용으로 여왕의 전령 '오필리아 아이넬'을 따라 카마실비아의 과거사, 세력, 현재 상태 등을 파악한다.

두 번째 부분은 죽음을 맞은 공주 캐더린 오네트의 흔적을 따라가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모험가는 여러가지 시험대에 오르게 되고 공주의 성격과 과거를 조금씩 알아간다. 이 내용 때문에 많은 유저들이 '캐더린'이라는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기도 했다.

카마실비아 스토리 상편은 첫번째 부분, 즉 조사단의 임무를 수행하는 내용부터 정리하려고 한다. 그런데 이번 편은 단순하게 퀘스트 순서대로 정리하면 이해가 어려울 수 있다. 중요한 카마실비아의 과거사가 NPC와의 대화를 통해 드문드문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편은 모험가의 조사 보고서 형식처럼 정리해봤다. 카마실비아의 컨셉은 이후 오딜리타까지 연계되며 검은사막의 전체적인 세계관을 드러내기 때문에 잘 이해해두는 편이 좋다.

▶검은사막 스토리 #1 - 연대기 상편 바로가기
▶검은사막 스토리 #2 - 연대기 하편 바로가기
▶검은사막 스토리 #3 - 발레노스 여정 바로가기
▶검은사막 스토리 #4 - 세렌디아 여정 상편 바로가기
▶검은사막 스토리 #5 - 세렌디아 여정 하편 바로가기
▶검은사막 스토리 #6 - 칼페온 여정 분기1편 바로가기
▶검은사막 스토리 #7 - 칼페온 여정 분기2편 바로가기
▶검은사막 스토리 #8 - 칼페온 여정 분기3편 바로가기
▶검은사막 스토리 #9 - 칼페온 여정 마지막편 바로가기
▶검은사막 스토리 #10 - 메디아 여정 프롤로그 바로가기
▶검은사막 스토리 #11 - 메디아 여정 분기1편 바로가기
▶검은사막 스토리 #12 - 메디아 여정 분기2편 바로가기
▶검은사막 스토리 #13 - 메디아 여정 마지막편 바로가기
▶검은사막 스토리 #14 - 발렌시아 여정 상편 바로가기
▶검은사막 스토리 #15 - 발렌시아 여정 하편 바로가기
--------------
▷ 검은사막 스토리 외전 #1 - 훔쳐야 산다, 도굴왕

*본 스토리 기사는 시리즈로 연재됩니다.
*메인퀘스트, NPC 대화, 지식 등을 참조하여 작성하였습니다.
*분기란 게임 내 유저의 선택에 따라 에피소드가 달라지는 부분을 뜻합니다.
*약간의 각색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나 게임 내 설정 및 컨셉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 카마실비아 상편 - 드러난 미지의 영역

수도 그라나
카마실비아의 문호가 개방되다

시간이 흘러 엘리언력 286년, 발렌시아에 머물던 모험가에게 서신 하나가 날아왔다. 칼페온 트리나 기사단 단장, 발크스였다. 모험가는 그의 휘갈겨 쓴 필체를 찬찬히 읽다가 곧 미소를 지었다. 칼페온에서 정령의 땅, 카마실비아로 향하는 사절단을 꾸리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약 50년간 쇄국정책을 유지해오던 카마실비아가 드디어 문호를 개방한 것이다.

오랜만에 찾아간 칼페온 도시는 여전했다. 시장은 활기찼고, 기사단은 위엄이 넘쳤다. 발크스는 의회에 도착한 모험가를 군사 대표 델파드 카스틸리온에게 안내해주었다. 모험가를 반갑게 맞이한 델파드는 곧바로 브리핑을 시작했다.




▲ 협정 체결을 고민하며 카마실비아 사절단을 모집하고 있는 델파드 카스텔리온

사실 카마실비아는 칼페온의 오랜 동맹국이었다. 과거 칼페온 북부의 트롤, 남부의 사우닐족이 폭주했을 때 그라나의 공주였던 브롤리나 오네트는 칼페온에게 원군을 보내줬다. 당시 이 일로 칼페온은 카마실비아와 '여명의 조약'을 맺었는데, 이는 추후 카마실비아에 도움이 필요하면 칼페온이 기꺼이 돕겠다는 내용이었다.

이 조약 때문에 현재 칼페온은 여왕이 된 브롤리나의 지원 요청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델파드는 왠지 모를 찜찜함을 느꼈다. 그래서 델파드는 무턱대고 카마실비아와 협정을 맺기 전에 정확한 상황을 판단할 겸 사절단을 꾸리기로 했다.

한편 사절단의 지원은 엔카로샤 상단에서 맡기로 했다. 이번 일은 엔카로샤 상단에게 새로운 교역로를 개척할 수 있는 기회였다. 카마실비아의 상황이 생각보다 괜찮다면 그들의 무궁무진한 자원을 활용하여 한 몫을 챙기려는 계획이었다.




▲ 엔카로샤 상단은 새 무역로 개척을 위해 사절단 지원에 나섰다.

모험가는 엔카로샤 상단이 준비해 둔 하늘마차에 몸을 맡겼다. 하늘마차는 발렌시아 가비냐 분화구의 최고 드워프 장인들이 만든 최첨단 비행 기구로, 그 무엇보다 빠르게 대륙 사이를 횡단할 수 있게 하는 장치였다. 하늘마차는 말과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날아올랐고, 곧 거대한 칼페온 도시가 발 아래로 흝어지며 카마실비아의 수도 그라나의 상징인 신단수 '카마실브'가 눈 앞에 펼쳐졌다.

그라나 하늘마차 승강장에선 오필리아 아이넬이 모험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앞으로 사절단을 안내하게 될 안내자였다. 자신을 브롤리나 오네트 여왕의 '미천한 발'이라 소개한 그녀는 모험가에게 먼저 아케르와 레인저 대표를 소개시켜줬다. 아케르는 카마실비아 수도를 방위하고, 레인저는 국경을 수호하는 임무를 맡은 가넬족이었다.

그라나 카마실브 아래 정교하게 꾸며진 단상 끝에는 여왕 브롤리나 오네트가 있었다. 브롤리나는 여명의 조약에 응해준 칼페온에 감사를 표한 뒤 공식적으로 군사 협력을 요청했다. 브롤리나는 '아히브'라는 세력으로부터 카마실비아를 지켜내고 싶었던 것이다.




▲ 카마실비아행 하늘마차가 날아올랐다.



▲ 오필리아 아이넬. 조사단의 자격으로 온 모험가를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 레인저 대표 헬레린스 자나 (좌), 아케르 대표 허셀 아제리엘라 (우)



▲ 카마실비아의 여왕, 브롤리나 오네트


카마실비아 전역
사절단의 자격으로 카마실비아의 현 상황을 조사하다

모험가는 오필리아 아이넬의 안내를 따라 카마실비아의 역사를 파악하고 가넬, 파푸족, 파두스족, 정령 들을 만나며 다양한 정보를 수집했다. 카마실비아는 칼페온의 예상대로 마냥 아름답기만 한 땅이 아니었고, 온갖 상처와 불안으로 얼룩져 있는 곳이었다.

모험가는 트렌트 마을의 칼페온 의회장들에게 조사 내용을 보고하기 위해 알아낸 정보들을 정리했다. 아래는 모험가가 작성한 카마실비아 조사 내용의 전문이다.

§ 실비아의 자손
역사가 기록되기 이전 태초의 시대에 신단수 한 그루가 있었다. 여신 실비아는 자연정령과 함께 그 나무에 카마실브란 이름을 붙이고, 태양과 달의 기운으로 가넬과 베디르를 탄생시켰다. 그들은 숲의 녹색과 이빨 요정의 축복을 받은, 한 배에서 태어난 자매였다.

모든 가넬과 베디르는 정령의 축복 하에 해와 달의 기운을 받고 태어났다. 하지만 고대 정령의 언어는 선택받은 여신의 딸만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이었다. 당시 선택받은 두 공주의 이름은 오리아나 오네트, 조슈아 오도어로 그들은 그란디하 항구에서 함께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이후 오리아나 오네트는 태양의 기운을 받은 가넬의 수장이, 조슈아 오도어는 달의 기운을 받은 베디르의 수장이 된다. 그들은 대자연으로 돌아간 고대 정령의 힘으로 카마실브를 수호하고 종족을 이끌었다.

그러던 어느날, 신성한 어머니의 뿌리(카마실브)를 찢고 그가 태어났다. 브후라...카헬리악! 그는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를 사용했으며 세상의 태양 빛을 마주하자마자 눈이 멀었다. 가넬과 베디르는 그에게 화살을 쐈고 저주받은 듯 썩어 문드러진 그의 몸에서 흘러나온 피는 칠흑처럼 새까맸다.

그는 자신의 피로 무언가를 그리며 웃었다. 그것은 마치 검은 태양 같았다. 그는 반드시 소멸시켜야 할 악마가 틀림없었으나 실비아의 딸들은 그냥 그를 숲 밖으로 쫓아내기로 했다. 태초부터 함께했던 정령들이 그에게서 미약한 정령의 기운이 느껴진다는 이유로 처형을 만류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정체는 훗날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카프라스다.

여신의 딸들은 카프라스의 등장으로 어머니의 뿌리 너머의 세상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가 올라오면서 뿌리 세계 너머의 문이 열린 것이다. 여신 실비아의 자손은 딸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곳은 아드위르, 곧 루트라곤이라 불리는 여신의 아들들의 세계였다.




▲ 카마실브와 관련된 검은사막 세계관. 실비아 여신의 자손은 딸과 아들이 있다.

§ 카마실비아의 세력
카마실브 이야기를 쉽게 이해하려면 먼저 카마실비아를 구성하는 존재들을 알아야 한다.

주요 세력
가넬(태양) : 수도를 방위하는 원칙주의자 아케르, 국경을 감시하는 레인저
베디르(달) : 가넬에 대항하는 아히브, 아히브가 되지 않고 숲을 떠난 다크나이트
그 외 : 파푸족 , 파두스족, 각종 정령들 (메린돌라, 폴리, 나크, 숲 로나로스 등)

주요 인물
초대 대표자 (현재 사망) : 가넬 수장 오리아나 오네트 / 베디르 수장 조슈아 오도어
첫째 공주(가넬) : 아멜리아 오네트 (전대 여왕, 브롤리나에게 쫓겨남)
둘째 공주(가넬) : 브롤리나 오네트 (현 카마실비아의 여왕)
둘째 공주(베디르) : 비오렌치아 오도어 (브롤리나와 동시에 태어남, 현 오딜리타의 여왕)
셋째 공주(가넬) : 캐더린 오네트 (비오렌치아 오도어에게 죽임을 당함)



▲ 레인저와 다크나이트는 게임 내 직업으로도 구현되어 있다.



▲ 카마실비아의 종족들. 왼쪽부터 파두스, 파푸, 이빨 요정, 버섯 정령

§ 어둠의 정령과 빛을 잃은 신단수
엘리언력 235년, 세상에 어둠의 정령이 들이닥쳤다. 그런데 이는 공교롭게도 칼페온에 검은 죽음이 덮쳤을 때와 일치한다. 그래서 현 학자들은 '어둠의 정령=검은 죽음이 형상화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어둠의 정령은 카마실비아의 초원과 숲을 모두 말려버렸고, 실비아의 딸들은 이를 막을 힘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드위르에서 루트라곤들이 지원을 위해 올라왔으나 여신의 딸들은 그들을 모두 숲 밖으로 쫓아냈다. 그들의 지도자가 앞서 쫓겨난 카프라스였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루트라곤은 그 당시 배신자가 된 카프라스를 찾으러 온 것이었다. 카프라스는 그렇게 신단수의 뿌리를 넘어온 최초의 루트라곤으로 기록되었다.

한편 베디르 수장 조슈아 오도어는 어둠의 정령에게서 그(카프라스)의 피냄새를 맡았다. 그녀는 어둠의 정령을 막기 위해 신단수 카마실브를 불태웠고, 그 때 분출된 힘으로 어둠의 정령을 몰아냈다. 뼈아프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 여왕 아멜리아 오네트의 폭정
어둠의 정령을 몰아냈지만 이미 피폐해진 숲은 회복하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보름쯤 지났을 때에는 식량 문제가 터졌고, 당시 불타버린 숲엔 나름 독하게 자란 폴리의 버섯들만이 남아있었다. 이에 가넬 수장 오리아나 오네트와 베디르 수장 조슈아 오도어는 다른 이들을 위해 음식을 양보하고 자신들은 버섯 정령 폴리에게 음식을 부탁했다.

폴리는 두 수장에게 정성스런 버섯 요리를 대접했다. 그런데 그 때 엄청난 사건이 터졌다. 폴리의 버섯 요리를 먹은 두 수장이 한날 한시에 어머니의 품으로 가버린 것이다.(사망)

충격적인 사건에 첫째 공주 아멜리아 오네트는 범인으로 폴리 정령을 지목했다. 곧 여왕이 될 그녀에게 반항할 자는 없었고, 결국 폴리는 처형당했다.

이후 여왕으로 즉위한 아멜리아는 노골적으로 베디르를 싫어했다. 아멜리아는 어머니의 유산(카마실브)을 태운 그들을 용서할 수 없었다. 아멜리아가 즉위한 뒤 카마실브 가지를 엮은 면류관을 두고 가넬과 베디르의 다툼이 시작됐을 때 아멜리아는 가넬의 편을 들었다.

당시 아케르는 여왕이 가넬과 베디르를 모두 대표하게 되었으므로 면류관에 '꽃'을 얹기를 원했다. 하지만 베디르는 이전처럼 꽃이 없는 면류관을 쓰자고 했다. 이는 결국 아케르의 뜻대로 되었고, 이후 아멜리아의 베디르 억압은 더 심해졌다.

그녀는 천마의 임금 크로그달로에게 베디르를 몰아낼 것이라는 맹세까지 했다. 크로그달로는 이런 여왕의 행동에 크게 실망했고 숲의 정령들도 수군거렸다. 실비아의 자녀들이 잃어버린 카마실브의 빛을 되찾기 위해 힘을 모으기는 커녕 서로를 헐뜯기 바빴던 것이다.

이 맹세에 반항한 일부 베디르들은 아히브라는 이름으로 계속 숲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그들은 남은 숲을 불태우며 거기서 나오는 힘을 취했는데, 이 일로 가넬과 베디르의 사이는 점점 나빠졌다.


§ 다크나이트의 탄생과 아히브 숙청
하지만 모든 베디르가 아히브인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가넬과의 전쟁을 원하지 않았다. 결국 아히브가 되지 않고 카마실브를 수호하기로 맹세한 베디르들은 다크나이트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그들은 닥쳐올 전쟁을 피해 이빨요정 레미타롱솜의 도움으로 숲을 빠져나갔다. 레미타롱솜은 과거 어둠의 정령 사건 때 폴리 숲이 불타지 않도록 보호한 요정이기도 하다.

이 때만해도 레미타롱솜은 자신의 행위가 어떤 참사를 불러올지 알지 못했다. 여왕 아멜리아 오네트는 다크나이트가 숲을 빠져나간 것에 대해 '베디르의 도주'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숲의 길을 터준 이빨요정들에게 그 죄를 물었다. 결국 레미타롱솜의 선의로 인해 수많은 이빨요정들이 숙청당했다.

그러던 와중 아멜리아를 제대로 자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둘째 공주 비오렌치아 오도어가 셋째 공주 캐더린 오네트를 살해한 것이다. 이 사건으로 온 정령들이 슬픔을 노래했다. 캐더린 오네트는 카마실브의 빛을 되찾기 위해 가장 노력한 공주이기도 했다.

한편 비오렌치아 오도어는 네 명의 공주 중에서 유일하게 달의 기운을 받은 베디르였다. 이번 사건으로 아멜리아는 본격적인 베디르 말살을 다짐했다. 다크나이트가 사라진 상황에서 아케르는 직접 아히브 토벌에 나섰고, 결국 아히브는 전투에 패해 메마른 땅으로 달아났다.


§ 여명의 환국
비오렌치아 오도어는 메마른 땅으로 달아나며 자신의 친구이자 자매인 브롤리나 오네트를 볼모로 잡아갔다. 본래 브롤리나와 비오렌치아는 서로 교환일기를 쓸 정도로 친한 사이였다. 하지만 이 일로 둘의 관계는 완전히 틀어졌다. 이제 비오렌치아 오도어는 사랑스런 동생을 죽이고 자신을 볼모로 잡은 원수였다.

그렇게 브롤리나는 무려 4년간 메마른 땅에서 볼모생활을 했다. 이후 가까스로 탈출한 그녀는 폭정을 일삼는 아멜리아 오네트를 폐위하고 아히브 역시 말살하겠다고 마음먹는다.

브롤리나는 먼저 파두스족을 찾아갔다. 그녀는 권력욕과 증오에 사로잡혀 카마실브의 빛 복원을 외면한 아멜리아를 몰아내자고 웅변했고, 파두스는 이에 감동하여 브롤리나와 손을 잡았다. 사실 파두스는 그들의 친구였던 이빨요정을 숙청한 아멜리아에게 오랫동안 불만을 품고 있었다.

그 무렵 칼페온에서 사우닐/트롤 전쟁이 터졌다. 칼페온은 카마실비아에 원군을 요청했고, 브롤리나는 수도 내의 사병을 금지하는 법규인 어머니의 낙원을 대의명분 삼아 아멜리아의 정예병력 대부분을 칼페온으로 파견했다. 그렇게 비어있다시피 한 그라나 수도에 브롤리나는 자신의 세력을 투입시켰다. 핵심 병력이 없었던 아멜리아는 무기력하게 패배했고, 잔인한 카마실비아의 여왕은 축출되었다.

이후 수도 그라나의 내각이 순식간에 브롤리나의 사람으로 가득 찼다. 순식간에 천지가 뒤엎어졌다. 사람들은 이 일을 두고 '검은 태양을 내쫓고 금빛 태양이 떠올랐다'하여 여명의 환국이라 불렀다. 그라나는 오랜만에 악흥에 취했고, 도망갔던 정령들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 아히브와 검은별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아있었다. 메마른 땅의 아히브는 점차 힘을 키워 카마실비아를 위협했다. 또한 어느날 고리나무 숲 북쪽에 떨어진 검은별로 인해 쟂빛가루가 몰려와 그곳에 주둔하던 파두스족이 이성을 잃었다. 검은별이 떨어지고 8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하얀 재와 쟂빛 안개는 씻겨지지 않았고, 가넬들은 이것이 모두 아히브의 짓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 부근에서 아히브의 사자 발자국이 발견되기도 했다.

문제는 검은별이 떨어진 부근이 칼페온의 영토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방인을 싫어하는 아케르는 특히나 칼페온 사람을 반기지 않는다. 만약 칼페온이 진작에 카마실비아를 도울 생각이었다면, 그곳의 아히브를 몰아내거나 협상을 하여 검은별 문제를 해결했어야 했다.



▲ 브롤리나와 비오렌치아가 어렸을 적 썼던 교환일기. 슬프게도 마지막 장은 피와 복수로 채워졌다.



▲ 아히브뿐만 아니라 검은별이 떨어지며 여러 문제가 겹쳤다.


트렌트 마을
조사단의 보고

칼페온 조사단의 여정은 아케르 경비 초소에서 마무리되었다. 아케르 경비대장 루시엘 모네트는 칼페온에서 온 모험가를 반기지 않았다. 특히나 오필리아 아이넬이 데려온 자라면 더 불쾌했다. '아이넬'은 아케르 안에서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욕이었기 때문이다. 루시엘은 장교로서의 최소한의 예우는 여기까지라며 오필리아 아이넬과 함께 모험가를 내쫓았다.

안내를 마친 오필리아 아이넬은 슬픈 표정으로 자신의 이름에 얽힌 비밀을 털어놓았다. 사실 아이넬은 과거 폭정을 일삼았던 아멜리아 여왕의 정예군을 부르는 명칭이었다. 즉, 그들은 아멜리아 여왕의 충신이었다. 칼페온에 파견을 나갔다가 브롤리나가 정권을 잡고 돌아갈 곳이 없어진 아이넬들은 그 이름을 버리고 투항했으나, 새 여왕 브롤리나 오네트는 그들의 이름을 고쳐주지 않았다. 일종의 낙인이었다.

브롤리나는 오히려 아멜리아를 따르던 아케르 명장들을 끌어와 아이넬의 손으로 직접 처형하게 했다. 죄목은 짧고 굵었다. 베디르 말살에 눈이 멀어버린 여왕을 방관한 죄. 한 때 같은 편이었던 동족을 모두가 보는 앞에서 죽인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었다. 그렇게 아이넬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지만, 영원히 아케르들에게 멸시를 받게 됐다.




▲ 아케르 초소 경비대장 루시엘은 칼페온과 아이넬에 대해 노골적인 불쾌함을 드러냈다.



▲ 오필리아 아이넬에게도 어두운 과거가 있었다. 지금은 모든 자존감이 바닥난 상태.

오필리아는 칼페온이 이 싸움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 했다. 아히브, 검은별, 그리고 자매들간의 불화까지. 카마실비아는 상처와 멍 투성이였다. 브롤리나는 친절하고 차분한 여왕이지만, 카마실브의 빛을 되찾지 못한 채 아히브의 땅 오딜리타로 진격한다면 남는 것은 자멸밖에 없었다. 칼페온이 이 길을 함께 걸을 필요는 없었다.

모험가는 무거운 마음을 가진 채 트렌트 마을로 돌아갔다. 그곳엔 칼리스 의회의 델파드와 엔카로샤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조사단의 결과를 보고 카마실비아와의 군사 조약 체결 여부를 결정해야 했다. 그래서 그들은 모험가에게 세 가지 질문을 했다.

첫째, 카마실비아의 최근 상황은 어떠한가? 아름다운 낙원이라는 소문과 같은가?
둘째, 칼페온이 카마실비아와 군사 조약을 맺는 게 옳다고 생각하는가?
셋째, 카마실비아와 전쟁을 벌이면 칼페온이 그 땅을 점령할 수 있겠는가?



▲ 칼페온 귀족들의 행차로 한껏 어수선해진 트렌트 마을

델파드와 엔카로샤는 모험가의 대답을 듣고 깊이 고민하는 듯했다. 더욱 생각이 필요했다. 표독스러운 자매의 내전에 개입해서 얻어갈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해야만 했다. 그는 모험가에게 맥주 두 잔을 건네주며 자신들이 회의를 진행할 동안 잠시 여독을 풀 것을 제안했다.

흑정령은 겨우 맥주 두 잔을 보상으로 받은 것에 상당히 불쾌감을 드러냈다. 칼페온의 높으신 분들이 행차해서 그런지 마을도 괜히 어수선했다. 어쩔 수 없었다. 일단 모험가는 자리를 옮겨 잠시 여유라도 가져보기로 했다.

세상 천지 거짓말쟁이가 둘 있는데 칼페온 귀족과 실비아의 딸들, 그 중에 제일은 여왕이라.
-최근 칼페온 뒷골목에서 떠도는 말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