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라오어 파트2', 19세 엘리는 무엇을 보여줄까?

인터뷰 | 정재훈 기자 | 댓글: 21개 |



2013년 6월, 7세대 콘솔의 황혼기에 '더 라스트 오브 어스'가 출시되었다. 흥미롭지만, 생각하기 어려운 수준의 소재는 아니었다. 인구의 60%가 죽거나 괴물이 되어버린 미래, 질서가 무너지고 무법이 난무하는 위험한 세계에서 주인공 조엘은 엘리의 안전을 위해 긴 여정에 올랐다. 흔하디 흔한 좀비 아포칼립스의 클리셰. 하지만 '너티 독'은 흔해빠질 수 있는 게임을 완전히 유일한 게임으로 만들 수 있는 개발사였다.

결과적으로, '더 라스트 오브 어스'는 게임 이상의 무언가로 여겨질 정도의 극찬을 받았다. 선도, 악도 아닌 회색의 어딘가에서 생존을 위해 노력하는 두 주인공, 어색함으로 시작해 유대로 이어지는 감정의 곡선, 그리고 이 모든 게임 내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준비된 너티 독의 연출 덕분이었다.

그리고 3년 후인 2016년, 2편의 개발이 발표되었고 4년이 더 지난 지금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이하 파트2)'의 출시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출시 예정일은 6월 19일. 전작 출시일로부터 정확히 7년 하고도 5일 후다.

많은 것이 바뀌었다. 소녀였던 엘리는 19세가 되었고, 조엘은 흰머리가 늘어난 50대가 되었다. 게임 내 시간으로 5년의 세월이 흐른 만큼, 세계 또한 더욱 잔혹해졌다. 주제도 바뀌었다. 전작이 생존을 위한 몸부림 속에서 싹트는 유대감을 담았다면, 이번 작품의 주제는 보다 어둡다. 폭력의 순환과 증오, 이미 예고된 '파트2'의 중심 소재다.

출시까지 3주를 남겨둔 시점. 온라인을 통해 이번 작품의 내러티브 리드(Narrative Lead)이자, 'Too old to Die Young', 'Westworld'등 TV 시리즈의 작가로 활동했던 '할리 그로스(Halley Gross)'와 짧은 시간 인터뷰를 나눠볼 수 있었다. 달라진 시대와 성장한 인물, 그리고 새로운 소재를 너티 독은 어떻게 게임 안에 녹여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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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티 독 '할리 그로스(Halley Gross) 내리터브 리드'

Q. '더 라스트 오브 어스' 이후 후속작에 대한 여러 아이디어가 있었을 텐데, 후속작의 시대적 배경과 컨셉을 이렇게 정한 이유가 있는가?

할리 그로스: 아쉽지만 내가 최고의 답을 줄 수 있는 질문은 아닌 것 같다. 나는 4년 전에 너티 독에 합류했는데, 이미 합류했던 시점에 닐 드럭만은 게임의 테마와 시나리오의 전개, 종결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머릿속에 구상하고 있었다. 물론 바뀐 부분이 많고 결말도 지금과 비교하면 매우 다르지만, 캐릭터의 컨셉이나 게임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미 다 정해져 있었다.


Q. 1편에서 이미 완벽에 가까운 결말을 보여주었다. 2편의 제작을 결정한 이유가 따로 있는가?

할리 그로스: 닐 드럭만은 '폭력의 순환'을 게임 속에 그리고 싶어했고,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감정의 격앙과 이에 따른 속죄, 그리고 굴레 속에서 자신의 마음을 굳건히 지켜줄 '정의'에 대한 생각을 '엘리'를 통해 투영하고자 했다. 엘리는 어린 시절부터 적대적인 세계에서 충격적인 경험들을 하며 성장해왔고, 이제 닐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19세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엘리의 성장 과정을 만들어가는 팀에 속해 있었다는 점에서 매우 기분이 좋다.



▲ '많이' 자란 엘리


Q. 과거 TV 시리즈의 작가로서 활동하며 유명 작품 제작에 일조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작품을 작업하면서 게임과 드라마의 차이를 느꼈나?

할리 그로스: 게임과 TV 시리즈의 제작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유사한 부분은 매우 일부에만 존재한다. 먼저 내러티브의 측면에서, 모든 이야기는 유사한 서사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다. 시작과 끝이 있고, 중요한 사건이 있고, 고조되는 갈등과 이에 대한 해소 과정이 존재한다.

그것만을 보면 TV 시리즈와 게임은 유사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다. 영화나 TV 시리즈의 경우, 작가진이 모여 대본을 쓰고 나면 그 이후는 전적으로 미술팀과 감독, 의상에 의해 결정된다.

하지만 게임은 이보다 훨씬 유기적인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너티 독의 경우 굉장히 유연한 협력 체계를 가지고 있다. 닐 드럭만과 내가 전체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낸 후, 우리는 디자이너와 애니메이터, 아티스트를과 함께 이를 살아있는 무언가로 다시 만들어냈다. 4년 전 닐이 처음 말했던 게임의 결말은 지금과는 매우 다르다.

게임은 마치 살아있는 생물을 다루듯, 유연하면서도 유기적으로, 또한 동시다발적으로 만들어진다. 시네마틱 영상을 만들고, 레벨을 디자인하고, 세부적인 수치를 정하는 모든 과정이 동시에 이뤄지면서도 서로 맞물릴 수 있는 퍼즐 조각이 되게끔 다듬어진다.


Q. 게임을 시연해보면, 게이머가 굉장히 즉흥적인 플레이를 해도 마치 이미 스크립트가 짜여 있는 것처럼 멋지게 연출되었다. 이런 뛰어난 액션은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었나?

할리 그로스: 당연히, 너티 독의 프로그래머들이 최고의 팀이기 때문이라 말하고 싶다. 개발 내내 우리 모두는 하나의 목표로 통합된 상태였으며, 그 목표는 모든 비디오 게임을 통틀어 가장 사실적이며, 고차원적인 게임을 만드는 것이었다.

애니메이터들은 캐릭터의 감정 농도에 따른 동공의 변화와 얼굴에 드러나는 홍조의 색채에 이르기까지, 모든 인간적인 면에 대해 디테일하게 조사했다. 단지 플레이어뿐만 아니라, 그리고 짧은 컷신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게임 내에서 모든 캐릭터들에게 이런 리얼리즘한 디테일이 드러나길 바랐다. 말 그대로, 우리는 이 게임이 보다 현실적으로 보일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Q. 게임의 주 테마는 증오, 그리고 폭력의 순환이다. 이 과정에서 엘리의 내적, 외적 변화는 어떻게 연출되었는가?

할리 그로스: 전작에서, 우리는 극한의 적대적 환경에서 조엘의 보호를 받으며 살아남는 엘리를 표현했다. 엘리는 꽤 시니컬하지만 가끔은 유머러스한 면을 보이며, 때로는 괴팍한 면모도 보인다. 그리고 비교적 안전한 'Jackson'에서 살아가는 4년의 세월 동안, 엘리는 조엘과 무얼 같이 보면 좋을지, 그리고 사랑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등 꽤 사소한 고민들도 하곤 했다.

어렵고 위험한 상황에서도 자신 내면의 선을 놓지 않고 유지해왔던 엘리가 이제 19살이 되었다. 세계는 더 위험해졌고, 더 비정해졌으며, 엘리 또한 이에 맞춰 바뀌었다. 우리는 엘리라는 캐릭터를 만들어가며 동시에 연구했고, 우리 모두의 일부를 엘리 안에 투영시키고자 했다. 스스로 엘리의 입장이 되어보기도 했고, 엘리가 어떤 인물이 되어야 우리가 원하는 바를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도 했다. 게임을 직접 해 보면, 이를 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Q. 그렇다면, 엘리의 변화 외에 기획 단계에서 주제를 전달하기 위해 어떤 부분에 신경을 썼는가?

할리 그로스: 이번 작품의 서사 전체를 볼 때, 엘리는 특별히 영웅이나 뛰어난 인물이라 할 수 없다. 우리가 표현하고자 했던 부분은 엘리가 자신만의 '정의'를 추구하며, 그 과정에서 다양한 난관을 마주치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이다. 자세히 하나하나 말할 수는 없지만, 엘리는 끊임없이 적대적 인물들을 마주치고, 위기를 겪지만 결코 가던 길을 되돌아가는 일은 없다.

게임 플레이 내내, 엘리는 자신을 더더욱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간다. 희생하고, 다치며, 그 과정에서 자신의 목표를 더욱 확고히 바라본다. 나는 그런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는 끈질김이 엘리에게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투쟁과 증오, 그리고 정의 구현의 과정을 표현하기 위해 말이다.

결국, 우리가 원한 궁극적인 것은 이 모든 어려움 속에서도 엘리가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계속 걸어가는 것. 그리고 그 길을 가는 과정이 결국 그녀가 원하는 길이었음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 엘리는 끊임없이 싸우고, 고난을 이겨낸다.


Q.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게임 내에 WLF와 세라파이트라는 두 집단이 존재한다. 두 집단에 대해 설명해줄 수 있나?

할리 그로스: 게임 스토리의 측면에서, 우리는 '폭력의 순환'을 그리고자 했다. 다른 대상을 괴롭히고, 그 대상은 또 다른 대상을 괴롭히는 것. 그리고, 그 순환이 멈출 수 없는 시점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다.

게임 내에서 시애틀에 도착하게 되면, 엘리는 서로 분쟁을 이어가고 있는 두 그룹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곧, 이들이 왜 서로를 비난하고, 멈출 수 없는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지 알아가게 된다. 우리가 신경쓴 부분은, 이 분쟁의 중심에 엘리의 여정을 놓는 것이었다.

게임 스타일의 측면에서 보면, WLF는 전작에 등장했던 전통적인 적들, 그리고 '헌터'와 비슷하다. 누군가 사망하면 이름을 외치며 울부짖고, 공동체는 마치 군대를 보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세라파이트는 다소 다르다. 그들은 훨씬 은밀히 조직을 유지하며, 호루라기로 의사소통을 하고 소음을 억제한 무기를 쓴다.

WLF에 대한 엘리의 감정이 '적대'라면, 세라파이트는 '미지'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엘리는 그들이 서로를 부르는 칭호도 알지 못하고, 그들이 어디에 머무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미지'는 엘리에게 또 다른 방식의 공포와 혼란, 스트레스를 준다.


Q. 2편에서도 엘리와 조엘의 관계는 이어진다. 전작에서는 둘 사이에 형성되는 유대감을 그려냈는데, 2편에서는 이 둘을 통해 어떤 것을 보여주고자 하는가?

할리 그로스: 우리가 나타내고자 했던 '순환'은 이런 거다. 폭력은 폭력을 낳고, 또다른 폭력을 만들어내며 끊임없이 반복된다. 마찬가지로 사랑 또한, 또다른 사랑과 배려를 만들고, 계속해서 선순환을 만들어낸다.

조엘과 엘리를 설정하면서, 우리는 흑백논리에 사로잡힌 캐릭터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영웅도, 악당도 없으며, 모든 등장인물은 저마다의 사연과 복합적인 면을 갖고 있다. 조엘과 엘리를 포함한 모든 인물은 각각 사랑과 유대를 느끼며, 동시에 맹렬한 분노를 드러내기도 한다.

하지만, 조엘과 엘리는 전작에서 이번 작품으로 이어지는 시나리오의 흐름을 따라 자신의 삶, 나아가 다른 이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계기를 만나게 된다. 조엘은 엘리를 만나기 전 많은 나쁜 일들을 해왔지만, 엘리를 만남으로서 삶의 구원을 얻고 긍정적인 변화를 보였다. 동시에 그는 엘리의 정신적 아버지가 되었으며, 이렇게 만들어진 그의 부성애는 엘리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그들의 관계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바는 1편과 비슷하지만 다르다. 우리는 그들의 유대와 다면적인 면모가, 세계에 영향을 주는 모습을 게임 내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준비했다.





Q. 전작의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너티 독은 '칠드런 오브 맨'과 '더 로드' 등 많은 작품을 참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작품의 주제 표현을 위해 따로 참고한 작품이 있는가?

할리 그로스: 우리는 많은 책을 읽고, 아이디어를 주고받지만, 게임 속 세계에 투영된 많은 부분은 특정 작품이나 미디어보다 일상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다.

전염병이 창궐한 이후의 세계를 바탕으로 두고, 우리는 최대한 현실적이며 개연성을 갖춘 인물을 구상해야 했다. 그리고, 그들의 모습과 행동이 현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른 이들과 유사하게끔 느껴지길 바랐다.

나는 내 친구와 가족, 스튜디오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일부를 끌어내 게임 속 인물에 투영했다. 게임 속 캐릭터들이 상식적이지 않은, 일반적이지 않은 면을 보이기보다, 그냥 그런 세계를 맞이한 주변인과 같은 모습을 보이길 바랐다.


Q. 전작의 경우 매우 뛰어난 전투 연출을 보여주었지만, 플레이 방향성이 다양하다고 볼 수는 없었다. 이번에 강화된 크래프팅 시스템을 통해 보다 다양한 전투 형태를 구현하는 것이 가능한가?

할리 그로스: 우리의 개발 목표 중 하나는 굉장히 기본적인 수준의 세계를 제공하고, 그 안에서 게이머가 원하는 방식의 플레이로 이야기를 채워 나가는 것이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시끄럽게 전투를 벌이며 게임을 진행할 수도 있으며, 조용히 숨어가며 게임을 진행할 수도 있다. 모든 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형태의 플레이를 할 수 있다.

크래프팅의 측면에서 봐도, 마찬가지로 게임의 루트가 존재하긴 하지만 이 루트에 이르는 길은 플레이 스타일에 달려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전면전을 즐기는 편인데, 실력은 별로 좋지 못해 수없이 죽으면서 익숙해진 끝에 게임을 진행할 수 있었다.


Q. 인공지능 또한 상당히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 엘리가 자동차 아래 숨을 때 적도 차 밑을 확인하는 장면을 보았는데, 이런 인공지능의 변화는 어떻게 이뤄진 것인가?

할리 그로스: 게임 내에 등장하는 모든 적은 굉장히 유연하게 사고하며, 똑똑하다. 차 밑을 확인하고, 누군가 실종될 경우 조를 짜 갈라져 수색을 시작하며, 플레이어의 행동에 유기적으로 대응한다. 누군가 사망하며 울먹이며 흐느끼고, 세라파이트는 호루라기를 통해 상태를 전달한다.

내가 알기로는 이런 부분과 관련된 NPC의 행동 및 대화 지문이 약 4,000줄에 이른다. 너티 독의 전작인 '언차티드4'가 1,200줄 정도였던 걸 생각해 보면, 이번 작품의 NPC들이 얼마나 다양한 행동을 취할 지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Q. 시간이 짧아 아쉽지만, 여기까지 진행해야 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게이머들과 너티 독의 팬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는가?

할리 그로스: 한국에 계시는 모든 게이머분들과 너티 독의 팬분들께 감사드리며,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를 플레이하고, 이를 통해 현실 속 자신의 세계도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고 있다. 여러분이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게임이 되길 바라며, 언제나 많은 관심을 주시는 것에 다시 한 번 감사를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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