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C 리뷰] 절대 죽지 않을 영화 속 주인공처럼, TES '나이트-카사'

기획기사 | 장민영 기자 | 댓글: 25개 |



한두명의 주인공-영웅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만화나 영화에서 중심 인물은 잘 죽지 않는다. 주인공이 사라지면, 이야기가 끝나버리니까. 그렇기에 보는 사람들 역시 주인공의 위기에 긴장할 수는 있어도 이대로 끝나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보게 된다.

그리고 미드 시즌 컵(MSC)에서 TES '카사-나이트'의 경기가 그랬다. 절대 질 수 없다는 확신에 찬 듯한 플레이 하나하나에 자신감이 묻어나왔다. 우승이라는 결과로 증명했기에 패기-깡과 같은 TES만의 특별한 무언가가 있어 보였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경기력이었다. 특히, TES 팀원 중 '카사-나이트'가 MSC를 많은 팬들의 뇌리에 남을 장면들로 가득 채웠다.

이런 '카사-나이트'도 MSC 이전부터 탄탄대로를 걸어온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이번 MSC에서 보여준 그들의 자신감이 더 놀라웠다.





'나이트'의 역시 많은 중국의 유망주 중에 한 명이었다. 2018 시즌부터 대회에 참가하기 시작했고, 한국 솔로 랭크에서 '띵구'로 불리며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중요한 대회에서 기존 강팀들을 꺾으며 주목받기 시작했으나 항상 중요한 경기마다 미끄러지곤 했다.

이번 LPL 스프링 역시 마찬가지였다. 수많은 슈퍼플레이로 팀의 세트 승리를 이끌더니 승부를 결정짓는 4-5세트에서 큰 실수로 우승에 도달하지 못한 것이다. 중요한 오브젝트 싸움을 앞두고 홀로 무리한 플레이를 하다가 끊기고, 마지막 세트에서는 0/3/0으로 시작해 끝내 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결국 LPL PO까진 올라가지만, 우승은 힘들어 보이는 선수 정도로 '나이트'에 관한 인식이 자리잡혀가고 있었다.

그랬던 '나이트'가 이번 MSC에선 달라 보였다. 상위 라운드에 설 때마다 작아지는 듯했지만, 이번 대회만큼은 부담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LPL 결승전의 쓰라린 패배 역시 그의 발목을 잡진 못한 것이다. 자신이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챔피언 선택부터 움직임에서 느껴졌고, 당연한 듯이 정말 우승까지 도달했다. 아래 첫 영상처럼 2:5 바론 싸움도 서슴치 않고 들어가 승리하는 고점의 '나이트' 모습을 MSC에선 꾸준히 볼 수 있었다.

이런 '나이트'의 면모는 젠지와 4강 경기에서 잘 드러났다. 블라인드 픽으로 진행되는 1세트부터 '나이트'는 에코를 선택했다. 지금까지 프로씬에서 에코는 상대 미드 라이너를 보고 맞춰가는 픽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잘 활용하기에 조건이 많이 따르기에 선픽으로 등장하는 경우는 보기 드물었다. 하지만 '나이트'는 당당하게 이를 선픽으로 기용했다. '페이커' 이상혁의 아지르를 상대로 에코를 뽑았기에 이번에도 '비디디' 곽보성 아지르 저격을 위해 뽑은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상대로 다른 픽이 나왔음에도 에코의 활약은 후반까지 건재했다. 정확히 시야를 차단한 곳에서 매복해있다가 벽을 넘어 이니시에이팅을 거는, 팀과 한 치의 오차 없는 설계로 만들어낸 '나이트'의 플레이였다.

▲ 불리한 2:5? 바론 싸움 압도하는 TES '나이트-JKL'(출처 : LPL ENG)


'나이트'의 신드라는 쉽게 풀어줘선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프로씬에서 신드라는 한타 단계에서 상대가 '공략하기 쉬운 대상 1호'다. 생존기 없는, 수동적으로 딜만 넣는 메이지이기에 그렇다. 하지만 '나이트'의 신드라는 역시 달랐다. 그냥 스킬샷-성장 정도가 다른 게 아니라 포지션부터 한타 구도를 만들어내는 능력까지, 신드라로 '이 정도 플레이가 가능했나' 싶은 장면이 자주 나왔다. 마치 잘 성장한 레넥톤인 것처럼 후방에서 나타나 한타를 지배하는 모습은 왜 상대가 신드라를 밴해야 하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렇게 '나이트'는 우승자로서 가장 멋진 한 걸음을 내디뎠다. 자신의 발목을 잡을 법한 긴장과 패배의 경험을 뿌리치고 나갔기에 이번 MSC 우승의 의미는 더 값질 것이다. 자신이 플레이하는 신드라처럼, 이젠 정말 거칠 것이 없는 행보를 이어갈 것 같다.




▲ 이토록 기뻐하는 '카사' 모습은 낯설다

"더 많은 발전을 하고 싶었는데, LMS 지역에서는 줄곧 1등을 해왔기에 저 스스로 조금 해이해졌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 걸음 더 나가길 원했고, 저에게 너무 편안한 환경과 이별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저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고, 더 열심히 달려서 더 나아진 자신을 추구하겠습니다"

'카사'가 대만에서 중국으로 넘어오면서 한 말이었다. '카사'는 대만 최고의 정글러지만, 그 타이틀에 안주하지 않고 항상 새로운 도전을 이어온 선수다. RNG에서도 LPL-MSI 우승으로 시작했지만, 서서히 성적이 떨어지면서 RNG마저 나오게 됐다. 특히, 작년 롤드컵 그룹 스테이지 탈락은 '카사'에게 아쉬울 수밖에 없다. 갱킹-바론 스틸을 성공하며 분전했지만, 자신의 힘으로 그룹 스테이지 탈락을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쉬움을 뒤로 한 체 RNG를 떠난 '카사'는 TES에서 새롭게 출발하게 됐다. 봇 라인에 '잭키러브'가 합류하면서 LPL 후반부에 확실하게 강팀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RNG 때와 달리 첫 시작부터 우승을 거두진 못했다. 한 세트 차이로 준우승을 거뒀고, 특히 오랫동안 '카사'를 대표하던 챔피언인 리 신이 1, 4세트에서 모두 패배했기에 아쉬움이 더 컸을 것이다. '옴므' 윤성영 감독 역시 결승 마지막 세트 당시 '카나비'의 리 신 픽을 말릴 정도로 LPL 상위권 팀 사이에서도 리 신에 관한 평가는 박해진 듯했다.

그렇지만 '카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MSC에서 리 신을 모스트 픽(3전 3승)으로 꺼냈다. 그리고 이전보다 확실하게 자신이 원하는 난전 구도로 게임을 이끌어갈 줄 알았다. LoL 유저들이 우스갯소리로 하는 "음파를 맞추면, 일단 날아가면서 생각한다"는 말의 이상을 실현했다고 해야 할까. '이걸 맞추고 들어가서 저걸 차네, 사네'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상대 프로게이머 조차도 예측하기 힘든 플레이를 선보이곤 했다. 플래시울브즈 시절부터 한국팀을 위협했던 그 '카사'의 모습이었다.


나아가, 이번 MSC에서 가장 빛난 '카사'의 능력은 상대의 움직임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점이다. 상대의 갱킹을 염려해 역갱킹을 설계하는 것부터 정확한 매복으로 핵심 챔피언을 먼저 끊어내는 장면이 끊이질 않았다. FPX 한타의 핵심인 '칸' 김동하의 오공을 걷어차고, 부쉬에 오랫동안 기다려 젠지 '비디디'의 아지르를 끊어주는 장면까지. 이 타이밍에 자신이 해줘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고 설계까지 하는 '카사'의 능력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LPL에 주목할 만한 팀이 한 팀 더 생겼다. 최근 롤드컵 우승팀 IG-FPX에 LPL 스프링 우승팀 JDG는 물론, 이들을 MSC에서 넘어선 TES까지 말이다. MSC가 이벤트전이라도 경기력 면에서 최근 세계 정상을 달성한 LPL 강호들을 꺾는 모습은 전 세계에 이목을 끌 만했다. 그 중심에 '나이트-카사'가 있다. 교전 중심의 화끈한 경기를 펼친다는 LPL에 관한 이상을 실현하는 선수들이다. 이전 패배의 아픔을 극복하고 승리할 줄 알았고, 이제 우승 후 더 자신감이 붙은 TES '카사-나이트'를 지켜볼 차례다.





이미지 출처 : 라이엇 차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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