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리스가 돌아온다, PC로.

인터뷰 | 박태학 기자 | 댓글: 94개 |
30대 이상 삼촌 게이머들에게 '포트리스' 아냐고 물어보자. 아마 해본 사람 꽤 많을 거다. 누가 하는걸 옆에서 본 사람까지 합치면 사실상 모르는 사람을 찾는 게 더 어려울지도 모른다. 1999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PC방에서 '스타크래프트' 다음으로 잘 나가던 게임으로 봐도 무방했다.

그리고 되게 어려운 게임이었다. 각 잡고 바람 계산해서 탄 쏘고 맞춘다는 구조 자체는 어려울 게 없지만, 인간이 맞나 싶을 만큼 신기에 가까운 샷을 연달아 쏘는 고수 유저들의 벽은 초보자가 단기간에 넘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정말 3턴 이상 버티기 어렵다. 어쩌면 한 발도 못 쏘고 죽을 수도 있다. 국민 게임에 가까웠던 '포트리스2'가 20년이 지난 지금, 마니아 중 마니아들만 하는 게임이 된 이유다.

그렇게 우리 기억속에 남은 포트리스가 본격적인 귀환을 예고했다. 원작을 만든 CCR은 아니다. 레티아드라는 다소 생소한 게임사에서 라이센스 계약을 맺고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프로젝트 명 '포트리스 V2'의 개발을 총괄하는 김충연 PD는 과거 포트리스2 블루가 보여준 손맛은 유지하되 '초보 유저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데 초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생초보도 3턴 이상 버틸 수 있는 포트리스라니, 일단 방향 제대로 짚은 건 확실하다.



▲ 레티아드 김충연 PD





포트리스, 그것도 PC판 포트리스 신작이란 것부터 의외다.

CCR과 라이센스 계약할 때부터 '스팀 기반의 PC 버전으로 출시하겠다'라고 말하고 받아온 거다. 개인적으로 탄도 대전 게임 자체가 PC에 최적화된 장르라 생각한다. 모바일로는 포트리스 특유의 타격감을 느끼기 어렵다. 그 옛날 감성, 스페이스바 눌러 게이지 채워서 원하는 위치에 포탄을 딱 맞출 때 주는 그 쾌감 같은 거.


그렇다면 왜 '포트리스'를 선택했나.

누가 뭐래도 2000년대 초반 국내 게임시장에서 한 축을 차지했던 게임 아닌가. 또, 게임플레이로 볼 때 포트리스는 지금 세대 유저들에게도 충분히 통할 거라 생각한다.

탄도 대전 게임은 외국에서도 꽤나 유명한 장르다. 다만, 과거 게임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게임플레이 면에서 큰 발전은 없었다. 잘 쏘고, 잘 맞추고... 결국은 센 포탄 먼저 잘 맞추는 유저가 이기는 게임이다. 물론, 이게 탄도 대전 게임의 핵심인 건 맞지만, 이를 좀 더 트렌디하게 다듬고 요즘 유저들에게 선보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시작하게 됐다.

아, 정확히는 '포트리스2 블루'를 베이스로 했는데, '포트리스 시대'를 열어준 게임이라 당시의 영광을 재현하는 걸 개발 비전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물론, '포트리스 V2'의 게임플레이 요소가 블루 버전과 완전히 똑같다는 말은 아니다. 블루 버전도 충분히 완성된 게임이기는 하나, 재미 면에선 '포트리스3 패왕전'이 앞서는 부분도 있다. 우리는 블루의 공정성과 패왕전의 재미를 함께 구현하는 게 목표다.



▲ 30대 이상 게이머라면 누구나 아는 그 이미지.


레티아드가 생각하는 '포트리스2'만의 특징은?

가장 대표적인 게 '고각샷'이 아닐까 싶다. 화면 위로 훌쩍 날아가는 샷을 쏴서 맞췄을 때의 쾌감은 요즘 게임에서도 느끼기 어려운 '포트리스2 블루'만의 강점이다. 또, 각 탱크의 포탄마다 특징이 강했던 점도 당시 기준으로 신선한 요소 중 하나였다.


포트리스가 2000년대 초반엔 하나의 문화 수준이었던 건 사실이지만... 그게 벌써 20년 전 얘기다. 요즘 유저들은 포트리스가 생소할 수 있는데.

게임플레이가 워낙 심플해서 트렌드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거라 본다. 여기에 좀더 전략적으로 고민할 수 있는 부분을 첨가한 방식이라... 현 세대 게이머들은 기존의 쉬운 플레이를 기반으로 정확한 포지션과 스킬 등의 요소를 강조해 게임으로 끌어들이고자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래픽이 현대적인 느낌은 아니다. 의도한 부분인지.

과거 포트리스의 2D 감성을 최대한 살리고자 했지만... 사실 내부에서도 고민중이다. 게임플레이 자체는 트렌드에 맞춰 만들고 있다지만, 외형을 과거 2D 느낌으로 만드는 게 맞는지. 요즘 나오는 2D 게임들 보면 레트로 풍 도트 그래픽이지, 포트리스 시리즈의 그 2D 느낌은 아니다. 좀 다른 형태로 만들까, 아예 3D로 만들까, 이런 고민도 하고 있다. 시간과 비용이 좀 들긴 하겠지만, 난이도 자체가 어려운 작업은 아니다. 일단은 2D든 3D든 유저들이 최대한 쾌적환 환경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 생각이다.



▲ "핵심은 유저들의 쾌적한 게임플레이"


외국 게이머들에게 익숙한 탄도 대전 게임으로 '웜즈' 시리즈가 대표적인데, 이것도 포트리스와는 상당히 다른 게임플레이를 보여준다. 어떻게 공략할 계획인가.

웜즈, 쉘 쇼크(Shell shock)가 서구권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탄도 대전 게임이다. 그 이전과 이후로도 간간히 신작이 나왔고, 그중엔 타워디펜스 시스템 넣는 등 나름 새로운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탄도 대전 게임 특유의 허들을 극복하지는 못했다.


어떤 허들인가.

'쏘고 맞춘다'의 비중이 너무 크다. 즉, 초보자는 아무리 노력해도 고수를 이길 수 없다. '포트리스 V2'는 초보자도 초보자만의 게임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 기존 포트리스 시리즈보다 팀파이트가 강조되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팀파이트 강조? 탄도 대전에서 팀파이트라니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데.

딱 이렇게 설명하면 될 것 같다. 힐러 탱크가 있다. 쏘고 맞추는 데 자신 없는 유저들은 이런 탱크를 고르면 그 나름대로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상대방 공격 방어하거나 아군 체력 보충해주고, 혹은 아군에게 쉴드를 걸어주는 탱크도 있다. 아군이 쏘는 포탄의 대미지가 더 크게 들어가도록 상대방 팀에 디버프를 걸어주는 탱크도 있고. 탄 종류는 탱크 당 3개씩 배분돼 있다.

일종의 CC기를 가진 탱크들이 있고, 이런 탱크들의 연계가 유연할수록 팀파이트 승리 가능성도 올라간다. 맞추는 게 재밌는 게임이지만, 초보 유저들은 잘 맞추는 거 자체가 어렵지 않나. 버튼 누르면 내 탱크 주변으로 아군들이 혜택을 받는다던가 하는 시스템은 사격 실력과 크게 연관이 없다. 이런 시스템을 통해 각자 자기만의 포트리스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 "각 탱크의 역할이 뚜렷하게 구분되어있는 게 '포트리스 V2'의 특징이다"


각 탱크당 특성이 뚜렷하고 연계가 강조된다면 '필승 조합'이 생길 가능성도 있는데.

생길 수 있고, 그게 당연한 거다. 몇몇 탱크 조합이 너무 강하면 유저들 피드백 듣고 밸런스 패치로 조정하면 된다.


의도적으로 트롤링을 하는 유저나 핵 프로그램 사용 유저는 어떻게 처리할 생각인가.

다른 팀플레이 기반 게임도 마찬가지지만, 유저가 대놓고 그런 짓 하는걸 게임사가 미리 막을 수는 없다. 이를 예방할 해결책이 나온다 하더라도, 그걸 적용할 시 게임의 본질을 해칠 가능성도 있다. 결국 개발 단위의 해결이 아닌, 운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다수에게 해가 되는 행위를 했다면 단호한 제재 조치를 취할 것이다.

포트리스의 경우 플레이 구조상 핵 프로그램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개발팀이 100% 막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고, 이또한 운영으로 풀 계획이다. 다만, 핵으로 인한 극단적인 상황이 잘 나오지 않도록 게임플레이 단위부터 최대한 대비해나갈 생각이다.

우리가 아는 유명 탱크도 그대로 등장하나. 인민탱, 미사일탱, 멀탱, 캐논...

걔넨 다 나온다. 예전 느낌은 갖고 있되, 좀 더 특수한 기능을 부여하려고 생각 중이다. 안 그러면 기존 이미지에 매몰될 것 같다. 캐논만 봐도, '밸리 캐논전'은 거의 포트리스 그 자체라 봐도 무방할 정도니까. 참고로 캐논의 빨콩은 그대로 있다. 대미지도 세서 딜러로서의 역할을 확실히 할 거다.


그럼 신작에선 밸리 캐논전 안 되나.

기본 모드에선 한 팀에서 똑같은 탱크를 2대 이상 고를 수 없다. 안 그러면 획일적인 플레이가 나오니까. 물론, 유저들이 설정한 커스텀 모드로는 얼마든지 플레이 가능하다.



▲ "밸리 캐논전은 유저 모드에서만 가능하다"
이미지 출처- 포트리스2 유튜브


아, '슈탱'은 있나?

없다. 출시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탱크를 추가할건데, 그럴 경우 슈탱이라는 존재 자체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슈탱은 어느 정도 밸런스 파괴를 승인하고 그 판 잡을 기회를 주는 건데, 그런 건 우리 개발 방향과 안 맞는다.


상점은 그대로 있는지.

'포트리스 V2'에는 아이템 구매하는 상점이 없다. 대신 공용으로 사용하는 보조무기가 있다.


탱크별 스탯이나 스킬을 강화하는 시스템도 있나.

시리즈 최근작인 '포트리스 M'에 그런 요소가 들어갔는데, 그걸로 각 탱크의 개성이 더 뚜렷해지지는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개인적으로는 포트리스에 이런 성장 요소가 끼는 순간, 페이 투 윈으로 비춰질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계정 성장에 따른 보상은 있을 수 있지만, 탱크 능력치가 성장한다던가 스킬 대미지가 높아져서 전투에 영향을 준다던가 하는 요소는 없다.


포트리스2 블루의 턴제 시스템은 딜레이 개념 덕분에 기존 턴제 게임과는 매우 다른 양상을 보여줬는데 이건 어떻게 구현했나.

상대방보다 탄 빨리 쏘고, 딜레이 덜 먹는 아이템 쓰면 다음 턴 순서 빨리 돌아오고, 심지어 연속으로 2번... 포트리스 레드의 경우 최대 3번까지 이어서 턴 들어오는 게 포트리스만의 딜레이 시스템이었다. 요즘 유저들에겐 이 개념을 설명해도 쉽게 이해하지 못 하더라. 자기 사격 순서가 밀리는 페널티는 요즘 게임들에서도 보기 어려우니까 그런 듯 하다.

일단 '포트리스 V2'도 딜레이 시스템은 그대로 간다. 다만, 운용 방식이 좀 달라졌다. 턴을 라운드 방식으로 운영해서 딜레이로 이득 본 사람이 다음 라운드에서 좀 더 빨리 쏠 수 있지만, 연속으로는 불가능하다. 즉, 한 라운드에 모든 유저가 무조건 1발은 쏜다. 화력이 센 무기를 쓴다던가 하면 다음 라운드에서 순서가 뒤로 간다고 보면 된다.


회오리 기둥, 불 기둥 같은 건 그대로 등장하는지, 그리고 이전에 없던 새로운 시스템도 들어가는지 궁금하다.

회오리, 불 기둥은 그대로 나온다. 또 지금 내부적으로 중립 오브젝트 추가 도입을 테스트해보고 있다. 중립 몬스터를 비롯한 오브젝트가 나올 시 실제 경기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체크 중이다.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다른 환경적 요소도 앞으로 더 연구해볼 계획이다.



▲ 불기둥은 이제 정말 '불'기둥 느낌이 난다


정식 서비스 버전은 패키지 판매인가, 아니면 부분유료화인가.

정말 고민 많이 했는데... 일단은 패키지로 갈 생각이다. 대전 게임은 공정한 룰이 최우선이다. 그러려면 당연히 페이 투 윈 구조가 없어야만 한다. 예전에 게임 공개하고 기사 나갈 때도 거기 댓글에 '패키지로 내는 게 나을 것 같다'는 내용이 있었다. 우리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고 믿는다.


그럼 이후 업데이트는 DLC 개념인가?

일단은 유료 DLC로 나가는 게 최선이라 본다. 그보다 중요한 건 업데이트가 어떤 형태던 간에 룰의 공정성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거기에 맞춘 최적의 형태를 지금도 계속 찾고 있다.


스팀 출시 이후 콘솔이나 모바일 플랫폼으로 나올 가능성은?

콘솔은 어느 정도 생각 중이다. '포트리스 V2'는 패드 조작도 염두에 두고 있다. 진동에서 오는 손 맛이 있으니까. 패드 지원이 현실화된다면 조작 체계를 공유하는 콘솔로 이식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그리고 모바일 플랫폼은 아직 출시 계획이 없다.



▲ "샷 적중 시 패드로 전해져오는 진동의 손맛도 구현하고 싶다"


정식 발매 전 얼리엑세스로 미리 선출시할 계획도 있나.

얼리엑세스 출시 한 뒤, 정식 출시 전까지 최대한 많은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개인적으로 이전 포트리스 시리즈들은 유저 의견을 듣는 데 약간 인색한... 다소 딱딱한 운영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진짜 이것만큼은 약속할 수 있다. 게임을 만드는 건 우리지만, 게임의 재미를 완성하는 건 유저들이다. 유저들의 취향과 생각, 아이디어와 충고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걸 듣기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얼리엑세스까지 서둘러 가고 싶다.


점 찍어둔 출시 예상 시점은 언제인지.

일단 올해 말까지 얼리엑세스로 출시하는 게 목표다. 정식 발매는 내년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식 출시일 기준으로 맵과 탱크는 총 몇종까지 구현할 계획인가.

맵은 최대한 줄일 생각이다. 여러 개 만든다 해도 유저들이 주력으로 플레이 하는 맵은 1~2개 정도다. 다만, 맵이 단순하거나 기믹이 부족할 경우 플레이 스타일이 고착화될 수 있으므로, 하나의 맵을 만들더라도 최대한 다양한 탱크가 활약할 수 있게끔 디자인 할 예정이다.

탱크는 얼리엑세스 시점을 기준으로 6대가 들어가고 테스트 진행 중 최대 12대까지 선제공할 예정이다. '좀 적은 거 아냐?'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포트리스 V2'의 탱크들이 기존 시리즈에서 봤던 탱크들과는 플레이 스타일이 많이 다르기에 내린 결정이다. 탱크 하나 하나 보면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개발 의도대로 유저들이 플레이하는지 보고 판단하고 수정하려면 12대가 적정선이라 생각했다. 레티아드가 소규모 게임사인 만큼, 무리해서 짜내는 것보다는 우리가 가진 능력 안에서 최대한 재미있게 만드는 게 옳다고 믿는다.



▲ 탱크는 얼리엑세스 출시 기준으로 6대까지 선보일 계획


BGM의 경우 전작 곡들을 그대로 가져오는지, 아니면 아예 새로운 신곡을 넣을 생각인지 들어보고 싶다.

BGM은 포트리스의 상징이기에 리마스터해서 그대로 가져올 생각이다. 그걸 버리긴 너무 아깝다. 틀어놓으면 정겹지 않나(웃음).


ELO 같은 등급 시스템도 있는지.

등급 시스템도 적용 예정이다. 개인의 업적에서 성취감을 맛볼 수 있도록 여러가지 장치를 고려 중이다.


포트리스 시리즈를 기억하는 유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게임 공개 소식 나가고 난 뒤, 우리를 CCR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걸 느꼈다. 우린 CCR의 포트리스 라이센스를 받아서 신작을 만드는 회사일 뿐, CCR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한다. 아예 다른 회사고, 아예 다른 개발 및 서비스 정책을 갖고 만들어보자 해서 모인 사람들이다. 포트리스는 분명 더 잘 될 수 있는 IP였는데 그 정도까지 크지 못한 게 아쉬웠다. 현재 트렌드에 맞춰 열심히 개발하고 있으니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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