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식 출범한 인디게임협회 "다음 목표는 인디게임 전용 포털, 마켓"

인터뷰 | 윤홍만 기자 | 댓글: 11개 |
지난 5월 7일, 한국인디게임협회가 경기도청의 정식 승인을 얻고 사단법인으로 공식 출범했다. 2017년 설립된 지 약 3년 만이다. 해야 할 일, 목표는 달라지지 않았지만, 사단법인으로 공식 출범한 이상 한국인디게임협회의 행보에도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지금까지 인디게임 세미나, 서강대 창의인재사업, 플레이엑스포 인디오락실 등을 운영하며 국내 인디게임사에 다양한 지원을 이어온 한국인디게임협회다. 많은 지원 사업을 이어갔으나 여전히 아쉬움은 있었다. 임시단체로 활동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과연, 사단법인 출범이라는 큰 산을 넘은 한국인디게임협회의 다음 목표는 뭘까. 한국인디게임협회의 최훈 협회장을 만나 다음 행보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다.



▲ 한국인디게임협회 최훈 협회장


Q. 최근 사단법인으로 공식 출범했다. 국내 인디게임사 지원 사업에도 더 힘이 실릴 거라고 기대해도 될까.

이전에도 진행하던 여러 행사에 중소 게임사들이 참여할 때 최대한 부담이 없도록 하는 게 목표였다. 플레이엑스포를 예로 들자면 참가자들 모두 10원도 안 들게 하자고 해서 부스비부터 시연 PC, 스마트폰, 포스터, 심지어는 점심 식대까지 전부 지원했다. 아직 확정된 건 없지만, 사단 법인이 됐으니 앞으로 지원도 더 늘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한편, 기존에 하던 사업에 힘을 싣는 것 외에도 아예 새로운 프로젝트들도 준비할 생각이다. 모바일 게임 경쟁이 심화함에 따라 중소 게임사들이 많이 없어졌는데 반대로 인디게임 개발자들은 늘었다. 그래서 사라진 중소 게임사의 자리를 대체할 인디게임사들이 더욱 늘어날 수 있도록, 성장 원동력을 인디게임 협회가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Q. 내외부적으로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궁금하다.

사단법인으로 공식 출범했지만 크게 변한 건 없다. 거의 똑같다. 다만, 사단법인이 됐으니 앞으로의 사업에 대한 기획과 그 기획을 도와줄 디자이너를 세 명 정도 더 채용해서 조직 운영을 더 튼튼하게 할 예정이다.


Q. 아예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라고 했는데, 어떤 프로젝트인지 자세히 듣고 싶다.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기에 앞서 최근 인디 개발자들이 어떤 자세로 게임을 개발하는지부터 알아야 할 것 같다. 흔히 인디 개발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게 뭔가 하면 많은 분이 마케팅 쪽으로 도움이 필요하지 않으냐고 반문한다. 하지만 아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런 경우가 많았으나 요즘은 아예 개발 초기부터 마케팅은 어떻게 하고 BM을 비롯한 사업적 요소까지 어떻게 할지 다 계획을 잡아둔다. 그런데 대부분의 지원 사업은 그런 부분에 대한 트렌드를 반영하지 않고 몇 년간 그대로 유지됐다. 그저 개발비, 개발 공간, 그리고 마케팅에 대한 지원만 해주면 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 출처 : 게만아TV-게임만드는아빠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제는 일반 기업 못지않게 체계적으로 접근한다. 예전에는 그저 게임이 좋아서 내가 원하는 게임을 만드는 거였다면 지금은 먹고살기 위해, 생계와 관련됐기에 그에 대한 수준이 높아진 거다. 이러니 지원사업 역시 기존에 하던 걸 그대로 하는 게 아니라 변화한 개발자들의 트렌드를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현재 인디 개발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아무래도 화제성이 아닐까 싶다. 워낙 실력들이 좋아져서 요즘 인디 게임들은 크게 흠잡을 게 없다. 하지만 IP라거나 이런 부분에서 화제성이 부족해 잘 만들었는데도 불구하고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지는 게임들이 여전히 많다. 그렇기에 순수하게 마케팅에 대한 지원만이 아니라 IP를 지원해줌으로써 자연스럽게 화제에 오르도록 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고민 중이다.

최근에는 대기업들도 하이퍼 캐주얼에 관심을 기울이는 분위기인 만큼 어느 정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대표적으로는 신비 아파트를 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실제로 나름 괜찮은 성과를 거두고 있어서 인디 게임에 유명 IP를 접목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되지 않을까 싶다.

▲ 출처 : DAERISOFT 유튜브

이런 지원 사업의 변화 외에도 인디 개발자들을 한 데 아우를 수 있는 커뮤니티에 대해서도 고민 중이다. 인디라나 인디터 외에도 정보 공유 채널이 한두 개가 아니다. 요즘에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이 가장 인기인데 많은 방은 400~500명이 넘는다. 그래서 이렇게 파편화된 인디 개발자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포털(사이트)를 만들면 좋지 않을까 생각 중이다. 인디 게임만을 위한 전문 웹진으로, 이렇게 모아놓으면 정보 공유는 물론이고 사이트가 알려지면 해외에도 게임을 알리는 데 더 도움이 되고 궁극적으로는 해외 진출의 교두보도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Q. 여러모로 인디게임사에게 힘든 시기 같다. 대형 게임사들의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상황이기에 인디 게임들이 낄 자리가 없을뿐더러 코로나19라는 악재까지 겹쳤다. 이런 상황에서 인디게임사들을 위한 어떤 지원 정책을 준비 중인지 듣고 싶다.

아무래도 당장 필요한 지원이라고 하면 자금적인 지원일 텐데 이런 부분에 대해선 협회가 당장에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게 있다면 아직은 코로나19로 인해 개발이 중단됐다거나 하는 그런 얘기가 들려오지 않는다는 부분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도움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대기업들이 인디 게임을 퍼블리싱하며 상생하는 그런 사례가 늘어난 덕분이 아닌가 싶다.



▲ 대기업이 퍼블리싱한 대표적인 인디게임 '스컬'


Q. 인디 게임 전문 포털을 만들 계획이라고 했는데, 그에 앞서 인디플을 좀 더 키우고 다듬는 작업이 필요할 것 같다. 거의 안 알려지지 않았나.

사실 지금에야 하는 얘기지만 사단법인을 만들기까지의 과정을 좀 쉽게 생각한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출범 후 인디플을 알리고 이를 기반으로 포털로 넘어가는 과정을 순탄하게 생각했는데 출범까지의 시간이 예상보다 더 걸렸다. 원래는 작년 10월, 11월쯤이면 될 줄 알았는데 부족한 게 많아서 이를 보완하다 보니까 5월이나 되어서야 출범하게 됐다. 한편, 지금도 여전히 정리해야 할 것들이 많아서 남은 작업들을 정리한 후에야 인디플 작업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

인디플이 어느 정도 정리된 후에는 본격적으로 포털 작업에 집중할 생각이다. 올해 안에는 기획을 완료할 예정인데, 협회 혼자서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라서 여러 사업체를 만나보고 있다. 아마 본격적으로 오픈하고 운영하는 건 내년 하반기가 될 것 같다.


Q. 인디 게임 전용 포털이라고 하니 itch.io가 떠오른다. 게임을 배포하는 창구 역할도 겸할 생각인가.

협회는 비영리 단체이기 때문에 중간에 수수료를 취하는, 그런 식의 배포 사업은 진행하지 않을 생각이다. 다만, 배포하지 않더라도 포털이 생기면 그로 인해 인디 개발자들이 이익을 얻는 부분은 있을 거로 생각한다. 실제로 해외 퍼블리셔 중에서도 한국의 인디 게임이나 하이퍼 캐주얼 게임들을 원하는 곳이 많다. 그런데 아무래도 파편화되어 있다 보니 해외에서 접촉하기 힘든 경우가 많고 계약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더러 있다. 많이 전문화됐다지만 계약에서 실수가 발생해 피해를 보는 경우다.

포털 오픈에 앞서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협회는 한국 개발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도움을 주는 차원에서 퍼블리싱 계약 시 개발자 편에 서서 제대로 된 계약이 맞는지 검수하는 작업을 준비 중이다.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국내 인디 게임의 글로벌 진출에도 교두보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 전 세계 수많은 인디 게임들이 올라오는 itch.io


Q. 혹시 준비 중인 또 다른 프로젝트는 없나.

아직 공개하기 어려운 프로젝트를 포함해서 2~3개 정도 기획 중이다. 그중 하나가 조금 전에 말한 게임 배포에 대한 답이 될 수 있는 인디 게임 전용 로컬 마켓이다. 해외 사례를 찾아보니 인디 게임 전용 로컬 마켓이 은근히 있더라. 구글이나 애플과 달리 순수 인디 게임만 올라오는 마켓으로 경쟁률이 덜하고 인디 게임을 좋아하는 게이머는 딱 취향의 인디 게임들만 찾아볼 수 있으니 여러모로 수요는 충분하리라 생각한다. 다만, 아직은 이에 앞서 포털 등 해야 할 작업들이 있는 만큼, 로컬 마켓에 대한 건 좀 더 프로젝트들이 진행된 후에 진행할 계획이다.


Q. 여러 사업을 진행했는데 인디게임사들이 가장 호평한 지원 사업은 어떤 건가.

플레이엑스포가 가장 평이 좋았던 것 같다. 실제로 올해 플레이엑스포 개최가 취소돼서 아쉽다는 얘기도 더러 드릴 정도다. 실제로 도움이 되느냐고 물으면 게임을 홍보할 수 있으니 당연히 도움이 된다는 얘기와 함께 참가에 대한 부담이 적어서 더 좋다고들 한다.

물론, 단순히 참가비 전액 지원, 마케팅 때문만은 아니다. 여러모로 인디 게임 개발이라는 게 고독한 싸움 아닌가. 그렇다 보니 단순한 외로움 외에도 실제로 게임이 어떻게 보일지 개발자로서도 확신이 들지 않을 때가 있다. 지인들에게 테스트를 부탁하는 경우도 있지만, 한정적인데 플레이엑스포에선 유저들의 날것 그대로의 반응을 볼 수 있으니 좋다는 것과 그 결과 퍼블리셔와 매칭될 수도 있어서 좋다고들 한다. 올해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취소한 만큼, 내년에는 더욱 알찬 행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Q. 다양한 지원 사업을 진행, 준비 중일 텐데 아무래도 게임사에게 가장 와닿는 건 자금적인 부분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몇몇 유명 인디게임사나 팀이 여러 지원을 이유로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하거나 하지 않나. 한국인디게임협회가 이런 부분에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협회가 가장 하고 싶은 게 사실 그런 사업이다. 정확히는 협회가 직접 자금을 지원하는 건 힘드니 정부지원사업과 연계해 중간에서 인디 개발자들의 매칭을 지원해주는 쪽으로 나아가면 좋지 않을까 싶다. 그 외에도 자금이 필요해 기술 보증 기금 대출을 받는 스타트업이 더러 있는데 이게 잘 알고 받으면 좋지만,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받으면 여러모로 곤란한 경우에 처할 수가 있다. 그래서 이런 기술 보증 기금 대출을 어떻게 받아야 좋을지 조언을 한다든가 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다만, 정부지원사업 같은 건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그런 게 아닌 만큼, 일단 한 단계씩 천천히 나아가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Q. 최근에 문체부에서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인디게임 개발 지원에 대한 얘기도 조금은 있었던 것 같은데, 이와 관련해서 준비 중인 새로운 사업은 없나.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과 관련해서 준비 중인 사업은 없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최근에 인디 게임 지원 사업이 많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인디게임 패스트트랙이라고 해서 서울시와 SBA(서울산업진흥원)이 진행 중인 사업이 있으며, 성남에서는 인디크래프트를 준비 중이다. 여기에 경기도는 매년 게임 창조 오디션을 진행해온 만큼, 협회는 이러한 기존 사업들을 토대로 부족한 부분에 대한 지원을 고려하는 게 더 좋다고 판단하고 있다.


Q. 등급분류 심의가 인디 게임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의견도 있다. 특정 규모 이하의 게임이라면 심의를 안 받아도 되게 한다든가 해서 좀 더 다양한 게임이 나오도록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심사에 대한 절차나 소요시간이 걸리는 부분을 어떻게 해결해주면 좋을 것 같다. 어려운 숙제지만, 예전부터 계속 나온 문제인 만큼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다만, 심의 자체를 안 받아도 되게 하기보다는 규모에 따라 심의비를 단계적으로 책정하는 게 지금으로선 가장 효율적이지 않을까 싶다. 엔진 개발사의 정책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 유니티는 매출이 연 1억 이하인 개발사에 한해서 엔진 라이센스 비용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유니티 로고가 뜨는 정도로 딱히 거부감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처럼 차등을 주면 인디 게임을 개발하는 개발자들이 늘 테고 궁극적으로는 인디 게임 생태계 역시 더욱 건강해질 거라고 본다.


Q. 인디를 떠나 개발자 양성을 위해 준비 중인 교육 사업 같은 건 없는지 궁금하다.

산학 협력과 관련해서 준비 중인 게 있다. 아까 인디 개발자들의 실력이라던가 여러 부분이 예전보다 더 발전했다고 했는데 대학 커리큘럼이랄까, 이런 부분에서도 바뀐 점이 더러 있다. 예전에는 졸업 후 취업을 목표로 교육 과정을 진행했는데 요즘은 졸업 후 학교의 도움을 받아서 창업하는 케이스도 늘고 있다. 다만, 아쉬운 게 있다면 아무래도 학교에서 지원하다 보니까 잘되는 부분도 있지만, 업계 트렌드랄까 그런 부분이 반영되지 않아서 사업적인 측면에서 아쉬운 부분들이 더러 보인다. 협회가 함께한다면 이런 업계 트렌드를 좀 더 잘 반영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Q. 협회의 행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인디 개발사가 많을텐데 그들을 위해서 한마디 부탁한다.

먼저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 공식 출범했지만, 아직도 협회에 대해서 잘 모르는 분들이 많다. 도와드리고 싶어도 협회를 모르니 우리가 접근할 수도 없는 형편인 만큼, 주변에서 혹시 협회에 대해 잘 모르는 인디 개발자가 있다면 협회에 대해서 알려주면 좋겠다.

그리고 협회는 우리의 소유물이 아니라 협회원 모두의 것이라는 걸 이 자리를 빌려 전하고 싶다. 우리의 목표는 인디 개발자들과 함께 상생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설명한 다양한 사업과 프로젝트 모두 이를 위한 것이며, 이런 협회의 지원 아래 더 많은 양질의 게임들이 나오길 바란다. 그 결과 인디 게임이라는 게 가난한 게임이 아닌 개성을 갖춘 게임이라는, 게임계의 아티스트라는 측면으로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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