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연] '사이버펑크 2077', 4시간 체험기

리뷰 | 정재훈,윤서호 기자 | 댓글: 54개 |



얼마 전, CDPR은 세계 각국의 미디어 및 스트리머들을 대상으로 '사이버펑크 2077(이하 사이버펑크)'의 핸즈온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데모 버전이 아닌 약간의 제약이 가해진 정식 출시 버전으로 말이죠. 물론, 이 제한적 체험만으로 사이버펑크의 모든 것을 말씀드리기는 어려울 겁니다. 플레이 시간은 고작 네 시간이었고, 플레이 도중 갈리는 분기점과 이에 따른 여러 경로를 모두 플레이하기란 불가능했으니까요.

이번 체험기는 두 개의 파트로 나뉘어 있습니다. 첫 파트는 최대한 객관적으로 시연 당시 볼 수 있었던 게임과 관련된 정보를 정리할 에정입니다. 그리고 파트2에서 주관적으로 게임에 대한 감상을 정리해볼까 합니다. 이미 몇몇 스트리머가 NDA를 깨고 게임 관련 내용을 유출하는 바람에 김이 좀 새긴 했습니다만, 읽는 것 만으로 '사이버펑크'가 어떤 게임인지 파악은 하실 수 있게끔 최선을 다 해 적어보겠습니다.





파트1 - 직접 해 본 '사이버펑크'


1. '사이버펑크'의 세계

'사이버펑크'를 접하기에 앞서, '나이트 시티'를 먼저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이트 시티는 사이버펑크의 원작인 '사이버펑크 2020'부터 설정되어 있던 게임의 무대로, 굉장히 복합적인 면을 가진 대도시입니다. 세 개의 거대 기업이 이 도시를 주름잡고 있으며, 도시의 치안과 공권력 또한 이들과 한 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하층민에 대한 복지 따위는 찾아볼 수 없으며 대다수의 하층민은 자극적인 싸구려 콘텐츠에 길들여진 쾌락주의자들입니다.



▲ 게임 속 무대인 '나이트 시티'의 모습

이 '나이트 시티'를 먼저 알아야 하는 이유는, '사이버펑크'라는 게임의 테마가 녹아 있는 무대이기 때문이며, 동시에 CDPR이 게임을 개발하면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게임 내에서 나이트 시티는 현실의 대도시가 끝까지 타락하면 이렇겠구나 싶은 모습입니다. 도시 전역이 고층 빌딩으로 도배되어 있고, 쓰레기 뭉터기가 널부러져 있는가 하면, 땟국물이 줄줄 흐르는 부랑아들이 반쯤 약에 취한 모습으로 걸어다닙니다. 그러면서도, 중산층은 깔끔한 양복을 입고 리무진을 탄 채 이 쓰레기더미 도시를 가로지르죠.

길게 볼 것도 없이, 딱 30분만 도시를 돌아다녀 봐도 사이버펑크의 세계가 얼마나 잘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습니다. 나이트 시티를 위시한 사이버펑크의 세계관은 완벽하게 테마에 맞춰 설계되어 있습니다. 어쭙잖은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강요도 없습니다. 타락한 거대 도시의 모습을 날 것 그대로 드러냈죠.



▲ 도시 곳곳을 수놓은 네온 불빛이 분위기를 한층 더 올립니다.

웬만하면 감추는 성(性)에 대한 금기도 없습니다. 캐릭터 생성 창부터 적나라하게 성기를 설정해줄 수 있고(심지어 모양이나 크기 조절도 됩니다...) 모자이크는 당연히 없습니다. 도시 곳곳에 성노동자가 존재하는가 하면, 길거리에 온갖 성인 용품(...)이 널려 있습니다. 뭔지도 모르고 아이템은 보는 대로 주웠는데, 인벤토리 정리하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간판만 바꾸면 바로 성인용품 매장을 차려도 되겠더군요. 무슨 놈의 돌기는 또 그리 많은지... 그런가 하면, '사이버펑크' 본연의 테마도 충실히 담겨 있습니다.

주인공을 포함한 시민 대부분은 몸에 기계 부품을 달고 있습니다. 이미 영상을 통해 공개된 접이식 칼날인 '맨티스 블레이드'는 이 게임의 테마를 잘 보여주는 장치입니다. 사람 몸 속에 그만한 칼날이 숨겨져 있는데, 역으로 접힌 그 모양새가 굉장히 폭력적으로 생겼습니다. 최소한의 예술적 요소도 없이 '폭력'이라는 개념을 무지막지하게 쏟아부은 모습입니다. 안구를 바꿔 끼우는 과정에서 아직 안 넣은 안구로 내 몸을 바라보는 경험도 할 수 있으며, 캐릭터 탭으로 넘어가면 대뇌 피질부터 다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강화 장치 슬롯을 볼 수 있습니다.




▲ 가장 '사이버펑크'스러운 무기인 맨티스 블레이드

뒤통수에는 '샤드'를 꽂는 단자가 달려 있는데, 이 곳에 콘텐츠 샤드를 끼워 넣음으로서 가상 속에서 다른 이들의 경험이나 만들어진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죠. 이게 앞서 공개했던 '브레인 댄스'입니다. 나이트 시티의 하층민들은 이 방식으로 싸구려 포르노를 즐기지만, 주인공 V는 이 방법을 통해 다른 이가 겪은 기억을 엿보고, 미션의 실마리를 얻습니다.

이런 요소들이 모여, '사이버펑크'라는 거대한 세계를 드러냅니다. 게임을 플레이해본 다른 이들도 입을 모아 칭찬한 부분이죠. 최근 서구권 게임의 특징인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강요도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이런 부분으로 시비가 걸려 게임이 바뀌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 들 정도였습니다. 제발 이대로 가십시오. 당신들은 옳습니다.



▲ 동시에 '나이트 시티'는 굉장히 입체적입니다.


2. 게임의 근간 시스템

기본적으로, '사이버펑크'는 1인칭 오픈월드 액션 RPG입니다. 게이머는 V라는 인물을 만들어 사이버펑크의 무대인 '나이트 시티'에서 활동하게 되죠. 게임 시스템은 그간 우리가 많이 보아온 오픈월드 게임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큰 메인 미션이 있고, 다양한 사이드 미션이 존재하며 게이머의 선택에 따라 세계를 돌아다니며 원하는 콘텐츠에 접근하는 방식입니다. 메인 미션을 쭉 파고들 수도 있고, 사이드 미션 위주로 게임을 플레이할수도 있죠.

캐릭터의 성장 시스템 또한, 기존의 여러 게임에서 볼 수 있었던 성장 시스템을 융합한 형태에 가깝습니다. 신체, 지능, 냉정 등의 스탯이 1~10까지 준비되어 있으며 레벨업에 따라 얻는 포인트를 통해 스탯을 올리고, 동시에 각 스탯에 배정된 다양한 특전(Perk)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 권총만 쓰는 총잡이? 가능

스탯은 게임 플레이 도중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를 늘려줍니다. 적과의 교전이 강제되는 시퀀스에서 지능이 높다면 다른 경로를 찾아낼 수 있고, 신체 능력이 높다면 NPC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위협적인 설득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이 '스탯'은 기본적으로 게이머의 성향에 따라 결정되고, 플레이 타입을 정하는 기준이 됩니다. 냉정과 집중에 투자해 나이트 시티의 암살자가 될 수도 있고, 지능과 해킹에 투자해 지적인 해결사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특전'은 다소 직관적인 혜택입니다. 가령 '신체' 스탯에 배정된 특전들은 전투 중 자동으로 일정량의 체력이 회복된다거나 하는 식이고, 냉정에 배정된 특전은 암행 시 이동속도를 올려주거나, 공중 테이크다운을 해금하는 형태로 되어 있죠. 스탯이 플레이 타입을 정하는 기준이 된다면, 특전의 선택은 전투 및 행동 양상에 영향을 줍니다.



▲ 슈팅 감각 자체도 꽤 좋은 편

미션은 매우 유기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나의 큰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몇 개의 사전 미션을 진행해야 하고, 이 사전 미션에서 게이머가 어떤 방식으로 플레이하느냐가 다음 미션에 변수로서 작동합니다. 예를 들어 시설에 침투해야 하는 큰 미션의 경우 사전 미션을 통해 필요한 장비를 수급하고, 시설을 파악하게 되는데, 이 때 보안 시설을 미리 다 파악해 둘 수도 있고, 장비의 쓰임새를 가늠할 수도 있지요. 사이드 미션은 이에 비하면 다소 얕은 편이지만, 흠을 잡을 정도는 아닙니다.





3. 시연 버전 파헤치기

자 이제 세계와 시스템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끝났으니 체험 당시 어떤 콘텐츠들을 겪었는지 하나씩 말씀드려보겠습니다. 게임을 시작해서 캐릭터를 만들고 나면, 각자 인생 여정을 정하게 됩니다. 이 인생 여정은 게임을 시작하는 당시의 배경이 되고, 앞으로의 게임 진행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줍니다. 정할 수 있는 인생 여정은 총 세 종류로, 기업 소속의 요원, 황무지에서 살아가는 '노매드', 그리고 도시의 하류층인 '부랑아' 중에서 정할 수 있습니다.



▲ 기득권층으로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이전엔 이런 인생 여정을 결정하는 단계가 둘 내지 셋 정도 더 있었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이 부분은 개발 중 취소되었습니다. 여정을 정하고 나면, 본격적으로 도시에 진입하게 됩니다.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고자 하는 부랑자, 혹은 뒷통수를 맞은 복수를 꿈꾸는 기업 요원 출신의 해결사가 되는 거죠.

주인공 V는 '사이버펑크'입니다. 거대 기업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무법자 용병을 칭하는 단어죠. 친구인 '재키'와 함께 게임을 익히는 튜토리얼을 거치고 나면, V는 자신의 집에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때부터 일거리를 물어다 주는 '픽서'에게 일을 얻고 사이버펑크의 동의어인 '엣지러너', 전문 해커인 '넷러너'들과 어울리며 도시의 비밀을 파헤칩니다.




시연 버전에서, V의 목적은 대기업 '아라사카'의 후계자가 숨긴 모종의 프로토타입 프로그램을 확보하는 겁니다. 이 작업을 위해 필요한 과정은 둘. 물건이 보관되어 있는 호텔에 들어갈 때 쓰기 위한 소형 군사로봇을 확보하는 것과 물건이 보관되어 있는 장소를 파악하는 겁니다.

큰 미션은 물건의 확보, 작은 미션은 물건 확보를 위한 사전 작업들입니다. 작은 미션들이 모여 하나의 큰 미션을 이루는 셈이죠. 군사 로봇은 '멜스트롬' 갱단이 '밀리텍'이라는 군사 기업으로부터 훔친 상태입니다. V는 멜스트롬의 근거지로 가서 이를 찾아와야 하죠. 이 과정에서 멜스트롬 갱단을 전부 다 없앨 수도 있고, 잠깐의 동맹을 맺어 물건을 찾으러 온 밀리텍을 쓸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멜스트롬을 없애는 과정에서도 총격전으로 다 쏴버리거나, 어둠속에 몸을 숨겨 갱단원들의 목을 돌려가며 일을 처리할 수 있죠.



▲ 게임을 풀어가는 과정은 본인의 선택

물건의 위치를 파악하는 단계에서는 핵심 콘텐츠 중 하나인 '브레인 댄스'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V는 물건을 가진 아라사카 후계자의 내연녀는 자신의 기억을 데이터화해 V에게 넘겨주고, V는 그 기억을 되돌려 보면서 단서를 찾아가죠. 이 내연녀는 안구 임플란트를 받은 적이 있어 열화상 시야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브레인 댄스 내에서도 열화상으로 단서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물건을 숨긴 장소, 그리고 보안 장치를 모두 파악하게 되면 내연녀의 제안이 옵니다. 일거리를 만들어 준 픽서를 빼고 수익을 반반 나누자는 제안이죠. 승낙이든 거부든 플레이어의 선택입니다. 그렇게 준비가 완료되면, 본격적으로 호텔로 향하는 택시를 타면서 게임은 끝이 납니다.



▲ 4시간 동안 굉장히 많은 이들을 만납니다.

시연 버전에서 체험할 수 있었던 분량은 여기까지이며, 이 지점까지 오는데 약 세 시간 반의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중간에 실수로 길거리 경찰관의 모가지를 돌려버리거나, 버그로 차량이 터져 게임을 다시 켠 것을 생각하면 약 세 시간 정도의 분량이라 할 수 있겠네요. 아직 하나의 큰 미션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했고, 레벨은 5였습니다. 고작 이 정도 단계에 이르는 동안, 이 게임은 저에게 수많은 선택을 안겨주었습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 게임은 계속됩니다. 과정과 결과가 조금씩 달라질 뿐이죠. 이렇듯, 게이머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이야기 전개와 세계의 모습은 그 무엇보다도 강렬한 몰입을 선사합니다. 게임을 하는 내내 화장실을 다녀온 몇 분을 제외하곤 꾸준히 집중하게 되더군요. 심지어 그 날 아무것도 안 먹은 상태로 오후에 플레이한 게임임에도 배가 고픈 줄도 몰랐습니다.


파트2 - 두 기자가 생각하는 '사이버펑크'

이번 핸즈온 행사에 저흰 두 명이 참여했고, 각기 다른 인생 여정을 선택해 게임을 플레이했습니다. 시연이 끝난 후, 두 기자가 나눈 게임에 대한 감상은 간단한 질답으로 정리해볼까 합니다.


Q. 게임 내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어떤 부분이었나?

루디(윤서호 기자): 여러 모로 인상 깊은 부분이 많은 게임이지만, 가장 뚜렷하게 기억나는건 주 무대인 나이트 시티의 모습과 분위기다. 근미래 기술이 얼기설기 이어진 느낌이라던가, 퇴폐적이고 축축한 그 날것의 분위기를 정말 잘 살렸다.

라파(정재훈 기자): 확실히 게임의 다른 면은 의견이 갈릴 여지가 있지만, 분위기 하나만큼은 논란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 세계관 설정이나 컨셉 지정 단계에서 정해 두었다가도 막상 개발 과정에선 현실의 여러 요건을 고려해 잘라내는 부분이 적지 않은데, 이 게임은 전혀 칼질하지 않고 그대로 싱싱하게 내놓은 느낌이다.



▲ 칭찬할 수밖에 없는 세계의 모습

루디: 또 한가지 포인트라면 주인공의 행보가 여타 많은 게임처럼 무언가를 가르치거나, 어떤 주제의식을 가진 교조적 담론으로 흘러가지 않고 이 어두운 세계 속을 살아가는 수많은 사이버펑크 중 한 명이라는 것에 집중했다는 점이다. 게이머의 선택에 따라 주인공은 정의감을 가질 수도 있고, 양아치가 될 수도 있다.

라파: 맞다. 어떤 사상이나 철학이 옳고 그른지는 사실 게임 입장에서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다. 게임은 어디까지나 놀기 위해 있는 거지 공부하려고 있는게 아니니까. 사이버펑크는 굉장히 잘 만들어진 놀이터다. 어떻게 놀아야 잘 노는 거라느니, 이렇게 해서는 안된다느니 하는 제약이 전혀 없다. 게임을 하면서 뭔가 안도감을 느낀 것도 그 때문인 것 같다.


Q. 시연 중 아쉬웠던 부분은 무엇인가?

루디: 솔직히 아쉬운 부분이 없었다고는 못하겠는데, 그 아쉬운 부분들이 다 욕심이다.

라파: 어떤 것들인가?

루디: 개인적으로는 더빙이 되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자막의 수준이 좋은 편이지만, 스토리 플롯이 단순하지 않은 편이라 게임에 집중하면서 자막을 읽으면서 완전히 이야기를 이해하려면 고도의 집중이 필요하다. 몰입할 만한 장치를 많이 만들어 두었는데 이게 좀 덜 도와주는 느낌이랄까? 일반 NPC와의 대화는 머리 위에 말풍선처럼 표시되는데 사실 잘 안 보인다. 별로 중요한 부분은 아니지만 대사를 보기 위해 카메라를 계속 돌려야 했다.

라파: 더빙은 아마 현실적인 문제가 많았을 것이다. 대화 분량도 어마어마할 테고, 아마 여기서 더빙을 하면 출시가 몇 개월은 더 밀릴 것이다. 나 또한 아쉽긴 하지만 어쩔수 없었다는 건 이해된다.




▲ NDA때문에 보여드릴 수 없으나 한글화는 꽤 잘 되어있는 편입니다.

루디: 그리고, 시점도 약간은 아쉽다. 1인칭이 가장 강한 몰입을 주는 시점이라는건 이해하지만, 이와 별개로 게임 시야가 상당히 답답한 편이었다. 물론, 그만큼 강한 몰입을 주는 건 사실이니 이 또한 개발사의 선택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배경이 배경이니만큼 광자극이 꽤 센 편인데 사람에 따라 어지럼증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라파: 난 비주얼에서 약간의 아쉬움을 느꼈다. 그래픽 수준이 생각보다 월등한 편은 아니었다. 그냥 평범한 정도? 다른 모든 부분에 손색이 없고, 지금 수준도 '구리다'라고 할 정도는 결코 아니지만, '그래도 사이버펑크라면?' 하고 기대했던 것도 사실이다. 물론, 월등하지 않은 것이지 뛰어나지 못하다는 것은 아니다. 아마 내 욕심일 거다. 4K로 플레이했다면 좀 달랐을 것 같은데, 시연 버전이 강제 업스케일을 거친 버전이라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루디: 게임 외적으로 아쉬웠던 건 시연 시간이 너무 짧았다는 정도?

라파: 솔직히 시연 시간을 10시간은 줬어야 했다. 콘텐츠에 접근할 수록 신체 개조나 성장 등 파고들 요소가 굉장히 많은데, 실제로 접근할 수 있는 부분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다른 이유도 아니고 시간 때문에 말이다. 나중에 물어보니 사이드 퀘스트는 거의 전부 반영된 버전이었다는데, 그걸 제대로 못 해본게 아쉽다.




▲ 격투 대회 사이드 퀘스트까지는 확인했는데


Q. '사이버펑크 2077'이라는 게임에 대한 총평

루디: 장르로 분류된 고유명사를 그대로 갖다 썼지만 불만을 표할 수 없을 정도로 '사이버펑크'라는 느낌을 한껏 살린 작품이다. 퇴폐적이고 냉소적인 사회를 그대로 옮겨 두었지만, 게이머에게 어떤 것도 바라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움직일 것을 권유했다. 이 과정에서 어떠한 검열이나 필터링도 가하지 않고 날것 그대로를 드러냈다는 점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라파: 요즘은 게임 하면 뭔가 메시지가 있어야 하고, 영화와 같은 시나리오 굴곡이 있어야 한다는 관념이 강해 오히려 다소 답답한 경향도 있었는데, 순수하게 게임으로서 '사이버펑크'는 전작인 '위쳐3'에 절대 꿀리지 않는 게임이다. 물론, 내가 플레이했던 부분에서의 감정만을 고려했을 때다.



▲ 외부 정서에 휘둘리지 않은 순수함을 가진 게임

루디: 코끼리의 발자국만 본 기분이다. 솔직히 네 시간이면 어떤 게임이든 어느 정도 각이 나오는데, 이건 진짜 겉만 햝았다는 기분이 든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햝은 것 같지도 않고 그냥 냄새만 맡은 것 같기도 하고. 출시 연기가 아쉬울 뿐이다.

라파: 개인적으로 이 게임에서 가장 가치있는 부분은, 게임의 순수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사상의 강요, 정치적 올바름, 은근슬쩍 드러나는 선민의식까지, 최근 몇 년 간 보인 게임들은 그저 게임으로서 순수하게 즐기기 어려운 작품이 너무 많았다. 게임은 어디까지나 게임일 뿐, 현실을 그대로 빼다 박을 필요가 없다는 게 내 생각인데, 사이버펑크는 게임이 어때야 하는지를 제대로 보여준다.





번외 - 이번에도 DLC는 무료?


시연이 끝난 후, CDPR 한국 관계자들에게 졸라 본사 측에 몇 개의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사이버펑크의 퀘스트 디렉터인 '마테우시 토마슈키에비치(Mateusz Tomaszkiewicz)'에게 세 개의 질문을 전달 수 있었죠. 이에 질문과 답변 내용을 하단에 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Q. 4시간의 플레이 동안 초반부 미션 하나도 끝내지 못했다. 대략적으로 게임의 전체 플레이 타임은 어느 정도로 생각하는가?

오픈월드 게임이 다 그렇듯, 플레이어 하기 나름이다. 사이버펑크는 메인 미션을 제외하고도 사이드 미션과 다양한 오픈월드 활동을 가지고 있고, 나이트 시티라는 세계 자체도 탐험할 수 있는 다양한 지역들이 준비되어 있다. 여러분이 체험한 버전에 돌아다닐 수 있었던 부분은 나이트 시티의 6개 구획 중 하나. 그 중에서도 극히 일부였을 뿐이다.

플레이 타임은 플레이 스타일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완벽한 은신 플레이를 지향하는 게이머의 플레이 시간은 그렇지 않은 플레이어보다 길 것이고, 크래프팅에 전념하는 게이머나 게임 내에 마련된 다양한 로어를 찾아나서는 게이머들 또한 남들보다 오랜 시간 플레이할 수 있을 것이다. 요약하자면, 모든 이들이 만족할 정도로 오랜 시간을 나이트 시티에서 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Q. 전작인 위쳐3의 경우, 확장팩을 제외한 모든 DLC를 무료로 배포했던 바 있다. 사이버펑크 또한 같은 DLC 정책을 가지고 있는가?

위쳐3와 마찬가지로, 사이버펑크 또한 출시 이후에도 많은 게이머분들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무료 DLC들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것은 사이버펑크를 구매한 게이머분들께 우리가 드릴 수 있는 감사의 방법이며, 언제나 우리에게 과분한 지원을 수년 간 보내준 게이머층에 대한 감사이기도 하다. 우리는 늘 게이머분들의 도움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Q. 사람에 따라 멀미나 광과민성 반응을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비주얼과 관련된 옵션은 어느 정도로 조절할 수 있는가?

우리는 최대한 많은 게이머들이 이 게임을 완벽하게 즐기기를 바라고, 그렇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인칭 시점을 선택함에 따라 새롭게 시도할 수 있는 기능들을 보다 신경 써서 준비하고 있다. 멀미나 이펙트로 인한 장애 또한 고려 하고 있으며, 모션 블러 옵션의 해제나 헤드 보빙(머리 흔들림)의 조절 등을 유동적으로 할 수 있게끔 만들기 위한 검토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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