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폰으로도 똑같을까?" 모바일 '원신' 해보니...

리뷰 | 윤서호 기자 | 댓글: 55개 |



"대체 이번엔 CBT를 얼마나 길게 하려고?"

지난 번 원신 2차 CBT는 당초 3주 조금 안 되는 기간이었지만, 어느 새 3주를 훌쩍 넘겨서 4주차까지 진행해버렸었죠. 그 기간 동안 기초 골격뿐만 아니라 앞으로 진행될 이벤트의 개요, 그리고 2차 CBT 초반에 느꼈던 일부 공백을 어떤 식으로 메워갈지 대략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작업을 거친 뒤, 미호요는 원신 파이널 CBT를 지난 7월 2일부터 시작했습니다. PC, PS4, 모바일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이번 CBT는 종료 기간도 알리지 않고 임하다보니 저런 생각이 먼저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보통 CBT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니까요.

한 가지 더하자면, "이번엔 대체 뭘 보여주려고?"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CBT에서 보통 무언가를 대대적으로 추가하거나, 이벤트까지 테스트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지난 번 CBT에서 이미 겪어봤기 때문이죠. 2차 CBT 체험기는 1주, 2주차까지만 플레이를 적었기 때문에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그 뒤에 나온 해등절 이벤트는 미적으로나 게임 내적으로나 썩 훌륭했습니다. 그 뒤에 리월 파트도 스토리가 추가되면서 공백처럼 느껴졌던 중후반부를 채워나갔고요.


저번 CBT와 제일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PS4로도 시연이 가능하다는 것과 PC와 모바일 연동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특히 PC와 모바일 연동은 이번 CBT에서 눈여겨볼 부분이었죠. 아무래도 국내에선 두 플랫폼이 가장 일반적인 만큼, 정식 출시가 되면 주로 이 둘을 넘나들면서 플레이하는 양상을 보이게 될 테니까요.

이번에는 PC-모바일 연동과 모바일 플레이, 그리고 정식 출시를 앞두고 지난 CBT보다 어떤 점이 다듬어졌나를 중심으로 이야기해볼까합니다.

※ 본 체험기는 PC/모바일로 진행했습니다
※ 사용한 모바일 기기는 아이폰XR 128GB 모델입니다


모바일에서도 완벽히 동일한, 자유도 높은 모험의 세계
초반의 최적화는 다소 문제가 있고, 발열은 있다


PC와 모바일의 크로스플랫폼하면 보통은 모바일 쪽으로 초점을 맞추고는 합니다. 모바일로는 조작하기가 어려우니까 자동 등 각종 편의 기능을 기본으로 깔고, 이걸 PC 버전에도 똑같이 구현하는 식이죠. 때로는 인터페이스에 변화를 주기도 하지만, 보통은 인터페이스까지 완벽히 동일하게 구성이 되어있어서 앱플레이어로 돌리는 것과 사뭇 다르지 않다는 인상을 주기도 합니다.

원신은 그와 달리, 아예 PC나 콘솔쪽에 맞춰서 설계하고 이를 모바일로 맞췄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이미 지난 CBT 때 모바일로 테스트한 유저들의 영상을 보면서 확인하긴 했지만, 직접 플레이하면서 그 느낌이 더욱 강하게 들었습니다. 자동이라고 해봐야 고작 요리 숙련도가 높아지면 요리를 뚝딱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밖에 없고, 나머지는 유저가 다 일일이 해야 하니까요.

자동이 없어서 피곤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겠지만, 그 피로감마저 훌쩍 넘어버릴 정도로 원신은 놀라운 세계를 보여줬습니다. 이미 원신의 자유도에 대해서는 2차 CBT에서 설명한 바 있긴 합니다. 심리스 월드라서 일부 퀘스트 구역과 던전을 제외하고는 얼마든지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고, 심지어 절벽이나 성벽 같은 것도 어지간한 건 다 올라타서 넘어갈 수 있죠. 퀘스트를 못 깼다고 해서 두 번째 지역인 리월에 못 가는 것도 아니고, 얼마든지 신상과 워프포인트를 찾아다니면서 맵을 밝히고 돌아다닐 수도 있습니다.






▲ 스태미나가 충분하면 어떤 루트든 마음대로 갈 수 있습니다



▲ 필드 곳곳을 돌아다니다보면 곳곳에 숨어있는 다양한 퍼즐과 보상들이 은연 중에 보이곤 하죠

모바일 게임에서 보통 필드 이동은 귀찮은 과정으로 여겨지곤 하지만 원신에서는 사뭇 느낌이 달랐습니다. 이동하는 중간중간 필드 곳곳에 보물상자나 히든 요소들을 풀거나, 각종 재료들을 채집하면서 나아가곤 했거든요

뒤에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원신의 레벨 디자인은 몹을 사냥하고 던전을 돌면서 레벨을 올리는 게 아니라 각종 보물상자를 열고, 히든 요소를 풀고, 퀘스트를 수행해야 레벨이 올라가게끔 설계가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체력을 회복시켜주는 요리나 무기 강화에 쓰이는 광석 같은 것도 자기가 직접 캐고 제작을 해야하다보니, 필드 곳곳에 보이는 요소들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도록 했죠. 그게 단순히 노동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퍼즐 같은 요소를 소소하게 집어넣어서 반복 노동이 되지 않도록 설계했습니다.

원신 특유의 속성 간 반응을 활용한 전투 방식도 조작감의 불편함을 어느 정도 상쇄하는 포인트이기도 했습니다. 단순히 특정 속성이 어떤 속성에 강한 게 아니라, 그 속성이 다른 속성과 만났을 때 어떤 반응이 나오느냐에 따라서 완전히 달라지니까요. 예를 들자면 물 속성으로 공격한 뒤에 번개 속성 공격을 가하면 추가로 감전 데미지를 주거나, 얼음 속성에 불 속성 공격을 가하면 융해 반응이 일어나 방어력이 감소하는 등 상황에 따라 각종 효과가 부가되고는 합니다.



▲ 속성 상성에 따라 스킬을 단순히 난사하는 것이 아니라, 각 속성 반응에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냥 단순히 스킬만 난사하자니 손맛이 떨어지고, 그렇다고 해서 파스칼 웨이저처럼 패링이나 회피 비중을 높이면 가상패드 때문에 시야가 가려져서 심리적으로 불편함이 배가되고는 합니다. 반면 원신에서는 스킬을 단순히 사용하는 게 아니라 주변 지형지물이나 날씨 상황, 조합, 적의 속성과 반응까지 고려하는 뇌지컬과, 회피를 사용해서 적의 공격을 피하는 피지컬을 활용한 전투 방식을 밸런스있게 갖췄죠. 그러면서 모바일에서 느끼는 수동 조작의 피로감은 생각만큼 크진 않았습니다.

물론 조작감은 모바일 기기의 한계상 어쩔 수 없긴 한데, 그것마저도 크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몰입감이 높았습니다. 아마 모바일에서 이렇게 자유도 높은 필드 구현이 가능하냐는 점에 놀라서 그런 것도 있을지 모르니, 이 부분은 조금 더 장기적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실제로 조작감 때문에 집에서는 PC로 플레이하고 있거든요.

특히나 엠버 등 활 캐릭터를 쓸 때는 모바일의 한계가 여실히 느껴지긴 합니다. 강공격을 하려면 눌렀다가 떼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조준선이 흐트러지거든요. 컨트롤러로 했을 때보다 시야가 좁아지는 건 덤이고요. 이 때문에 별도로 조준 모드를 넣어두긴 했지만 불편함이 해소되진 않았죠.




▲ 적응하면 어찌저찌 맞출 순 있긴 합니다. 조금 갑갑할 뿐

거기다가 아무래도 PC나 콘솔에 있는 요소를 그대로 모바일로 이식한 양상이다보니 최적화도 좀 아쉬웠습니다. 아이폰 XR이면 어지간한 게임은 풀옵으로 구동이 가능한데, 원신은 풀옵으로 플레이하면 중간중간 프레임드랍이 일어나고는 했거든요. 특히 초반부에 풍마룡 드발린이 몬드를 습격하는 장면에서는 30프레임 고정으로 옵션을 바꿨는데도 조금씩 저하되는 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여기에 발열은 덤이고요.

다만 첫째날에는 중옵으로 했을 때도 30프레임 고정으로 하지 않으면 종종 프레임이 드랍됐는데, 시일이 지나면서 그런 현상이 줄어드는 것으로 보아서 최적화 이슈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여전히 최고옵으로 하면 발열이 꽤 있긴 한데, 프레임드랍 등은 현저하게 줄어들었거든요. 여하튼 수동으로 조작하는 게임인 만큼, 게임 화면을 직접 보고 플레이하는 시간도 타 게임 대비 압도적으로 높은 터라 이 이슈는 꽤 치명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 부분은 파이널 CBT가 끝나고, 정식 출시 전까지 지속적으로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사뭇 달라진 플레이 루틴
돈 던전, 경험치 던전이 사라지고 필드의 비중은 높였다


2차 CBT 때는 원신의 플레이 루틴에 대해서는 모바일 게임쪽에 가깝다고 언급했었습니다. 일일 퀘스트를 돌고, 요일 던전을 돌고, 필드 보스를 잡는 그런 흔한 루틴 말이죠. 원신도 처음에는 모험 위주로 돌아가다가도, 어느 정도 레벨이 올라가고 비경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하면 비경의 비중이 점차 높아집니다. 캐릭터와 무기의 레벨을 올린 뒤, 돌파하기 위한 재료들은 필드 보스나 비경에서 드랍하기 때문이죠.

더군다나 가면 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필요 자금이나 경험치가 높아지거나, 이를 필드 드랍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도 동일합니다. 그렇다고 원신이 흔히 말하는 자동 뺑뺑이를 지원하는 게임은 아니다보니 던전을 도는 쪽으로 기울어질 수밖에 없었죠. 자연히 원신이 초반에 내세웠던 자유도 높은 모험이라는 장점이 퇴색되는 방향으로 게임이 흘러가는 것이 예견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중에 가서 해등절 이벤트나 리월 파트의 추가 등으로 구멍을 막았다고는 하지만, 캐릭터 육성을 위해서는 던전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극복한 건 아니었죠.

그래서인지 이번 파이널 CBT에서는 경험치 던전이었던 한여름의 정원이나 돈 던전이었던 화청귀창 밀궁이 성유물 던전이나 탐방 던전으로 바뀌어버렸습니다. 예전에는 경험치 던전에서 티켓을 수급하고, 돈 던전을 돌아서 자금을 수급해서 캐릭터를 육성하는 방식이었지만 그게 불가능해진 것이죠.

대신에 돌발 퀘스트와 월드 퀘스트의 출현 빈도를 높이고, 돈과 경험치를 드랍하는 던전을 지맥의 꽃이라는 필드 퀘스트로 대체하면서 필드의 비중을 한 층 더 높였습니다. 지난 CBT 때 모든 보물상자의 위치를 기억하면서 플레이한 게 아니긴 하지만, 지난 CBT 대비 필드의 보물상자도 체감상 더 많아진 느낌이고요. 그리고 주요 템을 드랍하는 레어한 몬스터들도 좀 더 곳곳에 배치하면서 필드에서의 전투 비중이 지난 CBT보다 한 층 더 높아졌습니다.



▲ 이전에는 일부 돌파 재료를 제외하면 던전에서 주로 수급하곤 했지만



▲ 이제는 필드 퀘스트를 통해서 얻는 식으로 변경됐습니다

이런 변화는 양날의 검일 겁니다. 필드를 여러 번 돌아다니면서 저번에 못 본 요소들을 찾아다니는 재미도 있겠지만, 편의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물론 원신이 캐릭터를 강하게 만들어서 무쌍을 찍는 게임이 아니긴 합니다. 다만 수집형 RPG인 만큼 여러 캐릭터를 동시에 육성해야 하고, 새로 캐릭터를 뽑으면 또 그 캐릭터를 육성하는 과정을 반복해서 거쳐야 하죠.

현 단계에서는 지난 CBT 때와 비교했을 때 육성 속도가 크게 차이나지는 않는 느낌입니다. 지난 CBT가 뽑기 자원이라던가, 던전을 더 돌기 위한 레진을 추가로 줬던 것을 생각해보면 필드 보상을 높이면서 육성을 위해서 뺑뺑이를 도는 비중을 줄이는 것에 어느 정도는 성공했다고 할 수 있겠죠. 그리고 필드에서 구하는 요리나 돌파 재료들도 밀도가 높아져서 전보다 비교적 빠른 시간에 필요량을 수급할 수 있었고요. 그렇지만 이건 지난 CBT를 해봤던 입장에서 서술하는 것인 만큼, 이번에 처음 접한 유저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피드백을 받고 또 한 번 변화를 줄 수도 있다고 봅니다.



▲ 경계 밖이라서 놓치기 쉬운 곳에도 잘 찾아보면 상자들이 있으니, 찾아다니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공백을 채워서 더 풍성해진 모험의 세계
점점 밝혀지는 '원신'의 의미와 티바트 대륙,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숨쉬는 이들




CBT 단계에서 원신의 여타 다른 콘텐츠들은 여백으로 봐도 좋을 정도였지만, 스토리는 조금 달랐습니다. 어느 한 파트가 끝난 뒤에, 그 다음 이야기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없었거든요. CBT 중간에 리월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추가하긴 했지만, 그 전에 몬드에서 있는 이야기를 거의 다 끝낸 유저들 입장에서는 리월 파트가 조금은 붕 뜬 감이 있었고요.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간단히 언급하자면, 이번 CBT에서는 몬드 파트가 끝난 뒤에 왜 여행자가 리월로 가게 되는지 자연스럽게 연결이 됩니다. 그리고 왜 제목이 '원신'인지,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는 단서들이 주어지죠. 그리고 지난 번에는 CBT를 하는 중간중간에 패치를 통해서 얼기설기 추가됐던 각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순서에 맞춰서 정돈됐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원신은 모바일 규격에 맞춰서 나온 게임이 아니라 PC, 콘솔 싱글플레이 게임에 맞춰서 나온 느낌이 강합니다. 컷씬도 스킵이 없을 정도니까요. 그런 만큼 이야기의 비중이 타 모바일 게임에 비해서 상당히 높습니다.

스토리라는 요소 자체에 대한 호불호나 비중, 그리고 스토리에 대한 평가는 개인차가 있다보니 이 부분은 각자의 판단에 맡기고자 합니다. 하지만 지난 번 CBT에서 부족했던 점이 채워진 건 사실입니다. 아직 몬드, 리월이라는 두 구역만 공개되긴 했지만, 그 두 곳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한 층 더 깊이있게 알 수 있었거든요. 메인 스토리뿐만 아니라 앞으로 유저와 합류하게 될 여러 캐릭터들의 사이드 스토리, 그리고 그곳에 있는 여러 세력들의 관계나 히든 요소들도 좀 더 폭넓게 담아냈고요.



▲ 리월 부분이 처음부터 공개되면서 이야기의 공백이 메워졌습니다

원신이 타 모바일 게임과 다르게 필드를 이리저리 누비면서 모험을 하는 것에 중점을 둔 만큼, 유저에게 "왜" 그래야 하는지 이유를 제시하는 게 필요합니다. 필드 디자인이 상당히 잘 되어있다보니 그냥 돌아다니면서 이곳저곳 숨어있는 보물상자나 신의 눈동자를 찾는 재미도 나름 잘 살리긴 했습니다.

다만 오브젝트 상호작용이나 조작의 자유도가 모바일 치고 높은 거지 타 콘솔 게임 대비 높은 것이 아니라서 부족한 점이 드러날 수밖에 없었죠. 이 부족한 점을 사이드 퀘스트와 정기적으로 이벤트로 메워가는 모바일/온라인 게임 특유의 루틴을 가미해서 메워가는 걸 2차 CBT 중후반과 파이널 CBT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더빙 퀄리티도 뛰어나다보니, 이를 들으면서 플레이하는 재미도 쏠쏠했고요.


원신, 출시되면 꼭 해봐야 한다
올해 최고의 기대주 중 하나로 손꼽을만한 작품


"이건 꼭 해봐야 한다"

이런저런 말도 많았던 작품이라서 단언하기는 좀 힘들었지만, 파이널 CBT를 거치면서 확실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이렇게 말하는 순간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와일드'와의 유사성 논란 등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을 것 같지만, 그 리스크를 감안하더라도 이렇게 말할 만한 작품이라고 하겠습니다.

물론 그 말이 원신이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와일드'의 뺨을 친다거나, 그 뒤를 계승할 작품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앞서 언급한 적이 있긴 하지만, 원신은 '모바일'을 기준으로 했을 때 그 퀄리티가 유달리 돋보이는 것이지 PC, 콘솔 싱글플레이 게임을 기준으로 하면 조금은 모호한 것도 사실이거든요.

우선은 모바일에도 적용하기 쉬워야 하는 만큼 조작법은 최대한 단순해져야만 하고, 오브젝트 자유도도 제한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오브젝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보다는 각기 다른 속성의 캐릭터를 태그하고 스킬을 번갈아가면서 쓰는 정도나 특정 스킬을 써야 하는 정도로만 퍼즐 요소가 국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전투 역시도 패링이나 암살, 공중기 등 다양한 스타일을 사용하기보다는, 각 캐릭터별로 한 가지 스타일씩만 사용하되 번갈아가면서 쓰는 형태로 구현되었죠. 그마저도 한 캐릭터의 조작감을 최대한 살렸다기보다는 서로 연계하는 식으로 부족한 조작감을 보완한다는 느낌이 더 강합니다. 그러다보니 콘솔 게임 대비 부족한 타격감 등 요소들이 은연중에 불거지고 있고요.



▲ 속성 반응과 태그로 메우긴 했지만, 콘솔 액션에서 기대하는 패링이나 점프 공격 등은 없죠

그래픽 역시도 그냥 훑어봤을 때는 훌륭하지만, 오브젝트 하나하나를 살펴보면 디테일함이 조금은 떨어지는 게 눈에 들어옵니다. 물론 플레이하면서 크게 눈에 거슬리진 않고 분위기와 잘 어우러지지만, '이게 정말 그런 퀄리티의 작품인가'라고 생각하기엔 의문이 들 수도 있긴 합니다.

더군다나 수집형 모바일 게임이 기반인 만큼, 캐릭터 뽑기 이슈도 내재되어있기도 합니다. PVP나 협동 콘텐츠보다는 솔로플레이가 메인이 되니까 밸런스 논란은 조금 덜하긴 할 텐데, 흔히 말하는 '없찐'은 콘솔 게임과 비교해봤을 때 플레이 의욕을 떨어뜨리기엔 충분하거든요. 특히 이번에 모바일 버전을 플레이해보면서 일부 캐릭터가 있었을 때와 없었을 때의 플레이의 쾌적함이 사뭇 달랐기 때문에, 아마 이 이슈는 '원신'에서도 피해가긴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직 BM이 오픈된 건 아니지만, 이번에 상점 페이지가 개편되고 보너스 재화 지급도 이전보다는 출시 버전에 가까운 느낌으로 바뀐 만큼 이런 불안감이 이전보다 조금은 더 피부로 와닿고 있거든요.




그럼에도 원신을 왜 꼭 해봐야 하는지 묻는다면, 앞으로 모바일을 포함한 크로스플랫폼 RPG의 또다른 기준점을 세웠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간 모바일 크로스플랫폼 RPG는 모바일이라는 기기의 한계에만 주목해서 게임의 설계를 대폭 깎아냈지만, '원신'은 최대한 PC, 콘솔쪽으로 비중을 두면서 모바일에 맞춰나간 흔적이 엿보이거든요.

비록 모바일이라는 환경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조작법도 비교적 단순해지고, 그래픽도 조금은 덜어내긴 했지만 편의성에 타협하지 않았습니다. 스킬만 난사하거나, 회피 타이밍만 노리는 정도로 단순화하지 않고 속성 반응과 주변 환경이라는 새로운 요소를 가미해서 단순한 컨트롤로도 특유의 손맛이나 전술적인 전투를 구현할 수 있게끔 했죠. 이것이 전투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필드 곳곳에 있는 오브젝트와도 호환을 하면서 모바일에서 보기 힘들 정도로 모험 요소가 가득한 필드를 구현해냈고요.




자동이 없어서 피곤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긴 하지만, 이마저도 크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결과물은 상당히 놀라웠습니다. 이렇게나 자유도 높은 어드벤처 RPG를 모바일에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죠. 정 안 되면 PC로 플레이하다가 외출할 때 잠깐 모바일로 하는 크로스플레이도 가능한 건 덤이고요.

물론 미호요라는 개발사 자체가 '테크 오타쿠가 세계를 구한다'라는 슬로건을 내건 회사고, 원신의 캐릭터 디자인에도 그 흔적이 보이다보니 심리적으로 거부감이 느껴지는 유저도 있을 겁니다. 대놓고 서브컬쳐 게임은 아니기도 하고, 또 이제는 전보다 많은 유저들이 그런 스타일엔 익숙해졌다고는 하더라도 눈이 한 근 넘어갈 것 같은 미소년 미소녀들을 보고 "망가는 벗어버려!"라고 일갈하는 유저층은 여전히 있으니까요.

그런 경우가 아니라고 한다면, 원신은 출시되면 한 번 해봐야 할 만한 작품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완벽한 작품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모바일 게임에 대한 편견은 확실히 깨뜨릴 법한 그런 작품이니까요. 그 잠재력을 언제 어디에서나 느낄 수 있는 그 날이 기대됩니다.



▲ 언제 어디서나 즐기는 모험의 세계, '원신' 그 출시일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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