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팔랑팔랑 종이 마리오와 떠나는 힐링 여행

리뷰 | 강승진 기자 | 댓글: 7개 |



코를 양옆으로 덮은 수염과 빨강 멜빵 바지. 당장에라도 발로 버섯 머리 굼바를 납작하게 짜부라트릴 것 같은 다부진 몸. 링크가 젤다의 전설을 통해 자유로운 오픈 월드에서 세계를 뻗어 나갔듯 마리오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를 통해 플랫포머의 역사를 세운 상징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도 횡스크롤 화면에 갇힌 평면 모험이 마리오가 지나온 여정의 전부가 아니란 건 금세 기억해낼 수 있을 겁니다. 오락실을 시작으로 닌텐도 기기의 간판 타이틀로 성장한 마리오 카트를 시작으로 마리오 64에서 시작된 3D 탐험. 간단한 미니 게임들의 조합으로 친구 왔을 때 꺼내면 절대 실패 않는 마리오 파티까지. 슈퍼 마리오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옮겨낸 게임은 장르, 플랫폼에 국한하지 않고 수없이 존재하니까요.

뭐 마리오의 시작이 동키콩의 점프맨이었고 여기서 파이프를 타고 다니는 마리오 브라더스(슈퍼 마리오 브라더스가 아닙니다)였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마리오 시리즈의 수많은 파생작은 운명이었는지도 모르죠.



▲ 왠지 훈장님 분위기가 감돌았던 점프맨 시절의 마리오

이제는 웬만한 장르로는 마리오 게임이 나와, 어떤 게임이 있었는지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지만, 많은 작품이 좋은 평가를 끌어냈죠. 여기에는 닌텐도의 철저한 IP 관리, 그리고 여기에 뒤따르는 유저 타깃 분석 등의 기획력이 뒷받침되어 있습니다. 마리오라는 캐릭터의 생명을 불어넣어 더 오래, 더 많은 팬에게 사랑받도록 만든다는 목표에도 어울리는 확장이었죠.

하지만 모든 시리즈가 플레이어 모두의 입맛에 딱 맞을 수는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페이퍼 마리오 시리즈는 마리오 게임 중 안 좋게 전개된 시리즈 중 하나였습니다. 종이로 그려진 아름다운 월드 디자인이나 마리오 캐릭터들의 새로운 모습 등 기본적인 게임 틀은 단단한데 전투나 게임 시스템 등 몇몇 부분에서 나사가 덜 죈 모습을 보였죠. 마리오 본편 시리즈와 비교해 일부 실망스러운 평가도 뒤따랐고요.

특히 직전 작품인 페이퍼 마리오: 컬러 스플래시가 기대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며 신작 페이퍼 마리오 종이접기 킹(이하 종이접기 킹)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작품이 되었습니다.





가볍기에 더 쉽게 다가오는 이야기
여기에 묵직한 한방까지

슈퍼 마리오 시리즈는 그간 슈퍼 패미콤 시절 출시된 슈퍼마리오 RPG 하나를 두고 전 스퀘어 분파 알파드림이 만든 마리오&루이지 시리즈. 고전 파이어 엠블렘 시리즈 개발사로 유명한 인텔리전트 시스템이 만든 페이퍼 마리오 시리즈. 이렇게 둘로 갈라져 후속작이 제작됐습니다.

반대쪽이 RPG 전문인 스퀘어 출신들이니만큼 당연하게 페이퍼 마리오 시리즈의 특징은 시간이 지날수록 일반적인 RPG와는 결을 달리해왔습니다. 시시콜콜한 농담 같은 이야기가 게임 대화의 주를 이루고 캐릭터의 레벨을 통한 성장보다는 어드벤처 성향이 더 도드라졌죠. 스토리는 고전 마리오 스타일로 최대한 담백하게 빚어왔습니다.



▲ 슈퍼 마리오 RPG를 두고 서로 다른 방향으로 발전해온 두 작품

종이접기 킹에서도 큰 틀은 변함이 없습니다만, 빚어진 게임 위 문양을 더 정밀하게 손봤습니다. 평면으로 그려진 버섯 왕국을 종이접기해 3차원으로 만들어버리려는 올리 왕. 그리고 공동의 적에 대항해 마리오와 함께하는 올리 왕의 동생 올리비아. 게임은 곁가지로 치부됐던 이야기를 뚜렷하게 구성해 게임의 목표와 중심을 든든하게 잡아두고 있습니다.

이야기의 줄기가 단단하다고 해서 마냥 무겁고, 진중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중심 이야기에만 마냥 집중하기는 싫어질 정도로 쏟아지는 말장난과 이야기들이 게임의 메인 스토리를 더욱 흥미롭게 이끌고 있죠.

꼬깃꼬깃 구겨져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거나 인형 병사에 의해 곤충으로 변한 키노피오들을 구해줄 때 남기는 말장난은 괜스레 웃음을 자아내죠. 천진난만하기로는 어떤 캐릭터와도 비교 불가능한 올리비아의 말장난과 행동. 그리고 스토리를 진행하며 마리오와 결속된 끈끈한 우정까지 전에 없던 신규 등장인물이라며 그냥 넘어갈 수준에 그치지 않는 독특한 캐릭터성을 자랑합니다.

▲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올리비아

게임 결말부에 밝혀지는 올리 왕이 버섯 왕국을 지배 이유도 사실 코믹 만화에서나 볼법한 하찮은 이유에 가깝습니다. 오히려 이런 경쾌한 이야기가 부담 없이 이야기에 빠져들도록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요.

그리고 이렇게 소소한 이야기들이 게임 플레이 전체에 녹아들어 있다 보니 잔잔하게 툭 던져지는 포인트에도 더 쉽게 감동하기도 합니다. 특히 게임 중간 한 동료가 희생하며 길을 터주는 장면은 이런 캐릭성과 이야기의 구조가 빛을 발하는 구간이기도 하고요.

그래도 내용 자체가 이러다보니 아무래도 10살 정도는 떼어 둔 동심의 눈으로 바라봐야 더 매력넘치는 이야기가 오롯이 와 닿게 됩니다. 가벼운 말장난엔 눈도 깜짝하지 않거나 거대한 흑막과 숨 막히는 반전이 연이어 터지지 않는 작품에 그다지 큰 감흥이 없는 게이머라면 오히려 이런 게임의 이야기를 견뎌내는 게 가장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 간혹 등장하는 진지한 이야기와 말없이 모든 걸 받아주는 마리오가 깊은 울림을 낸다



▲ 분위기와 달리 귀엽기만 한 올리 왕


팔랑팔랑 종이기에 가능한 탐험
종이가 이렇게나 아름다웠습니다

최근 출시된 슈퍼 마리오 오디세이를 포함해 몇몇 3D 액션 마리오의 특징은 목적을 향한 자유로운 진행 방식에 있습니다. 클리어라는 목적에 따라 스테이지 곳곳을 뒤지거나 참신한 발상으로 길을 트며 게임을 클리어할 수 있습니다. 일부는 점프와 슬라이딩, 달리기를 적절히 섞어낸 신의 컨트롤로 클리어하기도 했습니다.

스테이지라는 마리오 시리즈 특유의 구성에 클리어 방식에 자유도를 부여한 셈이죠. 종이접기 킹은 이와는 반대 구성입니다. 스토리를 진행하는 기본 진행은 선형 구조입니다. 하지만 월드, 혹은 스테이지별로 쪼개져 그려진 구역을 완연한 하나의 세계로 만들었습니다.

토관을 두고 여러 지역에서 키노피오 타운에 곧장 갈 수 있도록 만들어 타운에 중심을 두도록 만들었습니다. 또 세미 오픈 월드 방식에서 보듯 구간 구간이 나뉘었지만, 지역 곳곳이 서로 연결되며 메인 스토리와 관계없는 공간이 생기며 탐험이라는 측면을 강조됐습니다.



탐험할 장소만 있다고 그곳에 가고 싶다는 의지가 생기지는 않겠죠. 종이접기 킹은 다양한 컬렉션 요소로 이 탐험을 선택하도록 합니다. 맵 곳곳에 존재하는 키노피오는 생각보다 다양한 지역, 생각지 못한 장소, 의외의 모습으로 숨어있습니다.

캐릭터들이 평면으로 그려져 있다고 해도 3D 게임의 특징이 잘 그려진 종이접기 킹이지만, 카메라 회전 기능은 없습니다. 게임 시점은 마리오의 위치에 따라 정해진 방향에서 게임의 주역을 비추는데요. 화면 사각에 살짝 보이는 부유섬, 풀숲과 같은 선에 뉘어 정체를 쉽게 분간하지 못하는 땅속 키노피오 등 의도적으로 화면을 비틀어놓았죠.



▲ 목이 접혀 머리만 남거나 펀치에 얼굴이 뚫린 키노피오. 이게 다 종이가 아니라 사람이었다면...

이처럼 평면과 3차원을 교묘하게 섞어내 플레이어의 눈을 속이고 논리적인 추론과 탐험 의지가 자연스럽게 끌어 나오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다만, 게임의 핵심 스토리는 일자 진행에 가깝다 보니 클리어를 위한 길 찾기에서 헤매는 구간이 더러 생깁니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논리적 해결이 많긴 하지만, 간혹 악의적이다 싶을 구간도 있죠. 계속 같은 곳을 돌아다니며 망치로 두들기며 다니는 건 썩 즐겁진 않습니다.

X 버튼을 누르면 올리비아가 힌트를 주는데 간혹 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보통은 의미없는 이야기만 반복할 뿐입니다.



▲ 가끔 별 도움 안 되는 힌트를 주기도 하지만

▲ 그래도 행동 하나하나가 귀엽다

그래도 탁 트인 지역에서 버섯 왕국을 바라볼 때면 현실 세계에서 경험하는 풍광 이상의 감동하며 지역을 이리저리 돌아다닌 수고에 보상받기도 하죠. 그만큼 마리오의 모든 시리즈를 통틀어 깊이 있는 아름다움을 전합니다. 여기에는 그간 출시된 닌텐도 콘솔 중 가장 높은 스위치의 성능 덕이기도 하고요.



▲ 타 AAA급 게임 그래픽에는 모자랄지 모르지만 경쾌한 색과 분위기가 더해져 보는 맛을 살린다


보상이 없으니 한두 번만 재밌는 전투
그래도 보스전은 인정

종이접기 킹의 전투는 페이퍼 마리오 시리즈가 기대하는 방향에 들어맞는 가장 완벽한 변화를 만들어냄과 동시에 불완전함을 드러낸, 게임의 큰 약점으로 꼽힐 요소입니다.

전투는 크게 정렬과 액션, 두 구간으로 나뉩니다. 정렬 구간에서는 우선 360도 회전판을 이리저리 돌려 제멋대로 위치한 적들을 부츠나 망치, 혹은 아이템 등의 사정거리와 정확하게 맞춰야 합니다. 여기서 정확하게 맞춘다면 아무런 피해 없이 전투를 끝낼 기본은 마쳤습니다.

다음은 액션. 이제 장비를 써 적들을 물리치면 되는데 적당한 타이밍이 존재합니다. 부츠로 적을 밟을 때, 망치를 내려치기 좋을 힘을 정확하게 모으는 순간 A 버튼을 누르면 더 강력한 공격으로 적을 일격에 보낼 수 있습니다.

기존에 도입되지 않았던 독특한 스타일의 전투 방식에 마리오 시리즈의 액션성을 곁들인 전투는 플레이 자체가 흥미롭습니다. 새로운 적은 어떤 무기를 어떻게 사용해야 좋을지 고민하고 점점 복잡해지는 적들을 재배치하는 것도 머리를 쓰며 긴장감을 전합니다

▲ 눈으로 보는 게 이해하기 쉬운 전투 방식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타이밍 실수 한 번에 전투가 길어지고 상대에게 턴을 내주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엉금엉금이 껍질에 들어가 회전 공격을 하거나 뭉쳐 공격하는 등 같은 적이라고 다양한 공격 패턴을 가지는데 그 피해량이 꽤 큽니다. 게임 초반에는 턴 한 번 내주면 바로 빈사상태로 전투를 마칠 정도죠. A키를 눌러 적의 공격을 방어할 수 있고 방어 시 피해량을 줄이는 액세서리 등도 있지만, 이것도 제대로 된 타이밍에 맞게 방어해야 합니다.

타이밍에 맞추지 못해 공격력이 부족하거나 적들을 정렬하는 데 주어진 시간 30초가 모자라면 어쩔 수 없이 적의 공격을 맞아야 합니다. 기본 장비보다 강력한 아이템을 사거나 정렬 중 시간을 늘릴 수 있는데 이때 전부 코인이 필요합니다.

모험과 스토리. 이 둘을 제외하면 게임의 모든 곳에는 코인이 필요합니다. 기본 장비 외 장비는 일정 횟수를 사용하면 파괴되고 구해준 키노피오가 전투를 도와줄 때도 코인이 필요하죠.



▲ 그렇지만 코인이 최고인걸

하지만 이렇게 클리어한 전투가 그렇게 큰 성취감을 들게 하지는 않습니다. 게임 자체에 레벨 요소가 없고 전투의 보상도 오직 코인뿐이죠. 전투를 효과적으로 플레이하기 위해 장비나 시간에 코인을 썼는데 보상도 코인으로 되돌려받는 셈입니다. 물론 캐릭터가 강해질수록 맵 상에서 적을 한 번에 없앨 수 있기는 하지만 등장하는 적 수도 많습니다.

한두 번의 전투야 흥미롭지만, 별다른 보상이 없으니 똑같은 전투를 반복해서 하는 데서 지루함이 오는 셈이죠. 특히 탐험으로서의 게임 분량이 큰데 이렇게 꾸준히 리스폰되는 적을 상대하도록 했느냐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 전투 보상은 오직 코인뿐



▲ 능력치 등은 탐험을 통해 이루어진다

대신 참신한 전투 시스템과 플레이어의 순발력이 집중되는 보스전은 그 재미가 온전히 살아납니다. 360도 회전판을 이용하는 것은 같지만, 중앙에서 적을 배치하는 형태 대신 중앙에 있는 적을 향해 마리오를 이동시켜 공격하는 형태로 이루어지죠. 공격하러 가는 길목에 어떤 타일이 깔렸는지에 따라 피해 규모도 달라지고 도달 위치가 다르면 적이 공격을 방어하기도 합니다.

여기에 보스 특징에 맞춰 게임을 플레이하며 획득한 신수를 적절히 사용하고 플레이 방식이 하나씩 추가되며 바뀌기도 합니다. 단순히 기존 룰을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특정 보스, 혹은 특정 이벤트에만 사용되는 별도의 전투신도 존재하는데요.

프린세스 피치호에서 싸우는 왕징오징어는 온전히 망치와 점프를 활용한 액션으로 전투가 진행되고 쿠파 비공정에서는 건슈팅 게임 요소를 담기도 합니다.



▲ 보스전은 다양한 기믹 활용이 이루어진다

전투 자체의 재미 요소는 충분하니 보스전처럼 나름의 목표가 있는 적절한 수준에서 전투가 이루어지도록 배치했으면 어땠을까 싶은데요. 그래도 전투 돌입이 심볼 인카운터 방식이라 마음만 먹으면 대다수의 전투를 피해갈 수 있긴 합니다.


게임이 주는 힐링
다음 페이퍼 마리오는 더 나아질 거야

무언가 항상 피해를 보는 것만 같고 각박해져 버린 것만 같은 우리 삶. 그래서 되려 힐링이라는 말이 더 많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힐링 게임이라는 말도 비슷하게 세상에 등장했고 여러 게임을 수식하는 데 쓰이고 있죠.

그런데 스토리 기반 게임에서는 몸과 마음을 치유 받는 힐링이 쉽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게임의 임무를 달성해야 한다는 목표 의식이 뚜렷하고, 이를 위해 여러 역경과 고난을 거쳐야 하니까요. 종이접기 킹에도 종이인형 천지가 된 왕국을 구한다는 목표. 그리고 특유의 퍼즐 요소와 맵 곳곳을 돌아다니며 탐험해야 하는 시스템까지 복잡하게 얽혀있죠.

하지만 종이접기 킹은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흐름 자체에 무게를 덜어냈습니다. 형형색색의 종이들로 만들어진 풍경을 넓은 시야까지 구현해 플레이 내내 산뜻한 비주얼을 체감하도록 했고 마리오 시리즈가 쌓아온 캐릭터성을 가벼운 대사들과 이야기로 친근하게 풀어내고 있죠. RPG의 색을 덜어내며 어드벤처를 꾸준히 강조해나간 페이퍼 마리오 시리즈의 특징이 제대로 빛을 봤습니다.



성장 요소와 함께 깊이 파고들 만한 게임은 아니지만, 그래서 조금은 더 자유롭게 세상을 탐험하고 미소 짓게 하는 게임. 너무 잦은 졸개 전투에도 재미를 느꼈거나, 혹은 잘 피해 다닐 수만 있다면 페이퍼 마리오 종이접기 킹은 게임을 통한 힐링이 스토리 기반 게임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그리고 게임의 정체성에 맞는 고민이 곁들여진 만큼 다음 작품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기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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