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스팀 국내 인기 3위, '건파이어 리본'의 흥행 비결은?

기획기사 | 박광석 기자 | 댓글: 30개 |




⊙개발사: Duoyi 인터렉티브 ⊙장르: 슈팅 ⊙플랫폼: PC ⊙발매일: 2020년 5월 23일 얼리억세스

스팀을 통해 지난 5월 얼리억세스로 출시된 1인칭 슈팅 게임 '건파이어 리본(Gunfire Reborn)'이 국내 스팀 유저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스팀 상점에 게시되어 있는 트레일러와 스크린샷을 통해 본 건파이어 리본의 첫인상은 신통치 않은 편이다. 누가 보더라도 중화권 게임 냄새가 물씬 풍기는 캐릭터 디자인부터, 결코 좋다고는 말할 수 없는 인디 감성의 그래픽,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1인칭 슈팅 장르, 여기에 미완성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얼리억세스' 딱지까지, 국내 유저들이 손사래를 치게 할만한 요소들은 모두 갖춰져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시된 지 벌써 두 달도 더 된 이 게임은 여전히 국내 스팀 최고 인기 제품 순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압도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유지하고 있다. 특별한 것 없어 보이는 이 홍콩발 인디 게임이 오랫동안 식지 않는 인기를 구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 가끔 변동은 있지만,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 중이다. 평가는 '압도적으로 긍정적'
(2020.07.29 오전 10시, 국내 최고 인기 제품 순위 기준)


평범한 슈팅은 NO, FPS와 로그라이트의 신선한 조합



건파이어 리본은 혼돈이 강림하여 불타버린 왕국에서 홀로 살아남은 고양이 수인 '프린스'가 혼돈의 근원을 없애기 위해 긴 여정을 떠난다는 설정의 1인칭 슈팅 게임이다. 복수를 위해 총을 쥔 주인공은 FPS 게임에서 흔하디흔한 소재 중 하나이며, 건파이어 리본은 그 흔한 공식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는 특별할 것 없는 슈팅 게임처럼 보인다. 하지만 건파이어 리본이 일반적인 FPS와 차별화되는 작품으로 취급받을 수 있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슈팅도, 스토리도 아닌, '로그라이트' 요소에 있다.

건파이어 리본은 '보더랜드' 시리즈처럼 FPS에 아이템 파밍 요소를 섞은 슈팅 액션 RPG 장르를 기반에 두고 있다. 여기에 매번 바뀌는 맵 구조와 드롭 아이템, 그리고 죽으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만 하는 스테이지 구성을 더해 로그라이트 장르로서의 재미를 더했다.

현재 얼리엑세스 단계에 있는 이 게임에는 총 3개의 스테이지가 존재한다. PvP 없이 싱글 플레이가 메인인 슈팅 게임치고는 크지 않은 볼륨이지만, 매번 맵구조와 드롭 아이템이 달라지니 '다음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다음은 어떤 무기가 나올까?'라는 기대감으로 쉽게 질리지 않고 게임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되는 것이 특징이다.

스팀을 통해 셀 수 없이 쏟아져나오는 로그라이크 게임들 속에서도, 건파이어 리본이 보여준 'FPS 장르'와의 조합은 새롭게 느껴진다. 비록 최초라고는 할 수 없지만, 플랫포머 액션이나 RPG와의 조합에 피로감을 느낀 유저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제공한 것은 분명하다.


슈팅 게임을 못해도 괜찮아! 계속 성장할 수 있는 RPG 요소



▲ 건파이어 리본의 모험은 주점에서 시작한다

만약 FPS 게임에 소질이 없는 유저라면 첫 번째 보스를 넘기지 못하고 계속 똑같은 스테이지만 반복하게 될지도 모른다. 로그라이크 장르 특성상 죽으면 획득한 장비를 모두 잃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만 하니, 이 과정에서 금세 지쳐버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건파이어 리본에서는 '특성'으로 불리는 레벨업 시스템 덕분에 자신의 캐릭터를 계속해서 성장시킬 수 있다. 체력이나 방어막의 최대치를 올리고, 기본 장비인 수류탄 개수와 탄창 크기까지 영구히 늘릴 수 있다보니, 몇 번만 반복하다 보면 누구나 허들처럼 느껴지는 구간을 극복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건파이어 리본 속 RPG 요소이자, 이 게임이 로그라이크가 아닌 로그라이트로 불리게 된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죽음을 반복하는 과정에서도 자신의 캐릭터가 성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고, 또 조금씩이나마 전투가 수월해지는 모습을 보며 반복 플레이에 대한 동기를 얻게 된다.



▲ 획득한 특성의 개수가 곧 자신의 계정 레벨이 된다


입맛대로 골라잡자! 30종 이상의 각기 다른 무기들



건파이어 리본을 더욱 매력적인 게임으로 만드는 세 번째 요소는 입맛대로 골라 쓸 수 있는 '무기 시스템'에 있다. 권총, 기관단총, 소총, 산탄총, 저격총, 로켓런처, 유탄발사기, 레이저 무기까지 화기 분류도 다양하고, 서로 다른 효과를 가진 총기가 30종 이상 등장한다. 현재 게임 내에 적용된 캐릭터는 딱 두 종뿐이지만, 사용할 수 있는 무기만 따져보면 서른 명 이상의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등장하는 '오버워치'가 부럽지 않은 셈이다.

사용할 수 있는 탄약의 종류도 기본탄, 대형탄, 특수탄의 세 가지로 나뉘고, 모든 무기에 화염, 전기, 산성의 세 가지 속성 대미지를 추가로 부여할 수 있다. 여기에 전투 중에 드랍되는 무기는 각기 다른 옵션과 특수 효과를 가지고 있으므로, 좋은 옵션이 박혀있는 무기를 파밍하고, 사용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기본 딱총을 포함하여 세 개의 무기를 동시에 보유할 수 있다 보니, 한 번의 플레이에 적어도 6개 이상의 무기를 동시에 활용해볼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일반적인 공격보다 더 강력한 대미지를 입힐 수 있는 '헤드샷'과 럭키 샷, 그리고 속성 간의 관계를 파악하여 무기 조합을 전략적으로 활용한다면,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강력한 대미지를 뽑아내는 것도 가능하다. '디아블로3'를 즐길 때 느낄 수 있는 그 쾌감처럼, 적의 머리 위에 표시되는 숫자가 발당 천 단위를 넘어갔을 때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짜릿하다.



▲ 속성 조합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폭발적인 대미지를 볼 수 있다


솔플에 지친 이들이여 모여라, 같이하면 더 즐거운 멀티 플레이


건파이어 리본이 그저 그런 인디 게임 중 하나에 그치지 않고 현재까지 식지 않는 인기를 구가할 수 있게 된 것은 '멀티 플레이'의 덕이 가장 컸다. 힘들게 고생해서 성장시킨 내 캐릭터와 에임 실력을 나 혼자 만끽하는 것이 아닌, 다른 유저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은 앞에서 언급한 그 어떤 요소들보다도 큰 매력 포인트로 작용했다.

솔로 플레이를 진행하며 10레벨을 달성하면 멀티 매칭이 해금되고, 이때부터는 네 명이 팀을 이뤄 완전히 다른 방식의 게임 플레이를 즐길 수 있게 된다. 단순 계산으로도 화력이 네 배가 되는 만큼, 솔로 플레이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화끈한 플레이가 가능하다. 어그로도 넷으로 분산되기 때문에 마치 통곡의 벽처럼 느껴졌던 스테이지의 보스들도 언제 그랬냐는 듯 손쉽게 쓰러트릴 수 있다.

두 번 죽으면 완전히 게임 오버되는 싱글 플레이와 달리 살아있는 동료가 있다면 계속해서 서로를 부활시켜줄 수 있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아이템이나 무기를 다른 파티원에게 전해줄 수도 있다.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한 보이스 채팅과 한국어 채팅을 모두 지원하는 것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강점이다.

건파이어 리본의 솔로 플레이가 너무 어렵게 느껴진다면, 멀티 플레이에서 고수 유저들의 플레이를 참고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혼자서 플레이하는 것보다 레벨을 올리기도 쉽고, 이렇게 게임을 즐기다보면 어느새 다른 유저들을 도와줄 수 있는 '고인물'이 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활발한 유저 커뮤니티로 기대감 충전! 추후가 더 기대되는 얼리억세스




건파이어 리본은 선택할 수 있는 무기와 스킬 조합의 수가 무궁무진한 만큼 파면 팔수록 더 깊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지만, FPS와 로그라이크 장르에 면역이 없는 유저에게는 쉽게 권하기 어려운 게임이기도 하다.

30레벨 이후에 해금되는 개 수인 '아오 바이'를 더해도 선택할 수 있는 캐릭터는 두 가지뿐이고, 1인칭 슈팅 장르 특성상 전체적인 플레이 스타일은 몇 번을 플레이하더라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PvP 없이 오직 PvE 콘텐츠만 있다보니 상대적으로 작은 볼륨이 아쉽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건파이어 리본'의 앞날은 결코 어둡지 않다. 아니, 오히려 밝은 편이다. 해외 개발사의 인디 게임임에도 상세 소개가 담긴 위키 페이지가 마련된 것은 물론, 별도의 국내 유저 게시판까지 개설되어 하루에도 수십 건씩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찾아볼 수 있다.

또 얼리억세스 단계에 있는 만큼, 콘텐츠 업데이트와 유저 피드백 반영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발매 초기에는 중국어와 영어만 지원했지만, 거듭되는 패치로 지금은 한국어도 지원하게 되었고, 세 번째 플레이어블 캐릭터인 '독수리 수인'에 대한 실마리도 서서히 공개되고 있다.

홍콩에서 개발된 한 인디 게임이 보여주고 있는 이례적인 모습에 많은 국내 스팀 유저들의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FPS와 RPG, 여기에 로그라이트까지 섞어 색다른 매력을 보여준 이 게임은 과연 지금의 긍정적인 평가를 유지한 채로 정식 출시에 다다를 수 있을까? 1인칭 슈팅과 로그라이트 장르를 선호하고, '보더랜드' 시리즈까지 빠짐없이 즐겨온 FPS 팬이라면, 국내 유저들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며 여전히 식지 않고 있는 신작 '건파이어 리본'을 눈여겨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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