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차와 함께한 10년, 워게이밍 '빅터 키슬리' CEO

인터뷰 | 정재훈 기자 | 댓글: 16개 |



10년 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게임 산업이라는 배는 성장의 항로에 섰다. 발전하는 콘솔과 PC, 모바일의 바람은 순풍의 동력이 되었으며, 배의 크기도 급격하게 커졌다. '월드오브탱크'또한 마찬가지다. 벨라루스의 작은 개발사에서 시작한 이 게임은, 동유럽 시장을 점령하고 전 세계로 발돋움하며 서비스 10년을 맞이했다.

처음과는 많이 달라졌다. 육중한 실존 전차들이 굴러다니던 전장에선 차륜형 전차가 날듯이 달리며, 폐허가 된 전장에서만 서던 전차들은 이제 달에서 포격전을 치른다. 가끔은 축구도 하고, 레이싱도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여전히 월드오브탱크다. 포연과 도탄음, 강철과 불꽃이 빚어내는 그 게임성만큼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COVID-19로 오프라인 행사가 모두 마비된 지금, 워게이밍의 CEO인 '빅터 키슬리(Victor Kislyi)'와 유선상으로나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작은 개발사였던 10년 전에 비해 세계적 개발사 중 하나가 된 지금, 빅터 키슬리는 지난 10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2010~2020, 워게이밍의 지난 10년

Q. 워게이밍의 주력 타이틀이자, 간판인 '월드오브탱크'가 어느덧 서비스 10년을 맞이했다. 10년 전 오늘과 지금을 생각해 보면 감회가 퍽 남다를 것 같은데, 소감이 어떤가?

먼저, 당연히 매우 기쁘다.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월드오브탱크는 10년을 채웠고, 월드오브워쉽을 포함한 다른 게임들도 5~6년의 서비스를 이어왔다. 지금에 와서 월드오브탱크를 보면, 게임 중 하나보다는 취미 중 하나로서 잘 자리매김한 것 같다. 월드오브탱크는 35세 이상의 중년층이 주로 즐기는 게임이며,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 지난 10년이 그래왔듯 앞으로 10년, 20년동안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월드오브탱크의 시작은 크지 않았다. 고작 CIS(독립국가연합)서버만이 존재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제는 유럽과 미국을 넘어 동아시아에 이르기까지 폭을 넓혔다. 하나의 지역에 국한된 콘텐츠가 아닌, 세계를 무대로 삼는 콘텐츠가 되었다. 지난 10년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에 감사하고, 앞으로도 같은 마음을 이어갈 생각이다.


Q. 처음 개발을 시작했을 때 생각한 10년 후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을 비교하자면 어떤가?

10년 전에는, F2P 게임이 그리 흔하지 않았다. 서구권 시장의 게임들은 온라인 게임이라 해도 대부분 패키지 판매나 월정액을 기반으로 운영되었다. 그렇기에 서비스와 자금 순환구조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한국 게임을 많이 참고했고, 나아가 F2P게임이 언젠가 대세가 될 것이란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솔직히 이 정도로 성공하리란 기대는 하지 않았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워게이밍은 굉장히 크게 성장했고, 이는 게임 시장의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10년 전의 유럽 게임 시장은 퍽 작은 편이었다. 당시의 한국을 생각하면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10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세계 게임 시장은 차츰 성장했고, 배틀그라운드, 리그오브레전드, 포트나이트와 같은 글로벌 히트 게임들이 이 흐름에 힘을 더했다. 그리고, 이제는 유럽 지역도 상당한 크기를 갖춘 게임 시장으로 성장했다. 워게이밍의 성장도 이에 발을 맞췄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Q. 몇 년 전에, 월드오브탱크와 월드오브워쉽, 워플레인까지 포함해 하나의 유니버스를 만드는 기획을 구상 중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 계획은 아직도 유효한가?

결론적으로는 아니다. 이 점에 대해 많은 게이머와 미디어가 질문했고 우리 또한 고심을 거듭했지만, 현재의 계획은 세 종의 게임이 각각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물론 세 게임 모두 특정 시대와 소재를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게임 디자인 측면에서 서로 완전히 다른 메커니즘과 특성들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Q. 10년 간 서비스를 이어오며 순탄한 시절도 있었겠지만, 반대로 위기 상황도 적지 않았으리라 본다. 운영 중 힘들었던 순간들이 있었나?

게임의 라이브 서비스는 언제나 쉽지 않은 일이다. 월드오브탱크도 퍽 다사다난한 서비스 과정을 거쳐왔고, 그 중에는 분명 '위기'라고 할만한 순간들도 있었다.

하지만, 모든 위기의 원인은 하나로 귀결되었다. 우리가 게이머의 의견을 충분히 수용하지 못했을 때, 게이머의 시선과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그들의 요구에 공감하지 못했을 때 항상 문제가 생기곤 했다. 앞선 답변에서 월드오브탱크가 이미 많은 게이머의 생활 취미가 되었다고 말한 바 있다. 우리의 의무는 이를 유지하기 위한 꾸준한 업데이트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항상 옳은 판단을 내리는 건 매우 힘든 일이다.

무언가 잘못되었을 때, 피드백은 매우 즉각적이다. 월드오브탱크는 서비스 이후 100회 이상의 크고작은 업데이트를 해왔다. 물리엔진을 바꾸었고, 그래픽 리뉴얼을 거쳤으며, 새로운 시스템과 메카닉, 콘텐츠가 도입되었다. 10년 전의 월드오브탱크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아찔한 기억을 하나 꺼내 보자면, 그래픽 엔진 교체 업데이트 당시 몇몇 지역의 저사양 유저들이 굉장히 심각한 프레임 드랍을 겪은 적이 있다. 일부라 표현하긴 했지만, 그 비율이 서버의 20% 가까이 되는 수였다. 황급히 우선 순위를 높여 해결했지만, 우리로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위기였다.

또한, 서비스 연차가 올라갈수록 콘텐츠가 쌓이다 보니 밸런스는 항상 큰 문제가 된다. 업데이트에 따라 몇몇 전차가 굉장히 강해지기도 하고, 반대로 쓸모없어지는 경우도 있다. 게임 디자인의 기본이 경쟁에 있다 보니 밸런스와 관련된 부분은 아무리 사소한 부분이라도 격렬한 논쟁 주제가 되곤 한다.

이런 위기들을 제외하면, 개인적으로는 비교적 잘 운영해왔다고 생각하고 있다. 나 또한 월드오브탱크를 10년째 플레이하고 있으며, 게이머들도 내 닉네임을 모두 알고 있다. 뭔가 문제가 터지는 순간, 수없이 많은 귓속말이 내 계정으로 날아온다. 그럼 나는 개발 헤드에게 이를 그대로 전달하고, 다음 업데이트나 핫픽스를 통해 문제가 해결된다.



▲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CS 전담팀


Q. 현재 세계 각국의 개발사가 COVID-19으로 인해 근무 형태를 변경했으며, 많은 게임들이 서비스 일정을 늦추거나 업데이트를 연기하고 있다. 워게이밍의 상황은 좀 어떤가?

세계가 질병으로 인해 고생하고 있는건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워게이밍만 두고 보았을 땐 꽤 현명하고 빠르게 대처했다고 생각한다. COVID-19가 본격적으로 위험해지기 이전인 1월 말, 우리 리더쉽 팀은 COVID-19의 잠재적 위협을 파악했으며, 각국이 봉쇄령을 내리기 한참 전인 2월 초부터 전 세계 오피스, 4,500여 명의 직원 모두 재택 근무로 전환했다.

당연히 이 과정에는 많은 시행 착오가 따랐으며, 노력이 필요했다. IT팀은 재택 근무를 위한 업무 도구를 빠르게 개발했고, 민감한 보안 문제와 업무 프로세스에서 오는 불통을 해결했다. 그리고 현재에 이르러서는, 감염 속도가 안정화되고 국가 차원에서 락다운을 해제한 국가에 한해 점진적 복귀중인 상황이다.

개발 외적으로도 접촉 자체를 자제했고, GDC나 E3, 게임스컴과 같은 게임쇼 출전도 모두 취소했다. 지금 하고 있는 인터뷰 또한 인터넷을 통한 인터뷰이긴 하지만, 거의 1년 만에 진행하는 것이다.

워게이밍의 대표로서, 급박한 업무 환경의 변화에도 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인 워게이밍의 임직원 모두에게 감사를 표하고 있다. 월드오브탱크의 업데이트 및 개발 일정에는 아무 문제도 없으며, 당면 과제와 차기 과제를 모두 성실하게 해결하고 있다. 워게이밍은 늘 모든 것에 앞서 구성원의 안전과 건강을 우선하고 있으며, 모든 직원을 가족처럼 생각하고 있다.

2020~, 그리고 앞으로의 워게이밍

Q. 앞서, 10년 전 상상했던 지금의 워게이밍과 월드오브탱크를 물어보았다. 약간 질문을 바꿔서, 지금보다 10년 후의 워게이밍과 월드오브탱크는 어떤 모습일 거라 생각하나?

COVID-19가 퍼지고, 재택 근무가 시작되면서 난 아들과 몇몇 친구들과 함께 CS:GO를 즐기곤 한다. 프로게이머처럼 하기보다는 여가 시간에 취미로서 플레이하는 형태인데, 아마 앞으로도 별일 없으면 꾸준히 플레이하지 않을까 싶다.

CS:GO 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게임들이 이미 '게임'으로서 특별하기보다는 일상의 당연한 취미로서 작동하고 있다. 월드오브탱크 또한 마찬가지라고 본다. 다른 수많은 게임들처럼, 누군가의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취미가 되었으며, 10년 후에도 이는 바뀌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워게이밍'에 초점을 맞추면, 우린 멈출 생각이 있다. 현재 영국과 키예프의 스튜디오에서는 지금까지의 게임들과는 전혀 무관한 새로운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있으며, 좋은 게임을 만드는 작은 규모의 개발사들과 협력해 그들의 게임을 세상에 선보이는 작업도 이어갈 예정이다. 우리의 장기적 목표는 세계의 모든 게이머에게 최고의 플레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며, 10년 후에도 이 목표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 월드오브시리즈만 선보이는 건 아니다. 2015년 출시한 '마스터 오브 오리온 리메이크'


Q. 다시 '월드오브탱크'로 주제를 옮기면, 많은 게이머들이 주 콘텐츠인 '신규 전차'의 확충을 우려하고 있다. 실존 전차는 물론, 페이퍼플랜으로 남아 있던 전차들도 소진되어 가는 상황인데, 차후 전차 확충은 어떻게 해나갈 예정인가?

좋은 질문이다. 아마 3년쯤 전일거다. 우리 또한 같은 고민을 했으며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콘텐츠를 확충해가느냐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콘텐츠 확충의 방향을 바꾸는 방식으로 결정했다. 지금까지 월드오브탱크는 다양한 문화권의 명절(크리스마스, 음력설 등)을 기념하거나 각 계절에 맞춰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해 왔다. 레이싱이나 축구, 배틀로얄 등의 새로운 모드도 선보였다.

앞으로는 이렇듯, 콘텐츠의 층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업데이트 방향을 잡을 예정이다. 물론, 새로운 전차는 언제나 고민하고 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관련 자료를 연구하고 있다. 8월 초엔 폴란드 중형 전차 트리가 추가될 예정인데, 전차 엔진 출력을 순간적으로 높이고, 반작용으로 명중률을 낮추는 형태의 메커니즘을 도입할 예정이다.

다양한 IP와의 콜라보를 통해 콘텐츠를 확보하는 방향에 있어서는 아직 고민의 여지가 있다. 월드오브워쉽의 경우 '워해머'나 '벽람항로'와 같은 IP와의 콜라보를 통해 새로운 전함을 선보인 바 있지만, 월드오브탱크의 경우 게이머 성향이 고증과 사실성을 중시하는 편이다 보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부분이다. 콘솔 버전의 경우 WWE와의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긴 했지만 말이다. 아직 공개할 수는 없지만 숨겨둔 프로젝트가 하나 있는데, 아마 연말쯤 되면 말씀드릴수 있지 않을까 싶다.



▲ '워해머 40K'와 콜라보했던 '월드오브워쉽'


Q. 몇 년 전, 월드오브탱크 한국 서버가 접히면서 아시아 서버로 통합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한국 게이머들이 월드오브탱크를 플레이하고 있다. 한국 게이머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나, 한국 서비스에 대한 소회를 말해줄 수 있는가?

지난 10년 간, 워게이밍은 규모만큼이나 조직적으로 성장했으며,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던 프로젝트들도 프로덕트 위주로 개편되었다. 한국 서버가 아시아 서버로 통합되는 과정도 조직적 성숙에 따라 이뤄진 일 중 하나다. 월드오브탱크는 독립된 팀이 담당해 서비스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꾸준히 한국어 로컬라이징과 관련 서비스를 이어갈 예정이다.

우리는, 온라인 게임의 성지이자 F2P모델 개발에 많은 영감을 준 한국 게임 시장을 존중한다. 비록 전용 서버는 아니지만, 월드오브탱크를 비롯한 워게이밍의 모든 게임을 즐기고 있는 게이머 분들께 감사하며, 앞으로도 최고의 플레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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