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로지텍 마우스 레전드 ② - 노병은 죽지 않는다, 로지텍 G1

기획기사 | 이형민 기자 | 댓글: 19개 |


▲ 09년 PC방 강퇴 1순위

저는 제 죄를 반성합니다. 뜬금없이 무슨 소리냐고요? 기자는 국내 PC방 호황기라고 할 수 있는 2007-2009 시즌에 개념이라곤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중학생이자 PC방의 불한당이었거든요. 무더운 여름 날 방과 후 친구들과 우르르 몰려다니며, 동네 PC방 이곳저곳에서 민폐란 민폐는 전부 끼쳤습니다. '조용히 하라' 꾸중으로 끝나면 다행이었고 심하게는 추방이라는 즉결 심판이 따랐습니다. 다시 한번 죄송했다는 말씀을 남기고 싶군요.

PC방마다 차이가 있었겠지만, 당시 저희 동네 PC방 시설은 썩 좋은 편이 아니었습니다. 헤드셋의 경우 이어컵 한쪽이 뜯어져 덜렁 거리기 일쑤였고 곳곳이 칠이 벗겨지며 이어패드 가죽은 해져있었죠. 혹여나 한 명이라도 마이크가 안된다면 게임톡, 팀보이스, 네이버폰과 같은 음성 채팅을 아예 포기하고 육성으로 게임 정보를 소통했었습니다. 게임이 지속될수록 목소리는 과열되었고요.

아무래도 헤드셋은 단선도 잘 일어나고 내구도 또한 약한 편이라 제조사별로 다양히 구비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우스만큼은 시종일관 로지텍 G1이였습니다. 모든 PC방이 이상하리만치 입이라도 맞춘 것 마냥 G1으로 대동단결했죠. 그런 의미에서, 이번 시간에는 레전드로 남아있는 로지텍 마우스 5선 중 국민 마우스로 불렸던 로지텍 G1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 순서대로 G1 구형, 신형, 골드







■ PC방 사장님에게 묻는 로지텍 G1



▲ 옛 PC방은 이런 느낌..? (사진 출처 - 자유인생 네이버 블로그)

운좋게도, PC방 커뮤니티에서 활동 중인 PC방 사장님과 연락이 닿을 수 있었는데요. 98년부터 무려 22년 동안 PC방을 운영해오신, 말 그대로 짬에서 바이브가 느껴지는 사장님이었습니다. 그가 생각하는 옛 PC방 이야기와 매장에서 사용했던 로지텍 G1 마우스에 대해 상세히 들을 수 있었습니다.


Q :안녕하세요! 현 PC방 사장님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는 것은 처음이네요.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 안녕하세요. 현재 제주도에서 PC방을 운영 중입니다. 1998년 2월부터 PC방을 하고 있으니 너무 오래 해먹긴 했죠.

Q : 98년이라면.. 리니지 캐릭터 기합, 스타1 뮤탈리스크 울음과 시즈모드 변경 소리 밖에 들리지 않던 때겠군요. 대단합니다.

A : 그때는 매장을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자리 없어요'라는 말을 100번 정도 하면 퇴근시간이 다가왔죠.

Q : 점포 오픈 이후 로지텍 G1을 매장에 들여다 놓으신 경험이 있으신가요? 그리고 현재 사용하시는 마우스의 모델은 무엇인가요?

A : 사실 G1이 나오기 전까지는 삼성의 큐센 마우스가 PC방 사장님들 사이에서는 대세 마우스로 불렸습니다. 6천 원 가격대를 형성해서 일반 마우스로 사용하기 부담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죠. 그러다가 손님들이 고급 모델의 마우스를 찾기 시작하면서 내놓은 대안이 로지텍 G1이고요. 그 이상의 제품은 당시 존재하지 않았었습니다. 현재 매장에서 사용 중인 마우스는 단종된 G1과 G102입니다.



▲ G1이 후속작들의 판매량에 영향을 미칠까봐 단종했다는 썰도 나돌정도..

Q : 로지텍 G1 이상의 제품은 당시 존재하지 않으셨다고 하셨는데, G1을 대체할만한 다른 마우스는 전혀 없었던 건가요?

A : G1은 이전에 사용하던 큐센 마우스보다 내구성이 뛰어났습니다. 2010년까진 가격이나 손님 만족도, 내구성 부분에서 G1 대체 제품은 없었습니다. 그나마 이후에 출시된 G100이나 G100S가 견줄만 한데, 내구성이 G1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고 G102는 케이블이 약한 편이에요.

Q : 의외군요. G1은 단종된지 벌써 8년이 지났는데, 고장이 나지 않은 건가요? 아무리 내구성이 좋은 마우스라도 스위치 수명이 있는데, 아니면 손님들이 이제 낡아버린 G1을 더 이상 사용을 안 하는 건가요?

A : 오버워치가 나오면서 다양하게 추가 버튼을 활용하는 손님들이 G102를 많이 사용하고 특히 화려한 LED를 좋아하는 젊은 층이 G102를 더 선호하는 편입니다.(웃음) 두 모델의 마우스를 쥐어보면 큰 이질감은 없습니다. 내구성 부분에선 제가 자가 수리를 할 수 있기에 딱히 신경을 쓰질 않습니다. 어떠한 경우든 더블클릭 문제가 생기면 분해해서 옴론 스위치를 교체해야 하고요. 참고로 G1 마우스 내부 구조가 매우 단순해서 자가 수리도 쉬운 편입니다. 경험상 G1의 옴론 스위치 수명은 PC방 기준 1년에서 2년 사이에요.




▲ 위쪽부터 우클릭, 좌클릭, 휠 스위치

Q : 그렇군요. 사장님들께는 죄송하지만, 제 경험으론 더블클릭 현상이 날 때마다 마우스를 몇 번 내려쳐주면 증상이 말끔히 사라지는 경험이 있었습니다. 로지텍 G1을 사용하실 때 당시 인기 게임은 무엇이 있었나요?

A : G1을 06년부터 사용해왔습니다. 매장마다 상이한 차이가 있겠지만, 저희는 와우가 주력 게임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학교 주변의 PC방이라면 10대 20대들이 많이 찾는 게임이 그 PC방을 대표하는 게임이 되겠죠? 그리고 유독 G1을 찾는 손님분들은 FPS 게임을 많이 이용합니다.






■ G1과 서든어택, PC방 점유율 따라 왕좌에 등극!



▲ 2009년, 방학만 되면 PC방에 스멀스멀 올라왔던 그 녀석들..

고작 내구성이 좋고, 가성비가 높다는 이유로만 국민 마우스로 등극될 순 없습니다. PC방 사장님 입장에선 좋아할지 몰라도요. 기억을 되짚어보자면, 예전엔 PC방에 G1이 자리마다 여럿 놓여 있었는데 마우스가 손님 손에 안 맞는다고 자리를 기피하는 경우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습니다. 어째서일까요?

당시의 전국 PC방 사용 시간 순위를 살펴봅시다. 지금이야 리그오브레전드가 PC방 점유율의 반절을 차지하고 있지만, 예전에는 넥슨의 서든어택이 높은 순위에 자리매김하고 있었습니다. 학생들의 방학 시즌이 겹치면 점유율이 폭발적으로 상승했고요. 15년이 넘은 장수 게임인데 아직도 순위권 안에 꼬박꼬박 드는 건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여담으로, FPS 게임은 키보드, 모니터가 중요시되는 장르인데 지금이야 벤큐존이다 하이엔드존이다 뭐다 해서 높은 성능의 하드웨어 장비를 소수의 자리에만 비치했지만 얼마 전까지 하더라도 CRT 모니터가 비치된 서든어택 전용 좌석도 PC방에서 심심찮게 보였죠.



▲ 손바닥을 화면에 대면 "타닥~ 타다닥" 소리나는 정전기 감성을 이젠 느끼지 못한다
(사진 출처 - 테라 인벤 파란홀님 이미지)

서든어택 유저들이 선호하는 마우스는 어떤가요. 서든어택 인기 마우스는 3대장 마우스인 MS 인텔리 옵티컬, G1, MS 뉴 IE 3.0(이하 인옵, G1, 익스 3.0)가 있겠습니다. 세 개의 마우스 성능은 비슷하지만, 성향은 매우 다릅니다.

먼저 크기와 무게 면에서는 G1이 가장 작고 가벼운 편(80g)이었고 그 다음으로 인옵과 익스가 따릅니다. 익스는 비대칭형 마우스로 호불호가 더욱 뚜렷하고요.

그리고 익스와 인옵은 모두 400 DPI를 지원하지만 구형 G1은 그 두배인 800 DPI를 지원했으며, 신형은 1000 DPI가 적용되어 비교적 답답함이 적었죠. 고감도 유저는 낮은 DPI의 마우스를 사용할 때 감도를 필요 이상으로 조절 해야했고 동일 감도로는 적응이 꽤나 어려웠어요.



▲ 3대장 마우스를 기억한다면 99% 확률로 당신은 옛 서든유저

폴링레이트는 세 마우스 모두 125Hz가 적용되어 서든어택 유저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죠. 여기서 잠깐, 고작 400 DPI에 125Hz 폴링레이트라니 완전 구닥다리 마우스라며 코웃음을 치실 수 있겠지만 125Hz의 특정 폴링레이트로 세 마우스 모두 서든어택 게임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최신 PC나 모니터의 사양은 눈이 부시도록 발전하고 있습니다. 최신 모니터의 응답속도는 1ms, 마우스는 1000Hz까지 출시되는 추세니까요. 서든어택은 125Hz 폴링레이트까지 지원하며, 최신 마우스로 이 이상값을 사용하면 에임이 의도치 않게 흔들리는 물결 현상이 발생합니다. 1000Hz 폴링레이트가 탑재된 최신 마우스라면 소프트웨어를 통해 눈물을 머금고 다운그레이드를 해야 쾌적하게 즐길 수 있죠.

하지만 위의 3대장 마우스는 그럴 걱정이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기자는 위의 세 마우스를 전부 사용해보았는데 이상하게 G1 마우스 사용 시 머리 조준이 잘되는 느낌적인 느낌을 받을 때가 가끔 있었습니다.



▲ 마우스 센서 자체에 직선 보정이 탑재되었다

기분 탓인줄로만 알았지만, 로지텍 G1 센서(Avago ADNS-S2020)에 자체 직선 보정 기능이 탑재되어 수평 이동 시 에임이 위, 아래로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걸 어느정도 보정해줍니다. 수직, 수평, 대각선 이동이 많이 일어나는 FPS 게임에서는 쥐약이므로 필수로 봉인 시켜둬야하는 항목이지요.

하지만 서든어택 인게임에선 질주가 없고 뚜벅뚜벅 걸어다녀 이동속도가 느리고, 격발 시 에임이 크게 벌어지는 점프를 하지 않아 적군의 머리 위치는 수평상 거의 동일합니다. 게다가 주력 총기의 데미지가 워낙 세서 헤드샷 한 발로 적을 즉사시키는 게임의 특성상, 직선 보정은 꽤 메리트가 있을 수 있죠.



▲ 직선보정 센서가 장착된 마우스는 G1, MX510, 레이저 데스에더 구버전 등이 있죠



▲ 마우스를 수평으로만 움직일 수 있다면 나도 초탄 헤드샷 초고수?




■ G1, 국민 마우스가 될 수 있었던 이유



▲ "불 좀 꺼줄래? 내 G1 좀 보게"

G1이 국민 마우스로 불리는 이유? 첫째로 호불호가 없는 잘빠진 디자인이 있겠습니다. 대칭형 그립의 전체적인 생김새, 35mm 높이의 적당히 올라온 등 부분으로 많은 이들이 그 디자인을 호평하며, 감각을 그리워하는 사람도 적지 않으니 명기로 불릴 법 합니다.

단종된지 어언 8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고성능 게이밍 마우스가 시장에 다수 출시되었지만 G1은 소수의 프로게이머나 특정 게임 사이에서는 여전히 사용되며, 식을 줄 모르는 인기를 자랑합니다.

2012년 G1 단종이 발표되던 날 시장에 확보된 재고는 날개가 돋친 듯 팔려나갔고 고작 2~3만 원 언저리였던 몸값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기현상마저 보였는데, 언제나 마우스 고장에 대비해 예비 마우스를 준비해놓는 PC방이 많아서였기 때문입니다. 수요가 많으니 중국에서 건너온 짝퉁 G1도 많이 생겼고요.




적절한 그립감과 가격 대비 높은 내구성, 우수한 성능을 지녀 많은 유저들의 사랑을 받아온 명기. 그리고 2000년대 PC방의 왕좌를 굳건히 지킨 마우스 로지텍 G1은 이른바 국민 마우스로 통용되어, 로지텍 마우스 레전드 2편으로 선정되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FPS 게임에서 본격적인 마우스 추가 버튼 활용의 선구자 게임인 오버워치와 비대칭 최적화 그립으로 수많은 짝퉁 디자인을 파생 시킨 로지텍 G402을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 순간적인 DPI 변경으로 한타를 유리하게 가져가는 류제홍 선수 feat. G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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