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L] 날개 꺾인 불사조, 다시 비상할 수 있을까... PO 1R 나서는 펀플러스 피닉스

기획기사 | 박태균 기자 | 댓글: 9개 |



추락한 '불사조' 펀플러스 피닉스는 다시 비상할 수 있을까.

중국에서 오랜 시간 활동했으나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던 한국인 용병 '김군' 김한샘과 이렇다 할 커리어가 없던 봇 듀오 '린웨이샹-크리스프'가 창단 멤버였던 팀. 2018년엔 그저 중위권에 머물렀지만, '도인비'-'티안'의 합류와 함께 2019 LPL 스프링-섬머 스플릿 정규 시즌 1위를 기록한 팀. 그 뒤를 이어 섬머 스플릿 우승과 대망의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우승까지 거머쥐며 로열로더에 등극한 팀. 기적의 스토리를 써낸 펀플러스 피닉스는 명실상부한 2019년 LoL e스포츠 씬의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현재의 펀플러스 피닉스는 주인공의 자리에서 다소 멀어졌다. 롤드컵 우승을 차지한 주전 전원이 잔류한 상태에서 '칸' 김동하를 전격 영입하며 전력을 보강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서 작년의 포스는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다. 스프링 스플릿과 미드 시즌 컵까지는 그나마 괜찮았더라도, 불안정한 경기력과 기복을 보이며 플레이오프에 간신히 진출한 최근 모습이 문제다.


LoL 시즌10, FPX에겐 독이었다




미드-정글의 플레이 메이킹과 팀 호흡과 운영, 탑보다 봇 캐리가 중요했던 2019년의 LoL 메타는 펀플러스 피닉스를 향해 활짝 웃어줬다. 노틸러스와 라이즈를 필두로 온갖 챔피언을 꺼내는 '도인비' 김태상의 오더와 경기 조율 능력은 세계 정상급이었고, '티안'은 영리한 맹수 같은 플레이로 이를 완벽하게 받쳐줬다. '김군'은 별다른 지원 없이도 언제나 상대 탑의 캐리를 막아냈으며, 피지컬만큼은 일찍이 입증됐던 '린웨이샹-크리스프' 듀오는 '도인비'를 만나며 쓰로잉이 슈퍼 플레이로 바뀌었다.

2019 롤드컵이 펀플러스 피닉스의 우승으로 종료된 후 어김없는 대격변 패치가 진행됐다. LoL 시즌10은 탑-미드 라이너의 경험치 증가로 영향력이 확대되고, 협곡의 전령이 최대 두 번 생성되며 초중반의 상체 힘싸움이 더없이 중요해졌다. 이러한 경향은 섬머 스플릿으로 넘어오며 더욱 극단적으로 변했는데, 현재는 개인 기량을 바탕으로 한 라인전 맞대결과 정글러와 순간 이동를 동반한 순간 다이브가 경기를 터뜨리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메타는 더 이상 펀플러스 피닉스의 편이 아니었다. '김군-도인비'의 경우 결코 무력이 약한 선수들은 아니나 그렇다고 LPL 최상위권도 아니다. 이에 대부분의 약팀들을 상대로는 무난하게 우위를 점할 수 있어도 강팀들을 상대할 때엔 확실히 부담이 생겼다. 펀플러스 피닉스는 '칸'을 통해 이 문제를 보완해보려 했지만, '칸'의 출전도 모든 것을 해결하지 못했으며 오히려 후술할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한편, '도인비'의 넓은 챔피언 폭도 역설적으로 발목을 잡았다. 작년의 필승 카드였던 노틸러스-라이즈를 비롯해 클레드, 우르곳 등 그에게 많은 승리를 안겨준 시그니처 픽은 이제 의미가 바랬다. 현 메타의 대세 미드 챔피언들인 조이-아지르-신드라-르블랑 등은 '도인비'의 팀 내 역할과 어울리지 않으며 실질적으로 선호하지도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현재 '도인비'가 꺼낼 수 있는 무난한 카드인 갈리오와 카르마는 밴으로 집중 견제 당하고 있다.


함정 카드? '칸' 영입 의미 살려라




2020년을 앞두고 T1과 계약을 종료한 '칸'의 행보에 많은 관심이 모였다. 국내외 다수 팀이 접촉했다고 알려진 그의 최종 선택은 디펜딩 챔피언 펀플러스 피닉스였다. '김군'과 정반대의 캐리형 플레이 스타일을 보유한 '칸'의 합류는 펀플러스 피닉스를 더욱 강하게 만들 것 같았으나 실상은 반대였다.

킹존 드래곤X와 SKT T1에서 수없이 증명했던 '칸'의 무력은 LPL에선 특출나지 않았다. 상대를 찍어누르기는커녕 호전적인 플레이 스타일이 팀 색깔과 호흡을 망가뜨렸다. '김군'의 경우 홀로 상대의 공격을 받아낸 후 팀원들을 위해 희생하는데, '칸'의 경우 어느 정도의 지원을 받으며 성장한 후 앞에 나서서 적들을 견제하고 공격하는 데 힘을 쓰는 것이다.

이러한 단점은 지난 7월 9일부터 19일까지 이어진 펀플러스 피닉스의 4연패 당시에 가장 부각됐다. 애초에 라인전부터 꼬인 경기도 있고 잘 성장하고도 허무하게 잘리거나 '린웨이샹'을 보호하지 않아 역전패를 허용한 경기도 있다. 4연패 이후 '김군'이 출전해 4연승을 거두며 급한 불을 껐기에 망정이지, 남은 경기에서도 '칸'이 출전해 팀이 계속 흔들렸다면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칸'의 출전이 마냥 약점으로 작용하진 않는다. 스프링 스플릿 3/4위 결정전에서 IG를 상대로 거둔 3:0 완승과 미드 시즌 컵에서 징동 게이밍을 상대로 거둔 3:1 승리의 중심에는 분명 그의 활약이 있었다. '칸'이 펀플러스 피닉스의 스타일에 완전히 적응하든, 펀플러스 피닉스가 '칸'에게 더 좋은 판을 깔아주든, '칸' 영입의 의미를 제대로 살린다면 플레이오프에서 많은 재미를 볼 수 있겠다.


고비 앞의 불사조, 다시 한번 기적을




롤드컵을 향한 여정이 여간 험난한 게 아니다. 펀플러스 피닉스가 선발전 없이 롤드컵에 직행하는 경우의 수는 단 두 가지다. 하나는 당연히 이번 섬머 스플릿에서 우승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준우승과 동시에 징동 게이밍이 우승 또는 4위를 기록하는 것. 어느 방법이든 일단은 V5, 쑤닝, TOP e스포츠를 차례로 꺾고 결승에 올라야 한다.

최근 징동 게이밍과 TOP e스포츠가 LPL 역사에 새로운 획을 긋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팬이 작년 펀플러스 피닉스가 선사한 짜릿한 전율을 다시 한번 느끼길 기대하고 있다. 기적이 단 한차례로 끝나란 법은 없다. 또다시 주인공이 되고 싶은 펀플러스 피닉스는 V5와의 플레이오프 1라운드 대결에서 승리하고 두 번째 기적을 향한 첫 발걸음을 성공적으로 내디딜 수 있을까.


2020 LPL 섬머 스플릿 플레이오프 1라운드 일정

1경기 V5 vs FPX - 13일(목) 오후 6시
2경기 LGD vs WE - 14일(금) 오후 6시

* 사진 출처 : 펀플러스 피닉스 웨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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