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 섬머] '룰러' 박재혁이 기억해보는 신인 시절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

경기결과 | 석준규 기자 | 댓글: 7개 |



13일 종로 롤파크에서 '2020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섬머 스플릿 38일 차 일정이 진행됐다. 샌드박스 게이밍과 젠지 e스포츠가 맞붙었던 1경기는 2:1로 젠지 e스포츠의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샌드박스 게이밍의 거센 저항이 갈 길 바쁜 젠지 e스포츠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도 한 날이었다. 모쪼록 젠지 e스포츠는 오늘의 승리로 12승 고지에 올라섰다.

젠지 e스포츠의 원거리 딜러 ’룰러’ 박재혁에게도 꽤나 바쁜 날이었다. ‘루트’ 문검수의 케이틀린을 1세트에서 압도하지 못했으나, 이어진 2, 3세트에서 징크스, 진을 꺼내어 활약해 팀 승리에 기여할 수 있었다. 인벤은 ‘룰러’를 만나, 오늘 같은 쫄깃한 경기를 수도 없이 치른 베테랑 프로게이머로서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본 질문 기획은 연작으로, 앞으로도 다양한 베테랑 프로게이머들에게 그들의 마인드 변화와 비결을 들어볼 계획이다.

다음은 젠지 e스포츠의 원거리 딜러, ‘룰러’ 박재혁과의 1:1 인터뷰 전문이다.




Q. 먼저 독자분들께 인사 부탁한다.

안녕하세요, ‘룰러’ 박재혁입니다.


Q. 데뷔 시절을 기억해보자. 벌써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신인 시절 당시와 지금의 프로로서 어떤 마인드 차이가 있을까?

그 당시엔 완전히 신인이다 보니, 팀 성적에 대해 큰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할 것을 잘하자’ 라는 생각이었다. 요새는 팀 성적을 위해 승리도 많이 하고 싶고, 주장도 되다 보니 팀원들 신경을 많이 쓰게 되었다. 나 스스로만을 보기보단 전체를 신경 쓰게 되었다.


Q. 데뷔 초에는 팀보단 자기 자신을 증명하는 것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었나 보다.

그렇다. 그 당시엔 팀에 베테랑 선수들도 많았다. 그러다 보니 내 할 것에 집중하자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Q. ‘승리’ 라는 것의 의미는 그 당시와 비교해 어떤 변화가 있을까? 예를 들면, 신인일 때엔 자신의 성취로서의 의미만 뒀다면, 베테랑이 되고 나선 꿈이나 생존의 문제로 변하는 경우도 있듯 말이다.

데뷔 당시엔 마냥 기쁠 뿐이었다. 하지만 요샌 안도의 한숨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그 시절보다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더 많아지다 보니 이젠 그분들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해야 하는 목표가 되기도 한다.


Q. 아쉬운 패배를 받아들이는 마음에도 변화가 있을까?

연차도 많이 쌓이고, 주장이다 보니 이젠 패배를 해도 감정 변화를 팀원들에게 별로 티 내지 않으려 한다. 그보단 팀원들을 위해 ‘어떻게 하면 졌을 때 덜 휘청일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기도 한다.


Q. 롱런의 비결로는 패배하더라도 마음을 침착하게 유지하는 것도 포함될 것이다. 평정을 찾는 자신의 노하우가 있을까?

데뷔 시기부터 몇 년까진 대회를 지거나 연습이 안 된다면 해소를 위해 그저 게임만 했다. 하지만 요즘은 노래도 듣고, 산책도 하며 열을 식힌다. 생각도 하며 말이다.


Q. 거의 누구나 한번은 슬럼프가 오기도 한다. 본인의 슬럼프는 언제였나?

지금까지 활동하며 슬럼프가 길게 온 적은 없었다. 1-2주 정도의 슬럼프가 오고, 다시 잘 되곤 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슬럼프가 오면 게임을 열심히 한다. 산책도 한 번 나가고.


Q. 어떻게 그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었나?

사실 슬럼프가 오면 한 번씩은 쉬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승부의 세계다 보니 그게 잘 안 된다. 그래서 그냥 이길 때까지 계속 게임을 한다. 그래서 이기고 나면 조금씩 풀려 나가는 것이다. 결국, 승리가 슬럼프를 극복하는 약이다.


Q. 자신이 롱런할 수 있도록 가장 도움을 준 조언이 있을까?

지금까지 프로게이머를 하며 부모님이나 친구들이 연락을 많이 해주고, 주영달 감독님도 좋은 말씀을 해 주신다. 그러다 보면 점점 잘하게 되었고, 슬럼프도 극복할 수 있었다.


Q. 어떤 조언이 기억나나?

사실 잘 기억이 안 난다(웃음). 감독님께선 멘탈 케어를 위해 집에서 올라와 주시기도 했다. 내가 힘들었던 이야기를 많이 나누며 푼다.


Q. 만일 타임머신을 타고 신인 시절의 자신을 만난다면, 어떤 마음을 가지라고, 혹은 가지지 말라고 조언해줄 수 있을까?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저 해왔던 것들을 열심히 해나가면 잘 될 것이다’ 라고 말해주고 싶다.


Q. 큰 힘을 주는 것 중 하나는 자신을 바라보는 팬들일 것이다. 팬들의 의미는 데뷔 당시와 달라진 것이 있나?

그 당시엔 내게 팬이 생길 것이라는 생각도 하지 못했고, 그저 열심히 했다. 연차가 점점 쌓여가며, 팬이라는 존재의 의미는 점점 커졌다. 내가 열심히 할 수 있게 해주는 첫 번째이고, 그래서 항상 좋은 모습만 보여 드리고 싶어졌다. 게임이든, 인성이든 모든 것에서 항상 좋은 것만 보여 드리도록 노력하게 된다.


Q. 프로게이머는 부담감도 크고,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직업이기도 하다. 무엇이 프로게이머로서의 자신을 지탱한다고 생각하나?

결국은 잘 성공해서 돈도 많이 벌고, 나중에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마음이 매일을 버티게 해주고 있다.


Q. 본인이 더욱 롱런하기 위해 가져야 할 마인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높은 위치로 가려면 그만큼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멘탈도 강해야 한다. 비록 지금 당장 연습이 잘 안 되더라도 아까 말했던 것처럼 계속 열심히 하다보면 잘될 수 있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


Q. 독자들 중 자신의 길에 대해 고민이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멘트 한 마디 부탁한다.

식상할 수도 있는 멘트다. 살다 보면 일이 잘 풀리지 않고 의지할 사람도 없고, 하루하루가 힘들고 밤마다 우울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번 잘 되는 것이 있다면 그 것이 두 번, 세 번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다 보면 성공할 수도 있다. 나도 이렇게 될 줄 몰랐지만 잘 되고 있다. 모두 포기하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큰 고민보다는 쭉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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