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소울라이크 원조가 돌아왔다, 더 멋지게 '데몬즈 소울'

리뷰 | 윤홍만 기자 | 댓글: 6개 |

소울본 시리즈의 원조 '데몬즈 소울'이 돌아왔습니다. PS3에서 PS5로 무려 11년의 세월을 뛰어넘어서 말이죠.

리메이크라는 관점에서 볼 때 일단 첫인상은 100점 만점을 줘도 될 것 같습니다. PS4를 건너뛰고 PS5로 출시된 만큼, 눈이 돌아갈 정도로 그래픽이 일신했죠. 성능상 한계로 허허벌판에 가까웠던 스테이지 곳곳에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나 있는 등 멸망해가는 세계를 더욱 완벽하게 구현해냈습니다. 이게 정말 PS3로 즐겼었던 그 게임이 맞나 싶을 정도였죠. 그렇기에 처음에는 '내가 알고 있는 그 데몬즈 소울이 맞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습니다. 단순히 그래픽만 좋다고 리메이크한 게임들이 전부 좋은 평가를 받은 건 아니었으니까요. 외려 그래픽에 신경쓰느라 원작과는 다른 느낌이 들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그러나 게임을 한 지 5분도 지나지 않아서 참 쓸데없는 걱정을 했구나 싶었습니다. 그래픽은 분명 일신했으나 알맹이만큼은 제가 기억하는 추억 속 '데몬즈 소울' 그 자체였습니다. 불합리와 합리, 그 미묘한 경계조차도 말이죠. 그렇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재 '데몬즈 소울'은 최고의 콘솔 런칭작이라며, 호평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메타크리틱 평점도 92점(17일 기준)으로, 최고의 가까운 찬사를 받고 있죠.

단순히 그래픽만 일신해서는 쉽게 얻을 수 없는 점수입니다. 사실상 이 정도 점수면 마스터피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죠. 과연 '데몬즈 소울' 리메이크가 이처럼 호평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지난 주말을 쐐기 신전에서 보내며, 그 이유를 찾아봤습니다.


그래픽만 바뀌었냐고요?
핵심 가치 빼고 다 바뀌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역시 그래픽입니다. PS5 성능에 힘입어 그래픽과 연출 모두 원작과 비교가 무색할 정도로 일신했습니다.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멸망해가는 세계를 완벽에 가깝게 구현했음은 물론이고 외형적으로 큰 차이가 없던 적들의 모습이 디테일하게 바뀌었죠. 이는 보스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튜토리얼 보스이자 초심자들에게 '데몬즈 소울'의 참맛을 일깨워주던 확산의 첨병은 다소 밋밋했던 모습을 탈피하고 근육질에 촉수가 돋아나 더욱 괴물 같은 느낌으로 재탄생했습니다.




그래픽처럼 눈에 띄는 변화는 아니지만, 커스텀 SSD의 성능 덕분에 로딩 시간이 극적으로 줄어든 점 역시 주목할만한 변화입니다. 소울본 시리즈에서 죽음과 부활, 그 반복 자체는 딱히 단점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이를 극복했을 때 카타르시스를 극대화하는 데 필요한 장치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그 과정을 방해하는 존재가 있었습니다. 바로 로딩입니다. 소울본 시리즈에서 이상적인 전투라고 하면 아슬아슬한 전투가 이어지고 죽더라도 그 흐름이 빠르게 이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로딩이 이러한 흐름을 끊곤 했죠. 로딩 중 딴짓을 하는 경우도 왕왕 있었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데몬즈 소울'에서는 이제 그렇게 흐름이 끊길 일이 거의 없어졌습니다. 부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초 남짓. 죽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소울본 시리즈의 리스크는 그대로건만 로딩 시간이 줄어든 덕분에 죽음에 대한 부담 역시 한결 가벼워진 겁니다.



듀얼센스가 자아내는 색다른 경험 역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컨트롤러가 주는 진동은 여러모로 한계가 있었습니다. 단적으로 말해 지금까지 컨트롤러의 진동은 강약을 조절하는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정교함과는 거리가 멀었죠. 하지만 '데몬즈 소울'은 다릅니다. 듀얼센스 덕분에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감각을 안겨줬습니다. 무릎까지 잠기는 늪을 걸을 때는 철퍽거리는 느낌을, 좁은 통로에서 무기를 휘두르다 튕겨 나갔을 때는 짧고 강렬한 느낌을, 적을 제대로 쳤을 때는 착 감기는 느낌을 안겨줍니다. 여기에 더해 듀얼센스에 달린 스피커는 진동에 더해 별개의 오디오를 들려줌으로써 더욱 게임에 몰입하도록 도와줍니다.




바뀐 건 그래픽이만 외적인 요소만이 아닙니다. 불합리하다고 여겨지던 원작의 시스템이 대거 개선됐죠. 대표적으로는 8방향 회피(구르기)와 난간 넘기, 그리고 반영의 조각상이 추가된 걸 들 수 있습니다. 여러 변화 가운데서도 특히 반가운 건 역시 8방향 회피가 아닐까 싶습니다. 원작은 4방향 회피만 가능했기에 여러모로 불합리하다고 느껴졌었는데 이를 개선한 거죠. 원작의 불합리한 부분을 걷어냄으로써 스트레스를 덜고, 고난을 극복했을 때의 카타르시스를 더욱 극대화한 겁니다.

반영의 조각상 역시 그러한 의미에서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요소입니다. 소울본 시리즈를 하다 보면 그런 경우가 있습니다. 조작 미스로 NPC를 공격해 평생 원수가 되는 경우 말이죠. 초반이라면 상관없습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진행했다면 얘기는 다릅니다. 지금까지 한 걸 포기해야 할지 고민을 거듭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데몬즈 소울'에서는 반영의 조각상이 추가된 덕분에 더는 스트레스받을 일이 없어졌습니다. 일정 소울을 바치면 NPC와의 적대 관계를 초기화시킬 수 있게 된 겁니다.



▲ 이제 모르고 NPC를 치더라도 눈물을 머금고 다시 할 필요가 없어졌다


원작 초월 대신 선택한 원작 존중
약간은 아쉬움이 남기도...

전체적인 그래픽과 연출이 강화되고 듀얼센스로 인한 색다른 경험을 안겨주고 불합리했던 부분을 개선함으로써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재설계된 '데몬즈 소울'이지만, 그렇다고 마냥 쾌적하게 변하기만 한 건 아닙니다. 레벨 디자인을 비롯해 콘텐츠 자체는 거의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급등하는 난도에 자비 없는 레벨 디자인은 물론이고 다소 쉬웠던 보스 패턴 역시 여전합니다.



▲ 달라지지 않은 보스들의 패턴은 다소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그렇기에 일말의 아쉬움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원작 초월과 원작 존중의 기로에서 원작 존중을 우선시한 모습이기 때문이죠. 나쁜 건 아닙니다. 간과해선 안 될 핵심 가치니까요. 그러나 리메이크를 하는 게이머들은 원작 존중을 중시하는 한편, 원작 초월을 기대하기도 합니다. 익숙한 한편, 원작과는 다른 걸 기대하기 마련이죠. 그러나 그런 면에서 볼 때 '데몬즈 소울'은 새롭지 않습니다.

스테이지만 봐도 그렇습니다. 설정상 게임 내에는 총 6개의 요석(스테이지)가 존재합니다. 볼레타리아 왕의 성, 스톤팽 갱도, 라트리아 탑, 폭풍우 제사장, 부패의 계곡, 그리고 거인의 요석입니다. 하지만 게임 내에서는 알 수 없는 이유로 거인의 요석이 파괴되어 있어서 실제로는 5개의 스테이지만 진행할 수 있습니다. 원작에서부터 DLC로 추가되는 것 아니냐며 설왕설래가 오갔던 거인의 요석이었기에 리메이크 소식에 거인의 요석이 드디어 등장하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거인의 요석 추가는 없었습니다. 리메이크에서도 파괴된 그대로입니다.



▲ 리메이크에선 거인의 요석이 추가될 줄 알았는데...

약간의 아쉬움이 있지만, 그럼에도 '데몬즈 소울'은 리메이크의 표본이라고 하기에 충분한 게임입니다. 앞서 원작 존중과 원작 초월의 선택에서 존중을 선택했다고 언급했지만, 사실 이마저도 쉬운 건 아닙니다. 리메이크가 아닌 리마스터 게임들이 그 쉬워 보이는 걸 못해서 원작 훼손이라는 비난을 받아온 게 한두 개가 아니니까요.

그러나 '데몬즈 소울'은 다릅니다. 단순히 해상도를 올리고 광원 한두개 추가하는 그런 수준이 아닙니다. 리메이크이기에 전부 뜯어고쳤죠. PS5 성능에 힘입어 대대적인 변화를 거쳤습니다. 그럼에도 알맹이는 여전합니다. 추억 속 약간의 필터링을 거친, 그때 그 모습 그대로입니다. 이쯤 되면 원작의 완벽한 부활이라고 해도 무방할 겁니다.



▲ 낙사 포인트와 독 늪으로 악명 높은 부패의 계곡 역시 그때 그 시절 모습 그대로다


'완벽'한 런칭작 데몬즈 소울
PS5를 통해 재회한 소울본 시리즈의 원조

콘솔 런칭작은 그 콘솔을 대표하는 게임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픽은 좋은 건 당연하고 해당 콘솔만의 장점을 내세워야 하죠.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데몬즈 소울'은 완벽한 런칭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픽은 물론이고 3초 남짓한 로딩 속도, 그리고 듀얼센스라는 강력한 무기들로 무장했습니다. PS5 게임은 이래야 한다는 걸 내세운 모습입니다.

자, 이제 결론을 내릴 시간이 왔습니다. 그래서 살만한 타이틀인가 말이죠. PS5가 있다면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소울본 시리즈 팬이 아니더라도 구매해봄 직한 타이틀입니다. 여러분에게 소울본 시리즈의 매력을 톡톡히 알려줄지도 모릅니다. 소울본 시리즈 팬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다시금 여러분을 추억 속으로 인도할 겁니다. 11년의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그때 그 감성을 고스란히 가져왔습니다.

죽음을 맞이할 준비는 다 되셨나요? 이제 여러분은 '데몬즈 소울'을 할 준비를 끝마쳤습니다. 몇 번의 헤딩을 경험하고 분노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끝에 찾아오는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고 싶다면 이만한 게임도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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