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이렇게 '쉬운' 생존 게임이라니!

리뷰 | 김수진 기자 | 댓글: 17개 |

대자연 속에서의 생존. 고도의 문명 속에 살아가는 인간의 무력함이 가장 크게 보이는 때다. 그만큼 극적이기에 영화와 소설, 만화, 게임 등 다양한 미디어의 소재로 사용되어왔다. 하지만 아직도 '생존'은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고 있다.

'트리 오브 라이프: 오드리아'는 2014년 오드원게임즈에서 개발한 '트리 오브 라이프'의 정식 후속작인 서바이벌 생존 게임이다. 당초 대전 액션 장르로 개발되었으나 테스트 과정에서 유저들의 피드백을 수용, 트리 오브 라이프의 후속작으로 바뀌며 장르 역시 변경되었다.

최근 스팀에서 3차 알파테스트를 진행했으며, 스토브를 통해 구매할 시 향후 정식 출시까지 지속해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 현재 스토브에서는 3차 알파테스트 싱글 플레이 버전을 지원한다. 이번 체험기는 스토브의 싱글 플레이 버전을 기반으로 작성되었다.





배치로 해결한 자원의 희귀성

생존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콘텐츠의 밸런스다.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인 물품들과 그것을 제작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획득하는 것, 그 사이의 밸런스를 잘 잡는 것이 게임 전체의 재미를 쥐고 흔든다. 당연한 말이지만 자원의 희귀도를 적절하게 배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 점을 오드리아는 '구역'으로 해결했다. 자원이 등장하는 구역의 조절을 통해 자원의 단계를 나눈 것이다.

가장 기본이 되는 기초 자원인 돌과 나무는 그야말로 여기도, 저기도, 이쪽에도, 저쪽에도 존재한다. 포만감이나 체력을 회복할 수 있는 음식류도 마찬가지다. 장작을 얻기 위해 근처 나무를 치다 보면 사과와 코코넛이 같이 후득후득 떨어진다. 시작 지역에서 평화롭게 돌아다니는 돼지나 토끼 역시 손쉽게 잡아 생고기를 획득할 수 있다. 간단하고 간편하게 얻을 수 있는 재료임에도 모닥불에 한 번 굽고 나면 포만감을 채우기에 이만한 음식이 또 없다.

그에 반해 중급 재료와 고급 재료들은 얻을 수 있는 지역과 구역이 매우 한정적이다. 특히 광물의 경우 다수의 몬스터가 반겨주는 광산에서만 캘 수 있는데, 이곳에 들어가기 위해 이전 단계의 재료를 활용해 무기나 방어구, 수집 도구 등을 제작하게 된다. 즉, 다음 단계의 재료를 얻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이전 단계를 거치도록 되어있는 것이다.

이러한 재료 분포의 희귀성은 초반부 지역들 역시 쉽사리 버려지지 않게 하는 효과도 가져왔다. 맵 전체에서 흔하게 만나볼 수 있는 몬스터와 다르게 일부 지역에서만 등장하는 거미에게서 얻을 수 있는 거미줄, 초원의 호수 근처에서만 자라는 아마, 사막의 절벽 근처에서 캘 수 있는 감자 등 다양한 재료들이 지속적으로 중후반부 아이템을 제작하는데 사용된다. 자신에게 필요한 아이템을 얻기 위해서 온 맵을 돌아다니며 재료를 찾고 수집하는 생존 게임의 기본을 오드리아는 '잘' 지키고 있다.





자연의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그래픽

그래픽은 오드리아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다. 인디 개발사에서 제작했음에도 오드리아의 그래픽은 어딘가 엉성하거나 부족하다는 느낌을 전혀 주지 않는다. 나뭇잎 하나, 갈대 하나, 물결 하나 완벽하고 세밀하게 표현한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오드리아 속 아기자기한 세계가 확연히 드러난다.

오드리아가 선택한 것은 마치 현실과도 같은 리얼한 대자연 속 처절한 생존이 아니다. 밤이 되면 머리 위에 넓게 펼쳐지는 오로라, 그리고 검푸른 하늘을 하얗게 뒤덮은 반짝이는 별들과 크게 떠오른 달처럼 자연의 아름다움은 그대로 느낄 수 있으면서도 거칠고 사나운 야생의 모습은 훨씬 단순하게 표현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사실적인 부분을 홀대하진 않았다. 이글거리는 열기가 확연히 보이는 사막과 그 중앙에 마치 신기루처럼 펼쳐져 있는 오아시스, 사막에서 바다를 바라볼 때 아지랑이로 우글거리는 모습까지 표현해냈다.

그 뿐 아니다. 어두운 밤을 헤치는 횃불이 지나간 길에 남는 검은 연기나 불티도 확인할 수 있으며, 희미한 달빛, 밝아오는 새벽과 함께 쏟아져 내리는 주홍색 햇빛, 한낮의 쨍한 빛까지 '하루'가 지나가는 모습을 빛으로 만나볼 수도 있다. 이런 오드리아의 그래픽은 자연 속 생존이라는 요소를 좀 더 부담스럽지 않고 캐주얼하게 만들어준다.

가장 중요한 건, 플레이하면서 '인디 개발사치고 잘 만들었네'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깔끔하면서도 눈에 부담스럽지 않은 오드리아의 그래픽은 인디 개발사의 작품이라는 생각이 아닌 그냥 '게임'으로 두고 봤을 때도 충분하다는 느낌을 준다.





엔드 컨텐츠이자 지속 컨텐츠, 하우징

하우징 시스템은 이제 많은 생존 게임이 채택하고 있는 주요 요소 중 하나다. 유저들의 생존율을 비약적으로 높여주며, 게임의 콘텐츠를 훨씬 다양하고 깊이있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물론 집 하나 짓고 그 안에 틀어박힌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맨몸으로 대자연과 맞서는 것에 비하면 게임 속 생존 생활을 좀 더 윤택하고 다양하게 즐길 수 있게 된다.

오드리아 역시 하우징 시스템을 지원하고 있다. 아니, 지원하는 수준이 아니라 오드리아의 엔드 컨텐츠이자 가장 핵심 컨텐츠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매우 빠른 속도로 '건축'을 시작할 수 있는 것 역시 오드리아만의 독특함이다. 보통 게임의 핵심 컨텐츠는 게임에 꽤 적응한 뒤, 즉 숙련도가 어느 정도 이상 쌓인 유저들을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오드리아의 하우징은 그렇지 않다.

일단 건축 특성 자체를 매우 빠르게 달성할 수 있다. 10레벨이 되기도 전에 이미 건축 숙련도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에 그야말로 초반 지역부터, 맨몸으로도 원한다면 자신만의 집을 지을 수 있다. 건축 재료인 '판자' 역시 기초 자원인 장작을 가공해 손쉽게 얻을 수 있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다. 포만감이 떨어질 때마다 먹을 기본적인 음식만 있으면 된다.




PVP가 허용되는 멀티플레이 모드에서 초반 건축은 절대 불가능하겠으나, 혼자 느긋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싱글 모드에서는 건축 역시 다른 콘텐츠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초반부터 선택할 수 있는 '생존' 요소가 된다. 집을 짓기 위해 나무를 패고, 장작을 가공하고, 그 과정에서 나오는 열매를 굽고, 그걸 먹다 보면 자연스럽게 레벨 역시 상승한다. 쉽게 말해 집을 지으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생존 특성도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오드리아에서는 토대부터 벽, 문틀과 창틀, 기둥, 천장, 지붕, 처마 등 모든 요소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쉽게 조립할 수 있기 때문에 유저 개개인의 개성이 드러나는 집을 제작하는 것도 가능하다. 단, 한 번 제작한 요소는 수정이 불가능하기에 처음부터 신중하게 설계 후 제작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집을 완성했다고 모든 위협 요소에서 벗어나는 건 아니다. 오드리아는 생존 게임이다. 집을 지었다고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건축 요소마다 내구도가 존재하는데, 이는 외부에서 공격을 받거나 하지 않더라도 실시간으로 조금씩 줄어든다. 즉, 열심히 건축한 집이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무너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를 수리하기 위해서는 상인에게 아이템을 판매해 얻을 수 있는 금화가 필요하다. 결국 유저는 자신의 안식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지속적으로 사냥을 하고, 광물을 캐는 등 외부 위협 요소에 노출되어야 한다.




하우징 시스템은 멀티플레이에서 좀 더 극적으로 사용되지 않을까 싶다. 클랜을 만들 수 있는 만큼, 여러 유저가 함께 집을 짓고, 방벽을 세우고, 그 안에서 가축을 키우며 하나의 커다란 마을을 꾸려나갈 수도 있다. 또한 다양한 특성 갈래가 있는 만큼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무기공이, 누군가는 방직공이, 그리고 누군가는 세공사가 되는 등 협동을 통해 원활한 생존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오드리아의 하우징은 생존 시스템의 가장 마지막에 있으면서도 누구든 쉽게 접할 수 있는 콘텐츠라고 볼 수 있다. 동시에 게임을 좀 더 여러 갈래로 즐길 수 있게 해주며 다양한 가능성을 내포한 콘텐츠기도 하다. 물론, PVP의 경우 무기 제작 등 당장의 생존이 더 중요하기에 PVE 모드에 비해 훨씬 후반부에나 사용될 특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수한 타격감, 하지만 아직은 부족한 부분도

오드리아는 논타겟팅 게임이다. 자원 수집부터 전투에 이르기까지 모든 조작이 논타겟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의 타격감이 매우 우수하다. 주먹부터 곡괭이, 도끼, 검, 활, 둔기 등 모든 도구마다 각자 다른 특유의 타격감과 속도를 지니고 있다.

특히 도끼 날이 나무에 박힐 때마다 들려오는 묵직한 마찰음, 곡괭이로 광맥을 캘 때마다 튀는 스파크 등은 게임에 대한 몰입감을 어마어마하게 끌어 올린다. 전투도 아니고 고작 나무 하나 자르는 건데라며 사소하게 생각할 수 있으나 몬스터 사냥보다 몇 배는 자주 나무를 패고 돌을 깨는 오드리아에서 도끼질과 곡괭이질은 어찌 보면 '타격감'이 가장 필요한 요소다.

그렇다고 무기의 타격감이 부족하다는 건 아니다. 매우 빠른 속도감이 강점인 활은 겨냥할 시 조준점이 나타나며, 그 상태로 이동하며 쏘는 것도 가능하다. 칼의 경우 경쾌함이 느껴지며 둔기는 반대로 묵직한 한 방을 경험할 수 있다. 이는 원래 대전 액션 게임으로 개발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생존 게임에서 이렇게 뛰어난 타격감이라니!




물론 아직 아쉬운 부분도 눈에 띈다. 그 중 가장 큰 것은 설명의 부재다. 테스트 버전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튜토리얼이라고 할 만한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게임을 시작하면 1부터 10까지 유저가 모든 것을 스스로 알아내야 한다. 물론 게임 자체가 그렇게 어렵지 않기 때문에 게임 방법을 몰라서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 같으나, 생존 게임이 처음이거나 익숙하지 않은 유저에게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실제로 알파 테스트 이후 스팀 커뮤니티 페이지를 보면 낚시 방법을 알려달라거나 너무 어려웠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각 무기별 밸런스 역시 아직 미묘하다. 경쟁 모드가 존재하는 만큼 무기 밸런스를 조정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허나 싱글 플레이였음에도 불구하고 활이 압도적으로 좋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칼이나 둔기 등 근접 무기의 경우 데미지가 높지만 반드시 적에게 붙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방어구와 체력의 소모가 당연히 이어진다. 하지만 활은 생각보다 매우 먼 거리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심지어 무빙샷도 가능하다. 여기에 데미지 역시 크게 부족하지 않다.

물론 실제 유저끼리의 전투에서는 몬스터보다 복잡한 무빙이 있을테지만, 점프를 제외하면 따로 돌진 등 이동 기술이 없기 때문에 원거리 공격이 근접에 비해 훨씬 유리한 것은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활은 공격 속도가 가장 빠른 무기이기도 하다.




오드리아는 생존 게임이라는 시선에서 부족함이 크게 보이지 않는 게임이었다. 특히 싱글 플레이의 경우 언제 사망할지 몰라 조마조마해하는 급박한 생존보다는 좀 더 느긋하게 아름다운 오드리아의 자연 속에서 섬 라이프를 즐긴다는 느낌이 강했다. 물론 이 게임의 가장 메인이라고 볼 수 있는 협동 멀티 플레이를 해보지 못했기에 무작정 괜찮은 게임이라고 단언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서버의 안정성이나 밸런스 문제의 경우 싱글 플레이에서는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분명 대전 액션 장르로 개발되어 2차 알파 테스트까지 진행한 게임이 갑자기 노선을 서바이벌 생존으로 변경했음에도 나쁘지 않은 완성도를 보여준다는 부분이다. 물론 기존 장르의 특성 때문인지 재료 수급과 아이템 제작 난이도가 너무 낮은 편이지만, 이는 오히려 생존 게임에 대한 허들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재료 수급이나 도구 제작처럼 단순한 부분을 단축해 '건축'이라는 매력적인 컨텐츠를 빠르게 접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개발사 오드원게임즈는 트리 오브 라이프라는 생존 게임을 한 번 개발하고 운영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트리 오브 라이프는 4년간의 서비스 과정에서 밸런스와 최적화 문제 등 게임 내적 문제 뿐 아니라 유저들과의 소통 문제나 운영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현재는 후속작인 오드리아 개발에 집중하면서 업데이트를 중단했으며 개발사 측에서는 자체 엔진의 한계를 이유로 들었다.

그리고 최근, 오드원게임즈는 스팀 커뮤니티 페이지를 통해 트리 오브 라이프 운영 중 유저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했던 점, 그리고 독단적인 업데이트 등 소통 역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 크게 책임감을 느낀다며 오드리아의 경우 유저들의 피드백을 취합해 제대로 된 운영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아무리 게임을 잘 만들더라도 결국 이를 플레이하는 건 유저다. 과연 오드리아가, 그리고 오드원게임즈가 전작의 아쉬운 부분을 성공적으로 고쳐 유저들의 믿음을 다시 얻을 수 있을까. 오드리아는 2021년 1분기 스팀과 스토브 인디에서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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