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말 그대로 환골탈태, '이라'

인터뷰 | 윤홍만 기자 | 댓글: 17개 |



'신수서기'. 러닝게임에 철학적 메시지를 담았던 '인생게임'과 야경을 테마로 유저들의 감성을 자극한 방치형 게임 '선리스 시티'로 유명세를 얻은 5Byte의 세 번째 게임입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만날 때마다 발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19년 PlayX4에서 만난 이후 오래도록 소식을 들을 수 없어서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죠.

그랬던 '신수서기'의 최근 근황을 우연히 접할 수 있었습니다. 5Byte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팀이 독립한 ABShot이 '이라'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개발 중이란 소식이었죠. 실제로 '이라'는 '신수서기'와는 전혀 다른 게임이라고 해도 될 정도였습니다. 쿼터뷰 탄막 슈팅이란 특징을 제외하곤 싹 다 뜯어고쳤죠.

궁금했습니다. 그간 어떻게 지냈는지. '신수서기'를 개발하면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그렇게 대구에서 찾아온 ABShot의 남중헌 팀장과 박민규 아트를 만나 '이라'를 비롯해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ABShot 박민규 아트, 남중헌 팀장


Q. 팀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야 할 것 같아요. 5Byte에서 ABShot으로, 어떤 일들이 있었던 건가요?

남중헌 팀장 : 아, 서로 불화가 있었던 건 아니에요. 단지 5Byte와 '신수서기' 개발팀의 방향성이 좀 달랐던 거에요. '신수서기'는 5Byte가 '인생게임'이랑 '선리스 시티'를 개발하면서 좀 더 완성도 있는 PC 게임을 만들어보자 하는 생각에서 진행한 프로젝트였어요. ABShot은 당시 '신수서기'를 전담해서 개발한 팀이었고요. 그런데 개발을 하면서 약간의 문제가 생겼어요. 개발 실력이 부족한 거였죠.

그렇게 개발이 지연되다 보니까 5Byte는 '신수서기'를 접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어요. 그게 좀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당시 함께하던 팀원들에게 우리끼리 새로 만들어보자 해서 독립한 게 ABShot이에요. 서로 방향성의 차이로 독립한 거라 지금도 5Byte랑은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형 동생으로 지내고 있고요. 어디까지나 5Byte가 '신수서기'를 계속할 여력이 없었던 거뿐이에요.


Q. ABShot이라는 팀명은 무슨 뜻인가요?

남중헌 : 올 웨이즈 베스트샷(Always Best Shot)이란 뜻이에요. "어떤 장면을 찍어도 멋진 게임을 만드는 자"라는 것을 추구한 팀명입니다. 이런 뜻 외에도 슈팅 게임 측면에서 베스트 샷을 쏴라 라는 뜻도 있기는 합니다.


Q. '이라'에 대한 얘기로 넘어가죠. '신수서기'에서 '이라'로 타이틀을 바꿨을 뿐 아니라 전체적인 그래픽 퀄리티나 시스템도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남중헌 : 원래는 모바일로 개발했는데 저희 실력이 부족하다 보니 모바일에선 표현할 수 있는 데에 한계가 있었어요. 그래서 PC로 플랫폼을 옮겼죠. 그런데 처음에 말한 것처럼 프로젝트가 원활하게 진행되진 않았어요. 당시 상황을 표현하자면 그만 프로젝트를 끝내야 하는데 그러지도 못하고 아쉬운 마음에 계속 끌고 왔다고 해야 할까요.

그러다가 지난해에 독립하면서 이렇게 된 거 아예 싹 다 뜯어고치자고 마음먹었어요. 모바일 플랫폼으로 개발했던 걸 PC로 옮긴 거라 퀄리티랄까 그런 게 마음에 안 들기도 했고요. 그런 점에서 '이라'는 '신수서기'랑은 아예 다른 게임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쿼터뷰 탄막 슈팅인 걸 제외하고는 전혀 다르니까요. 실제로도 이번 인터뷰를 통해서도 이 점을 꼭 알리고 싶어요.

게임 자체는 탄막 슈팅 로그라이트 장르를 표방하고 있는데 다른 탄막 슈팅 게임들과 달리 2D 스프라이트 애니메이션 기반에 쿼터뷰여서 척 봐도 색다르게 생각하실 거 같아요. 탄막 슈팅이지만, 기존의 탄막 슈팅들과는 확실히 다르다고 자신하고 있어요.


▲ 위 : 신수서기 / 아래 : 이라


Q. 동방 프로젝트나 다른 탄막 슈팅에서 자주 보이는 아슬아슬한 그런 건 없는 거 같아요.

남중헌 : 의도한 부분이에요. 대부분의 탄막 슈팅 게임들을 해보면 아시겠지만 유저의 실력에 의존하는 경향이 큽니다. 1mm 수준의 정교한 컨트롤이 필요하거나 꼭 필요한 순간에 폭탄이나 회피를 써야 하는 경우죠. 이게 탄막 슈팅의 묘미라는 걸 부정할 순 없지만, 한편으로는 진입 장벽인 것도 사실이었죠. '이라'는 그런 면에서 좀 더 라이트함을 추구했어요. 공략법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아요. 유저의 컨트롤에만 의지하는 게 아니라 명확한 파훼법을 넣은 거죠. 탄막의 압도적인 느낌을 라이트 유저들도 느끼길 바라고 있어요.

하지만 모든 탄막들이 그 쉬운 공략법 이외에도 아슬아슬하게 피할 방법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아슬아슬하게 피하면서 공격하면 더 빠르게 적을 처치 하게 될 수도 있고요. 그리고 한 가지만 더 이야기하면, 모든 패턴은 무적기 없이 순수 컨트롤 만으로 피할 수 있게 디자인되었으니, 공략법을 찾는 재미가 있을 거로 생각해요.





Q. '신수서기'와 비교해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역시 그래픽 같아요. 전체적인 아트 스타일을 비롯해서 싹 뜯어고쳤는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박민규 아트 : 고생했다는 마음보다는 보람찼던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아요. 아트 입장에서 '신수서기'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가득했거든요. 최적화에 신경 쓰다 보니 비효율적이고 낮은 퀄리티의 텍스쳐만 써야 했죠. 그런데 PC로 플랫폼을 바꾸니까 그런 부분에서 훨씬 자유로워졌어요.

그리고 '신수서기'를 개발할 때는 약간 중구난방한 게 있었어요. 그래서 아트가 정립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에요. 동양적인 세계관을 추구하는지 아니면 한국적인 세계관을 추구하는지도 명확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이라'를 개발하면서 콘셉트가 정립되고 해서 아트 입장에서는 더 수월하게 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기쁜 마음으로 작업한 것 같아요.


Q. 싹 다 뜯어고쳤다고 했는데 정말인가요?

박민규 : 한 90%는 갈아치운 것 같아요. 당연히 아깝기도 했는데 아트라는 게 통일성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하나를 고치면 다른 것들도 다 고쳐야 했어요. 물론, 아예 새롭게 만들다시피 한 게 있다면 그냥 약간만 손 본 것도 있고 캐릭터 애니메이션은 그대로 쓸 수 있어서 생각보다 힘들지는 않았어요.



▲ 2D 스프라이트는 물론 시스템 대부분을 뜯어고쳤다


Q. 인디 개발팀이 게임을 만들 때 겪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가 스토리텔링이라고 생각해요. 스토리 중심의 게임을 만들려면 게임의 규모가 어느 정도 있어야 하는데 그만큼 키우기가 쉽지 않죠.

남중헌 : 어려운 게 사실이죠. 그래도 어느 정도는 스토리를 넣고 싶었어요. 근데 탄막 슈팅 장르 자체가 깊이 있는 스토리를 녹여내기 힘든 편이잖아요? 그래서 목표는 주어지되 스토리텔링은 간결하게 구성했어요. 메탈슬러그나 엔터 더 건전, 동방프로젝트 같은 식으로 생각하시면 좋을 거 같아요. 목표가 주어지고 보스를 깰 때마다 스토리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가 진행되고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방식이요. 여기에 어떤 식으로 플레이했는지에 따라서 보스가 바뀌도록 디자인해서 매번 새로운 재미를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Q. 그러고 보니 '신수서기'는 한국적인 색채가 강했었죠. 그런데 '이라'는 좀 다른 것 같아요.

남중헌 : 한국적인 걸 추구하다 보니 오히려 거기에 너무 얽매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전체적인 콘셉트도 붕 떴죠. 이걸 넣으면 저거랑 안 어울리고, 이게 정말 한국적인 게 맞나? 하고 고민도 했었어요.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저 한국적인 색채가 강한 게임을 만들고 싶은 건지, 동양풍의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은 건지. 저희 선택은 후자였어요. 결국, 게임은 재미있어야 하잖아요? 그렇게 정하니 그때부터 막혔던 부분들이 싹 다 해결됐어요. 이건 한국적이지 않아! 하면서 넣을 수 없었던 것들도 쉽게 넣을 수 있었고요.

박민규 : 아트 입장에서도 신의 한 수였다고 생각해요. 특히나 오해를 살 수 있는 비슷한 설정도 같은 동양권이다 보니 많이 있어서 고민이었는데 콘셉트를 바꾸니 그런 점에서도 훨씬 자유로웠죠. 개발하면서 다시 한 번 알게 됐는데 확실히 동양적인 것과 한국적인 건 또 다르더라고요.



▲ 주인공 '연'과 시간의 사도 '티프'


Q. 스토리도 그럼 처음부터 새로 쓴 건가요.

남중헌 : 그렇긴 한데 사실 대단한 스토리는 아니에요. 혼돈이란 존재의 봉인이 깨지려고 하는 상황에서 과거 신과 함께 혼돈을 봉인한 사도들이 주인공 '연'을 찾아와 함께 세계의 평화를 찾는 여정에 나서는 스토리에요. 왕도적이죠.


Q. 영상을 보니까 무기가 여러 개던데, 무기를 바꿔 쓸 수 있는 건가요.

남중헌 : 네, 플레이어블 캐릭터가 한 명인 대신 무기를 다양하게 했어요. 얼리엑세스 기준으로 무기와 유물 합해서 한 100개 정도 넣을 생각이에요. 여기에 다양한 펫도 준비 중인 만큼, 조합에 따라 매번 색다른 재미를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Q. 엔딩이 있는 게임인 만큼, 어느 정도는 플레이 타임을 보장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남중헌 : 얼리엑세스 버전에서는 3개의 월드, 6개의 스테이지를 선보일 예정으로 숨겨진 요소를 찾거나 반복 플레이를 감안하면 6~8시간 정도는 될 것 같아요. 처음부터 엔딩까지 계속 달리기보다는 1시간 하고 쉬었다가 다시 하는 일반적인 로그라이트 게임의 텐션을 따라가려고 해요.


Q. 로그라이트라고 했는데 어떤 부분이 그런 건가요?

남중헌 : 로그라이트는 반복성이 중요하잖아요? '이라'도 마찬가지예요. 스테이지를 진행하면서 레벨을 올리면 그에 따라서 스탯을 올릴 수 있어요. 공격력 강화, 공속 강화, 피해를 받을 때마다 대미지 강화 다양하게 말이죠. 그런데 죽으면 전부 다 초기화돼요.

근데 그냥 다 없어지면 박탈감이 너무 크죠. 그래서 죽을 때 일종의 재화를 보상으로 줘요. 이걸로 초반에 무기를 사거나 사도를 강화할 수 있게 말이죠. 사도는 일종의 필살기인데 방어막을 치는 사도가 있는가 하면 공격을 멈추게 하는 사도도 있어서 원하는 스타일의 사도를 강화하고 전투에 데려갈 수 있어요.





Q. 느낌이 꽤 개발이 진행된 상황 같은데, 개발 진척도는 어느 정도라고 할 수 있을까요.

남중헌 : 정식 버전을 기준으로 한다면, 리소스 개발은 80% 정도 완료 된 상태이고, 현재 개발 진척도는 70% 정도라고 보고 있어요. 남은 30%는 폴리싱의 영역이죠. 얼리엑세스 후에 피드백을 받아서 미흡했던 부분을 보완할 예정이에요. 그리고 로컬라이징도 해야겠죠. 얼리엑세스에서는 80% 정도 완성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Q. 많은 인디 게임들이 펀딩에 적극적인데 펀딩 계획은 없는지 궁금해요.

남중헌 : 텀블벅을 통해 크라우드 펀딩을 받을 예정이에요. 약 두 달 간 진행할 예정이고 데모 버전도 그때 공개하려고 하니 많은 관심 부탁합니다(웃음).


Q. 거의 완성된 상태라고 했는데 소통의 창구로 활용할 예정인 건가요?

남중헌 : 꼭 그런 건 아니에요. 아무래도 슈팅 게임은 사운드가 특히 중요한데 저희 역량으로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만족스러운 사운드를 만들기 위해선 외주를 줘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펀딩을 통한 후원금은 고퀄리티의 사운드를 제작하는 데 활용할 예정이에요.

여기에 여전히 '신수서기'로 알고 계신 분들이 있는데 펀딩을 통해 '신수서기'가 아닌 '이라'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Q. 독립 후 첫 타이틀인 만큼, 기대되는 한편 걱정도 될 것 같아요.

남중헌 : 걱정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보다는 하루빨리 '이라'를 완성하고 알리고 싶은 마음이 더 큰 것 같아요. 저희 팀의 본격적인 첫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정말 많이 준비했어요. 인디 게임이라고 퀄리티가 낮은 게 무조건 용납되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싹 다 뜯어고치고 비슷한 게임들 가운데 '이라'만의 재미를 녹여내기 위해서 노력했어요. 이제는 펀딩을 통해 점검을 끝낸 후 6월 얼리억세스 출시 예정인 만큼, '이라'에 대한 많은 관심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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