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테슬라 車, 바퀴달린 '게임기'가 된다

기획기사 | 윤홍만 기자 | 댓글: 11개 |



최근 테슬라코리아가 자사 전기차용 게임 19개에 대해 등급분류를 신청해 화제다. 고전 아타리 게임을 비롯해 테슬라 백개먼, 체스, 솔리테어 등의 보드 게임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컵헤드', '스타듀 밸리', '폴아웃 쉘터' 등 다양한 게임들이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갑작스러운 행보는 아니다. 지난 E3 2019에서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는 베데스다 키노트에 깜짝 등장해 테슬라 차량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운전대와 브레이크 페달을 게임 컨트롤러로 쓰거나 혹은 무선 컨트롤러를 이용, 내부에 탑재된 대화면 스크린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얼핏 천재이자 괴짜인 일론 머스크의 기행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테슬라가 게임을 지원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첫 번째는 충전 시간이다. 테슬라 모델3의 경우 전용 급속 충전기를 이용할 경우 완전 충전까지 1시간에서 2시간 가량 소모된다. 자연스럽게 이러한 잉여 시간에 소비할 콘텐츠가 필요하다.

두 번째는 앞으로 도래할 완전 자율 주행 시스템(자율주행 Lv5)에 있다. 완전 자율 주행 시스템이 탑재될 경우 차량 내에서 게임을 비롯해 각종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미래의 차량용 콘텐츠에 대한 첫 번째 시도가 바로 게임인 셈이다.




■ 게임을 사랑한 천재, 일론 머스크




수많은 콘텐츠 가운데 일론 머스크는 왜 게임을 선택했을까? 일론 머스크의 게임 사랑은 유명하다. 시쳇말로 게임 덕후라고 정도. SNS를 통해 즐긴 게임을 소개한 적도 적지 않다. 물론, 그저 본인이 게임을 좋아하기에 테슬라 차량에 게임을 설치한다는 건 석연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그가 게임을 즐기는,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게임을 하라고 말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게임이 창의성의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 E3 2019에서 진행한 베데스다의 패널 토론에서는 그의 게임에 대한 견해를 들을 수 있었다. 당시 그는 "자동차 산업 분야에서 게이밍이 어떤 도움을 주는가?"라는 질문에 "게임은 아이들이 프로그래밍에 관심을 갖게 하는 강력한 도구"라며, 자신도 어린 시절부터 게임을 즐긴 덕분에 프로그래밍 등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즉, 오늘날의 일론 머스크를 있게 한 게 게임이라고 말한 것과 다름없다.

이러한 일론 머스크의 게임 사랑의 연장선에 있는 게 바로 테슬라 차량용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막 걸음을 내디딘 만큼, 앞으로 더 많은 게임이 추가될지도 모른다. 또한, 테슬라 차량 전용 게임이 나올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테슬라는 자사 홈페이지 채용 공고를 게시하며 비디오 게임 개발 인력을 모집하기도 했을 정도다.



■ 자동차, 게임기가 되다 '테슬라 아케이드'

현재 등급분류를 받아 국내 테슬라 아케이드에 등록된 게임의 절반 가량은 80년대 아타리가 서비스한 게임들이다. 템페스트, 벽돌깨기(Super Breakout), 미사일 커맨드, 밀리피드 등 고전 명작 게임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운전대를 이용하거나 터치 스크린을 활용해 즐길 수 있다.

■ 템페스트 - 1981년 10월 출시




아타리가 1981년 출시한 게임으로 벡터 그래픽을 사용한 역사상 최초의 튜브 슈팅 게임으로, 테슬라 차량에서는 운전대를 이용해 조작하거나 혹은 터치 스크린을 이용해 즐길 수 있다.


■ 벽돌깨기 - 1978년 출시

'슈퍼 브레이크 아웃'. 국내에서는 벽돌깨기로 알려진 게임이다. 패들을 좌우로 조작하고 공을 튕겨서 벽돌을 깨는 게임으로 단순하면서도 중독성을 자극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 미사일 커맨드 - 1980년 7월 출시

'템페스트'를 설계한 데이비드 토이러가 설계한 게임으로 플레이어는 쏟아지는 ICBM을 미사일을 이용해 격추해야 한다. '팩맨'과 함께 아타리를 상징하는 게임으로 여겨졌으며, 최고의 아타리 게임 중 하나로 손꼽힌 바 있다.


■ 센트피드 - 1980년 출시

국내에서는 일명 '지네잡기 게임'으로 알려져 있다. 버섯이 화살을 막고 중간에 거미가 튀어나오는 등 다양한 장애물이 존재하며, 노래기의 경우 중간에 몸이 잘리면 그대로 나뉘어져 움직이는 등 당시로서는 독특한 시스템을 자랑해 큰 인기를 끌었다.


■ 밀리피드 - 1982년 출시

'센트피드'의 후속작으로 지네 대신 노래기가 적으로 등장한다. 전작과 큰 차이는 없지만, 자벌레나 모기, 잠자리 등 다양한 적들이 추가됐으며, 이외에도 폭탄 아이템이 추가돼 한번에 적을 처치할 수 있게 된 걸 볼 수 있다.


■ 루나 랜더 - 1979년 출시




'루나 랜더'는 아폴로 달 착륙선을 모티브로 한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추진기 등으로 우주선을 제어해 달 표면에 착륙해야 한다. 장애물에 부딪히거나 너무 빠른 속도로 착륙하거나 중간에 연료가 부족하면 실패하는 등 당시로서는 단순하면서도 깊이 있는 시스템을 자랑했다.


■ 아스테로이드 - 1979년 11월 출시

'아스테로이드'는 아케이드 게임 시장의 황금기를 연 게임으로 평가받는 게임이다. 7만 개가 넘는 아케이드 게임기가 판매됐으며, '그라비타' 등에 영향을 끼쳤다. 사방에서 날아오는 소행선과 UFO를 파괴해 점수를 쌓는 게 목적으로, 오락실에서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았다.


■ 그라비타 - 1982년 출시

'그라비타'에서 플레이어는 구불구불한 지형을 누비며 적 벙커를 파괴해야 한다. 스테이지를 진행할 때마다 지형은 더욱 복잡해지고 벙커 역시 많아져 도전 욕구를 자극하는 게 특징이다. 한편, 당시의 슈팅 게임으로서는 특이하게도 가속도를 적용해 어려운 난이도로도 유명했다.


테슬라 아케이드를 통해 즐길 수 있는 게임은 고전 아타리 게임만이 아니다. 윈도우에 기본 탑재된 게임과 유사한 백개먼, 솔리테어, 체스, 2048 총 4개의 보드 게임도 즐길 수 있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사실 크게 대단할 건 없어 보인다. 아타리 고전 게임과 기본 탑재된 보드 게임. 스마트폰을 놔두고 굳이 즐길만한 게임은 아니다.



▲ 솔리테어 테슬라 에디션

그러나 최근 심의를 받은 게임들은 다르다. '배틀 오브 폴리토피아', '비치 버기 레이싱2'를 비롯해 인디 게임의 한 획을 그은 '컵헤드', '스타듀 밸리' 등 이름만 들어도 알법한 게임들로 무장했다. 충전하면서 겸사겸사 시간을 때울 적당한 게임들에서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게임들로 그 영역을 확장한 모습이다.

■ 배틀 오브 폴리토피아 - 2016년 2월 출시


'배틀 오브 폴리토피아'는 스웨덴의 인디 개발사 Midjiwan AB가 개발한 턴제 전략 게임이다. 기본적인 게임의 시스템은 '문명'과 유사하다. 4X(eXplore, eXpand, eXploit, eXterminate) 시스템으로 저마다 개성 넘치는 특성과 문화, 능력을 보유한 부족 중 하나를 골라 상대 부족의 수도나 도시를 점령해 승리하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선 다양한 전략이 요구된다. 상대보다 앞서기 위해 농사나 건설, 기술 연구에 투자할 수도 있고 혹은 빠르게 탐험이나 전쟁을 해 적을 꺾을 필요가 있다.

여러 게임 가운데 '배틀 오브 폴리토피아'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본격적으로 즐길만한 게임이기 때문임을 들 수 있다. 싱글플레이의 경우 최대 30분 정도의 플레이 타임을 보장하며, 멀티플레이는 최대 12명의 유저들과 즐길 수 있기에 실질적으로는 몇 시간 이상이나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여기에 모바일로 출시된 만큼, 터치 스크린을 완벽하게 지원한다. 게임성과 플레이 타임 모두 갖춘 셈으로 충전하면서 잉여 시간을 때우기에 최적의 게임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 비치 버기 레이싱2 - 2018년 12월 18일 출시


테슬라 차량에서 즐기기에 레이싱 게임보다 좋은 게임이 또 있을까? 레이싱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에게 있어서 현장감만큼 중요한 건 없다. 이를 위해 고가의 레이싱 휠과 페달을 사는 건 물론이고 큼직한 모니터에 끝으로는 전용 게이밍 체어를 사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그런 게이머들에게 있어서 테슬라 차량으로 즐기는 '비치 버기 레이싱2'는 더없이 매력적인 게임일 것이다. 모바일에선 간단한 터치 조작으로 즐기던 게임을 실제 운전대와 페달을 이용해서 즐길 수 있기에 전혀 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여기에 앞으로 더 많은 레이싱 게임들이 탑재될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점 역시 높게 평가할 만하다. 여전히 걸음마 단계라고 할 수 있는 테슬라 아케이지만, 근미래에는 게임을 하려고 테슬라 차량에 오를지도 모를 일이다.


■ 컵헤드 - 2017년 9월 29일 출시




수채화풍 배경과 수작업으로 만든 고퀄리티의 셀 애니메이션이 특징인 '컵헤드' 또한 테슬라 아케이드를 통해 즐길 수 있다.

'컵헤드'는 개발부터 발매까지 많은 팬들의 관심을 받은 게임이다. 이에 출시 1년이 채 되지 않아 누적 판매량 300만 장을 돌파하는 등의 성과를 내기도 했다. 현재 개발사는 DLC인 '더 딜리셔스 라스트 코스'를 개발 중이며, 뜨거운 관심에 넷플릭스가 '컵헤드 쇼'라는 제목의 애니메이션을 제작 중에 있다.

다만, 테슬라 아케이드로 즐길 수 있는 '컵헤드'는 완전한 버전은 아니다. 차량 저장장치 용량 제한으로 레벨1만 포함된 상태이며, 게임을 즐기기 위해선 별도의 컨트롤러가 필요하다.


■ 스타듀 밸리 - 2016년 2월 27일 출시


'스타듀 밸리'는 각박한 도시에서 벗어나 자신의 농장을 꾸미고, 농사, 목축, 채집, 채광, 낚시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여기에 그저 농장을 번창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업적과 이스터에그, 도감 시스템을 통해 풍성한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

다양한 플랫폼으로 출시됐으며, 멀티플레이를 지원해 다른 유저와 만날 수도 있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야외에서 차박을 하면서 즐기기에 이보다 더 좋은 게임도 없을 것이다.


■ 폴아웃 쉘터 - 2015년 6월 15일 출시




'폴아웃 쉘터'는 플레이어가 폴아웃의 쉘터를 관리하는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각종 편의시설을 만들거나 사람들을 훈련시킬 수 있는데, 그 속에서 사고가 발생해 화재가 일어나거나 다른 생존자들과 싸우는 등 각종 이벤트가 발생한다.

플레이어들은 오버시어(Overseer)가 되어 게임 내 여러 종족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볼트에 숙소, 발전소, 병뚜껑 공장 등 다양한 기능을 가진 건물을 볼트 내에 건설해 자급자족해 나가야 한다.


■ 캣 퀘스트 - 2017년 8월 8일 출시


짧고 굵직한 액션을 원한다면 이 게임이 있다. 납치당한 여동생을 찾아 모험하는 액션 RPG '캣 퀘스트'다. 전형적인 핵 앤 슬래시 방식의 게임으로 뛰어난 게임성에 힘입어 모바일에 이어 스팀과 콘솔로까지 출시된 바 있다.

'캣 퀘스트'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RPG 특유의 피로감을 최소화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많은 RPG가 장시간 플레이를 요구하며, 사망 시 큰 패널티가 주어지곤 한다. '캣 퀘스트'는 이러한 패널티를 최소화함으로써 피로감을 낮췄다. 언제 어디서든 가볍게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충전 중이거나 기타 잉여 시간에 즐기기 최적의 게임이랄 수 있다.


■ 스카이 포스 리로디드 - 2017년 11월 30일 출시


'스카이 포스 리로디드'는 전통 아케이드 게임을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재구축한 게임으로 거대 보스는 물론이고 화면을 가득 메우는 폭발의 향연 등 수많은 슈팅 게임들의 매력을 한데 모은 게 특징이다.

게임 내에는 9개의 기체와 15개의 스테이지가 준비되어 있으며, 각 스테이지에서는 거대 보스가 플레이어를 막아선다. 보스들을 수월하게 상대하기 위해선 적들을 쓰러뜨리고 별을 모아 자신의 기체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체력을 비롯해 메인 캐논, 윙 캐논, 미사일 등 다양한 장비들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슈팅 게임에선 느끼기 어려운 성장의 재미를 추구했다.

전통 아케이드 게임을 모티브로 한 만큼, 킬링타임 용으로 즐기기에 이만한 게임도 없을 것이다.



■ 자율주행 Lv2, 아직 갈 길은 멀다



▲ 현재 테슬라 아케이드는 주차 중에만 실행할 수 있다

앞으로 더 기대되는 테슬라 아케이드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 먼저 게임을 비롯한 차량용 콘텐츠가 본격적으로 도입되기에 앞서서 자율 주행 시스템을 더욱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현재 테슬라의 오토 파일럿은 자율 주행 레벨2에 해당한다. 자율 주행이라고 했지만, 국토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레벨2는 자율 주행이라고 볼 수 없다. 운전 편의를 돕는 운행 보조에 가깝기에 운전을 하면서 영화를 보는 등의 다른 행동을 해선 안 된다. 현재 테슬라 아케이드를 통해 게임을 즐기려면 주차를 해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레벨3부터는 얘기가 달라진다. 레벨3에서는 운전석에 위치한 상태에서 언제든 제어권을 넘겨 받을 준비를 해야 하지만 제한적으로나마 운전 중 핸드폰을 하거나 영상 시청 등이 가능해진다. 그렇다면 레벨4부터는 어떻게 될까.

자율 주행 시스템이 레벨4가 되면 사실상 모든 운전 조작을 시스템이 책임지고 수행하므로 운전자가 불필요하며, 제어권 전환 역시 요구되지 않는다. 조건부 완전 자율 주행 시스템으로, 이때부터는 차량 내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자유롭게 즐길 수 있게 된다.

물론, 이러한 자율 주행 시스템이 정립되기까지는 아직도 많은 난관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먼 미래의 기술로만 생각해왔던 것들이 오늘날 일상으로 자리 잡고 있는 현실이다. 조만간 가까운 미래에는 직접 운전하는 게 아닌 자율 주행에 모든 걸 맡기고 자연스럽게 게임을 즐기는 것이 일상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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