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그 디아2인가 뭔가 하는 고전게임이냐?"

기획기사 | 정수형,정재훈 기자 | 댓글: 219개 |



"뭐? 디아2를 안 해봤다고!?"


'디아블로2 레저렉션'이 공개됐을 당시 디아블로2(이하 디아2)를 안 해봤다고 하자 주변 기자들의 시선이 달라졌습니다. 눈빛이 마치 한국인인데 김치를 안 먹어봤다는 느낌이더군요. 게임이 출시될 당시에 기자는 어렸고 한창 인기를 끌 당시에는 게임에 관심이 없을 때라 딱히 해볼 생각을 하지 못한 게 이렇게 돌아올 줄 몰랐습니다.

이번 블리즈컨라인에서 80~90년생 게이머라면 모르려야 모를 수 없는 명작, 디아2가 화려한 부활을 알렸습니다. 최대 4K 해상도를 지원하는 것이 가장 큰 변화이며, PC 외에 콘솔로 출시되면서 플랫폼 간 진척도를 공유할 수 있게 됐죠. 시스템을 갈아엎는 수준은 아니지만, 21년 전에 출시된 게임이다 보니 그래픽만 달라져도 굉장히 임팩트있게 다가왔습니다. 특히, 디아2만의 암울한 배경을 잘 살려 유저들 사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요.

다만, 보다 어린 게이머들은 다소 공감이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디아블로2가 출시되고, 벌써 21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캠프파이어의 바바리안이 훠우! 하고 소리를 지를 때 응애하고 세상의 빛을 본 아이가 대학 새내기들을 상대로 '라떼는'을 남발하고 있는 상황이죠.

뭐... 저도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제가 인벤팀의 평균 연령을 낮추는 주인공입니다. 볼때기에 묻은 제육볶음 양념도 안 닦고 입을 헤 벌리고 다니던 나이에 뼈가 부러지고 피와 살이 튀는 게임을 할 수 있을 리가요. 그래서 한편으론 궁금했습니다. 도대체 디아블로2가 어떤 게임이기에, 눈가에 주름 가득한 선배 기자들이 갑자기 먼 산을 쳐다보며 우수에 젖는지 말이죠.

캠파: 오늘의 화자이자 인벤 취재부 막내. 디아블로2 출시 당시 초등학생, 디지몬 세대, 초등학교 때 핸드폰 들고 다님.

라파: 화자가 디아블로2를 잘 모르는 상황인지라 불가피하게 소환한 도우미 서번트. 인벤 취재부 상대적 윗줄. 동네 게임샵에서 현금으로 디아블로2 패키지 구매 경험 있음. 히맨 세대, 중학교 들어가서야 8화음 핸드폰 처음 사봄.


디아블로2는 어떤 게임인가?
라떼는 말이야, 골드가 아니라 참으로 거래했어!



▲ 90년대는 스타와 디아 등 블리자드 게임이 주름잡았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디아블로2를 설치하면서, 멀찍이 떨어져 앉은 선배 '라파 기자'에게 다가갔습니다. 결혼 후 부쩍 다크서클이 짙어진 감이 있지만, 게임에 대한 얘기를 피할 사람은 아닙니다. 일단 좀 알고 시작하면 보이는 게 좀 다르지 않을까요? 그렇게 첫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때 진짜 디아2가 그렇게 인기가 많았어요?"

라파: 어... 장난 아니었지. 사실 나도 그때 하면 안 되는 나이였는데 그냥 샀어. 아저씨가 그냥 팔더라고. 용량이 간당간당해서 깔았다 지우기를 너무 많이 하다 보니 내가 그 CD키를 아직도 외운다? 7RRD-7G94-B9MD-.... 아무튼 그때가 블리자드가 한창 유명해질 때거든 PC방 많아지고, 스타가 국민게임되고. 근데 블리자드가 신작을 딱 내놓았는데 그게 멀티플레이도 돼서 다 같이 할 수 있잖아. 답답한 것도 없고. 캐릭터도 많고. 그때 유행하던 다른 온라인 게임들은 그래픽이나 애니메이션이나 뭔가 좀 답답했는데 이건 한 차원 정도 앞서 있었으니까.

캠파: 그러니까 PC방 대세 게임이 되면서 인기가 늘었다는 거죠?

라파: 나도 뭐 옛날이니까 다 기억나는 건 아닌데 그냥 게임업계 전체가 디아블로2 중심으로 돌아가던 시기가 잠시나마 있었어. 막 버전마다 공략집이랑 아이템 도감 같은 거 책으로 나오고. 너 그거 아냐 전지현, 차태현? 그때가 엽기적인 그녀 개봉하면서 그 두 명이 한창 유명해질 때였는데, 디아하던 게이머들이 아이템에다 그걸 이름으로 붙였다? '신발은 전지현, 반지는 차태현' 이랬다니까? 뭐?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말라고? 팍 씨.

하여튼 지금은 게임들이 다 개발사가 의도한 대로 가는 게 대부분인데, 이땐 패치 주기도 길고 인터넷이 지금처럼 막 빠르게 다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하다 보니까 게이머들이 안에서 경제 시스템이랑 질서를 만들었단 말이야. 이걸 모르면 사기당하거나 바보가 되니까 금방 여기저기 퍼진 거지. 지금으로 치면 온갖 '밈'이 만들어졌다고 해야 하나. 엄연히 골드가 존재하는데 돈은 또 골드가 아니었어 조던 링이나 참으로 아이템 계산했지.




▲ 신발은 전지현, 반지는 차태현 등으로 불렀다고 하네요

캠파: 근데 그게 말이 돼요? 누가 '이건 전지현'이다. 그런 건 아니잖아요. 이게 뭔가 지금 생각하면 좀 이상한데? 줄임말도 아니고 이름을 그렇게 구체적으로 붙이는 게 말이 되나?

라파: 나도 모르겠다. 그냥 남들이 다 그렇게 부르니까 그러긴 했는데, 버스가 왜 버스인지, 책상이 왜 책상인지 그런 거랑 비슷한 거지. 그게 사실 레어 아이템이라서 옵션이 원래대로면 다 다르거든? 근데 아이템 복사가 하도 판을 쳐서 물량이 엄청나게 풀리다 보니까 고유명사가 된 거야.

캠파: 그래서 결론적으로 왜 인기가 많았던 거예요?

라파: 너 지금 디아2 화면 보니까 어떻디? 막 못 할 정도로 보여?

캠파: 좀 낡아 보이는데 그 정도까진 아닌거 같고. 그냥 좀 잘나가던 고전 게임 정도 느낌이네요.



▲ 디아블로2의 그늘에 가려진 녹스, 당시엔 이 정도만 되도 갓겜이었습니다

라파: 20년 전에 그 정도면 완전 쩌는 게임이었단 거야. 당시에 그걸 이길 만한 다른 게임이 없었으니까 인기를 끈 거지. 그땐 게임이 지금처럼 하루에 몇 개씩 쏟아지던 시기도 아니었고, 게임 관련된 정보를 얻을 길이 인터넷 아니면 게임 잡지뿐인데 잡지는 온통 다 디아블로 특별편이지, 인터넷은 좁지. 다른 게임이 눈에 들어오겠냐? 그때 디아블로2 라이벌로 웨스트우드에서 '녹스'라는 게임을 내놓았거든? 난 이쪽도 좋아하긴 하는데 그건 아는 사람 별로 없을걸. 디아블로2가 임팩트가 워낙 세서.

뭐 그렇답니다. 예상은 했지만, 옛날 얘기를 듣는다고 딱히 느껴지는 건 없었습니다. 그냥 '그랬구나' 정도였죠. 결국 방법은 하나입니다. 2021년의 수준에 익숙해진 제 입맛이 그리 까다롭지 않길 바라는 수밖에요. 어느새 설치가 완료된 디아블로2를 실행했습니다.


지금 해도 재미있다!
근데 이건 불편하다!


캠파: 근데 뭐 키울까요?

이 말을 하지 말 걸 그랬습니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여러 형태로 변형되어버린 사무실 내 고인물들이 저마다 목청을 높이기 시작했습니다.

"야! 남자는 어! 바바! 어!" 아하 네.

"조폭네크지. 너 친구 없잖아" 아하 네네.

"시작은 아마존이 국룰 아니냐? 원래 그거로 템 다 맞추고 하는 거야" 아하 네네네.

"팔라가 젤 셀건데?" 아하 네네네네.

서비스 시기가 긴 만큼, 각자 다른 디아블로2를 했는지, 저마다 플레이하던 시절의 메타를 들이대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내깃돈이 걸린 것처럼 '내가 말한 걸 하지 않으면 다음 기사는 고통스러운 걸 줄 테다'라는 눈빛을 보냈죠. 그래서 그냥 아무도 말 하지 않은 소서리스를 골랐습니다.



▲ 발록 때려잡은 간달프가 증명했듯 악마는 소서리스로 패야 제맛입니다

처음 들어가서 기자를 반겨준 건 우중충한 게임 그래픽과 세기말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배경이었습니다. 21년 전 게임다운 그래픽이었지만, 요즘에도 고전 클래식 느낌을 주는 게임들이 이따금 등장하다 보니 크게 이질감이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투박하지만 한편으론 정교하게 느껴질 정도였죠.

처음에는 약간 헤매기도 했지만, 가볍게 엑트1을 깨고 디아블로를 향해 나아가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명 21년 전에 만들어진 오래된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익숙했습니다. 사냥을 통한 성장과 스탯, 스킬, 아이템 파밍 등 게임의 뼈대가 요즘 게임과 다를 게 없더군요. 지금 해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만큼 잘 짜인 게임은 세월의 흐름을 타지 않는 명작의 냄새가 났습니다.



▲ 솔직히 지금봐도 나쁘지 않은 비주얼이라 생각됩니다

디아 시리즈의 재미로 모두 뽑는 1순위는 아마 파밍의 재미일거라 생각합니다. 실제로 저 역시 디아2 플레이 중 제일 인상에 남는 것이 파밍이었죠. 새로운 아이템이 툭툭 나올 때마다, 그리고 그 장비 덕에 캐릭터가 강력해지는 것이 체감됐을 때의 고양감과 만족감이 꽤 컸습니다.

디아3를 해본 경험이 있으니 빌드 시스템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익숙하게 다가왔는데요. 한편으론 디아2의 빌드는 어느 정도까지 바뀌고 강력해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습니다. 사무실의 고인물들은 허언증에 걸렸는지 텔레포트하는 팔라딘이니 훨윈드를 도는 어쌔신이니 영 말도 안 되는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습니다. 팔라딘이 무슨 텔레포트인가요. 하지만 다 키워볼 시간은 없습니다. 그냥 도라에몽을 소환하는 게 낫겠죠.

라파: 또 왜? 뭐? 빌드? 아... 그거 엄청 많은데. 그거 다 쓰면 내일까지 써야 해. 뭐? 팔라딘이 텔레포트? 어 그거 나도 키웠는데. 수수께끼 만들면 바바리안도 텔레포트 해서 귀에다 소리 지르고 그랬어. 팔라딘은 텔포하고 망치 돌리고 그랬지. 디아블로3에 그 망치 쓰는 팔라딘 세트 아이템도 그거랑 비슷하게 만든 거잖아.



▲ 장비를 어떻게 맞추냐에 따라 아마존이 휠윈드도 돌고 합니다
(이미지 출처 - 블랙카이저_BLACKKAISER 유튜브)

캠파: 그럼 대세는 뭐였어요? 왜 엄청 센 거. 다들 하나씩은 키운 그런 거 있을 거 아니에요. 저 소서리스인데 소서리스는 그런 거 없어요?

라파: 그게 유행이 계속 돌아서 뭐라고 딱 말하기가 어렵긴 하네. 소서리스도 스킬 뭐 쓰냐에 따라서 빌드가 엄청 많았거든. 내가 키운 건 아니고 맞아 죽어보긴 했는데, 곰 변신해서 귀싸대기 패고 다니는 소서리스도 있긴 했어. 지금이야 뭐 그냥 너하고 싶은거 해 뭘 하든 다 깨는 데는 지장 없을 테니까.

한편, 파밍의 즐거움을 계속 느끼기엔 생각보다 인벤토리의 부족함이 너무 불편하게 다가왔습니다. 옛날 클래식 게임은 지금 생각하면 저마다 불편한 점이 한두 개씩 있기 마련이죠. 디아2에서 느낀 가장 큰 불편함이 바로 인벤토리였습니다. 자비 없는 10x4 인벤토리는 장비 4~5개만 담아도 가득 찼으며, 참을 소지하는 순간 그마저도 들고 다니기가 어려웠습니다.

싸우다 장비 떨어진 걸 보고 잠시 멈춰서 장비를 들어 아이템 감정하고 버리고 줍고 감정하고 버리는 일련의 행동을 계속 반복하다 보니 흐름이 계속 끊어지더군요. 숙련된 유저라면 뭐가 좋고 안 좋은지를 빠르게 알 수 있겠지만, 애초에 인벤토리를 넉넉하게 만들어줬더라면 이런 불편함이 없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 참이랑 물약은 따로 빼주지... 왜 장비가 칸을 여러개 차지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라파: 맵핵은 깔았냐? 아 이런 말 하면 안 되나... 아니 맵핵이 없나..? 맵핵 없이 게임 할 수 있나? 아 모르겠다. 인벤은 지금 하니까 불편하지 그땐 불편한지 잘 몰랐던 거 같긴 하다. 호라드릭 큐브 얻으면 막 인벤 9칸 늘어나는 기분이라 기분 좋았고... 지금이야 이것저것 다 들고 다니는 게임이 익숙해서 불편하게 느껴지는 거지 그땐 잘 모르고 했던 것 같아. 한창 할 때는 유니크 아이템은 그냥 이름만 봐도 뭔지 아니까 패스할 건 패스하고, 레어만 까보고 쓰레기면 버리고 그랬지 뭐.

사실 내가 제일 불편했던 건 글자였어. 디아블로2가 해상도가 별로 좋은 편이 아니라 한글 폰트가 깨졌거든. '물리 내성'이 어설프게 깨져서 '물리 내설'로 어렴풋이 보이는데, 당시 급식 먹던 친구들이 죄다 내설 내설 하고 다녔거든. 들을 때마다 불편했는데 이젠 다들 내성이라고 쓰나 보더라. 아... 검색해보니까 아직도 내설이라 하는 사람이 있긴 하네...


생각보다 전투가 재미있으면서도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말하고 보니 이상한데 컨트롤하는 맛이 있달까요. 게임이 중반쯤 가니 엘리트 몬스터들이 거의 죽창을 들고 왔는데 이걸 피하면서 싸우다 보니 나름의 긴장감이 있었습니다. 특히, 죽으면 내구도 조금 깎이고 마는 디아3와 달리 디아2에서는 죽는 시체가 남고 찾기 전까지 맨몸으로 다녀야 하는 패널티가 있습니다. 못 찾으면 방을 깨는 수밖에 없죠.

아쉽게 느껴진 건 세월의 흐름에 어쩔 수 없는 그래픽과 타격감이었습니다. 근접 공격은 나름 치는 맛이 느껴졌는데 마법은 그런 게 없달까요. 당시에는 화려한 이펙트였겠지만 지금은 그저 밋밋할 따름이고 적이 마법을 맞았는지 구별이 잘 되지 않았습니다. 시대의 변화와 함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생긴 어쩔 수 없는 간극이겠죠.

▲ 마법이 기어가는 신기함... 이거 맞긴 하는건가..



▲ 레저렉션에서는 이렇게 바뀌니 타격감을 기대해도 괜찮겠죠?

또한, 컨트롤하는 맛이 좋아서 PvP 콘텐츠가 거의 망했다 해도 과언이 아닌 디아3과 달리 디아2에서는 비교적 활발했다고 들었습니다. 고인물의 끝은 어느 쪽이 더 고였는지를 겨루는 것이라 하던가요. 디아블로2의 PVP에 대한 전설적인 이야기들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블리즈컨라인의 디아블로4 영상에서도 사람 귀를 그리 꿰맸겠죠. 하지만 이제 디아블로2의 맛을 알아가는 제가 어찌 그걸 경험할까요. 어쩔 수 없죠. 짬바의 도라에몽을 또 부를 수밖에.

라파: PVP? 음... 지금에 와서 하는 생각인데 디아블로2 PVP는 컨트롤보다도 캐릭터 빌드의 강함을 겨루는 것에 가깝지. 대놓고 이기려고 짜온 빌드는 파밍 빌드로는 죽었다 깨도 못 이겨. 아예 대미지가 들어가질 않으니까. PVP도 메타가 계속 변해서 A가 B를 이기고 이걸 또 C가 이기고 이런 식으로 계속 변해서 대세라고 할 게 뭔지 모르겠다. 아마존이 다 패고 다니던 시절도 있었고 팔라딘이 썰고 다니던 시절도 있었고.

확실한 건, '나도 이제 좀 고였겠지?'하고 앞마당 나가면 1초 컷이었어. 그냥 가자마자 꺄악 하고 죽어버리고 시체도 못 찾고 방 나가고 그랬지. 디아블로 PVP는 진성 괴물들이 판을 쳤으니까. 그중에 버그나 에디팅 아이템 끼고 오는 생태계 교란종도 꽤 많았고.


딱 하나. 세월의 흐름을 넘어 감탄을 자아냈던 것이 바로 게임 분위기였습니다. 사실 게임 초입부에서는 별다른 느낌을 받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해상도가 낮고 텍스처가 뭉개져 보인다는 불편함만 느껴질 뿐이었죠.

하지만 게임을 진행하다 보니 처음에는 보이지 않았던 디테일한 요소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괴물이 사는 동굴에는 해골이 굴러다니고 알 수 없는 토템과 피칠 된 돌이 사방에 깔려있죠. 누가 봐도 여긴 괴물이 사는 곳이고 굉장히 위험하다는 것을 유저로 하여금 느껴지도록 분위기를 잡은 겁니다.



▲ 첫 던전을 탐헐할 때의 음침한 분위기는 아직도 생각날 정도입니다

게임의 분위기가 너무 생생하니 나도 모르게 점점 게임에 빠져들었습니다. 동굴에 들어갔을 때 가려지는 시야가 불편하기보단 오히려 게임에 몰입하게 만드는 장치가 돼버린 것이죠. 지금 생각해보면 시야가 가려지니까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한 건데, 당시에는 그저 동굴은 어두우니까 시야가 가려지는 게 맞다고만 생각할 뿐이었습니다.

지금 봐도 대단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니 21년 전 사람들이 왜 그렇게 디아2에 열광했으며, 리마스터 소식에 흥분하는지 조금이나마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 레저렉션은 조명의 효과가 밝아져 이전과 같은 분위기는 아니지만 이것도 나쁘지 않군요


해보니 기대감 UP
고전 클래식의 감성을 이해하는게 필수 덕목


세계적인 게임계에 한 획을 그은 게임답달까요. 비록 당시의 두근거림과 떨림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짧은 시간 동안 혼자 하면서도 상당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려 21년이나 지난 패키지 게임이 이렇게 재미있다니, 과거의 역사를 들을 땐 "에이 설마요" 싶었던 것들이 하나씩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과거의 역사와 함께 게임을 체험하고 나니 블리즈컨라인에서 발표된 디아2의 소식에서 새로운 점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죠.




리마스터의 궁극적인 목표는 편의성을 개선하되 원작의 전통은 최대한 살리는 것에 있습니다. 앞서 불편하게 느껴졌던 인벤토리의 부족함, 특히 참을 소지하면서부터 이러한 불편함이 더욱 커졌는데 불편함도 원작 게임 플레이의 일부로 봤기 때문에 개선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계정 간에 창고를 공유하고 창고의 크기를 늘리는 방식으로 편의성을 올리려고 시도를 했죠.

게임 내의 직업 밸런스와 스토리도 모두 원작을 그대로 따라갑니다. 심지어 시네마틱 영상도 새롭게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의 영상을 복원하는 방향으로 이뤄졌죠. 정말 머리부터 발끝까지 원작 그대로를 살리기 위한 노력이 들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때문에 한편으로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솔직히 요즘 게임에 비하면, 답답한 부분이 없을 수 없으니까요. 과거에 아무리 대단해 보였던 게임이라 해도, 세월은 이길 수 없습니다. 오래된 건물을 아무리 리모델링 해도, 고쳐지지 않는 부분이 있기 마련이죠.



▲ 클래식 감성을 살리면서 최대한 깔끔하게 보이기 위한 노력이 들어갔습니다

과거 그 감성을 그대로 원하는 정통파 게이머들이라면 거슬리지 않겠지만, 디아블로2를 처음 접한다면 21년 전의 게임임을 감안하고 적응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고전 클래식의 감성을 팍팍 느끼라고 말하면서 개발했으니 앞으로도 밸런스 부분 외엔 개선될 여지가 없을 것 같네요.

디아블로2 레저렉션은 올해 출시 예정입니다. 지난 워크래프트3 리포지드가 예상외의 퀄리티로 혹평을 받았기에 항간에선 디아2마저 그런 게 아니냐는 불안감을 비추고 있는데요. 일단은 개발자 인터뷰에서 자신감을 비치기고 했고 디테일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여러 방법을 통해 보여주고 있으므로 워크래프트3보다는 조금 더 신뢰가 가는 느낌입니다.

보여준 퀄리티 그대로만 나와준다면, '와우 클래식'에 이어 또 한 번 클래식 리부트의 새 역사를 쓰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하루빨리 새로워질 디아2를 기대하며, 미처 승부를 내지 못한 나이트메어 바알을 대면하러 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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