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평] 원작 그대로의 'Element TD2', 하지만 그 뿐

게임소개 | 정재훈 기자 | 댓글: 2개 |



그러니까 15년쯤 전, '리그오브레전드'가 PC방을 점령하기 이전, PC방의 풍경은 꽤 제멋대로였다. 구석에서 수북히 쌓인 재떨이 사이로 마우스를 흔들어대며 총을 쏘는 사람 몇, 입에는 라면을 문 채, 끊임없이 눈 앞의 몬스터를 죽이는 캐릭터에 시선을 고정한 중년의 아저씨. 따로 받아온 헤드셋 마이크를 툭툭 치며 '제 말 들리세요?'를 반복하는 레이드 공대장까지.

그리고 수없이 많은 '유즈맵' 플레이어들이 있었다. 리그오브레전드 이전, MOBA 장르의 기준이었던 '카오스'부터, PC방 손님들의 혈압을 올리는 효과음의 파오캐, 도대체 왜 있는지 모를 벗기기(?)맵들, 그리고 수없이 많은 타워 디펜스가 있었다.

지금에 와서야, 다 추억일 뿐이다. 어릴적 문방구 앞에서 백오십원 내고 먹었던 뽑기나 가방 속에서 터져 교과서를 다 적셨던 배급 우유처럼, 그냥 그 시절의 일상을 차지한 추억의 조각들이다. 지금 와서 그 때를 다시 겪어보고 싶은지 묻는다면, '한 번쯤?'이라고 답할 정도.

'Element TD2(엘리먼트 TD)'가 그렇다. 그 시절의 게임들이 으레 그랬지만, 참 재미있긴 했다. 경쟁과 비경쟁의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잘 못 해도 내가 해보고 싶은 만큼은 플레이 가능한 게임성. 오락실에 몇 없는 비행 슈팅 게임처럼, 느긋하게 즐기기엔 이만한 게임이 없었다.




시대가 바뀌어도, 게임은 따라왔다. 워크래프트3, 스타크래프트2, 도타2까지, 다양한 게임의 '모드'이자 '맵'으로 존재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들러 게임을 선보이고, 사람이 빠지면 다시 다른 곳에서 새로운 맵이 되는 과정이 반복됐다.

'워크래프트3'가 멀티플렉스 극장이고, '리그오브레전드'가 스스로 무대를 일군 뮤지컬이라면, 엘리먼트 TD는 딱 유랑극단이었다. 게임은 있었지만, 본거지는 없었으니까. 적어도 지난 4월 3일, 1년이 조금 넘는 얼리 억세스를 끝내고 '엘리먼트 TD2'라는 이름으로 정식 출시를 이뤄내기 전까진 그랬다.

게임은 원작 그대로다. 빛, 어둠, 물, 불, 땅, 풀. 여섯 종의 원소를 이리저리 섞어 여러 타워를 만들고, 시간마다 튀어다니는 웨이브를 막아내면 그만이다. 원작보다 조금은 나아진 것 같기도 하다. 이미 있는 게임의 어셋에 기대 만들어진 맵 버전들과는 달리, 화면도 깔끔하게 떨어지고 시인성도 참 좋아졌다.




무엇보다, 그 시절 그대로의 '타워 디펜스'를 즐긴다는 느낌이 살아있다. 어렵지도, 급박하지도 않지만 멍하니 구경하기엔 묘하게 손이 바쁘고, 코파면서도 깰 것 같은데 어느 순간부터는 밀리는 웨이브에 정신을 못 차린다. '타워 디펜스'라는 장르의 재미가 어디서 오는지, 너무나 정확하게 알려주는 게임이랄까.

하지만, 그냥 그 뿐이다. 과거의 게임성을 그대로 살렸지만, 여전히 과거에 갖혀있다. 리메이크와 리마스터의 사이에서, '엘리먼트 TD2'는 리마스터를 택했다. 새로운 요소도, 세련된 연출도, 그럴싸한 시나리오도 없다. 유즈맵을 벗어나 스스로 섰지만, 앞으로 걸어갈 준비는 안 되어 보인다. 그냥 서 있을 뿐.

'리그오브레전드', '도타2', '오토체스'. '카운터스트라이크'. 모두 시작은 어느 게임의 '모드'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게 곧 성공의 전제 조건이 될 수는 없다. 스스로 일어선 후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였느냐가 더 중요할 거다. '엘리먼트 TD2'는 아쉽다. 고고히 서 있지만 여전히 과거와 똑같다. 지금의 게임에 걸맞는 무언가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엘리먼트 TD2'의 플레이 가치는 앞서 말한 문구로 대체할 수 있을 것 같다. '한 번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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