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2 안 해본 기자가 쓴 '디아블로2: 레저렉션' 알파 체험기

기획기사 | 정수형 기자 | 댓글: 37개 |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약 4일동안 진행된 '디아블로2 레저렉션(이하 디아2)'의 알파 테스트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습니다. 기자 역시 4일동안 디아2의 이모저모를 살펴보기 위해 불철주야 씹고 뜯고 맛봐왔는데요.

사실 이전 기사에서도 밝혔지만, 기자는 디아2를 즐겼던 시절의 게이머가 아닙니다. 인벤 웹진팀의 평균 연령을 낮추는 1등 공신으로서, 왜 그렇게 선배 기자들이 이번 리마스터에 열광하는지를 몸소 체험하기 위해 테스트에 지원했죠.

참고기사 - "이게 그 디아2인가 뭔가 하는 고전게임이냐?"

디아2에 추억이 없는 사람은 이번 리마스터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요즘 게임들과 비교했을 때. 충분한 매력을 느낄 수 있을까요? 처음 베타키를 받아서 캐릭터를 생성하고 액트2의 마지막 보스인 듀리엘을 쓰러트리기까지. 4일간 플레이하면서 느꼈던 디아2의 생생한 체험 소감을 가감 없이 적어보고자 합니다.



■ 세기말 분위기의 그래픽 좋아요.



▲ 빛과 어둠을 굉장히 잘 표현했습니다

오리지널 디아2의 생생한 추억은 없지만, 그래도 게임을 안 해본 것은 아닙니다. 무슨 맛인지 찍어 먹어본 경험은 있죠. 그래서 처음 디아2를 했을 때, 달라진 그래픽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게임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세기말 느낌을 풍기는데 악마들의 공격을 받아 세상 살기 참 힘들 것 같다는 느낌이 잘 살아있습니다. 디아블로 게이머들이 딱 원하는 그래픽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더군요.

그래픽 리마스터 부분에선 요즘 게임들과 비교해도 딱히 꿀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특히, 일반적인 필드보다 던전의 분위기가 압도적이었습니다. 당장이라도 뭐가 튀어나올 듯한 분위기를 조성해 게임의 몰입도를 한층 더 끌어올려 줬거든요.

전체적으로 향상된 그래픽 효과 중에서 제일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광원 효과였습니다. 빛 조절을 기가 막히게 잘했어요. 어두운 던전에서 밝게 타오르는 횃불을 보고 있으면 심신이 안정되는 느낌입니다. 원소를 다루는 소서리스의 마법 스킬들도 광원 효과 덕분에 더욱 특별한 느낌을 받았죠.



▲ 불이야!

캐릭터들의 모습과 움직임에 디테일이 살아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플레이어 캐릭터도 그렇고 몬스터도 역동적이란 느낌을 받았거든요. 예를 들어 아마존 캐릭터는 달리고 있을 때 방향을 틀면 무릎을 굽히고 반대쪽으로 몸을 휙 꺾어서 이동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해골 몬스터는 쓰러질 때 관절이 끊어지면서 우수수 떨어지고 벌레 몬스터는 진액을 흩뿌리면서 터지죠. 꽤 사실적인 물리 엔진이 적용돼서 적들이 쓰러지는 방향이라든지 항아리를 발로 찼을 때 깨지는 모습도 현실감 있게 다가왔습니다.

참고로 몬스터들의 디테일이 생생해서 약간 혐오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솔직히 액트2에서 벌레 동굴을 탐험하는데 너무 힘들었거든요. 벌레 싫어하시는 분이라면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꿈틀거리는 디테일까지 살릴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요.



▲ 복잡한 길과 혐오스러운 벌레의 총공격



■ 그래픽 옵션이 엄청 다양해졌어요.




향상된 그래픽에서 알 수 있듯 그래픽 옵션이 엄청나게 다양해졌습니다. 사운드, 비디오,게임 플레이 옵션을 더욱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죠. 특히, 비디오 옵션은 스크롤을 내려서 봐야 할 정도로 조절할 수 있는 개수가 늘었습니다.

세부적으로 광원 효과와 그림자 옵션 등을 조절할 수 있는데요. 수직 동기화와 안티 에일리어싱 등 그래픽 사양 좀 되는 게임에서 볼법한 옵션들도 생겼습니다.

특히, 해상도가 다채로워졌다는 점에서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새롭게 리마스터되면서 가장 보편적인 모니터 해상도인 FHD(1920x1080)부터 4K까지 지원하며, 16:9 비율뿐만 아니라 21:9 비율까지도 지원하거든요. 요즘 와이드 모니터로 넓게 게임을 하는 분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까 합니다. 좌우가 뻥 뚫린 화면에서 디아2를 하니 새삼 세월의 변화가 실감 났습니다.



▲ 오리지널에선 느껴볼 수 없는 시야각!



▲ 다만, 21:9 비율에서는 최적화 문제로 약간의 프레임 드랍이 느껴졌습니다

한편, 다양한 그래픽 옵션을 제공한다는 소리는 게임 내 권장 사양이 꽤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사양 컴퓨터의 경우, 그래픽 옵션을 조절해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죠, 알파 테스트 기준으로 권장 그래픽 사양은 GTX 1060입니다.

요즘 게임 기준으로 봤을 때 그래픽 사양이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되지만, 아직 최적화가 부족해서 그런지 간혹 프레임 드랍이 발생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 부분은 추후 정식 출시에선 개선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 미니맵 위치를 바꿀 수 있어요.



▲ 가운데에 반투명하게 자리잡은 미니맵은

미니맵은 항상 오른쪽 위 끝! 전체 지도를 키면 화면 가운데로 딱! 대다수 게이머라면 지도 설정은 이런 식으로 알고 계실 겁니다. 오리지널 디아2는 전체 지도가 따로 업고 오직 미니맵만 있었으며, 대신 화면 가운데에 크게 끄는 방식이었습니다.

가운데에 미니맵을 두는 방식이 한눈에 지도와 캐릭터를 볼 수 있어 편할 수도 있겠지만, 은근히 시야를 가리기 때문에 조금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요. 달라진 디아2에서는 미니맵의 위치를 조절할 수 있도록 바뀌었습니다. 옛 유저들에게 친숙한 화면 가운데부터 많은 게이머에게 친숙한 오른쪽 위 끝으로 조절할 수 있죠.



▲ 옵션창에서 화면 오른쪽 위 끝으로 위치를 바꿀 수 있습니다

이 또한 게임 해상도가 커졌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싶은데요. 미니맵을 켜도 화면을 가리지 않으니까 꽤 편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여전히 전체 지도를 열어볼 수 없다는 점이겠네요. 지역마다 지형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어도 직접 가서 미니맵만으로 볼 수 있다 보니 이 부분은 다소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한편, 미니맵 외에도 전체적으로 유저 인터페이스가 달라졌습니다. 캐릭터창과 스킬창 내에 아이콘과 배치가 달라진 것은 아니지만, 창 테두리에 뭔가 생겼죠. 하단의 생명력, 마나 게이지 구성도 조금 달라졌고요. 좌우에 여백이 생기는 등 예전과 비교하면 더욱 세련되게 바뀌었다고 생각됩니다.

아, 처음에는 스킬 퀵슬롯이 따로 없다는 부분이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했는데요. 스킬에 퀵버튼을 지정하고 불러오는 방식에 익숙해지니 나중에는 딱히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 정돈된 느낌을 주는 유저 인터페이스입니다



■ 스킬마다 공격 모션이 뭐가 다른지 체감이 오지 않아요.

기자는 첫 번째 캐릭터로 바바리안을 육성했습니다. 상남자 캐릭터다운 멋진 공격 스킬로 전장을 휩쓸 거라 생각했죠. 선배 기자들의 휠윈드 무용담을 듣고 자극을 받은 것도 있습니다.

어쨌든 처음에 생각했던 모습은 멋지게 공격 스킬을 써서 몬스터를 잡는 것이었지만, 현실은 일반 공격으로 적들을 한 땀씩 클릭해서 쓰러트려야 했습니다. 만렙을 찍고 아이템을 어느 정도 파밍하면 오직 스킬만 사용해서 싸운다고 들었는데요. 그건 나중에 일이고 알파 테스트에서 느꼈던 점은 다소 답답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부터 화려하고 강력한 스킬 공격 위주로 적들을 잡는 최신 액션 게임과 비교했을 때 답답하다고 느꼈죠.



▲ 달에서 무중력 점프하는 것 같기도 하네요

차츰 레벨이 오르고 다양한 스킬을 배우면서 전투 중 일반 공격과 스킬을 혼합해 싸울 수 있었는데요. 무기로 적을 때리는 컴뱃 스킬 계열의 경우, 배쉬와 스턴, 컨센트레이트 등의 스킬의 모션에서 차이가 느껴지지 않아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리프랑 리프 어택도 오리지널보단 멋지게 바뀐 거 같은데 왠지 옛날 B급 감성이 느껴지는 액션 영화의 와이어 액션을 보는 듯했죠.

아마존도 처음에는 바바리안과 비슷한 느낌이었고 마법 공격을 사용하는 소서리스만 다양한 스킬을 사용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픽 리마스터의 혜택을 가장 잘 받은 캐릭터가 바로 소서리스가 아닐까 싶네요. 캐릭터의 모션이나 스킬 이팩트가 오리지널과 비교했을 때 크게 달라진 것이 아니라서 이 부분은 디아2를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 호불호가 나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 타격감 괜찮아요. 조작감 안 괜찮아요.

예상외로 타격감이 좋았습니다. 적들을 때리면 휘청휘청하고 소리 내면서 픽 쓰러지는데 보기보다 통쾌합니다. 스킬 이팩트가 비슷하고 일반 공격으로 적들을 때려잡는 반복적인 사냥에서도 지루함을 덜 느낄 수 있던 이유가 타격감 때문이었죠.

20년 전 게임인데도 불구하고 적 공격을 피하고 방패로 들어서 막고 때리는 모습이 다 표현되었다는 게 참 신기하더군요. 바바리안의 리프 어택도 모션이 다소 느려서 그렇지 훌쩍 점프해서 무기로 적의 뚝배기를 때리는 장면이 꽤 통쾌했습니다.



▲ 뚝배기 딱 대!

반대로 조작감은 좋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필드를 클릭해서 이동하는데 모서리를 틀 때 조금 안쪽으로 클릭하면 벽에 낀 것처럼 버벅대는 모습을 심심찮게 봤거든요. 일반적인 최신 게임이라면 클릭하는 순간 적절한 경로를 알아서 찾은 다음에 부드럽게 움직였을 텐데 이 부분은 다소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스킬 공격을 할 때도 조금씩 입력이 씹힌다는 느낌을 받았고요. 가령 적을 일반공격으로 때리고 있다가 스킬을 사용하면 갑자기 캐릭터가 멈추는 거죠. 클릭을 매번 바꿔가면서 해야 한다는 점도 그렇고 조작이 약간씩 끊어진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습니다.



■ 인벤토리 꼭 이렇게 해야 했나요?



▲ 인벤토리 진짜 왜 이러세요?

전투가 조금 답답하게 느껴진 것과 스킬 모션이 구분 안 가는 것도 솔직히 말하면 다 참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취향 문제지 게임의 재미를 떨어트린다고 생각하진 않았거든요. 그런데 인벤토리만큼은 정말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디아2의 인벤토리는 10x4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이템은 크기에 따라 2x2도 있고 2x4도 있죠. 장비들이 차지하는 칸은 큰데 인벤토리는 작다 보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습니다. 특히, 가지고만 있어도 능력치를 올려주는 참을 하나둘씩 줍기 시작하자 인벤토리 부족이 너무 크게 다가왔습니다.

참을 포기하자니 뭔가 손해를 보는 것 같고, 그렇다고 떨어지는 장비들을 안 줍자니 아쉽고. 사냥 한번 나간다 싶으면 갈등의 연속인지라 이 부분이 스트레스로 다가오더군요. 알파 테스트를 체험한 다른 게이머들의 의견을 들어봐도 인벤토리에 대한 부분은 모두 불평뿐이었습니다.

뭐, 나중에는 어느 정도 적응해서 돈 안 될 것 같은 아이템은 과감하게 버리고 엘리트 몬스터나 보스 몬스터가 떨구는 노란 색상의 아이템만 줍거나 혹은 포탈을 열고 왔다 갔다 하면서 아이템을 정리 및 판매하게 되더군요. 일반 장비와 참을 구분해서 넣을 수 있는 가방만 있다면 그나마 괜찮았을 텐데 정말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었습니다.

한편, 계정 내 캐릭터끼리 공유할 수 있는 창고가 추가됐습니다. 오리지널에서는 없던 시스템인데요. 캐릭터끼리 참이랑 룬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은 꽤 괜찮았습니다.



▲ 현재 캐릭터, 계정 공유 등으로 창고가 구분되어 있습니다



■ 추종자는 여전히 멍청해요.

디아블로3를 할 당시 꽤 재미있게 느낀 시스템이 추종자였습니다. 플레이어를 따라다니면서 여러 가지 버프도 걸어주고 같이 싸우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는데요.

그래서 디아2를 할 때도 추종자를 데리고 다닌다는 사실만으로도 정말 좋았습니다. 전투에 직접 가담해서 같이 싸워주는 게 듬직하더라고요. 그런데 탁 트인 필드가 아니라 구불구불하고 좁은 방으로 구성된 던전에 들어가니 어딘가 나사 빠진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 얼타다 죽어버린 추종자와 초보 바바리안의 눈물의 생존쇼

왜 벽에 자꾸 비비적대는 걸까요. 바로 옆에 길이 있는데 자꾸 벽에 몸을 비비면서 안 따라오니 바라보는 입장에선 환장할 노릇이었습니다. 옆에 멀쩡한 문을 두고 창문으로 돌진하는 히어로를 보는 것 같달까요. 이런 모습 보려고 비싼 돈 주고 고용한 게 아닐 텐데 말이죠.

필드에선 추종자가 벽에 끼면 따라오는 게 아니라 어느 순간 사라져버리는 버그 같은 것도 있었는데요. 죽은 것은 아닌지라 포탈을 타고 마을에 가면 어느새 뒤에 따라붙어 있었지만, 꽤 신경 쓰게 만드는 불편함 중 하나였습니다.



■ 옛날 감성 차오르는 시네마틱 영상 있어요.


마지막 후기입니다. 디아2 레저렉션은 그래픽 리마스터만 했을 뿐 나머지는 모두 옛날 그대로를 살렸습니다. 그중에는 시네마틱 영상도 포함되어 있죠. 게임 첫 시작부터 옛날 블리자드의 로고 오프닝이 등장하고 이후에도 20년 전의 디아2의 오프닝 영상이 흘러나옵니다.

게임 내에서도 액트를 넘어갈 때마다 스토리를 담고 있는 영상을 보여주는데요. 영상의 품질은 보존하되 해상도만 바꾼 정도라 진짜 날것 그대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 디아2 레저렉션은 그래픽 리마스터가 된 부분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시스템이 20년 전 그대로입니다. 당시 혁신적인 시스템이라 불렸던 것들도 지금 다시 살펴보면 흔한 요소거나 혹은 시대에 뒤떨어진 모습일 수 있다는 것이죠.

전체 지도를 볼 수 없다거나 인벤토리가 너무 작다는 점, 근접 스킬의 스킬 이팩트가 단조롭다는 점 등이 불편하게 다가오는 요소입니다.

하지만, 그런데도 게임이 재미없냐고 딱 단정 지어서 말할 순 없을 것 같습니다. 솔직히 4일동안 디아2를 체험하면서 정말 재미있게 즐겼기 때문이죠. 분명 불편함투성이고 이 점은 정말 아닌 것 같다고 딱 잘라서 말할 수 있는데, 계속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습니다.

RPG 게임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캐릭터 육성이 20년 전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완성되어 있다는 점, 그에 따른 파밍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고 단조로운 스킬 이팩트를 씹어먹을 타격감은 투박해 보이는 디아블로2를 여전히 빛나게 해줍니다.

비록 액트2까지만 즐겨볼 수 있는 알파 테스트였지만, 기본적인 시스템이 전과 똑같으니 정식 출시에서도 지금과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어서 빨리 정식 출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20년 전에는 어려서 못했지만, 지금은 문제 될 게 없거든요.



▲ 빨리 문 열어줘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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