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zM의 고민 - 스토리 게임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게임뉴스 | 박범 기자 |



  • 주제: 스토리게임 개발과정과 새로운 도전
  • 강연자 : 김효택 - 자라나는씨앗 / 대표이사
  • 발표분야 : 개발, 기획
  • 강연시간 : 2021.11.18(금) 10:00 ~ 10:50
  • 강연 요약: 자라나는씨앗의 김효택 대표이사는 스토리 게임의 대표적 브랜드 중 하나인 MazM을 이끌고 있다. 그는 MazM이 어떤 계기로 '지킬 앤 하이드'와 같은 고전 문학을 기반으로 한 스토리 게임에 푹 빠지게 되었는지 설명했다. 또한, 꽃길만 걸어오지 않았다는 표현으로 그간 고민의 흔적을 조심스레 피력한 뒤 MazM, 그리고 스토리 게임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심도있는 강연을 이어나갔다.



  • ■ 스토리 게임이 뭔데? - 스토리 게임의 종류와 특징들

    스토리게임을 만들고자 하는 게임사는 많다. 대기업에서도 과거 '회색 도시'와 같은 스토리 게임을 서비스하는 등 움직임을 보인 바 있다. 스토리텔링, 스토리 게임에 대한 좋은 사례들은 과거부터 꾸준히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스토리텔링을 담은 게임, 즉 스토리 게임이고 어떤 한계와 고민들이 있으며 MazM은 어떤 방향성을 확립하게 되었을까.

    스토리 게임 안에는 정말 다양한 장르가 있다. 대표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것은 비쥬얼 노벨이다. 캐릭터의 심리 묘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경우다. 연애 시뮬레이션이나 추리물 등 다양한 것들을 다룬다. 대화 진행이 주요 메카닉이고 유저의 선택에 따라 다양한 엔딩을 볼 수 있도록 되어있다. 스토리텔링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장르라고 할 수 있다.

    MazM의 초창기에 영감을 줬던 것은 '투더문'이라는 게임이었다. 기존 스토리텔링 요소에 어드벤처 요소를 강조한 게임이다. 말그대로 월드를 돌아다닐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이 공간감을 주고 유저들에게 깊이있는 몰입감을 선사해준다. 김효택 대표이사는 투더문을 처음 해보고 스토리만으로도 게임이 훌륭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아 2015년경에 MazM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고 했다.




    인터랙티브 드라마도 있다. 라스트 오브 어스나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비욘드 투 소울즈, 헤비 레인 등이 대표적이며 주로 콘솔 타이틀, 트리플 A 게임들이다. 이런 게임들은 도트나 2D가 아닌, 3D 실사 그래픽으로 다뤄지고 모션 그래픽도 들어가는 등 진짜와 같은 느낌을 준다. 또한, 몰입감을 더하기 위해 물건을 들어올리거나 전투를 벌이는 퀵타임 이벤트(QTE)를 활용하기도 한다. 스토리텔링을 위해 대화의 분기를 통한 다양한 엔딩을 선사하거나 한 번 지나가면 되돌리기 어려운 스토리 포인트를 여럿 배치해서 콘텐츠의 질과 양을 높이는 방식을 채택하기도 한다.

    모바일에 좀더 특화되어야 하지 않느냐는 고민에서 출발한 스토리 게임들도 있다. 국내에서는 '수상한 메신저'처럼 모바일에서 가볍게 즐길 수 있으면서 몰입감까지 느낄 수 있는 스토리 게임들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특히, BM 측면에서 봤을 때 모바일에서는 스토리 콘텐츠를 판매하는데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을 선택 분기 구매로 풀어내어 좋은 성과를 올렸던 게임들도 있다. 또한, 대화 진행 사이사이에 컷씬을 활용해 상황을 더욱 자세히 설명해주기도 한다.

    스토리텔링과 거리가 멀다고 볼 수도 있지만, 가장 오래된 것은 텍스트 어드벤처다. 언어를 통해 게임을 끌고가는 과거의 인터렉티브 북과 같은 장르라고 할 수 있다. 김효택 대표이사는 반지하 게임즈의 '서울 2033'을 예로 들었다. 그래픽이 화려하거나 게임 내 월드가 존재하진 않지만, 소설을 보듯이 텍스트를 읽어나가면 선택지가 나오고 그 결과에 따라 재화를 얻거나 목숨을 잃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등 게임성이 강화된 형태다.

    이처럼 스토리 게임에는 정말 다양한 분야가 있고 그 관심도가 여러 플랫폼에서 점점 올라가고 있는 추세다.

    김효택 대표이사는 처음 스토리 게임 분야에 뛰어들 땐 가볍게 생각했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만으로 스토리 게임을 구성할 수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막상 시작하니 고민이 점점 많아졌다. 워낙 다양한 장르가 있는데 그 안에서 어떤 길을 가야할까에 대해서다.




    스토리 게임에서는 캐릭터 간 대화와 다양한 선택과 분기, 멀티 엔딩, 종종 등장하는 수집 요소나 업적, 미니게임의 적합도, QTE 등으로 대표되는 게임성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것들이 본질이라냐고 묻는다면 김효택 대표이사는 아니라고 했다.

    가장 중요한 건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유저들은 스토리 속으로 조금씩 깊게 파고들어가는 걸 좋아하는데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캐릭터성이 부각되어 기억에 오래 남는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스토리는 사라지는데 캐릭터는 남는다'고 말했던 일본 캐릭터 거장들의 발언을 예시로 들었다.

    다시 돌아와서 김 대표이사는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설정해서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이 스토리 게임을 개발하는데 있어 핵심이라고 했다. 실제로 게임 개발 초기 단계에 캐릭터와 스토리에 대한 고민을 오래 하고 깊게 했던 게임일수록 유저들의 사랑을 더 많이 받았다고 덧붙였다.



    ■ 고민, 또 고민 - 스토리 게임의 한계와 MazM의 고민

    MazM은 고전 명작을 기반으로 한 스토리 게임을 꾸준히 개발했다. 고전 명작은 무료 IP에 해당하는데 게임에 잘 쓰이지 않는다. 스토리만 보면 더할나위 없는데 아무래도 고리타분하다는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영화나 뮤지컬 등에서는 꾸준히 잘 활용된다. 그 생각에 기초한 것이 MazM의 시작을 이끌었다. 고전 명작 수준의 플롯을 만들 힘을 스스로 갖추지 못했다는 생각에 이를 기반으로 한 스토리 게임을 만들자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다행히 유저들이 반응이 좋았다. 지킬 앤 하이드는 450만 다운로드에 16개 언어를 지원하는 게임이 됐고 오페라의 유령은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 중이다.




    첫 오리지날 스토리를 만들었던 것이 '페치카'였다. 연해주 독립운동의 역사를 기반으로 MazM이 직접 만든 스토리며 등장하는 인물들 모두 오리지날 캐릭터다. 김효택 대표이사는 이 게임이 일제시대에 나라를 빼앗긴 내용을 담고 있어서 국내에서만 관심을 보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해외에서 더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스토리 자체가 재밌다면 출신 지역이나 나라와 상관없이 유저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MazM의 목표는 꾸준히 문학 작품들을 기반으로 그 위에 다양한 영역에 관련된 스토리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너무 진지할 수 있지만, 스토리가 재미있으면 반응이 좋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우리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스토리가 MazM이 스스로 설정한 지향점. '임팩트 게임'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고도 했다.

    그 과정에서 고민도 항상 있었다. MazM은 자체 평가를 통해 자신들의 게임이 다운로드도 많이 되고 유저 관심도도 높다는 걸 파악했는데 '돈이 안된다'는 것도 함께 알게 됐다. 다른 장르의 게임이 MazM의 게임과 같은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다면 10배는 벌었을 거라는 말도 들었다고.

    김 대표이사의 분석에 따르면, 모바일 마켓이 무료 게임 중심으로 돌아가다보니 스토리를 즐기는 게임으로는 콘텐츠가 유한해서 반복 구매 시스템과 맞지 않았다. 과금 유저는 전체 유저의 2% 정도 비율을 보였다.




    이에 김효택 대표이사는 이대로 괜찮을지에 대한 질문을 팀원들에게 던졌고 더 다양하고 재밌는 게임을 만들자는 의견이 더 많은 것을 확인했다.

    내부적으로 평가했을 때 기존 MazM 게임은 지나치게 방대한 양의 텍스트를 지니고 있었다. 번역하는데 너무 힘들었고 비용도 많이 들었다. 현지에 있는 프리랜서 번역가를 찾아서 비용을 절감하거나 팬덤의 자원 덕에 새로운 언어로 번역되기도 했다. 이토록 방대한 텍스트 때문에 팬들이 자신들의 게임을 멀리하진 않을까 하는 고민도 있었다. 'MazM 게임은 맨날 움직이고 대화하고 움직이고 대화하는게 전부'라는 이미지가 생기는 것 같았다고.

    예전에는 스토리 게임이 원래 그런거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엔 다르게 생각한다는 것이 김 대표이사의 설명이었다. 소설과 영화에도 대화 뿐만 아니라 배경이나 장면 묘사, 맥락 설명 등이 있다. 이러한 흐름으로 '스토리텔링에서 대화가 전부인지, 방대한 텍스트가 유저의 다양한 경험과 게임의 재미를 제한하고 있진 않을지. 그리고 여기에 얽매여서 게임의 확장성을 제한하고 있진 않는지 고민을 거듭했다.

    MazM은 다른 회사들의 스토리텔링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텍스트가 거의 없음에도 스토리 전달력이 뛰어난 게임들이 많았다. 비쥬얼이 차지하는 영역이 얼마나 큰 지 느끼기도 했다. 스토리가 들어간 게임은 굉장히 많아서 다양한 스토리텔링 방법이 가능하겠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텍스트, 즉 대화로 할 수 있다. 또한, 비쥬얼로도 할 수 있고 음악으로도 가능했다. 지킬 앤 하이드가 많은 관심을 받게 된 이유 중에 하나로 음악을 꼽기도 했다. 사람이 귀로 인지하는 스토리텔링의 영역은 굉장히 넓다며, 일례로 공포영화를 귀 막고 보면 덜 무섭다는 설명을 했다.

    스토리텔링은 게임 메카닉으로도 가능하다. 사실상 게임 속 모든 요소를 통해 스토리텔링이 가능했다. 이러한 생각의 끝에 MazM과 김 대표이사는 스토리 게임이라는 장르의 한계와 고정관념에 묶여있던 과거에서 벗어나 과감한 시도를 해야겠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럼 모든 게임에 스토리가 있는데 이것들이 다 스토리 게임에 해당하는지도 고민했다. 이에 김 대표이사는 스토리텔링을 위해 게임의 다른 요소가 사용되면 스토리 게임으로, 재미의 요소가 다른 곳에 있고 스토리는 이걸 뒷받침해주는 역할이라면 다른 게임으로 구분하기로 했다.



    ■ 앞으로 어떻게 할건데? - MazM의 미래 '숨겨진 재미'와 '가치있는 삶'

    위와 같은 고민들을 토대로 MamZ은 스스로 미션을 정했다. '숨겨진 재미로 가득한 세상을 만듭니다'다. 숨겨진 재미라는 키워드가 핵심이다. 어드벤처나 유저들이 깊게 파고드는 게임들을 보면 계속 플레이해도 재미있는 요소가 화수분처럼 나온다. 이에 MazM도 유저들이 꾸준히 가지고 놀 수 있는 게임을 만들자는 의미로 핵심 키워드를 정했다.

    게임에 어떤 메시지를 담을건지에 대해서는 가치라는 표현을 썼다. 메시지를 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왜냐하면 스토리 게임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스토리에는 항상 주제 의식이 있고 겉은 코믹할지라도 그 안에는 진지함이 있게 마련이다. 고민의 결과, '낯선 공간, 솔깃한 이야기, 그리고 가치있는 삶'이라는 가치를 정했다. 게임에 담긴 스토리에 우리의 삶을 생각해볼 수 있는 이야기를 담겠다는 의지였다.




    이번에 개발 중인 'Thy Creature'는 프랑켄슈타인이라는 고전 문학에 뿌리를 뒀다. 비록 실패하더라도 이번 게임부터 새로운 걸 도전해보자는 의견에 충실하기로 했다.

    프리 프로덕션 과정 자체는 모든 게임이 비슷하지만, 스토리 게임에선 특히 중요하다. Thy Creature 개발에서 최대 4개월 정도는 여러가지 시도도 해보고 프로토 타입을 만들어 테스트를 많이 했다고. 그리고 이번 게임은 지킬 앤 하이드보다 텍스트를 줄이는 걸 목표로 뒀다.

    스토리의 방향성도 살짝 틀었다. 대부분 프랑켄슈타인을 활용했던 콘텐츠들은 과학자이자 창조자인 빅터 프랑켄슈타인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MazM의 선택은 피조물인 괴물의 입장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모든 사람은 내면에 상처를 가지고 있다. 이걸 다뤄보자는 생각을 했다. 이에 팀원들이 모여서 스스로 가지고 있는 내면의 상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상처만 남아있고 그 상처가 왜 생겼는지에 대한 기억은 없다는 것이었다. Thy Creature에서는 우리가 내면의 상처를 대하는 자세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세계관 자체도 원작 외에 버림받은 괴물이 창조자를 만나고자 탑을 올라가면서 겪는 이야기를 추가하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 만나는 인물들은 모두 내면의 상처를 지니고 있으며 기억을 잃어버린 자들이다. 그 상처들이 각각의 보스로 설정됐다. 보스를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모든 기억을 찾아내는 것이다.

    게임 메커니즘으로는 탄막을 썼다. 탄막에 맞으면 아프다는 것에서 출발해 아픈 상처를 표현하기 위함이었다. 유저에겐 공격 기능을 부여하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내면의 트라우마는 맞서 싸우기엔 너무 버거운 거다. 이를 받아들이고 이겨내는 방법은 기억을 찾는 것이라는 설정이다.




    스토리 게임에 탄막이 잘 어울리진 않는다고 김 대표이사가 설명했다. 그래서 MazM은 이번 게임에 탄막 메커니즘 자체의 재미를 극대화하진 않았다. MazM의 정체성은 스토리 게임이고 스토리와의 밸런스를 중시하는 팀이기 때문이었다.

    또 하나의 도전 사례가 있다. '하이드 앤 씨크'라는 게임으로 지킬 앤 하이드의 스핀 오프다. 지킬 앤 하이드에서의 사건 당시 하이드를 쫓던 또 다른 사람들이 있었을 거란 생각에서 출발했다. 이 게임에서는 대화형 게임에서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잠입이나 액션, 추적을 보여주고 싶어 보드게임 형태를 빌려왔다. 비슷한 게임들과의 차별점이라면 카드나 보드 게임의 본질적 재미에 초점을 맞추기 보단 스토리텔링을 잘하기 위한 방법으로 활용했다.

    이처럼 MazM은 고전 문학을 기반으로 한 스토리 게임의 정석부터 시작해서 스토리 강화를 위해 게임 메카닉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는 곳까지 당도했다. 수많은 고민의 흔적을 뒤로 하고도 MazM과 김 대표이사는 스토리 게임을 잘 만드는 게임사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넌즈시 소개했다. 책을 이미지화한 브랜드 이미지처럼 계속 스토리를 전달하고자 노력할 거라며 그 속에서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는 팀이 되겠다는 다짐과 함께 강연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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