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아, 슈로대가 엄청 잘 만든 게임이었구나

게임뉴스 | 윤홍만 기자 | 댓글: 12개 |



어릴 적 슈퍼로봇 대전 시리즈는 저에게 있어서 하나의 로망이였습니다. 간담부터 마징가, 그리고 당시에는 이름도 모를 수많은 로봇이 등장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거든요. 일본어라서 이야깃거리도 몰랐지만, 그저 제가 좋아하던 로봇들이 등장한다는 사실과 화려한 연출이 제 혼을 쏙 빼놓았죠. 하지만 커가면서 그런 마음도 점점 사라졌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수로 대 시리즈가 정체됐기 때문일 겁니다. 여전히 스토리는 알다가도 모르겠고 화려한 연출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빛바래질 뿐이었죠. 물론, 슈로대 시리즈도 답보하기만 한 건 아닙니다. 최신작들은 그래도 절치부심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죠. 그러나 못내 아쉬운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좀 더 좋은 그래픽으로 화려한 연출을 보고 싶다는 일말의 희망이 있었으니까요.

그랬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카도카와 게임즈의 '리레이어'의 등장에 저도 모르게 눈길이 갔습니다. 어딘지 건담을 떠오르게 하는 모습, 그리고 3D로 구현한 연출까지. 이거 슈로대 자리를 위협하는 게임이 나오는 거 아닌가 싶었죠.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습니다. 정식 출시에 앞서 지난 26일 배포된 체험판을 하자 슈로대는 엄청 잘 만든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게임명: 리레이어
장르명: SRPG
출시일: 2022. 3. 24.
개발사: 카도카와 게임즈
서비스: Clouded Leopard Entertainment
플랫폼: PS4, PS5






'리레이어' 체험판을 하자마자 드는 생각은 이게 정말 최신 게임 맞는가였습니다. 화려하게 보이는 타이틀 이미지와 달리 '리레이어'의 그래픽은 빈말로도 좋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단순히 3D 그래픽이 최신 게임만 못하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전체적인 퀄리티가 낮다고 해야겠죠. 3D 그래픽의 전투 파트가 아닌 스토리 파트에서도 이 부분을 여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이벤트는 적당한 CG 이미지 한 장으로 때우고 캐릭터 표현 역시 단순하기 짝이 없습니다. 동화 한 장 없이 2D 스탠딩 이미지뿐입니다. 애니메이션이 조금 들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최신 모바일 게임의 캐릭터 CG와 비교해도 한없이 수준이 낮습니다.



▲ 배경이 투사된 타일맵, 이게 최선이었을까요?

전투 파트에서의 그래픽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3D 방식이지만, 스토리 파트에 비해 나은 것도 아닙니다. 타일맵에 배경이 투사된 형태로 단조로울 뿐 아니라 터무니없이 작습니다. 그렇다고 게임의 핵심이랄 수 있는 로봇 디자인이 괜찮은가 하면 그것도 또 아닙니다. 대부분 몰개성한 편이고 주인공들의 기체 역시 다르긴 한데 얼핏 보면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습니다.

그나마 건질만한 게 있다면 전투 액션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면, 측면, 후면 각 방향에 따라, 그리고 무기 종류에 따라 저마다 다른 연출을 보여줍니다. 스킬에 따라서도 달라지죠. 이러한 연출은 강점이라고 할만하지만, 문제는 쉽게 질린다는 점입니다. 어지간히 화려한 연출이라고 해도 하다 보면 질리기 마련인데, '리레이어'의 전투는 그 정도도 아니기에 더 빨리 질리게 되죠. 실제로도 처음에는 그래도 이건 볼만하네 싶었지만, 금새 질려서 이내 전투 연출을 스킵해버렸을 정도입니다.






▲ 연출은 '그나마' 볼만하지만, 그것도 금새 질리죠

전투 시스템 역시 일반적인 SRPG와 비교하면 아쉬운 면이 컸습니다. 어썰트, 탱크, 스나이프, 스카우트 4종류의 기체 타입, 그리고 4종류의 무기, 그리고 물리와 중력 2개의 속성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얼핏 다양한 조합이 나올 거로 여겨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기체에 따라 특화된 속성이 있기 때문이죠. 물리 속성에 특화된 기체에 중력 속성 무기를 주면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무기 종류에 따른 상성은 기본은 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기체별로 무기에 따라 사거리가 달라지는데 검은 1칸, 머신건은 2칸, 라이플은 3칸, 비트는 4칸으로 저마다 사거리가 다릅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사거리가 같은 무기로 싸우면 반격을 당한다는 점입니다. 대미지도 적지 않습니다. 일반 공격의 거진 70%에 해당하는 대미지가 들어오죠. 결국, 반격을 당하지 않도록 적의 무기를 보고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전략을 짜야 합니다. 적이 검을 들었다면 머신건이나 라이플, 비트로 원거리에서 상대하는 식이죠.



▲ 적의 체력, 무기 타입을 고려해 반격을 당하지 않는 게 전투의 핵심입니다

물론, 평타만 있는 건 아닙니다. 당연히 스킬들도 마련되어 있죠. '리레이어'에서는 SP를 소모해 스킬을 쓸 수 있습니다. SP는 턴이 지날 때마다 조금씩 차는 방식으로 공격용 스킬을 비롯해 회복, 버프, 너프 스킬을 쓰는데 사용됩니다. 턴이 지날 때마다 찬다는 점에서 알 수 있겠지만, 쓸 수 있는 횟수가 제한되기에 이 역시 전투의 전략성을 가미하는 요소가 됩니다.

필살기랄 수 있는 빅뱅 어택은 전투의 승패를 뒤집는 강력한 스킬입니다. SP와 비슷하지만, 기체마다 SP가 별개인 것과 달리 모든 기체가 공유하는 게이지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당연히 그만큼 강력하죠. 범위 내의 적들을 한 번에 쓰러뜨릴 수 있을 정도입니다.






▲ 스킬 트리를 모두 해금하면 상위 직업으로 전직할 수 있습니다

육성 방식은 전투를 통해 얻는 JP라는 포인트를 소모해 특정 스킬을 배우거나 능력치를 올리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해당 직업의 스킬 트리를 모두 해금하면 전직을 하는 개념이죠. 이 부분에 대해선 딱히 좋고 나쁘고 할 게 없어 보입니다. 워낙 익숙한 방식이니까요. 문제가 있다면 전직할 경우 이전 직업에서 얻은 액티브 스킬이 전부 사라진다는 점입니다. 보통은 계승된다고 생각하기 마련인 만큼, 다소 이해가 되지 않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킬 트리 외에도 능력치를 올리는 방법은 또 있습니다. 무기 강화 시스템입니다. 업그레이드 시스템으로 초반 무기도 강화하면 나중에 사는 무기 못지 않게 강해집니다. 또한, 최고 수치까지 강화할 경우 운이 좋다면 다른 무기로 바뀌기도 하죠.




한편, 안타깝게도 기체의 강화는 체험판에선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이러한 체험판의 정보만 놓고 볼 때 '리에이어'는 결국 레벨이 전부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육성 시스템 역시 특화된 뭔가를 만든다기보다는 그냥 레벨업을 하면서 능력치를 올리는 그런 식에 가깝기 때문이죠. 어찌 보면 쉬운 SRPG를 추구했기에 생기는 폐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체험판이라서 쉽사리 결론을 내리기 어렵지만 '리레이어'는 여러모로 메카물로서의 특징이 옅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토리 파트는 쓸데없이 길고 전투는 단조로울 뿐 아니라 짧습니다. 메카물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기체 디자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건담을 조금 비튼 디자인에 천편일률적이죠. 매력적인 기체와 화려한 연출이 사실상 메카물의 핵심인 걸 고려하면, 사실상 여러모로 부족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서두에 언급한 슈로대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죠.

물론, 반대로 본다면 얘기가 좀 달라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리레이어'의 스토리 파트는 미연시, 혹은 비쥬얼 노벨에 가까운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즉, 스토리 파트를 메인으로 본다면 전투 파트는 딱 기본기 정도로만 갖췄다고 해도 뭐라 할 수 없으니까요. 비쥬얼 노벨을 좋아한다면 오히려 마음에 들 수도 있습니다.

정식 출시까지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리레이어'입니다. 다소 아쉬운 그래픽에 평범한 전투 시스템. 결국, '리레이어'가 보여줄 수 있는 패는 이제 하나밖에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단점을 덮을 정도의 스토리입니다. 과연, '리레이어'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정식 출시까지 잠시 기다려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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