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온몸으로 돌리게 되는 리듬, '로테이노'

게임뉴스 | 윤서호 기자 | 댓글: 5개 |
리듬 게임만큼이나 규칙이 단순하면서도, 개인차가 나는 장르도 드물 것이다. 리듬에 맞춰 나오는 노트대로 버튼을 두드리거나 누르는 아주 심플한 게임이지만, 그 노트를 처리한다는 게 말은 쉽지만 몸이 쉽게 따라오질 않는다. 물론 어느 정도 적응되거나 혹은 흔히 말하는 '고인물' 정도가 되면 숨쉬듯 자연스럽지만, 음악의 '음'자만 들어도 두드러기가 나는 사람들도 있지 않던가. 혹은 음치, 박치거나 음악에 관심 없어서, 반사신경이 느려서 수도 없이 내려오는 노트의 파도에 피로감을 느끼고 좌절하기 일쑤다.

그래서일지, '로테이노'가 처음 공개됐을 때의 반응은 상당히 극과 극이었다. 화면을 두드리고 누르는 것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의 자이로 센서 기능을 활용해서 회전까지 가미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무언가 색다른 리듬 게임을 바라던 유저 입장에서는 또다른 조작법이 추가되면서 색다른 채보를 맛볼 수 있다는 희소식이었겠지만, 버튼을 두드리고 누르기에 바쁜 유저라면 멀미가 나지 않을까 우려됐으리라.

실제 개발사에서 공개한 데모 영상을 보다보면, 스마트폰을 마치 핸들 잡듯이 쥐고서 이리 빙글 저리 빙글 마치 이니셜D 드리프트하는 것마냥 현란하게 돌리는 모습들이 종종 나오곤 했다. 쏟아지는 노트에 핸들링까지 가미하니 어지럽지 않을까 우려가 있겠지만, 실제 플레이한 '로테이노'는 조금 달랐다. 마치 운전대를 직접 잡고 운전하는 사람이 멀미를 하지 않는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게임명: 로테이노(Rotaeno)
장르명: 리듬액션
출시일: 2022. 5. 30.
리뷰판: 1.0.3
개발사: 드림엔진 게임즈
서비스: XD
플랫폼: 모바일
플레이: 모바일


모바일로 하는 리듬 게임이 으레 그렇듯, 로테이노도 시작은 '보정' 작업부터 시작한다. 특히나 여타 게임에 없는 '회전'이라는 요소가 가미된 만큼, 기존 조작법도 제대로 뒷받침이 되도록 준비하는 건 당연한 일일지라. 빙글빙글 돌리는 것도 좋지만 결국 노트에 맞춰 화면을 두드리거나 길게 눌러야 하는 게 기본인데, 그것이 판정이 잘 안 먹히는 것만큼 리듬 게이머에게 스트레스 받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그런 것치고 보정 작업이 상당히 짧게 끝나는 감은 있지만, 그만한 이유는 있었다. 기기를 돌린다거나 하는 조작법이 리듬 게임에서 아예 없던 건 아니지만, 모바일 환경에서는 드문 만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겐 낯설 수밖에 없다. 그런 유저들을 배려해서 '로테이노'의 판정은 상당히 후했고, 그 후한 판정 덕에 보정이 어느 정도만 이루어져도 문제 없이 퍼펙트 뜨곤 했다.

게임 플레이 방법은 그 '회전'이 가미됐다는 것 외에는 여타 2라인 리듬 게임과 동일했다. 라인을 따라 오는 노트를 박자에 맞춰 그 조작법대로 처리하는 것이 전부고, 대신 그 라인이 계속 돌기 때문에 그 선에 맞춰서 화면을 돌려줘야만 한다는 것이 달랐다.



▲ 인게임 녹화된 걸로 보면 그냥 눈만 어지럽지만



▲ 실제 플레이에서는 그 라인에 맞춰 계속 이렇게 돌려줘야 한다

고전 아케이드 리듬 게임 시절의 정석대로라면 잘 눌렀다가도 돌아가버린 라인에 엇나가버리는 것만으로도 미스가 떠야만 하겠지만, 라인이 완전히 벗어나버린 것이 아니면 어지간해서는 퍼펙트가 나오거나 정말 끄트머리에 걸친 정도면 굿으로 처리되곤 했다. 또 홀드 노트는 미리 누르고 있어도 인정되는 등 후한 판정으로 초보 유저들이 좀 더 과감하게 예전에 연주했던 곡보다 어려운 곡을 도전할 수 있게끔 했다.

아울러 이런 낯선 조작방식을 좀 더 직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휠 같은 인터페이스를 채택, 마치 운전하면서 휠을 돌리는 듯한 느낌을 살린 것도 주효했다. 여기에 노트는 중앙의 원을 기점으로 화면에 일부 생략된 원형의 판정선을 향해서 점차 다가오는 방식으로 구현했으며, 노트가 위아래로 움직이는 방향을 미리 가이드라인으로 표시해서 대응할 수 있게끔 했다. 특히 일부 주요 노트는 패턴이 시작되기 몇 초 전부터 미리 예고가 나오는 만큼, 갑작스럽게 변화한 패턴에 놀라지 않고 차분히 대응할 수 있었다.






▲ 돌릴 준비! 돌려!

여기에 굳이 누르지 않고 판정선만 맞추면 인정되는 노트도 비중이 꽤 높아서, 초보 유저가 잡아도 어느 정도 점수는 얻을 수 있었다. 또한 플레이 화면 상단에 풀콤보, 올퍼펙트 같은 도전 요소들을 달성했나 여부도 진작에 보여줘서 리듬 게임의 도전 요소에 좀 더 빨리 익숙해지게끔 했다. 이러한 후한 판정 및 여러 요소들로 초보 유저들을 챙기는 한편, 고수 유저를 위해 판정선 중앙에 정확한 타이밍에 노트를 처리하면 퍼펙트+라는 상위 평가를 더해서 플레이에 더욱 집중하게 유도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리듬 게임은 악곡에 맞춰 쏟아지는 채보를 처리하는 것이 어쨌든 중요한 게임 아니던가. 여기에 필요한 리듬감, 반사신경, 암기력은 하루 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더군다나 그런 자질이 있어도 높은 점수를 얻으려면 패턴에 익숙해져야 하니, 반복적인 연습도 필요하다. 음악 자체가 개인차가 큰 분야에, 반복 숙달이 필요한 분야이니 말이다.


처음에 쉬운 곡만 할 때는 그리 마음에 와닿지 않지만, 고난도 곡을 접하게 되면 그 순간부터 좌절감이 스멀스멀 기어오르기 시작한다. 순발력이 좋지 않거나 리듬감이 없으면 외워서라도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반복해서 연습하고 또 영상도 보는 등 '노오력'이 필요하다. 어려움을 극복하면 쾌감이 배가 되지만, 한편으로는 그 스트레스 때문에 그보다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또다른 재미를 줄 수 있는 장르를 찾아 나서는 경우도 생긴다. 특히 조작법이 더 어려울수록 적응하기 어렵고 헷갈리니까 그렇게 이탈할 확률도 높지 않겠나.

'로테이노'는 그런 리듬 게임의 고질적인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서 게임 오버를 과감하게 없앴다. 그래서 자신이 마음에 드는 곡을 게임 오버에 대한 부담감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트라이해보거나, 하다못해 채보라도 다 보고 갈 수 있게끔 했다. 물론 점수는 최하등급으로 받지만, 그래도 자신이 직접 곡을 보면서 발버둥쳐보고 끝까지 해볼 수 있는 여지는 준 셈이다.

그래서 '로테이노'는 다른 리듬 게임에 비해서 더 부담 없이 리듬 게임 본연의 재미에 더 온전히 몰입할 수 있었다. 누르고 두드리는 것은 물론이고, 화면을 돌리는 동작은 마치 디스크를 돌리는 것 같은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종종 몇몇 노트는 누르지 않고 화면만 돌리는 식으로 구성된 패턴이 있는데, 천천히 조금씩 휠을 돌리면서 선을 맞추다가 템포가 급작스럽게 바뀌면서 어느 순간 휙휙 꺾어 드리프트하는 느낌이 있었다.



▲ 돌리고 누르고 두드리고 돌리고 돌리고, 리듬이 절로 주입되는 느낌이랄까

▲ 심지어 아무 것도 안 눌러도 클리어는 된다. 안심하고 돌리고 두드리자

스트레스도 줄이고 조작감도 양호할 뿐만 아니라, 곡의 퀄리티도 소규모 개발사치고 상당히 훌륭하다. 개발사가 크지 않은 고로 동인 아티스트 위주로 섭외가 됐지만, 리듬 게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씩은 들어보거나 혹은 곡을 보았을 사람들이 참여했기 때문이다.

참여한 아티스트들로는 '펌프 잇 업', '디모', 'Voez' 등 리듬 게임 제작에 참여한 'HyuN', 각종 애니메이션곡을 리믹스하면서 코어팬들에게 알려진 '키라라 매직', 사이터스에 참여한 테크노 리믹스 아티스트 'ZxNx', 리듬 게임 '식스타 게이트: 스타트레일'의 사운드 디렉터를 맡은 'Sound Souler' 등이 있다. 물론 이들이 신곡을 들고 오기보다는, 기존의 곡을 '로테이노'에 맞춘 케이스가 많긴 하다. 그러나 그만큼 여러 리듬 게임에서 사용되면서 검증을 마친 곡들이 있으니, 매니아라면 이를 새롭게 즐기는 재미가 있다. 혹은 못 들어본 유저라면 새로운 애청곡이 생길 정도로 준수한 퀄리티를 내는 아티스트 라인업이 잘 짜여져있으니 한 번 즐겨봐도 될 듯하다.

다만 곡 자체가 많지 않다는 것이 '로테이노'가 직면한 문제다. 실력 있는 아티스트의 라인업을 확보한 것도 좋고, 게임플레이 자체도 쉽고 몰입감 있게 잘 짜긴 했지만, 어쨌거나 좀 더 다양한 곡을 공략해보면서 그때그때 분위기를 즐기는 것이 리듬 게임 플레이의 루틴 아니던가. 그 루틴에 맞추기엔 로테이노의 현재 곡 수는 너무도 적다.



▲ 본편 24곡에 DLC가 두 개 있긴 하지만, 더 갖고 와...아니지 다 갖고 와

본편 24곡에, DLC를 두 개 사고 싱글까지 하나 더 사도 13곡이 추가되니 총 37곡이 풀세트인 상황. 더군다나 본편 곡은 처음부터 다 열리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 모드로 해금하고 레벨 업을 하면서 차츰차츰 풀어가야 하니 다소 감질맛이 난다.

그런 감질맛을 달래기 위해서인지, 나름 스토리 모드격인 '여정'도 준비가 되어있다. 레벨 10부터 열리는 이 콘텐츠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겠지만, 의외로 이 여정 모드의 스토리는 깨알 같은 재미가 있다.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자면 10년 전부터 '인피니트 레인'이라는 그치지 않는 비 때문에 사람이 살기 어려워진 행성 '아쿠아'에 살고 있는 소녀 '이로'의 시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것이다.

비 때문에 일정 주기마다 더 높은 층으로 이사를 다니고 학교도 꼬박꼬박 나가야 하는 현실에 지친 '이로'는, 이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먼저 행성을 떠난 우등생 친구 '호페'를 찾아 우주 여행을 결심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해프닝이나 추억 회상이 중간중간 음악 트랙으로 제시되기도 하고, 종래는 우주선을 타고 우주 여행을 하면서 '로테이노'의 게임플레이와 연결고리들이 은연 중에 드러나곤 한다.



▲ 여기까진 센티멘털한 느낌이었는데



▲ 설마 마구니라는 말이 나올 줄이야, 깨알 같다

그 스토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플레이하면서 마일리지를 꼬박꼬박 모으고 반복 플레이를 해야 하니 귀찮은 요소로 자리잡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또 안 하자니 악곡이 해금이 안 되니, 어찌 보면 걸림돌 그 자체로 보일 가능성도 높았다. 그러나 '로테이노'의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이로'의 엉뚱발랄한 소녀의 매력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넘어가게 만드는 원동력이었다. 번역도 깨알 같은 것이 신의 한 수였다. 내용 자체는 무언가 엉뚱하게 흘러가는 듯하지만, 감성 돋는 음악과 엉뚱발랄한 미소녀의 망상력 그리고 얼렁뚱땅 흘러가는 개그의 조합은 "그럴 수 있지"라고 넘어가주는 윤활유라고 할까.

그렇지만 그것도 잠시, 아직 챕터1밖에 없는 터라 아쉬움은 금세 다시 찾아온다. 중수가 만일 각을 잡고 플레이한다고 하면 한 다섯 시간 정도면 어지간히 다 즐기고도 남는다. 고수라면 그때부터 전곡 올퍼펙, 아니 올퍼펙+를 노리고 처절한 수련에 들어가겠지만 그 정도 레벨이 아니라면 보통은 자신의 애청곡 올퍼펙을 간간히 노리면서 다음 신곡 추가나 업데이트를 오매불망 기다릴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하다보면 곡 리스트를 끝까지 가게 되면 처음 시점으로 되돌아가지 않고 그냥 끊어져서 다시 하나하나 되돌아가야 하는 등 편의성이 미흡한 것도 눈에 띈다.






▲ 한편으로는 인피니트 레인을 해결할 방법을 찾아 떠난 '호페'를 그리워하던 이로는



▲ 결국 우주선에 탑승, 여행길에 오르게 된다



▲ 그 추억들을 하나하나 해금해나갈 수 있긴 한데



▲ 거 다음 편 언제 나옵니까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그런 점을 인지한 듯 개발사에서는 매달 업데이트를 약속한 상황이고, 당장 출시일부터 6월 20일까지 매주 한 번씩 무료 곡을 수령하는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그것이 과연 당장에 닥쳐올 갈증을 얼마나 해소할지 모르지만, 그 '갈증'에 대해 언급한다는 것 자체가 그만큼 '로테이노'가 기본은 갖춰져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냥 한 번 접하고 말아버릴 게임이면, 앞으로의 업데이트나 이벤트 그리고 장기적인 플랜에 대한 이야기가 의미가 없지 않나.

처음 보았을 때는 빙글빙글 도는 것이 어지러워보이고 난잡해보였지만, 초보 친화적인 디자인과 특유의 '회전'을 가미한 오묘한 리듬감, 퀄리티 있는 곡 그리고 흐뭇하게 바라보게 되는 엉뚱한 스토리까지 기틀을 갖춘 '로테이노'. 리듬 게임에 관심이 있다고 하면 그냥 지나치기엔 아까운 게임이다. 물론 패드 유저라면 조금 손목에 부담감이 갈 수도 있으니, 되도록 폰으로 하는 걸 권한다. 짧게 한다면 패드로도 괜찮지만, 단순히 드는 것을 넘어서 이리저리 휙휙 돌리다보면 어떤 불상사가 생길지 모르기 때문이다.



▲ 어디다가 편히 놔두고 하고 싶어도, 센서 때문에 일정 각도 이상 들어줘야만 플레이 가능하다



▲ 하다보면 살짝살짝 돌리는 수준을 넘어설 때가 있으니, 주변을 잘 살펴보고 떨어뜨리지 않도록 주의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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