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렇게 솔직해도 되나요? '기인'과의 티타임

인터뷰 | 박태균 기자 | 댓글: 16개 |



데뷔 6년 차, 24살. 에버8 위너스의 괴물 신인은 어느새 내로라하는 베테랑이자 한 팀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가 되었습니다. 광동 프릭스의 탑 라이너, '기인' 김기인입니다.

다가오는 여름이 물씬 느껴지는 한적한 오후, 강남의 한 카페에서 '기인'과 만났습니다. 비록 긴 시간을 함께할 순 없었지만 기대 이상으로 솔직했던 그의 답변에 인터뷰는 꽤나 흥미로웠었는데요. 탑 라인과 각종 밈, 에이징 커브와 데뷔 시즌 등 여러 이야기가 오갔던 '기인'과의 대화입니다.



Q. 스프링 스플릿 종료 후 어떻게 지내셨나요?

2~3주 정도 휴가를 다녀왔어요. 그동안 다른 게임도 조금씩 하면서 쉬었습니다. 이후로는 숙소와 연습실로 돌아와 솔로 랭크를 조금씩 하면서 차근차근 서머 스플릿 준비를 시작했어요.


Q. 연습 과정은 잘 풀리고 있나요?

스프링 스플릿 때보단 확실히 서로 친해지고 익숙해져서 편한 느낌이 있어요. 그래도 다들 게임을 조금 쉬었다보니 호흡을 맞추는 과정에서 실수가 나오기도 하는데, 이건 계속 연습을 하면서 맞추면 될 것 같아요.


Q. 현재 팀의 메인 오더는 누구인가요?

모두 오더를 하긴 하지만... 굳이 메인 오더를 꼽으라면 '페이트' 선수에요. 확실히 결단력이 있어요. 팀에 처음 왔을 땐 말이 별로 없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바뀌어서 말을 많이 하더라고요.


Q. 최근 광동 프릭스 팬미팅도 진행습니다. 오랜만에 팬분들과 만나 좋았을 것 같아요.

거의 3년 만이었죠. 정말 오랜만에 팬미팅을 한 것 같은데, 긴장되면서도 재밌었어요. 팬분들이 많이 찾아와주셔서 당연히 기분이 좋았고, 저희도 나름 최선을 다 했어요. 특히 '엘림' 선수는 이런 게 처음이라고 하더라고요.




Q. 스프링 스플릿 정규 시즌 초반에 광동 프릭스가 엄청난 부진을 겪었습니다. 당시 심정이 어땠나요?

사실 당시엔 스크림 성적도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었어요. 어느 정도 힘들겠다 예상은 했지만, 그 예상보다 더 안 좋게 간 것 같아요. 팀원 모두가 많이 힘들어했죠. 설 연휴 동안 재충전해서 만나자고 했는데 쉬고 난 이후로는 다들 폼이 올라온 것 같더라고요. 그때부터 경기가 할 만했어요.


Q. 그래도 결국엔 플레이오프에 진출, 스프링 스플릿을 4위로 마무리했습니다.

시즌 중반까지는 '꼴등은 진짜 아니다'라는 생각을 했어요(웃음). 어떻게든 플레이오프만 가자는 마음이었죠. 다행히 시즌 막바지에 플레이오프 진출 희망을 살리고, DRX전에서 승리한 후로는 다들 굉장히 신이 났어요. 그때 가장 재밌게 경기를 치렀던 것 같아요.


Q. 어느덧 데뷔 6년 차 베테랑이 됐습니다. 에버8 위너스에서의 데뷔 시즌을 돌아본다면?

그때의 저는... 게임을 정말 몰라서 그냥 흘러가는 대로 했다고 생각해요. 지금 당시의 경기를 되돌아봐도 많이 못 하는 모습이 보여요.


Q. 그렇다기엔 데뷔 2년 차에 2018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선정 됐는데요.

18년도 아프리카 프릭스(현 광동 프릭스)에 입단했을 때 함께 했던 선수들이 경험도 많고 네임 밸류도 높은 형들이었어요. 저는 거기에 묻어가는 느낌으로 경기를 열심히 뛰었던 것인데,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Q. 2018 시즌부터 2022 시즌까지 광동 프릭스의 탑을 지키고 있습니다. 본인도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걸 인정하나요?

다른 팀을 둘러봐도 한 팀에 오래 있는 선수가 그렇게 많지는 않더라고요. 그래서 어느 정도는 맞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내년에는 어떻게 될 지 모르는 거겠죠. 일단 올해 잘 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Q. 2019 시즌부터는 국제 대회에 한 번도 진출하지 못했는데, 아쉬움이 많이 남을 것 같아요.

국제 대회는 매년 가고 싶은데,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뭔가 성적이 계속해서 잘 안 나오다 보니 위축되는 경향도 있어요.


Q. 또 경기력이 부진한 시기도 있었죠. 당시 어떤 문제가 있었나요?

특별한 문제는 없었고... 게임을 하면서 '잘 안 풀린다'라는 느낌을 받을 때마다 계속 아래로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와 같이 팀 성적도 잘 안 나왔고요. 그럴 때는 아무 생각 없이 게임만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Q. 2022 MSI에서 맹활약한 '제우스'를 보며 감회가 새로웠을 듯해요.

다른 것보다 저도 그 현장 분위기를 느끼고 싶었어요.


Q. 서머 스플릿엔 '너구리' 선수도 돌아옵니다.

'너구리' 선수는 당연히 잘 할 것 같고, 그보다는 서머 스플릿엔 모든 팀이 더 강해져서 돌아온다고 생각해요.


Q. 탑 라이너의 역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무력으로 이름을 알린 선수들도 결국엔 육각형이 되는 것 같아요.

공격적으로 플레이해서 캐리하는 스타일은 팀원들이 탑을 봐줘야 될 때가 있어요. 쉽게 말해 팀의 자원을 먹는 건데, 그렇게 되면 상황에 따라 경기가 안 좋게 풀릴 경우가 있죠. 반대로 유연하게 플레이하는 선수들은 팀 지원 없이 안정적으로 플레이하기 때문에 팀적으로 플레이하기 편하다고 생각할 수 있죠. 전 각자 어느 정도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 해요.


Q. 다른 곳에서 최연성 감독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기억에 남는 게 많았나 봐요.

최연성 감독님과 함께 했던 시즌에 다들 정말 열심히 했었고, 몸도 정신도 힘들었어서 그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감독님이 해주신 말씀 중에 '당장 지금에 너무 연연하지 말아라', '미래를 보고 열심히 노력하면 나중에 빛을 본다'라는 등의 조언도 떠오르네요.




Q. 최근 내구도 패치가 스프링 스플릿 메타에 어떤 영향을 줄 것 같나요?

모든 챔피언의 체력이 높아지고, 대미지가 줄어들다보니 예전 같았으면 죽는 상황인데 안 죽는 상황이 많이 나와요. 그래서 후반 지향 챔피언들이 조금씩 나올 수도 있을 듯해요. (대표적인 챔피언이 있다면?) 케일?


Q. 71인분, 검은 안경-황금 안경, 기인고사 등 각종 밈이 있어요. 이런 건 어떻게 받아들이나요?

밈이 생기는 게 좋은 의미든 안 좋은 의미든 관심을 받는 거라 생각해서 나쁘게 생각 안 해요. 그리고 저는 사실 밈이 심한 편은 아니어서요. 그래서 다른 선수들을 보면 마음이 아플 것 같기도 해요.


Q. 에이징 커브에 대한 생각은 어때요? 데뷔 초에 비해 신체 능력이 떨어졌다고 생각하나요?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19살, 20살 때보다는 조금 떨어진 것 같아요. 특히 눈이 계속 피로하다 보니 화면을 집중해서 보기가 힘들어요. 데뷔 초기엔 비교적 건강한 편이었다고 생각하는데요. 요새는 눈이 따가운 경우도 많고, 경기장에서는 인공 눈물을 사용하기도 해요. 또 프로게이머 직업 특성상 손목, 허리 같은 부위도 서서히 안 좋아질 수밖에 없는데, 이런 부위만 건강하면 나이는 큰 상관이 없다고 봐요.


Q. 그래도 '기인' 선수의 열정과 노력은 데뷔 시즌에 비해 전혀 식지 않았겠죠?

열정이 안 식었다고 하면 거짓말이죠(웃음). 그래서 계속 노력을 해요. 열심히 하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걸 아니까요.




Q. 프로게이머로서, 김기인으로서의 최종 목표는?

제가 은퇴하고 난 후인 먼 미래에, 그때까지 LoL이 살아있을진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절 많이 기억해주면 좋겠어요. 또 19살 때 프로게이머를 시작해서 지금까지 달려왔는데, 은퇴 후에는 여러 가지 배우고 싶었던 것과 도전하고 싶었던 것들을 즐기면서 살아보고 싶네요.


Q. 그렇다면 프로게이머 지망생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은?

저도 프로게이머를 길게 한 건 아니지만... 인생에 한 번쯤은 해볼 만한 경험이었다고 봐요. 마냥 해보면 좋을 것 같아서 한 건데, 돌이켜 생각해 봐도 그렇게 나쁜 건 없었어요. 오히려 재밌었던 것들이 더 많았죠. 한 가지 단점은 자유 시간이 없다는 것.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서머 스플릿이 곧 개막하는데, 스프링 스플릿 초반보다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열심히 준비해서 잘 치고 나가야 시즌이 순탄하게 흘러갈 듯하네요. 또 항상 응원해 주시는 팬, 가족, 광동 프릭스 관계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늘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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