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LCK 정규 시즌, 지방 투어로는 어때요?

기획기사 | 박태균 기자 | 댓글: 18개 |



LoL파크에 오랜만에 활기가 돈다. 객석 제한 해제와 함께 응원이나 환호가 어느 정도 가능해지며 팬데믹 이전의 모습을 어느 정도 되찾고 있기 때문이다. e스포츠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 '온라인 진행과 관람의 용이성'이라지만, '코로나19'에 잠식됐던 지난 시간을 돌이켜봤을 때 e스포츠를 가장 재밌게 즐기는 방법은 역시 오프라인 직관이란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그러나 용산-상암-강남을 거쳐 종각에 안착하기까지, LCK 정규 시즌이 진행되는 주경기장은 언제나 서울에 있었다. 라이엇 게임즈 입장에선 당연한 처사이기에 지방 팬들은 어쩔 수 없이 직관에서 소외되어 왔다. 특히 수도권에 거주하지 않는 팬들은 직관의 즐거움을 맛보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 LCK 정규 시즌 지방 투어가 편성된다면 어떨까.


e스포츠 지방 투어의 필요성

e스포츠 지방 투어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은 해당 지방 및 근처 지역에 거주하는 팬들의 만족과 기쁨이다. 경기장 방문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대폭 감소하기에 직관에 대한 접근성이 크게 높아진다. 또한 비슷한 지역의 팬들과 함께 경기를 관람하고 선수들을 응원하며 동질성과 유대감, 공동체 의식 등을 느낄 수 있다. 이외 지자체의 경제적 이득, 신규 컨텐츠 확보, 운영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 등 다양한 장점이 있겠지만 지방 팬들을 위한 최고의 행사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지방 투어는 진행 가치가 있다.

한편 e스포츠의 지방 투어를 돌이켜봤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종목은 스타크래프트다. 2001년 코카콜라배 온게임넷 스타 리그 8강이 대전에서 개최된 것을 시작으로 다양한 스타크래프트 대회가 부산-광주-대구-김해-청주 등 다양한 지방 도시에서 열렸다. 약 50회 가량 진행된 지방 투어의 대부분은 8강과 결승이었는데, 모든 투어는 뜨거운 관심과 엄청난 인파를 모았다.

물론 LCK도 지방 투어가 없었던 건 아니다. 2014 LCK 서머 스플릿 결승과 2018 LCK 스프링 결승은 부산에서 열렸고 일산과 인천에서도 결승이 여러 번 진행됐다. 그렇지만 이를 온전한 지방 투어라고 하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장소는 수도권을 벗어나지 못했으며, 경기는 1년에 단 두 번뿐인 결승으로 한정됐기 때문이다.



▲ 6년 전, 단 1회 진행됐던 LCK 정규 시즌 지방 투어

LCK 정규 시즌이 지방 투어로 진행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6년 전, 전라북도에서 주최한 '2016 전북 e스포츠 페스티벌'에서였다. 전주에서 2016년 4월 7일(목)부터 9일(토)까지 총 3일의 일정이 치러진 가운데 경기장이었던 전주실내체육관 특설무대에는 매일 2천 명 이상의 팬이 몰렸다. 전주 시민을 비롯한 수많은 지방 팬이 해당 투어에 더없는 만족감을 표했지만, 그 이후로 LCK 정규 시즌은 지방에서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당시와 비교했을 때 LCK는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프랜차이즈 도입과 함께 게임단의 덩치가 커진 것은 물론 팬층과 커뮤니티 규모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에 6년 전에 비해 보다 많은 지방 팬이 LCK 직관을 열망하고 있을 것이며, 지방 투어는 그들에게 그 무엇보다 큰 행복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수단이다.


LCK 정규 시즌 지방 투어의 한계

하지만, LCK 정규 시즌을 지방 투어로 진행하기에는 여러 이해관계가 발목을 잡는다. 첫 번째 문제는 단연 비용이다. 모든 팀의 선수단과 사무국 관계자들은 물론 LCK 스태프들의 이동-숙박-식비는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이에 더해 경기장 대관 비용, LoL파크 미사용에 따르는 매몰비 및 입점 업체에 대한 보상비, 현장 진행 인력 구인-관리-교육비를 비롯한 온갖 잡비 등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기술-설비적인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 LoL파크에 완비된 인터페이스(AR, 디자인, 그래픽 등)는 물론 방송 시설과 시스템 자체를 지방 투어 경기장에 맞춰 새롭게 구성해야 하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인력과 시간,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일찍이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것도 주최 측에 많은 부담이 될 것이며 예상치 못한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모든 팀의 동의를 구하는 것에도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팀들은 저마다 준비한 연습, 방송, 행사 일정을 지방 투어를 위해 변경해야 하며 추가 스케줄로 인해 선수단의 피로가 가중될 수 있다. 또한 낯선 환경에서의 경기는 수많은 변수를 낳을 수 있기에 LoL파크가 아닌 곳에서의 경기를 원하지 않는 팀이 있을 수도 있다.

여기에 경기장 선정조차 쉽지 않다. 현재 부산-광주-대전에선 e스포츠 경기장이 운영 중이며 각 경기장마다 뚜렷한 장단점이 있다. 문제는 세 곳 모두 현장에 운집할 지방 팬들을 감당하기엔 수용 가능 인원이 턱없이 적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기존 스포츠 경기장이나 공연장 등의 대규모 시설을 대여하면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CK 정규 시즌 지방 투어에 투입될 막대한 비용과 시간은 예측조차 어렵다. 입장권과 굿즈를 아무리 팔아도 해당 비용에 비해선 새 발의 피 수준일 것이다. 수익을 추구하는 기업 입장에선 딱히 고려할 이유가 없는 행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 투어는 추가 편성될 가치가 있다. LCK와 게임단이 지방 팬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최고의 팬 서비스니까. 이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본다.

지난 6일엔 2022 LCK 서머 스플릿 플레이오프 결승이 강릉에서 열린다는 발표가 있었다. 강원도 지역 팬들은 이미 쌍수를 든 채 이를 반기고 있으며, 대부분의 팬이 지방 투어 자체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LCK 정규 시즌 지방 투어에 대한 팬들의 리턴은 불 보듯 뻔한 상황, 남은 건 앞서 나열한 한계점들을 감당하고 극복할 준비가 되었느냐다.

결론은 이번 서머 스플릿이나 내년에 당장 LCK 정규 시즌 지방 투어가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식지 않는 LCK의 인기와 늘어나는 팬들의 충성도를 고려헀을 때 언젠가는 편성되어야 할 행사라는 거다. 낭비 없는 낭만은 없다는 말이 있다. 지방 팬들의 낭만을 위해, LCK를 만드는 모든 이들은 기꺼이 낭비를 각오해야 할 것이다.



* 사진 : L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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