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여성향 스토리 게임을 만듭니다

인터뷰 | 김수진 기자 | 댓글: 26개 |



여성향 스토리 게임, 요 몇 년 간 빠른 속도로 성장한 장르다. 흔히 미연시 게임의 반대라고 알고 있는 여성향 게임은 분명 로맨스 요소가 메인이 되는 건 맞지만, 최근에는 텍스트 기반 시뮬레이션에서 카드 수집, PVP 등 다양한 요소를 담아내는 시도를 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국내에서 이런 여성향 스토리 게임을 꾸준히 만들어온 회사가 있다. 여성향 스토리 기반 게임, 그 길을 꾸준히 밀어온 회사, 스토리타코다. 그 결과 글로벌에서 먼저 좋은 반응을 얻어 이제는 국내에서도 해당 분야에서 이름을 꽤 알리고 있는 개발사가 됐다. 그런 스토리타코가 이번에는 이름부터 위험한 청소년 이용불가 신작, 위험한 재배를 출시한다.

텍스트 기반 스토리 게임이 아니라 좀 더 다양한 요소를 포함했다는 신작은 어떤 게임일까. 그리고 과연 여성향 게임 개발은 어떤 특징을, 어떤 비하인드를 가지고 있을까. 스토리타코 김현지 팀장, 정예림 PD, 김대천 CPO와 인터뷰를 통해 이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 (좌) 정예림 PD / (우) 김현지 팀장

Q. 스토리타코에 대해 소개 부탁한다. 어떤 개발사인가.

김대천: 여성향 스토리 게임을 만들고 있다. 글로벌에선 위험한 그놈들이 브랜드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5년 가까이 되었으나 꾸준히 유입이 있을 정도다. 한국에서는 계속된 노력 끝에 점점 알려지고 있는 것 같다.

새로운 게임 스타일에 도전을 많이 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신작인 위험한 재배다. 회사 전체적으로 18종 정도의 게임을 운영하고 있는데, 국내 여성향 게임 개발사의 대표격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협력 개념의 파트너쉽 프로그램도 꽤 하고 있다.

김현지: 국내 여성향 게임 개발 명가라고 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초반에는 참고할 만한 게임조차 없어서 매우 힘들었다. 이후에 다양한 게임을 개발하면서 우리가 직접 쌓아올린 것을 통해 발전해나가고 있다.

지금은 파트너쉽 프로그램을 통해 그렇게 쌓아온 다양한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시나리오를 쓰는 작법 구조부터 UI, UX 시스템 등 여러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개발과 마케팅, 현지화도 도움을 주고 있다. 아트, 시나리오에 꿈이 있는 회사들이 파트너쉽으로 함께하는 중이다.

정예림: 쌓아올린 노하우들 덕에 외부 협력 업체가 많이 늘어났고. 현재는 빠른 성장을 하고 있다.


Q. 흔히 여성향 게임을 오토메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오토메 게임이라는 게 뭔지 궁금하다.

김현지: 우리 회사는 오토메 게임이 아닌 비주얼 노벨, 여성향 캐주얼 게임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오토메라는 것이 특정 게임사의 게임에서 시작된 장르다. 여성이 주인공이고, 남성 캐릭터가 많이 나와서 연애를 하는 그런 구체적 장르를 뜻한다.

우리가 만드는 게임은 정확히는 인터랙티브 스토리 게임이라고 말하고 싶다. 선택지를 통해 캐릭터의 반응을 보는 그런 수집 요소가 매력으로 작용하는 상호작용형 스토리 게임이다 보니, 이전의 오토메와는 구조가 다르다고 본다.

글로벌에서는 비주얼 노벨보단 인터랙티브 스토리 게임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고 인지도도 높은 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조금 더 상용화가 되었으면 좋을 것 같다. 오토메라는 단어가 안 맞는 걸 알면서도 사용하는 것 자체가 인지도 때문이기도 하다.


Q. 스토리 게임을 꾸준히 개발해온 입장에서, 어떤 요소가 가장 중요한 것 같나.

정예림: 컨셉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얼마나 매력적으로 유저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 유저를 사로잡을 수 있을지가 참 중요하다. 그다음이 시나리오와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다. 보통 컨셉 놀이 라고 하지 않나. 해당 캐릭터를 가지고 얼마나 재미있게 놀 수 있나, 설정이 얼마나 '맛있나' 가 중요한 것 같다. 시나리오 흐름도 마찬가지다. 선택지를 누르고 싶게 만드는 심리적 자극이 있어야 한다. 사실 모두 수평으로 두고 싶지만, 굳이 중심을 두자면 컨셉과 시나리오라고 생각한다.


Q. 스토리타코의 게임은 거의 스토리텔링을 중심으로 하는 게임이다. 서로 어떤 차별점을 두고 있나.

정예림: 일단 트렌드가 뭔지 많이 찾아본다. 요즘 국내외 유저들이 뭘 많이 찾아보고 흥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열심히 공부한달까. 이후 내부에서 어떻게 겹치지 않고 잘 표현할 수 있을지를 논의해 결정한다.



▲ 스토리타코의 글로벌 인지도를 높여준 위험한 그놈들

Q. 다양한 장르의 스토리를 만들어왔다. 장르별로 유저 유입이나 선호 등 차이가 있을까.

김대천: 크게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스토리 진행도에 따라 차이가 있지 장르별로는 크게 없는 듯하다. 소재보다는 시나리오 퀄리티에 따라가는 것 같다.

김현지: 스토리자체를 즐기는 분들은 장르보다는 스토리의 퀄리티에 신경을 많이 쓴다. 키워드만으로 유입되기보다는 밝은가 어두운가, 자극적인가, 스릴을 얼마나 주는가 이런 것에서 갈린다. 배경적인 부분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초반부다. 1화나 2화 정도까지의 스토리가 재미있으면 마지막까지 쭉 플레이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프롤로그부터 3화까지 굉장히 신경 쓰는 편이다.


Q. 게임의 컨셉을 어떻게 가져오는지, 떠올리는지 궁금하다.

김현지: 브레인스토밍을 많이 거친다. 자극도나 트렌디함 관련은 많이 찾아보면서 준비를 하고, 배경과 캐릭터 설정 등은 브레인스토밍을 한다. 직군 상관없이 이야기를 많이 하며 결정한다. 테마가 많이 겹치면 유저들의 피로감이 높아질 수 있다 보니 새로운 걸 많이 전달하고자 한다.

정예림: 그래서 혼종이 가끔 나오기도 한다(웃음).


Q. 스토리를 직접 쓰는 시나리오 작가가 참 중요할 것 같다.

김대천: 시나리오 작가가 매우 많은 편이다. 보통 게임회사의 시나리오 작가와는 다르게 유저들을 끌어가는 등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정예림: 선택지를 몇 개를 둘 것인지, 그 선택지의 반응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 그 모든 걸 시나리오 작가가 작업한다. 시나리오 기획도 동시에 하는 거라 볼 수 있다. 우리가 제작하는 게임의 경우 게임의 흐름이 정말 중요하지 않나. 그렇기에 시나리오 작가들이 하는 업무 자체가 중심이다. 미디어로 본다면 감독의 역할도 하고 있다.


Q. 게임의 첫인상은 제목이 아닌가 싶다. 스토리타코 게임은 제목이 인상적인데, 혹시 글로벌로 출시할 때는 제목을 어떤 식으로 번역하나.

김대천: 최근에는 아예 글로벌 감성에 맞추기 위해 영어로 제목을 짓는다. 트렌드적으로 좋아할 수 있으면서도 스토리를 녹여내는 그런 제목을 찾는달까. 작년 재작년까지는 한글 제목을 번역하는 방식이었으나 최근에는 완전히 로컬라이징 하고 있다. 그리고 괜찮은 작품은 4개 이상 언어로 번역하려 한다. 보통 한국어, 영어, 스페인어, 독어, 러시아어 등으로 번역하는데, 출시 국가는 트렌드를 보고 고르는 편이다.

김현지: 위험한 재배의 경우, 영어 제목은 Secret Crossing이다. 완전히 다른 로컬라이징의 예시랄까. 한국과 글로벌의 어필 느낌, 감성이 단어별로 각각 다르기에 거기 맞춰 세팅했다.



▲ 스토리타코의 신작, 위험한 재배

Q. 신작에 대한 이야기를 해봐야 할 것 같다. 위험한 재배는 일반적인 텍스트 위주의 스토리 게임은 아닌 듯하다. 어떤 게임인가.

정예림: 로맨스가 중심이 되는 게임이다. 본인이 선택한 공략 캐릭터와의 로맨스를 보기 위해 가챠 시스템을 이용하게 된다. 그 외에도 PvP, 방문 등이 들어간다. 공략 캐릭터는 남성 3명 여성 1명으로 총 4명이다. 시크릿 캐릭터는 없다. 물론 게임이 정말 잘 된다면 엑스트라들로 추가 공략 캐릭터를 만들 수도 있고,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PvP는 카드와 상대카드를 이용해 3라운드에 걸쳐 승패를 보는 방식이다. 카마수트라에서 아이디어를 따와서 그림자를 통해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방문의 경우 캐릭터의 친밀도를 올릴 수 있다. 터치를 한다거나 옷을 갈아입히거나 선물을 준다거나 이런 걸 통해서 친밀도가 상승하면, 숨겨진 외전 등을 볼 수 있다. 캐릭터와 나만의 이야기가 여기저기 들어가도록 시스템을 만들었다.


Q.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이다. 이런 선택을 한 이유가 있나.

정예림: 여성향 게임 중 정신적인 사랑이 많은데, 분명 육체적인 사랑을 원하는 유저들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다 이제는 때가 된 것 같아서 시도했다. 수위에 대해 내부적으로 계속 논의를 하다가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으로 결정했다. 모바일이라는 플랫폼 특성상 게임을 혼자 플레이하는 경우가 많기에 등급을 높여도 유저들이 찾을거라 생각했다. 회사에서도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은 처음이다.



▲ 스토리타코도 처음 시도하는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의 게임

Q. 공략 캐릭터가 식물이라는 컨셉이 독특하다. 어떻게 나온 것인가.

정예림: 회의 과정에서 정말 많은 컨셉이 나왔는데, 다 조금씩 겹치더라. 그래서 게임성이 있을만한 것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씨앗을 떠올렸다. 그 이후에는 꽃, 식충 이렇게 줄기가 뻗어 나갔다. 폐쇄적 공간, 씨앗 창고를 토대로 했다.

보이스도 들어가 있다. 김보나, 김민주, 박노식, 최승훈 등 유명한 성우들을 섭외했다. 보이스의 경우 주요 콘텐츠에는 모두 들어가 있고, 시나리오에서도 중간중간 들어볼 수 있다.


Q. 공략 캐릭터의 품종은 어떻게 선택한 것인지.

정예림: 캐릭터 이름이 품종인데, 흥미롭고 재미있는 컨셉을 적용할 수 있는 품종을 고민하다 정했다. 헬리는 헬리암포라라는 식충식물이다. 집착하는 성향으로 만들면 재밌지 않을까 싶었다. 세리는 가시가 많은 세레우스라는 품종이다. 그래서 차분하고, 가시가 많으니 외부에는 다가오지 못하게 하지만 사실은 여린 그런 친구다.

디아, 디필레이아는 액체에 닿으면 투명해진다. 그렇기에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겠다 싶었다. 여성 캐릭터인 이브는 아이비다. 넝쿨을 통해 다양한 플레이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했다.



▲ 아이비에서 컨셉을 가져온 여성 공략 캐릭터 이브

Q. 추후 인기 웹소설 콜라보 등을 진행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최근 웹소설이나 웹툰 콜라보가 매우 많지 않나.

김대천: 요청은 오지만 받지 않고 있다. 들어가는 시간이나 노력에 비해 크게 메리트가 없달까. 내부에서 시나리오부터 작업해서 제작하는 게 좀 더 수월하다. 제의가 꽤 많이 왔지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김현지: 웹소설과 스토리 게임은 도식이 다르다. 남자지옥으로 경험을 해봤다. 웹소설 자체가 역하렘 장르라고 해도, 게임에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 없다. 바로 선택에 따라나오는 스크립트다. 웹소설은 하나의 스토리를 보여주기 위해 준비가 되어있는 경우지, 여러 갈래를 위한 게 아니지 않나. 결국 게임화를 위해 각색을 해야 하는데, 작가의 의도를 유지하며 각색하는 과정이 게임 시나리오를 쓰는 것에 비해 굉장히 어렵고 작업공수가 크다.


Q. 여성향이 아닌 스토리 게임을 만들 생각도 있나.

정예림: 현재의 트렌드에 맞춰가는 신작을 제작할 예정이다. 스릴러 같은 장르가 성비를 막론하고 많은 인기를 끌었다 보니, 그런 걸 고려해서 좀 더 범용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장르를 준비하고 있다. 완전히 여성향은 아니다. 스릴러 쪽으로 연구해서 내년 중으로 선보이려고 한다.

김대천: 스토리타코 자체는 여성향 게임, 인터랙티브 게임의 명가로 끝까지 가고 싶다. 도전을 하더라도 여성유저들이 즐겨 하는 게임을 위주로 할 것 같다. 그 외 좀 더 다양한 장르의 게임은 스노우피그를 통해 시도하고 있다.


Q. 마지막으로 스토리타코의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면.

정예림: 게임성과 스토리가 풍부하고 재미있는 여성향 게임을 많이 만들고 싶다. 아니, 꼭 만들 것이니 계속 재미있게 스토리타코의 게임을 플레이해주셨으면 한다.

김현지: 스토리타코 설립이 2018년이지만 설립 직전인 17년부터 일했다. 그때부터 유저들의 반응을 꾸준히 봐왔다. 처음에는 여성향 게임이 부족해서 게임 자체를 갈구했다면, 지금은 퀄리티를 갈구하는 유저들이 많다. 그렇게 콘텐츠에 대한 니즈를 느끼는 분들, 계속해서 우리 작품을 좋아하는 분들이 지금의 회사를 만들어 주셨다고 생각한다.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 좀 더 재미있고 다양한 시스템으로 만나뵙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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