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패스오브엑자일2, 개발사에 직접 묻다

인터뷰 | 정재훈 기자 | 댓글: 9개 |



지난 7월 말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진행된 2회 엑자일콘은 막을 내린 후에도 굉장한 파급력을 보여주었다. 2019년, 크리스 윌슨의 출사표였던 '패스오브엑자일2(POE2)'는 판데믹 기간 동안 숙성을 거치며 '슈뢰딩거의 게임'이 아님을 증명했으며, 함께 공개된 게임 플레이 영상은 POE2가 단순한 후속작이 아닌, 해당 장르의 정상을 노릴 만한 영 건임을 보여주었다.

실제 플레이 또한, 이런 기대에서 크게 어긋나진 않았다. 베타 테스트까지 1년이 남은 만큼 자잘한 디테일이나 마감새까지 완벽하진 않았으나, 사전 공개된 빌드만으로도 빠진 철근 없이 튼튼한 뼈대가 만들어졌음은 확인할 수 없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시연 빌드만으로 파악할 수 없었던 부분이 너무 많았고, 이를 물어볼 핵심 개발자들이 엑자일콘 기간 동안 밀려드는 업무에 불타고 있는 게 뻔히 보여 도무지 기회를 잡을 수 없었던 점이랄까. 그래도 아쉬움을 감출 수 없어 몇 번의 연락을 통해 서면 인터뷰를 약속받았고, 엑자일콘이 끝난 후 1주일이 지나서야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패스오브엑자일2', 어떤 점이 같으며, 또 무엇이 다를까?


Q. 판데믹이 겹치면서 엑자일콘이 다시 열리기까지 4년이 걸렸다. POE2의 새로운 소식을 이번 행사에서 공개했는데, 소감이 어떤지 말해줄 수 있나?

= 매우 기쁘다. 지난 엑자일콘 이후 참 많은 작업을 해 왔는데, 이제야 그 많은 작업 끝에 만들어진 작품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었다. 이제부터는 POE2의 마케팅 기간이라 볼 수 있으니, 아마 베타 테스트까지 남은 1년 간 많은 소식을 전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 POE2가 최초 공개되었던 2019년 1회 엑자일콘


Q. 이번 행사에 방문한 관객들이 얼마나 되는가?

= 오프라인으로 약 2천 명에 조금 모자란 수의 관객분들이 참여했다. 온라인 동시 스트리밍은 약 50만 명 가량이 시청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Q. 본격적인 게임 이야기를 해 보자. POE2가 지향하는 게임의 핵심 재미, 그러니까 POE와 비교해 어떤 점이 달라지길 바랐으며, 또 어떤 점은 계승하길 원했는지 말해줄 수 있는가?

= 우리는 POE가 이미 훌륭한 액션 RPG라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분명히 더 나아질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고 믿고 있다. POE2에서 달라진 게임 템포와 전투 감각도 그 중 하나라 볼 수 있을 거다.

또한, POE의 핵심 중 하나인 '스킬젬' 시스템도 보다 사용하기 쉬우면서 보다 깊이있는 방향으로 진화시키고 싶었다. 장비를 업그레이드함에 있어, 해당 장비의 소켓 구성이 어떻게 되는지를 걱정할 필요 없게 말이다.

전체적인 방향성을 요약하면, 접근성은 살리되, POE의 깊이를 유지하고자 했다. 우리는 POE의 콘텐츠를 최대한 많이 유지하고 싶으며, 이를 보완해 POE2에 맞게 현대적 감성으로 풀이하고자 한다.



▲ 전투 감각은 개선, 깊이는 그래도 유지하는 방향


Q. POE2와 POE는 별개의 게임으로서 서비스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럼 리그의 교체 주기나 테마도 완전히 별개로 진행되는 것인가? 혹은 일정 부분 공유하는게 있는 건가?

= 말한 대로 우리는 두 게임 모두 별개로 서비스하려 하며, 각각 게임에 리그와 확장팩을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테마는 비슷할 수도, 다를 수도 있는데 해당 테마가 각 게임에 얼마나 적합한지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지금의 계획은 두 게임 모두 기존처럼 3개월 주기로 리그를 교체하는 것이며, POE2의 리그가 끝날 무렵 POE의 리그가 시작되는 식의 주기 설정을 고려하고 있다.


Q. 기존에 없던 '골드'가 커런시로 추가되었다. 이는, 골드가 새로운 기축 통화로서 기능한다는 뜻인가?

= '골드'는 다른 커런시 아이템과의 교환에는 사용되지 않으며, 엔드 게임에서 높은 가치의 아이템을 거래하기 위해서 사용하기에도 좋은 수단이 아니다. 우리가 생각한 골드의 정확한 용처는 캠페인을 진행하는 동안 상인으로부터 아이템을 거래하기 위한 화폐이며, 몇 가지 기본 타입의 도박에 사용될 수 있다.

'골드'의 추가로 커런시 경제의 변화를 예상하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우리는 POE의 커런시 경제를 POE2에서도 유지하고자 하며, 골드가 현 커런시 위주의 경제 체제에 큰 영향을 끼치리라 판단하진 않고 있다.


Q. POE는 거래를 외부 사이트에서 진행하고, 아이템 필터의 설치가 거의 필수였는데, POE2에서는 내부 편의 기능으로 이를 통합할 여지가 있을까?

= 거래는 아마 여전히 외부 사이트를 통하는 과정을 요구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편의 기능에 대해서는 다양한 개선점을 고려하고 있으며, 많은 부분에서 '더 편한 게임'이 될 수 있도록 개발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 편의 개선은 염두에 둔 상태


Q. 앞서 말한 대로 아이템에서 소켓이 제거되고, 스킬젬 시스템이 새롭게 바뀌었다. 시연 버전에서 모두 확인하긴 어려웠는데, 어떤 변화가 이뤄지는지 조금 더 설명해줄 수 있나?

= 스킬젬 시스템의 변화는 소켓의 색상과 갯수, 링크가 장비에서 가지는 가치의 비중을 줄이고, 보다 편하게 장비를 세팅할 수 있게 바뀐 부분이다.

POE2에서도 게이머는 POE와 마찬가지로 클래스와 무관하게 어떤 스킬이든 사용할 수 있고, 대부분의 스킬들은 특정 직업이 더 쉽게 활용하도록 만들어져 있어 캐릭터 빌드에서 큰 차이가 나진 않겠지만, 이전보다 훨씬 편하게 장비를 바꿔나갈 수 있을 것이다.


Q. '구르기'가 기본 기능으로 추가되고, 적을 밀치거나 캐릭터가 이동하면서 쓰는 기술들이 대거 추가되면서 정확한 조작을 요하는 액션 게임의 감각이 강화되었다. POE2의 전투 디자인에 대해 설명해줄 수 있는가?

= 이에 대해서는 한 가지 전제사항을 먼저 설명해야 할 것 같다. 우리는 POE의 캐릭터 빌드업이나 콘텐츠 깊이에 대해서는 만족하지만, '전투 경험'은 보다 개선될 여지가 많은 부분이었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때문에 POE2를 설계할 때 POE의 장점들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긴장의 선을 유지할 수 있는 전투 감각을 구현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만약 POE를 경험하지 않은 게이머가 POE2를 처음 플레이한다면, RPG에 대한 감상보다 액션 게임이라는 느낌을 더 강하게 받을 것이다. 하지만, 플레이를 거듭해가며 POE라는 시리즈가 가진 매력과 깊이를 알아가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구르기, 피하기, 밀기가 전투의 밑바탕에 끼어든 느낌


Q. 플라스크가 정예 몬스터들을 처치해야만 충전되게 바뀌었다. 전체적인 게임 난이도가 높아진 느낌인데, 의도된 변화일까?

= POE에서 플라스크는 모든 몬스터를 처치할 때 충전되었기 때문에 전투에 돌입하기 전, 대부분의 유저들은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쉴드와 체력, 에너지가 모두 차 있고, 거의 완충된 플라스크를 보유하고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우리는, POE2에서 게이머가 보다 다양한 '상황'에 처하길 바랐다. 때로는 회복 자원이 고갈되어 더 전투를 유지할 수 없게 되거나, 한 번의 전투는 견딜 수 있으나 연속된 전투는 어려운 상황 등을 부여해 전투 상황에서의 즉각적인 상황 판단 외에도 전투 돌입 전 스스로의 상태를 고려하는 전술적 판단이 이뤄지길 바랐다.

플라스크의 변화는 이렇듯, 게이머가 처할 '상황의 다변화'를 위한 것으로 설명할 수 있으며, 생각할 경우의 수가 늘어난 만큼 게임 난이도가 높게 느껴지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결과라 생각한다.


Q. 시연 빌드에서 확인하지 못한 부분이 많았는데, POE는 완성도와 깊이만큼이나 복잡함과 입문 난이도로 유명했다. POE2의 입문 난이도를 전작과 비교하자면 어느 정도라 할 수 있는가?

= 앞서 말했다시피 전투 관점에서 우리는 게임이 조금 더 어려워지길 바라는 것이 맞다. 보스전 도중 죽었을 때 다시 처음부터 도전해야 한다거나, 구르기로 적의 패턴을 피해야 하는 등 기존에 없던 시스템들이 도입되었으니 아마 시연도 전작보단 어렵게 느껴질 것이다.

다만, 처음부터 게임을 플레이한다고 가정하면, 크게 어려운 게임이라 생각하진 않고 있다. POE2는 점진적으로 게임을 알아가는 구조를 띄고 있으며, 게임 내에 매우 많은 시스템들이 존재하지만 하나씩 알아가는 건 어렵지 않다고 본다.



▲ 시작은 다른 느낌이지만, 결과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설명


Q. POE2의 시대적 배경은 언제이며, 캠페인의 분량은 어느 정도인가?

= POE2의 캠페인은 총 6개의 막으로 구분되며, 약 100여 개의 맵으로 구성되어 있다. POE2의 시대적 배경은 POE의 사건이 마무리된 후 약 20~25년 후이다.


Q. POE2의 엔드 게임 또한 POE의 아틀라스와 유사한 형태를 띄게 되는가? 혹은 완전히 다른 무언가일까?

= 지도에 기반한 엔드 콘텐츠를 설계하고 있다는 것 까지는 말해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세부적인 사항은 아직 변동의 여지가 있기에 추후에 기회가 될 때 더 자세히 말해줄 수 있을 것 같다.


Q. 새로 추가되는 6종의 클래스 중 '머셔너리'와 '드루이드'는 시연 버전에서 플레이할 수가 없었다. 이 두 클래스에 대해서도 짧게 설명해줄 수 있는가?

= 말하고 싶지만,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다. 추후 머셔너리와 드루이드에 대해 설명할 별도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Q. POE에서부터 등장한 '머라우더'와 이번에 새로 추가된 '워리어'도 많은 부분이 유사해 보였다. 컨셉이 다소 겹치지 않나 싶은데, 차이를 설명해줄 수 있을까?

= 이 또한, 지금 확실히 이렇다 말해주기는 어렵다. 일단, 워리어는 철퇴와 강타 스킬을 주로 사용하며, 묵직하고 강력한 기술과 다양한 CC기를 지니고 있지만 꽤 느릿한 전투 템포를 지닌 클래스이며, POE2에서 다시 등장할 '머라우더'에 대해서는 추후 다시 소개할 시간을 가지려 한다.



▲ 익숙한 기존 직업들 또한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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