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둘러싼 인식은 나날이 개선되고 있다"

게임뉴스 | 윤홍만 기자 | 댓글: 9개 |
한국콘텐츠진흥원과 게임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제2회 게임문화포럼이 17일~18일, 양일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됐다. 이번 포럼은 게임의 문화적 측면을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하는 자리로서 게임이 사회적, 정신적, 그리고 교육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틀차인 금일(18일)에는 게임과 사회, 게임과 예술, 게임과 방송, 게임과 스포츠, 끝으로 게임과 정책 5가지를 주제로 다양한 얘기들이 오갔다. 특히나 관심이 집중된 건 게임과 정책 부분이다.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묻지마 흉기난동 사건의 원인으로 게임이 지목된 상황에서 게임 산업 진흥을 위한 정책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게임산업협회 강준구 정책팀장

게임과 정책 첫 번째 순서로는 '한국 게임산업과 게임정책의 방향'을 주제로 게임산업협회 강준구 정책팀장이 강연에 나섰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하는 백서에 따르면 2021년 국내 게임 시장의 규모는 20조 9,913억 원에 육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년 대비 11.2%나 성장했으며, 2024년에는 약 26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21년 한국의 콘텐츠 전체 매출이 137조 5,000억 원을 기록했다고 하니 전체 매출의 15.2%에 해당하는 엄청난 수치다. 이는 콘텐츠 산업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음악 9조 3,717억 원과 영화 3조 2,461억 원을 합한 비율보다 높다.




산업에 대한 얘기만이 아니다. 오늘날 게임은 국민의 주 여가활동 중 하나로서 모든 세대가 공감하는 하나의 '문화'라고 할 수 있다.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의 조사 결과 청소년의 85.4%, 일반인의 74.1%가 게임을 즐긴다고 할 정도다. 이에 2022년 9월에는 문화예술진흥법을 개정, 게임과 애니메이션, 뮤지컬 등을 추가해 공식적으로 명문화했다.

산업이 성장하면서 게임산업을 둘러싼 제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대표적인 변화로는 '자체등급분류제도'의 도입을 들 수 있다.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모바일 게임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이에 기존의 등급분류기관인 게임물관리위원회로부터 자율심의권한을 받은 앱마켓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등급분류를 하는 자격을 얻게 됐다. 2011년 구글과 애플이 모바일 오픈마켓 자율심의 권한을 얻은 지 1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99.8%의 게임을 자체등급분류사업자가 심의하고 있을 정도다.




이러한 자체등급분류제도는 지금도 계속 변화하고 있다. 2011년 최초에는 모바일 게임에 한정됐던 걸 2016년에는 온라인 및 비디오, 콘솔 게임물에까지 확대됐을 뿐 아니라 2022년에는 어느 플랫폼으로 등급분류를 받든지 간에 다른 플랫폼에도 효력이 미치도록 수정한 게 대표적이다. 여기에 더해 이제는 청불등급까지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각종 규제 정책 역시 나날이 폐지되고 있다. 종래 PC 온라인게임에 대하여, 월 50만 원으로 결제한도를 제한했었는데 2019년 6월, 성인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폐지된 바 있으며, 오랜 시간 한국 게임 산업에 영향을 끼친 셧다운제 역시 10년 만에 폐지되고 대신 청소년 본인 혹은 법정대리인이 게임물 이용시간을 자체적으로 정하는 시간선택제가 도입되는 등 점차 규제에서 진흥으로 분위기가 바뀌어 갔다.




물론, 아직도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게임이용장애, 이른바 ‘질병코드’가 대표적이다. 2018년 6월 18일, 국제질병분류 ICD-11에 정신적, 행동적, 신경발달적 장애의 하위 목록으로 도박 다음 항목으로 게임이 추가된 것으로 국내에서는 민관협의체를 구성, 2022년 말까지 3개의 연구를 추진함으로써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파급효과를 분석한 바 있다. 이에 강준구 팀장은 "서두르지 말고 해외 도입 이후의 상황을 본 후 도입해도 늦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저작권 보호, 글로벌 법제도 검색 플랫폼 구축, 경품이벤트 관련 규제 환경 변화, 강제적 롤백 제도 및 본인인증 제도 개선 등의 필요성을 거론하면서 글로벌을 기준으로 하되 기존의 정부 주도 방식이 아닌 자체등급분류제도를 도입한 것처럼 민간으로, 그리고 이용자 중심으로 게임 정책 역시 바뀌어야 한다면서 강연을 끝마쳤다.



▲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본부 김성준 본부장

뒤이어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본부 김성준 본부장의 '게임문화 지원사업과 진흥정책' 강연이 이어졌다. 지원산업과 진흥정책 얘기에 앞서 김성준 본부장은 지난 10년간 게임을 둘러싼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0년대만 하더라도 여전히 게임은 흉악 범죄의 원인으로 꼽혀왔다. 실제로 윤태진 교수가 연구한 '게임포비아에 대한 미디어담론의 구성과 내용'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2년 4개 신문사 게임관련 기사 565건을 분석한 결과 다음과 같은 논조를 확인할 수 있었다.

범죄자는 사회, 학교 부적응자 -> 게임에 빠진 사실이 사회 부적응자의 증거 -> 비정상적인 인간이므로 범죄를 저지름 -> 결론. 게임을 많이 하면 범죄를 저지른다




비단 과거의 얘기가 아니다. 그로부터 10년도 더 지났건만, 신림동 사건에서도 비슷한 논조의 기사가 올라오면서 문제의 원인으로 게임을 지목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분명 게임을 둘러싼 인식은 점차 개선되어 왔다. 셧다운제 폐지가 대표적이다. 2011년 도입된 셧다운제는 국회가 만든 '신사업 대못 규제'의 대표사례로 오래도록 거론되어 왔었는데 도입 10년 만인 2021년 마침내 폐지됐다.

앞서 얘기한 문화예술진흥법이 개정되면서 게임이 포함된 것 역시 마찬가지다. 영상, 미술, 소설, 음악 등 다양한 예술장르가 융합된 종합예술로서 게임이 추가되는 등 과거와는 달리 게임의 위상 역시 조금씩이나마 높아지고 있다. 질병코드에 대한 것도 있다. 문화예술에 게임이 포함됨으로써 질병코드에 대응하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는 한편, 종사자들이 예술인에 분류됨으로써 좀 더 다양한 지원을 받는 게 가능해졌다.

이처럼 게임을 둘러싼 인식은 지난 10년 사이 알게모르게 바뀌어왔다. 하지만 김성준 본부장은 "여전히 나아갈 길이 멀다"고 덧붙였다. 2015년 게임본부 예산이 210억 원이었던 게 8년이 지난 올해에만 518억 원이 배정됐다. 이는 정부 차원에서 게임에 대한 관심도가 커졌음을 방증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다양한 사업 가운데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된 부분은 건전게임문화활성화 사업이다. 해당 사업은 건강한 게임 여가문화 조성 및 게임의 문화적 가치 확산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개선 등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업에 대해 김성준 본부장은 "아직도 게임을 안 좋게만 생각하는 학부모와 학교가 많다"면서 "다양한 리터러시 사업을 통해 게임을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동시에 자녀와 소통할 수 있도록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다방면에서 게임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다. 인디 게임이나 게임 문화 축제 등의 제작지원부터 e스포츠 종주국으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및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매진 중이다. 개중에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것도 있다.

국민의 74%가 게임을 여가생활로 즐기고 있으나, 장애인의 경우는 22.7%에 불과하다. 그런 장애인을 대상으로 e스포츠 향유 기회를 제공하는 '차별없는 e스포츠' 환경을 마련하고자 하고 있다. 2004년 국립특수교육원과 공동으로 개최한 해당 사업은 지난 2009년 넷마블이 지원함으로써 확대, 20여년간 순조롭게 운영 중이다.




끝으로 김성준 본부장은 "많은 사람이 게임에 대해서만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면서 "넷플릭스 인기작이 나오면 8부작을 밤새도록 정주행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웹툰을 본다든가 유튜브를 시청하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골프 18홀 라운딩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그걸 두고 넷플릭스 중독이라거나 하지 않는다. 반면, 게임은 1~2시간 하면 중독이라면서 부모님들이 걱정한다"면서 "게임만 특별대우해달라는 게 아니다. 앞서 언급한 것들과 마찬가지로 힐링, 휴식, 여가로 봐주면 좋겠다. 앞으로 그렇게 인식이 바뀔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강연을 끝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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