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소나5 더 팬텀 X 리뷰

페르소나5의 DLC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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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소나5 더 팬텀 X(이하 P5X), 사실 리뷰를 쓸 계획이 없었습니다. 18일 출시 후 그냥 페르소나 시리즈 팬이니까 한 번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퇴근 후 PC에 슬쩍 깔아서 가볍게 접속했을 뿐이었어요. 그런데 말이죠. 정신을 차리니 19일 새벽 5시였습니다. 심지어 그것도 날짜가 넘어가서 새로운 보상을 받으라고 떠서 겨우 알아차렸습니다.

제대로 된 '크로스 플랫폼' 게임이 나왔습니다. 그냥 겉만 번지르르하게 'PC와 모바일 다 지원해요, 그러니 우리 크로스 플랫폼 게임이에요'가 아닙니다. P5X는 콘솔 게임 급 콘텐츠와 비주얼을 살려냈으면서도 BM이나 게임의 설계는 모바일 게임의 특징을 가져왔습니다. 콘솔 게임의 퀄리티와 모바일 게임의 편의성을 다 가져왔다고 볼 수 있죠.

또한 중요한 건, 페르소나5의 많은 것들을 정말 ‘잘’ 담아왔단 겁니다. 비주얼은 물론이고 전투 및 기본적인 게임의 시스템 등 수많은 부분이 원작 팬이라면 익숙하고, 또 바로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흡사하죠. 심지어 오픈과 함께 진행하는 이벤트는 페르소나5 마음의 괴도단과의 콜라보 스토리입니다. 원작의 껍데기만 슬쩍 가져와서 흔한 모바일 게임으로 만들어 낸 게 아니라, 원작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 있다는 거죠.




게임명: 페르소나5 더 팬텀 X
장르명: RPG
출시일: 2024.04.18
리뷰판: 출시 빌드
개발사: 블랙 윙즈 게임 스튜디오
서비스: 퍼펙트월드게임즈
플랫폼: iOS, And, PC
플레이: PC, And


살아 숨 쉬는 전략, 반복 콘텐츠는 가볍게




P5X의 가장 놀라운 점이자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전략'입니다. 속성 정도만 맞춰둔, 심지어 가장 강한 캐릭터 한둘이면 그 속성조차 무시하고 그냥 대충 아무 스킬만 써도 될 정도의 얄팍한 전략이 아닙니다. 진짜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덱을 구성하고 전투에 임해야 하는 진짜 머리를 써야 하는 전략이죠.

특히 이는 스토리 모드나 메멘토스에서 매우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일단 강적이 나타나면 다른 것보다 정보 탭을 꼼꼼히 읽는 게 메인이 될 정도로요. 몬스터들은 심지어 같은 종류라도 어디서 나타나느냐에 따라 공략이 다릅니다. 그 중 일부 몬스터는 데미지를 줄 필요 없이, 기믹을 제대로 수행만 하면 클리어되는 그런 모습도 보여주죠.

이러한 기믹은 심지어 단순하지도 않습니다. 한참을 읽으며 어떤 캐릭터를, 어떤 속성을 덱에 넣어야 할지 고민하게 될 정도로 까다로워요. 심지어 몇몇 몬스터는 그렇게 열심히 읽어도 정작 전투에 들어간 뒤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알아차리고 퇴각해야 하는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 기믹 파훼를 위해 공략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그리고 하나 더, 랭킹이 매겨지는 순위 콘텐츠들에서도 이런 나름의 전략성이 어느 정도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다만 이는 일회성 콘텐츠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몬스터의 공략법과 같은 부분이 아니라, 덱구성에서 오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각 몬스터들의 스킬을 확인하고 이를 파훼하는 공략보다는, 몬스터에게 가장 큰 데미지를 주기 위해 내 캐릭터들이 가진 스킬을 어떤 식으로 조합해야 하는지가 중심이 되죠. 즉, 캐릭터들의 스킬 하나하나, 페르소나의 스킬 하나하나 모두 정확히 파악한 뒤 본 전투에 진입했을 때 콤보에서 오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냥 무작정 스킬을 읽지 않고 전투에 돌입할 시, 분명 같은 캐릭터에 비슷한 성장, 같은 조합을 활용하더라도 큰 결과의 차이를 경험하게 됩니다.



▲ 랭킹이 매겨지는 콘텐츠에서는 다른 방식의 덱구성이 필요합니다




뭐랄까요, 보통 모바일 게임에서 뭔가를 공략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단순하기 마련입니다. 역속성을 맞추거나 전투력을 상승시키는 방식이죠. 이런 방식이 잘못됐다는 건 아닙니다. 모바일 플랫폼에서 오는 피로도를 줄이면서 나름의 성취감을 챙긴다는 장점이 있으니까요. 다만 이 경우 실질적으로 파훼의 즐거움을 누리긴 어려워요.

하지만 P5X는 이런 애매함을 일부 콘텐츠에서는 과감하게 버렸습니다. 일부라고 전제를 둔 건 실제로 그렇기 때문입니다. 모든 콘텐츠에서 고민해야 할 강한 전략성을 넣어둔 건 아니거든요.

이런 점은 확실히 모바일 특유의 편의성을 고려했다고 생각됩니다. 모든 콘텐츠에서 공략법이나 콤보 구성 등이 강요된다면 아무래도 최근 모바일 라이브 게임들의 특성상 피로도의 문제가 발생했을 수 있죠. 특히 일명 숙제라고 불리는 일일 반복 콘텐츠 쪽에서 말이에요.

최근에는 이런 모바일 겸용 게임들은 일일 반복 콘텐츠에 너무 많은 시간과 수고가 들어가는 걸 유저들이 크게 반기지 않는 편입니다. 이 때문에 자동 전투 등을 필수적으로 포함하는 경우도 많아졌죠.

P5X는 이런 부분을 넣을 곳에는 넣고, 뺄 곳에는 빼면서 확실히 구분지었습니다. 반복 콘텐츠에서는 자동 전투만 돌려도 아무런 문제 없이 클리어가 가능할 정도의 난이도로, 대신 일회성 혹은 랭킹이 필요한 부분 등에서는 전략적인 고민을 하도록 말이죠.



▲ 콘텐츠마다 다른 플레이 방식이 요구됩니다

아쉬운 건 이런 전략적 파훼의 장점이 스토리 2장, 최후반부에 가면 빛을 잃는다는 겁니다. 1장의 보스 기믹과 퍼즐, 상자 픽 등에 흥미를 느끼며 게임의 재미에 두근거릴 쯤 2장이 시작되고, 더 강력해진 보스 기믹에 놀라게 됩니다. 하지만 천수각 후반으로 갈 수록 이러한 즐거움과 흥미로움이 사라져가죠.

정보를 열심히 읽은 뒤 덱을 구성하고 도전버튼을 눌러 하나씩 깨부쉈던 기믹은 어디로 사라지고, 그냥 강적과 마주하면 바로 전투가 시작되어버립니다. 심지어 그렇게 시작한 전투에서 두근거리며 적의 정보를 눌러보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냥 평범하게 조금 더 강한 몬스터가 턱 하고 있을 뿐이에요.



▲ 아까까지 고민해야 하던 공략법은 사라져버린 상황

이건 전투만 그런 게 아닙니다. 키 픽을 사용해야만 열리던 보물 상자들은 온데간데없고, 모든 보물 상자들이 그냥 스페이스 키만 누르면 열려버립니다. 그 와중에 맵은 1장의 몇 배가 될 정도로 넓은데, 당장 강적을 공략하는 재미가 사라져버리니 게임이 급격히 단순하게 느껴집니다.

그렇게 단순해진 맵에 남은 거라곤 오직 퍼즐뿐이죠. 직전까지 파훼의 재미로 반짝이던 게임은 어디로 사라지고, 속성 정도만 맞추면 되는 평범한 게임이 눈앞에 나타납니다. 문제는 이 아쉬운 부분이 갑작스럽게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뭐랄까 게임이 갑자기 덜 만들어진 느낌이에요. 분명 천수각 어디쯤까진 분명 알던 그 게임인데, 갑자기 일부가 사라져버리니 이거 뭔가 기믹을 넣다 말았나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죠.

물론 이는 스토리 던전에서의 일부 아쉬움일 뿐입니다. 메멘토스 내 강적들은 여전히 다양한 공략법을 필요로 하고 있으니까요. 워낙 출시 시점 게임의 콘텐츠적 완성도가 높다 보니, 한창 몰입하고 집중해서 스토리 모드를 플레이하던 중에 마주하는 허점이라 아쉬움이 좀 더 크게 다가오는 편입니다.



▲ 강적의 정보를 확인하고 도전하던 시스템은 갑자기 어디로 사라졌을까요


놀랄 정도의 높은 완성도, 그리고 원작의 향기




P5X는 멀티 플랫폼 게임입니다. 하지만 엄밀히 본다면 콘텐츠의 퀄리티와 완성도는 분명 콘솔 게임에 가깝습니다. 해본 모두의 소감이 ‘콘솔 게임을 모바일에 그대로 이식했다'인 건 이유가 있는 거죠.

이는 그냥 간단하게 콘솔 게임 급 비주얼을 모바일에 가져왔다는 게 아닙니다. 그냥 그래픽 정도가 좋은 모바일 게임은 차고 넘칩니다. 그런 게임들 대다수가 PC까지 지원하는 멀티 플랫폼의 탈을 쓴 게임이기도 하고요.

P5X는 비주얼과 함께 콘솔 혹은 PC 패키지 게임에서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 양과 퀄리티를 가져왔습니다. 그것도 높은 완성도와 함께요.




게임은 철저하게 콘솔 게임에서 볼 수 있을 만한 진행 방식과 콘텐츠 흐름을 보여줍니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자연스럽게 긴 흐름으로 진행되는 튜토리얼, 컷신부터 영상과 장면을 분할한 대화신 등 몰입도를 높이는 다양한 스토리 연출, 맵 곳곳에 위치한 퍼즐과 공략이 필요한 강적 등 많은 부분이 그렇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콘텐츠의 양도 매우 많고, 또 다양합니다. 스토리 쪽이 메인이지만, 외에도 공략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메멘토스, 기본적인 재료 던전들, 속성별 던전, 한정 랭킹 던전, 서브 스토리를 볼 수 있는 퀘스트들, 파라미터를 올릴 수 있는 도시 활동, 여기에 페르소나5와 콜라보한 이벤트 스토리까지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정말 꽉 채워져 있습니다.

현재 기준으로는 길드 개념인 낙원에서 진행하는 흉몽의 문이나 순위가 매겨지는 마음의 바다 시련을 제외하곤 완벽히 싱글 게임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역시 그 일부 중 하나죠. 대부분의 메인 콘텐츠에서 굳이 남과 경쟁할 필요가 없기에 자신만의 속도감에 맞춰서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싱글 게임으로서 충분히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콘텐츠의 양과 질 모두 잘 마련되어 있고요.

심지어 어지간한 성장치를 달성한 뒤에 오는 소위 '분재 게임'으로서의 타임에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리듬 게임, 축구, 야구, 낚시, 캡슐 뽑기까지 준비되어 있습니다.



▲ 파라미터를 올릴 수 있는 도시 활동




그리고 이 여러 콘텐츠를 제대로 집중해서 즐기고 싶다면 PC를 통해, 좀 더 간소하게 경험하고 싶다면 모바일을 통해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모바일의 경우 원활한 플레이를 위해선 어쩔 수 없이 그래픽 수준을 낮춰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또 하나 아쉬운 건 전체적 게임의 완성도에 비해 초반부 스토리의 전개가 엉성하다는 점입니다. 게임의 몰입도가 높은 만큼, 대부분의 게이머들이 초반 스토리에 매우 큰 기대를 하고 집중하는 시점에서 영 맥이 빠지는 이야기가 흘러나와버립니다. 이는 두 번째 스토리가 흥미롭게 흘러가면서 더 아쉽게 느껴지죠.



▲ 현재 진행 중인 페르소나5 콜라보 이벤트 스토리




개인적으로는 P5X의 큰 장점이자 단점은 아무래도 페르소나5를 너무 잘 가져왔다는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원작의 특징적 측면을 너무나 잘 살려 녹여냈기에 원작 팬들에게 마치 DLC를 플레이하는 듯한 만족감을 줬지만, 반대로 처음 접하는 유저들에게는 전체적으로 너무 어렵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P5X는 메인 캐릭터들의 일러스트부터 마치 만화책을 보는 듯한 특유의 말풍선, 붉은색과 검정색으로 이루어진 메인 컬러감, UI 등 당장 비주얼의 측면에서 깜짝 놀랄 정도로 원작의 특징을 잘 가져왔습니다. 시리즈 팬의 입장에서 일단 이정도면 충분히 만족하고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정도로요.

전투 시스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전체적으로 페르소나5와 비슷하게 흘러가기에 원작을 플레이했던 유저라면 큰 어려움 없이 전투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스킬을 읽어보고, 상황에 맞춰 사용하고, 약점 속성을 통해 한 번 더 공격하는 그런 방식이 익숙하니까요. 그리고 이는 위에서 언급한 전략적 측면과 합쳐져 높은 만족감을 전달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이를 평범한 모바일 게임 정도로 생각하고 진입한 유저에게는 이런 세심한 전투 시스템이 마치 장벽처럼 다가갈 수 있습니다.

당장 캐릭터들의 스킬만 하더라도 단순하지 않습니다. 고유 용어가 많이 나오는데다가 스킬의 발동 효과와 조건 등도 하나하나 존재하기 때문이죠. 제대로 용어 하나하나를 눌러보고, 그 발동 조건들까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이 스킬은 무슨 효과를 가져오는지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물론 콘솔 게임을 자주 해온 이들에게는 크게 어려운 게 아닐 겁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모바일 게임을 위주로 해왔던 게이머에게는 세심한 설명이 없다면 알아차리기 쉽지 않은 부분입니다. 이러한 어려움이 초반 스토리의 개연성 부족과 합쳐져 진입 장벽처럼 느껴질 수 있죠.




완벽하지는 않지만, 잘 만들어진 게임
P5X는 완벽한 게임은 아닙니다. 앞서 말한 신규 유저층에 대한 진입 장벽, 첫 번째 스토리의 개연성 부족, 모바일 기기에 대한 최적화 문제, 최근 업데이트로 고쳤지만 번역 문제 등 단점도 분명히 있습니다.

최근 모바일 게임들이 채택하는 주요 시스템 역시 대부분 들어가 있습니다. ‘숙제’로 불리는 일일 및 주간 단위 콘텐츠, 자동 및 반복 전투, 캐릭터 및 전용 무기 뽑기 시스템, 패스 시스템 등이죠. 그리고 이러한 모바일의 편의성 시스템은 딱히 특별할 건 없습니다. 모두가 알고 있고, 이미 경험해본 시스템이죠.

하지만 그 모든 단점과 당연함을 덮을 수 있을 정도로 게임 자체의 완성도가 높습니다. 페르소나5라는 잘 만들어진, 탄탄한 팬층을 지닌 콘솔 게임을 충분히, 그리고 흥미롭게 모바일 게임으로 재해석해냈죠.







원작의 전투 시스템과 특유의 비주얼, 팬들의 향수를 자극할 수 있는 기존 괴도단, 시리즈에 잘 녹아들어 가는 새로운 괴도단까지 이 정도면 정말 기대 이상으로 잘 그려냈습니다. 그러면서도 모바일 게임의 특징인 숙제 등 일일 반복 콘텐츠는 정말 10분도 채 걸리지 않도록 간편하게 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팬들을 위한 서비스도 잊지 않았어요. 출시 시점 첫 번째 픽업으로 조커를 가져온 것이나, 페르소나5와 콜라보 스토리를 이벤트로 선보인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또한 페르소나5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볼 수 있도록 메뉴도 따로 마련해뒀습니다.

이렇게 P5X는 원작에 대한 존중과 탄탄하게 설계한 콘텐츠, 뛰어난 비주얼 등을 모두 잡아냈습니다. 그 덕분에 분명 모바일의 느낌이지만 플레이는 콘솔 게임을 하는 듯한 기분을 주는, 잘 만든 게임이 탄생했죠. 페르소나5의 DLC라고 해도 충분할 정도로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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