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구야 ‘진짜’ 노올자~ 탄광마을의 흰둥이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을 플레이한다면 이런 느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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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구의 따뜻하고 한편으로는 모험이 넘치는 특별한 나날이 돌아왔습니다. 지난번 시리즈가 광주 오잉마을에서의 특별한 여름 방학을 다뤘다면, 이번에는 강원도 양양의 무지안굽어마을의 일상을 선보입니다.

아빠 신형만의 일 때문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있는 무지안굽어마을로 오게 된 짱구, 짧은 기간이 아닌 만큼 전작에 비해 배경도, 할 일도, 스토리도 훨씬 커졌습니다. 아니, 전작과 비교하는 게 미안할 만큼 게임의 콘텐츠적 볼륨이 배로 풍성해졌어요.

특히 이번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흰둥이와 짱구만이 공유하는 비밀스러운 곳, 짱구는 단감마을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탄광마을인 게임의 두 번째 배경이 아닐까 싶습니다. 무지안굽어마을과 탄광마을, 두 장소에서 펼쳐지는 짱구의 두근두근한 새로운 일상으로 함께 떠나볼까요.



게임명: 짱구는 못말려! 탄광마을의 흰둥이
장르명: 어드벤처, 시뮬레이션
출시일: 2024.5.2
리뷰판: 출시 빌드
개발사: neos
서비스: neos, 대원미디어
플랫폼: Switch
플레이: Switch


짱구와 함께 떠나는 탄광마을로의 모험




이번 짱구는 못말려 게임은 확실히 전작에 비해 좀 더 볼륨이 커졌습니다. 모든 면에서요. 게임의 목표도 확실해졌고, 스토리는 정말 비교하기 힘들 만큼 흥미로워졌습니다.

우선 짱구가 하는 모든 행동, 즉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목적이 생겼습니다. 큰 목표 없이 무난히 즐길 수 있는 콘텐츠 대신, 그 모든 콘텐츠에 ‘왜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만들어냈어요.

전작이 궁극적인 목표 없이 느긋하게 낚시를 하고, 산나물을 캐고, 곤충을 잡았다면, 이번에는 그 모든 수집 요소에 연계되는 추가 콘텐츠들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 추가 콘텐츠는 매우 유기적으로 또 다른 콘텐츠들과 연결되며 이 모든 건 그대로 스토리와도 이어지죠.




열심히 낚시한 물고기들, 채집한 산나물과 곤충들은 도감을 채운 것 만으로 용돈이 되기도 하고, 두 마을의 주민들과 게시판을 통해 물물 교환을 할 수도 있어요. 밤에만 채집할 수 있는 반딧불이 역시 쏠쏠한 용돈 벌이가 되고요.

그리고 이렇게 열심히 모은 짱구의 소중한 용돈은 스토리를 진행하는 데 필요한 발명품이나 요리의 재료를 구매하는 데 쓸 수도 있고, 추후에 열리는 광차 레이스의 광차 부품을 추가하는 데 사용할 수도 있죠. 물론 재료들은 수집하거나 물물교환으로 천천히 획득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렇다고 스토리가 적은 것도 아닙니다. 무지안굽어마을을 지나 탄광마을까지 짱구의 모험을 따라가는 메인 미션과 함께 도감 수집, 마을에 대한 퀴즈, 사람들의 추억이 담긴 음식 제공 등 다양한 콘텐츠를 다룬 서브 미션들도 꽉 채워져 있습니다.

특히 메인 스토리의 경우 그냥 예의상 들어가 있던 전작과 달리 ‘진짜’ 짱구는 못말려의 이야기를 선보입니다. 아빠의 일을 따라 할아버지 할머니가 있는 양양으로 온 짱구가 평온한 시골 마을의 일상을 즐기던 중 흰둥이의 인도로 도움이 필요한 탄광마을을 발견하며 벌어지는 일들을 담고 있죠.




탄광마을에서 만나는 사람들 역시 단순하지 않습니다. 소녀 탄이와 짱구가 좋아하는 예쁜 누나이자 어딘가 괴짜인 발명가 줄리, 짱구의 도움으로 점점 북적이는 음식점 주인 담기 아줌마, 목욕탕을 운영하는 수파 할머니와 광부 고집 할아버지, 어딘가 악당스러운 탄광마을 지도자 미니멀리까지, 여러 매력을 가진 등장인물들이 짱구와 함께 어우러지며 두근두근한 이야기를 이어나갑니다.

탄광마을이 이렇게 메인 스토리를 진행해나가는 장소라면, 무지안굽어마을은 다양한 재료들을 수집할 수 있는 장소입니다. 논밭부터 산, 계곡 등 마을의 구석 구석을 다니며 낚시도 하고, 곤충도 채집하고, 산나물도 캐고, 밭에서 채소도 수확할 수 있죠. 밤이 되면 용돈, 아니 반딧불이도 잡을 수 있고요.







그 과정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를 비롯해 다양한 수집 미션을 주는 친구들 안굽어레인저Z, 도감과 반딧불이로 용돈을 챙겨주는 청나 누나, 마을 어머님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카레집 주인 하늘이 형 등 항상 평온한 마을 사람들도 만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두 공간에서 각자 다른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하지만 절대 단편적이지 않죠. 메인 스토리는 당연하게도 연속되며, 서브 미션들 역시 각 미션마다 제공자의 이야기를 쭉 이어서 전달합니다. 우리는 그 모든 과정을 두 마을을 넘나드는 짱구와 함께 경험할 수 있고요.





놓치지 않은 힐링과 여유로움, 그리고 자유로움




게임은 이렇게 훨씬 커진 볼륨을 제공하면서도 힐링과 따스함, 그리고 여유로움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보통 게임 속에서 할 거리가 많아지면, 그만큼 게임 자체가 복잡해지고 빠듯하게 흘러가기 마련임에도 말이죠.

탄광마을의 흰둥이가 여유로울 수 있었던 건, 인게임 콘텐츠들에 뭔가의 제한이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게임 속에서 무엇을 하든 모두 짱구 마음대로입니다. 눈을 떴는데 오늘은 낚시가 하고 싶다면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낚시만 해도 되고, 오늘은 무지안굽어마을이 아니라 탄광마을에서 하루를 보내고 싶다면 그렇게 해도 되죠.

밤이 되었을 때 아무것도 안하고 그저 잠자리에 들어도 괜찮고, 반대로 잠이 쏟아져 참을 수 없을 때까지 집 근처를 돌아다니며 밤에만 수집할 수 있는 물고기와 곤충을 얻으러 다녀도 됩니다.




미션 재료를 모으는 것 역시 마찬가지로 플레이어, 아니 짱구 마음입니다. 시간제한이 전혀 없기 때문에, 용돈을 써서 빠르게 재료를 모아도 되고, 느긋하게 물물 교환을 통해 하나하나 차곡차곡 모아도 됩니다.

이렇게 게임 속에서 아무런 제한이 없기에 게임 자체가 매우 여유롭습니다. 분명 할 거리는 전작에 비해 훨씬 많아졌지만, 그럼에도 그 특유의 분위기는 잃지 않았어요. 물론 제한이 없기에 본인만 원한다면 그 어떤 게임에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빠듯한 일정을 소화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재료를 모으는 방법이 직접 수집 외에도 구매, 교환 등 선택지가 좀 더 많아졌기에 게임을 즐기는 방식 역시 좀 더 다채로워졌죠. 자유로워졌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그냥 정말 할 게 없어서 자유로웠던 전작과는 전혀 다릅니다.




누군가는 광차 파츠를 사모아 자신만의 광차를 만들기 위해 용돈을 아끼려고 할 겁니다. 그렇다면 미션에 필요한 물품들은 직접 발로 뛰어서 모아야겠죠. 열심히 낚시도 하고, 채집도 하면서 1차 재료를 직접 수집하고, 그렇게 모은 재료로 희귀 광물이나 희귀 요리 재료들을 교환해야 합니다. 자연스레 게임 진행은 빠듯해지겠지만, 스토리는 천천히 느긋하게 볼 수 있겠죠.

광차 레이스에 큰 관심이 없는 누군가는 빠른 스토리 진행을 위해 얻은 용돈을 전부 재료 구매에 투자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게임은 훨씬 빠르게 흘러가지만 플레이 자체는 여유로워질 수 있어요.

이렇게 게임은 커진 볼륨 속에서도 자유로움과 여유로움을 제공합니다. 덕분에 플레이어는 자신에게 맞는 속도로, 뭔가에 쫓길 필요 없이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고요. 열심히 수집하는 것도, 아니면 천천히 풍경을 즐기는 것도 모두 본인의 선택에 달려있죠.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을 플레이하는 기분




탄광마을의 흰둥이는 마치 짱구는 못말려의 극장 버전 애니메이션에 들어와 있는 듯한 즐거움을 주는 게임입니다. 탄광마을을 단감마을로, 인연의 돌을 인형의 돌로 듣는 짱구도 여전하지만, 특히나 탄광마을 주민들이 각자의 개성을 잘 살려내 이야기의 즐거움을 배로 끌어올렸거든요.

흰둥이의 인도로 우연히 찾아낸 신비로운 탄광마을, 그리고 그 마을에서 짱구를 기다렸다는 탄이, 어딘가 엉뚱하지만 마을에 필요한 발명품들을 선보이는 줄리, 어딘가 꿍꿍이가 있는 듯한 탄광마을 지도자 미니멀리, 짱구의 도움으로 문제를 해결해가는 여러 탄광마을 사람들까지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가는 즐거움이 가득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는 건 감성적인 그래픽과 음악, 이번 작에서도 놓치지 않은 현지화 덕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그래픽의 경우 무지안굽어마을의 한낮, 노을 진 오후, 가로등 불이 밝혀주는 밤의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하면서 특유의 몽글몽글함을 잘 전달합니다. 계단식 논에 비친 파란 하늘의 모습, 산 위에서 내려다보는 주홍빛으로 물든 강, 반딧불이가 반짝이는 검푸른 밤을 보고 있자면 어딘가 마음 한 곳이 포근해지는 기분이에요.

탄광마을은 좀 더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깁니다. 시간에 따라 변하는 건 없지만, 항상 노을이 진 듯한 색감과 몽환적인 배경 음악, 여기에 탄광이라는 특징을 살려 어딘가 정돈되지 않은 듯한 모습을 통해 무지안굽어마을과는 완전히 다른 특이한 느낌을 전달하죠.







뿐만 아닙니다. 뭔가를 찾았을 때 짱구가 내는 목소리나, 땅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는 발걸음 소리 등 작은 부분에서도 나름의 세심함을 잃지 않았어요. 졸려하는 짱구의 목소리를 듣다보면 함께 잠들어야 할 것 같더군요.

현지화도 잘 되어 있습니다. 강원도 양양이라는 지명부터 사투리, 짱구의 말장난을 비롯해 고집불통인 고집 할아버지, 짱구의 할아버지인 돌식 할아버지의 이름 등 이번 작품 역시 여기저기 신경 쓴 부분이 많이 보이는 편입니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성우들의 목소리도 그대로입니다. 오리지널 캐릭터들이 많지만, 짱구는 물론이고 짱구 가족들의 반가운 목소리가 중간중간 들려오기에 어색함 같은 건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조금 아쉬운 건 짱구 가족들의 분량이 전작에 이어 거의 없다는 점이죠. 스토리에 간간이 조금씩이라도 등장했다면 훨씬 즐겁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탄광마을의 흰둥이, 평소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을 즐겨 본다면 꼭 한번 플레이해보면 좋을 게임입니다. 감성적인 풍광 속 벌어지는 짱구의 느긋한 모험, 그리고 본인의 속도에 온전히 맞출 수 있는 인게임 콘텐츠까지, 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거든요.



  • 진짜 짱구의 모험을 함께하는 듯한 스토리
  • 자신만의 속도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
  • 감성적 분위기를 잘 살려낸 두 개의 배경
  • 미션을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콘텐츠들
  • 여전히 아쉽게 느껴지는 짱구 가족들의 분량
  • 간간이 보이는 자막 오타

리뷰 플랫폼: Switch (출시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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