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블로 이모탈 두 번째 신직업 '격풍사', 어떻게 만들어졌나?

인터뷰 | 정재훈 기자 | 댓글: 16개 |

하나의 IP를 공유하는 여러 시리즈 작품들은, 업데이트도 대부분 비슷한 방향으로 가게 된다. 하나가 튀어버리면 세계관이 흔들리고, 세계관이 흔들리면 다른 작품도 영향을 받기 마련이니까. 색다른 걸 넣으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세계관도 고치고, 설정도 덧붙이면서 말이다.

'디아블로3' 당시 '부두술사'가 공개되었을 때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다. 지금이야 너도나도 부두술사를 알지만, 당시 공개된 부두술사는 '이게... 디아블로?'라는 말을 듣기 딱 좋을 정도로 튀었다. 토라자 밀림이니 숨겨진 도시 '테간제'니 말 많은 친구 압드 알 하지르의 일지까지 덧붙이면서 온갖 설명을 더한 후에야 게이머들은 부두술사를 받아들였다.

이런 와중임에도, '디아블로 이모탈'은 큰 걸음으로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다. 첫 추가 직업인 '혈기사'는 다소 뜬금없긴 했지만, 디아블로4에 '피의 시즌'을 만들어내며 온갖 흡혈귀 설정을 덧붙인 끝에 그럭저럭 수용되었다. 하지만, 두 번째 추가 직업인 '격풍사(Tempest)'는 뭔가 더 색다르다. 도대체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모를 설정과 컨셉. 개발진에게 직접 물어보았다.


Q. 인터뷰에 앞서 본인 소개부터 해줄 수 있나?

라이언 퀸: 격풍사에 대해 말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 난 디아블로 이모탈 개발진에서 선임 내러티브 디자이너를 맡고 있는 라이언 퀸(Ryan Quinn)이라고 한다.

스캇 버지스: 스캇 버지스(Scott Burgess)다. 디아블로 이모탈의 리드 게임 디자이너를 맡고 있다.



▲ 블리자드 라이언 퀸 선임 내러티브 디자이너(좌), 스캇 버지스 리드 게임 디자이너(우)


Q. 먼저 가장 핵심부터 물어보고 싶다. '격풍사'는 어떤 직업인가? 컨셉이나 게임 세계관과 연관해 어떤 배경을 가졌는지 알고 싶다.

스캇 버지스: 우리가 개발을 하는 과정에서도 격풍사는 상당히 즐거운 직업이었다. 디아블로 이모탈 개발팀은 모두가 한 자리에 모여 브레인스토밍을 할 때가 있는데, 이 때 한 아티스트가 테마와 아트를 발표했고, 모두가 이를 흥미롭다 생각했다.

디아블로 이모탈에 전제하고 있는 직업군을 총체적으로 리뷰한 적이 있는데, 기동성을 갖췄고, 소환수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근접전을 치르는 직업군이 딱히 존재하지 않았다. 개발 측면에서는 부족한 역할군을 채워넣을 수 있으면서, 흥미롭고 새로운 컨셉을 지닌 캐릭터인 만큼 충분히 개발할 만한 동기가 있었다.

라이언 퀸: 우리가 초기 직업 구상 단계에서 생각한 것이, 어둡고 잔혹한 이미지를 가진 바로 전 출시 직업 '혈기사'와는 상반되는 톤의 직업을 만들어야겠다는 점이었다. 때문에 바람과 물을 다룬다는 컨셉이 꽤 흥미롭게 다가왔고, 앞서 말한 브레인스토밍을 거치며 직업 컨셉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Q. 그럼 격풍사의 서사적 배경은 어떻게 되는 건가?

라이언 퀸: 우리는 '격풍사'를 칼춤을 추는 캐릭터로 상정했다. 빠른 기동성을 지닌 근접 전사로 파도와 바람이라는 마법적 힘을 같이 활용해 매우 역동적인 전투를 펼치는 직업이면서, 동시에 해안 마을 출신으로 자신의 고향을 지키기 위해 힘을 기른 전사들이라는 서사를 지니고 있다. 격풍사의 출신 지역은 신비한 안개로 둘러싸인 해안이며, 격풍사들은 선조들의 유지를 잇고, 항해를 통해 외부와 소통하며 살아간다.

성격은 '태풍의 눈'과 같다고 표현할 수 있는데, 침착함과 절제를 지니고 있지만, 이를 표출할 때는 무엇보다 격렬하고 혼돈에 가까운 에너지를 내뿜는 형태이다.



▲ 바람과 파도, 침착함, 역동적, 빠름, 유연함, 소환수 등이 격풍사의 키워드


Q. 격풍사의 '고향'이 정확히 어떻게 되는지, 기존 성역과 연관해 더 자세히 말해줄 수 있나?

라이언 퀸: 기본적으로 격풍사는 이브고로드의 북쪽, 얼어붙은 바다에 있는 '추이에 제도'에 위치했던 '펠가인' 제국의 유민들이다. 오래 전 이 지역은 두 명의 네팔렘이 다스렸고, 세계석이 불안정해지자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대에 두 명의 네팔렘 간 의견이 엇갈렸다. 이는 내전으로 번졌고, 이 과정에서 선을 넘은 위정자들의 결정으로 인해 파도와 바람의 분노까지 사 버렸다.

결국 제국은 몰락했고, 한 때 수도였던 지역은 버림받은 도시가 되어 버렸다. 격풍사는 이 과정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아 생존해낸 이들로, 한 때 북부를 호령한 제국민의 후손이라는 자긍심, 잔해 속에서도 생존을 도모해야 했던 결단력, 그리고 남은 사람들 간의 유대와 바다 괴물들로부터 고향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해지면서 지금의 민족성을 만들어냈다.

격풍사는 추이에 제도를 항해하며 폭풍과 파도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Q. 트레일러에서는 배 위에서의 전투 장면 등 기존에 없던 연출이 등장했는데, 관련해 새로운 콘텐츠나 시나리오가 제공되는가?

스캇 버지스: 격풍사의 출시와 동시에 오리진 퀘스트를 플레이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격풍사의 플레이와 설정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배 위에서의 전투도 진행된다.



▲ 격풍사의 오리진 퀘스트에서 선상 전투가 벌어진다.


Q. 작년 혈기사와 올해 ‘격풍사’에 이르기까지, 디아블로 이모탈은 클래식한 직업 외 새로운 컨셉의 클래스를 계속 선보이고 있다. 신규 클래스의 전반적인 컨셉 제작 과정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스캇 버지스: 이전 답변에서 살짝 말했지만, 일단 전반적인 직업군의 역할과 플레이 방식을 검토한 후, 더할 수 있는 것, 기존에 없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한다. 격풍사의 대표적인 요소인 '소환수', '기동성', '근접 전사'의 조합이 이 과정을 통해 결정되었다.

직업 정체성이 확립되고 나면, 보다 상세한 컨셉을 덧붙이는 식이다. 격풍사의 대표적인 능력은 '미풍'인데, 플레이어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물로 만들어진 분신이다. 이 미풍은 게임 내내 플레이어와 함께하며, 폭발적인 공격을 쏟아붓는다.



▲ 굉장히 빠른 전투 리듬을 갖춘 직업


Q. 개발팀이 ‘격풍사’를 통해 어떤 유형의 파워 판타지를 충족시키고자 했는지 궁금하다. 개발팀이 구상한 플레이와 ‘격풍사’의 이미지는 어떤 형태인가?

라이언 퀸: 앞서 말했지만, 격풍사는 춤을 추듯 부드럽게 움직이며 공간을 제압하고, 빠르게 공격을 퍼붓는 플레이를 추구한다. 게임 플레이 측면에서는 파도와 바람이라는 두 가지 원소를 활용해 적의 움직임을 제어하고, 전장을 유리하게 조형하면서 근접 전투를 펼치는 마법사와 비슷한 형태가 되길 바랐다.

동시에, 격렬한 전투와 반대되게 내적 면은 침착하길 바랐기에, 목소리 녹음 과정에서는 이를 더 중시하면서 진행했다.

첫 기획 단계에서, 우리는 격풍사가 '오랜 기간 고립되어 있던 사회'로서 여겨지길 바랐다. 자긍심과 오랜 역사, 독자적인 문화를 지니고 있지만, 주류 세력과의 교류는 뜸했던 세력 말이다. 캐릭터 디자인 과정에서도 이 점이 반영되었는데, 기존에 없던 머리 장식들을 볼 수 있으며, 실존 문명 중 한대성 바다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문명들에게서 영감을 많이 받았다. '추위에 강한 민족'임을 드러내는 것 또한 필요한 과정이었다.

문명과 건축 양식에서는 '극지방에서 태동한 대제국'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구상했다.


Q. 디아블로 이모탈의 다른 7개 직업과 비교해 ‘격풍사’는 어떤 점에서 차별화되는가?

스캇 버지스: 기존에 존재하던 '악마사냥꾼'또한 빠른 템포와 리드미컬한 전투를 추구하는 직업이긴 하다. 격풍사는 '미풍'을 통해 유니크한 플레이 스타일을 만들고자 했다.

한 가지 더 더한 건 '바람날'과 '물날' 시스템이다. 바람날을 쓰면 굉장히 빠른 속도의 연계 공격을 펼칠 수 있으며, 물날은 마치 채찍을 다루듯 유연한 형태로 광역 공격을 퍼부을 수 있다.

라이언 퀸: 기존 직업들은 굉장히 동작도 크고, 강력함을 드러내는 식이지만, 격풍사는 매우 침착하고 조심스러운 성격의 캐릭터이다. 스캇이 말한 '미풍'이 패시브로 존재한다는 것이 꽤 큰 차이점인데, 이 미풍은 따로 조작할 필요 없이 알아서 전투를 돕기에 언제나 둘이 함께한다는 느낌을 준다.



▲ 광역기를 다수 보유한 직업이다


Q. 다른 디아블로 시리즈에서 ‘격풍사’와 연관된 요소를 찾을 수 있는가? (미래 계획 포함)

라이언 퀸: 좋은 질문이다. 우리는 블리자드 내 다른 디아블로 프로젝트 개발팀과도 항상 많은 토론을 진행한다. 예를 들어 '혈기사'를 출시할 때 디아블로4에서는 '피의 시즌'을 진행했던 바 있다. 어떻게 연계를 시키냐에 대한 결정은 각 개발팀에서 독자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격풍사와 연관된 설정이 바로 어떻게 연결될 거라 말하기는 좀 어렵지만, 가능성은 점쳐볼 수 있다.


Q. '미풍'에 대한 설명이 많은데, 정확히 미풍은 어떤 형태의 소환수인건가?

스캇 버지스: 미풍은 공격을 할 때 자동으로 소환되며, 따로 조작이나 설정이 필요치 않은 캐릭터의 기본적인 패시브라 보면 된다. 미풍은 나를 따라오진 않는다. 한 자리에 머물며 플레이어의 행동을 따라하는 식이며, 미풍이 위치하는 곳이 곧 전투 공간이 되는 형태다.



▲ 제자리에 머물며 플레이어의 공격을 복사하는 '미풍'


Q. 신규 직업 출시 주기는 1년에 1개를 목표로 하고 있는가?

스캇 버지스: 일단 지금 말할 수 있는 건 직업과 관련된 작업이 무척 재미있다는 점이다. 내부적으로도 굉장히 즐겁게 수행하는 직업인데, 완전히 새로운 직업이나 기존에 사랑받아온 전통적인 직업 모두 작업 자체는 매우 즐겁다. 지금도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가고 있지만, 정확히 주기가 정해져 있다고 말하긴 어렵다.


Q. 격풍사가 적 다수를 파고들며 유연한 전투를 펼칠수록 위력이 극대화 된다고 설명했는데, 반대로 막강한 능력을 지닌 단일 적을 대상으로는 타 직업 과 비교해 효율이 좋지 않다는 뜻인가?

라이언 퀸: 명확하게 격풍사는 굉장히 많은 범위 기술을 지니고 있다. '이안류'를 통해 파도로 적을 몰아올 수 있고, '측풍'을 통해 일시적으로 세 기의 미풍을 만들어내 한 방향으로 공격을 집중시킬 수도 있다.

앞서 '바람날'과 '물날'에 대해 말한 바 있는데, '바람날'의 경우 한 대상에게 강력한 피해를 줄 수 있는 공격이며, '물날'은 많은 타겟을 한 번에 공격할 수 있는 기술들로 이뤄져 있다. 물론, 빌드에 따라 얼마든 상황에 따라 다른 기술들을 활용할 수도 있다.


Q. 격풍사의 전설 아이템을 통해서 스킬이 어떤 형태로 변하는지. 격풍사의 전설 장비들에 대해서 소개를 해주었으면 합니다.

라이언 퀸: 개인적으로 재미있다 생각하는 건 '오버플로우'가 있다. 오버플로우는 패시브로 적용되어 적의 바닥에서 폭발해 적을 계속 공중으로 띄우는 옵션이다. 또 어떤 아이템은 격풍사의 공격 중 전면 돌진기인 '돌풍'을 돌진기에서 바람 투사체를 마치 기관총처럼 쏘아보내는 기술로 바꾸기도 한다.





Q. 격풍사의 서사는 기존 디아블로 시리즈와 완전히 분리되어 있고, 동시에 새롭다. 이는 신선하게 다가오지만, 동시에 기존 팬들에게는 이질적으로 여겨질 수도 있는데, 앞으로의 업데이트 또한 같은 방향으로 이뤄지는가?

라이언 퀸: 디아블로 이모탈을 처음 개발할 때 우리의 목표가 '좋은 밸런스'였다. 캐릭터 간의 파워 밸런스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새로움과 익숙함 간의 균형을 말한다. 디아블로 이모탈은 '디아블로2'와 '디아블로3' 사이의 시간을 다루기 때문에 두 게임의 팬들에게 친숙한 요소들을 다룰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당연히 앞으로도 이를 활용할 예정이다.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게임으로서 기존의 게임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 것 또한 옳으며, 우리는 이를 50:50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도 새로운 무언가를 선보이면서, 동시에 친숙한 요소들을 활용하는 건 디아블로 이모탈이 계속해서 견지할 업데이틀 방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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