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두 번째 이야기, ‘세누아의 전설: 헬블레이드2’

감상의 몰입도는 최상, 하지만 게임 장르적 재미는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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귓가에는 소곤거리는 환청이 끊임없이 들려온다. 조금이라도 고통스러운 상황이 닥치면 눈앞은 어느새 몰려든 환상으로 가득 찬다. 정신 질환이라는 소재를 강렬한 연출과 스토리로 풀어낸 헬블레이드가 후속작, 세누아의 전설: 헬블레이드2로 돌아왔다.

어둡고, 잔인하고, 안타깝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스토리는 보이는 것 이상을 담고 있고, 여전히 생각할 거리는 많다. 분명 직접적인듯 하지만 은유적으로 그려낸 세누아의 여정이 이번 작품에서도 이어진다.

※ 해당 리뷰는 Xbox로부터 리뷰 코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게임명: 세누아의 전설: 헬블레이드2
장르명: 액션, 어드벤처
출시일: 2024. 5. 21
리뷰판: 1.0.0.0.158523
개발사: Ninja Theory
서비스: Xbox Game Studios
플랫폼: PC, Xbox
플레이: PC


모두 연결되는 장면, 그리고 뛰어난 몰입도




헬블레이드2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확실하다. 바로 어마어마한 몰입도다. 귓가에서 계속해서 들려오는 목소리와 어두운 배경, 집중해야 하는 스토리 등 분명 플레이 과정에서 피로하게 만드는 요소가 꽤 있지만 그럼에도 게임을 끊지 않고 엔딩까지 쭉 플레이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한 몰입도를 자랑한다.

이는 게임의 전체적 구성과 연출 기법 덕분이다. 헬블레이드2는 모든 장면이 하나로 이어져 있다. 세누아의 의식이 잠깐 사라질 때, 즉 블랙 아웃이 일어나는 경우를 제외하면 모든 장면, 모든 챕터, 모든 플레이가 끊어짐 없이 물 흐르듯 연결된다.

마치 영화의 원테이크 기법을 보듯, 게임은 첫 장면부터 엔딩을 보는 순간까지 끊김이 없다. 장면이나 챕터가 넘어갈 때 로딩이나 페이드 아웃, 컷신 등으로 잘라내지 않고, 그대로 길게 쭉 이어낸다.



▲ 그대로 쭉 이어지는 장면 변화

인물들을 타이트하게 잡아 이야기를 선보인 뒤, 장면이 넘어갈 때가 되면 카메라가 줌아웃 되면서 배경을 잡고 그 상태로 다음 배경까지 이어진다. 그 과정에서 하늘을 잡았다 내려오거나, 그냥 줌아웃한 지면을 쭉 따라가는 식으로 시간의 흐름을 표현한다. 이후 카메라는 다시 줌인 되면서 세누아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을 포커싱하고, 자연스레 다음 장면이 이어진다.

게임 자체에서 챕터를 표기하거나, 로딩을 통해 이야기를 잠깐 멈춰가는 등 흐름을 끊는 부분이 아예 없다. 이렇게 모든 장면이 흐르듯 연결되기에 게임의 몰입도가 정말 어마어마하게 강하다. 과장이 아니라, 엔딩을 보기까지 7시간이 걸렸는데 중간에 한 번도 멈추지 않고 게임을 플레이했을 정도로 몰입도가 엄청나다.

뿐만 아니다. 게임의 첫 시작 장면인 시네마틱 영상부터 마지막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까지 컷신과 이동,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전투, 장소의 이동 등 모든 게임 내 콘텐츠가 그대로 연결되면서 마치 영상 매체를 직접 플레이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전달한다. 뭐랄까, 덕분에 한편의 긴 영화를 보듯 한 호흡에 ‘끝’을 보는 게 가능하다.



▲ 게임 플레이 내내 화면에서 UI는 찾아볼 수 없다

그리고 헬블레이드2는 게임이 지속되는 내내 플레이 화면 전체에 그 어떤 UI도 표시하지 않는다. 분명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지만, 그 어떤 ‘게임 적’인 요소도 화면에 드러나지 않는다. 그 흔한 HP도, 방향을 나타내는 표시도, 지도도, 아이템도, 심지어 조작이 필요한 키 표시조차 찾아볼 수 없다.

게임을 플레이하며 우리의 눈에 보이는 건 오직 ‘온전한 영상’ 그 자체다. 눈앞에는 보고만 있어도 압도되는 거대한 자연과, 때로는 그대로 침잠할 것만 같은 어둠과, 세누아를 비롯한 인물의 모습만이 가득하다.



▲ 전투 역시 그대로 이어진다

이는 전투에서도 마찬가지다. 분명 액션 조작이 필요하고, 너무 많이 피격당하면 리타이어되는 등 게임의 요소가 들어가 있음에도, 화면에는 세누아와 적의 HP도, 스킬셋도 그 어떤 것도 표시되어 있지 않다. 확인할 수 있는 건 적의 무기가 어떤 색으로 빛나는지, 포커스 모드를 사용할 수 있는 거울이 언제 빛나는지 정도다.

덕분에 전투는 손에 땀을 쥐게 하지만, 그동안 쌓아온 ‘감상’으로서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다. 또한 조작과 컷신을 절묘하게 섞어내며 단순히 칼을 내리치고, 또 막고, 피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감상에서 오는 다이나믹함을 추가했다.



▲ 끊임없이 들려오는 환청

시각적 연출만이 헬블레이드2의 몰입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는 건 아니다. 헬블레이드2는 시각만큼이나 청각적 부분도 매우 강렬하게 연출했다. 뭐랄까, 전작에 이어 그야말로 놀랍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을 정도로 사운드 효과가 뛰어나다.

환청은 게임 스토리 진행의 핵심이자 시리즈의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는 요소다. 그렇기에 게임 진행 내내 플레이어의 귓가에는 환청들이 들려온다. 이 환청들은 여성, 남성 등 여러 인물의 음성으로 끊임없이 들려오는데, ‘목소리’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세누아 내면이 아닌 바깥의 인물, 현실에 있는 인물들 역시 대사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

이렇게 수많은 목소리는 쉴 새 없이, 가끔은 겹쳐가면서 세누아를, 그리고 플레이하는 이를 괴롭히고 또 닦달한다. 하지만 게임은 뛰어난 스테레오 효과를 통해 이 모든 목소리가 각자의 자리를 지니도록 표현했다.



▲ 스테레오 효과로 모든 환청이 다른 방향에서 들려온다

특히 세누아의 내면에서 들려오는 소리들과 나레이터의 목소리는 청자를 기준으로 전후좌우 이곳저곳에서 위치를 바꿔가며 들려오도록 연출됐다. 마치 나의 머리속에서 진짜 그러한 내면의 목소리들이 들리는 것처럼,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주변을 둘러볼 정도로 간지럽고 또 자연스럽다.

이러한 사운드 효과는 게임의 몰입에 너무나 큰 역할을 하기에, 완벽한 경험을 위해 반드시 헤드셋이나 사운드바 등을 활용하는 걸 추천한다.





강렬한 연기, 섬세한 그래픽, 진화한 캐릭터 성




전작에서 세누아는 스스로의 내면에 삼켜진 캐릭터였다. 정신증과 과거, 그리고 현재로 고통받는 세누아의 내면엔 너무나 큰 어둠이 자리했다. 게임은 스스로의 과거를 받아들이고 자신의 어둠을 인지하는 그의 모습을 희생이라는 타이틀 명에 걸맞게 참 아프게 그려냈다.

전작이 이렇게 그의 정신증 및 과거를 받아들이는 과정에 집중했다면, 이번 작품은 그 이후 세누아의 ‘변화’에 대해 다루고 있다. 아픔을 겪어낸 세누아가 타인의 존재를 인지하고, 자신이 경험한 고통을 온전히 이해하며 그들과의 관계를 이어나가고, 그 이상의 공감을 이뤄내는 ‘변화’의 과정을 보여준다.



▲ 섬세하게 표현된 세누아의 표정

이번 작품에서 세누아는 훨씬 다양한 감정과 마주한다. 자신의 과거에서도, 내면에서도 겪어보지 못한 감정들이다. 의심과 믿음, 분노와 안타까움 등 서로 완전히 반대되는 그런 감정들이 다른 이들을 통해 세누아에게 전달된다.

그래서 헬블레이드2의 세누아는 훨씬 강하고, 분명하다. 내면은 아직 여전히 불안정하지만, 그 불안정함에 과거만큼 흔들리고 휘둘리지 않는다. 이렇게 게임은 세누아의 ‘전설’을 전작과는 또 다른 서사적 연출로 선보인다.

세누아 역의 배우인 멜리나 유르겐스의 연기 자체도 인상적이다. 내면에서 끊임없이 밀려 나오는 고통과 소란함 뿐 아니라 반대로 타인과의 교류에서 밀려 들어오는 생소한 감정들을 섬세하고 또 강렬한 표정을 통해 그려냈다.




개발사 닌자 씨어리는 이러한 세누아의 모습을 뛰어난 그래픽으로 설명하고, 또 표현했다. 모션 캡쳐를 적극적으로 활용했기에 세누아의 아주 미세한 표정 변화, 얼굴 근육의 움직임은 물론이고 심지어 전투 모션까지 모든 요소가 실감 나면서도 섬세하게 전달된다.

여기에 피부 묘사와 옷, 얼굴과 몸에 튄 물과 흙 등 다양한 사물의 질감, 날씨와 배경에서 찾아볼 수 있는 환경 요인 등 모든 그래픽적 표현 역시 뛰어나다. 특히 아이슬란드의 거대한 자연은 눈앞에 펼쳐지는 순간 그야말로 경탄의 소리를 뱉어낼 만큼 아름답다.

가까이 다가가기가 무서울 정도로 거칠게 파도치는 검고 어두운 바다, 해가 비치면 마치 천국에 와 있는 듯 부드럽고 따스한 빛으로 일렁이는 호수, 메마른 흙먼지가 밀어치는 붉은 대지 등 그 어느 하나 허투루 넘어갈 부분이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다만 줌인 상태에서의 포커싱 이동이 과한 건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스토리 컷신 중 큰 의미 없이 말하는 인물이 아닌 배경에 포커싱을 맞춘다거나, 아예 모든 곳에서 포커싱을 아웃하면서 블러를 주는 상황이 너무 자주 등장한다.

하필 집중해서 봐야 하는 컷신, 그것도 인물의 얼굴이나 바스트가 줌인된 상태에서 이런 포커싱 이동이나 아웃이 빈번하게 발생하다 보니 눈까지 피로할 정도다.

기본적인 그래픽 자체가 워낙 뛰어나고, 표정이나 질감 표현 역시 매우 섬세하기에 카메라 이동 정도로도 충분히 컷신 연출의 다이나믹함을 보여줄 수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오히려 시야의 다이나믹함을 전달하고 싶었다면, 이동이나 전투 등 조작 시 고정된 시야 배율을 풀어주는 게 좋았을 듯하다.





하지만 게임으로서의 재미는 글쎄




뛰어난 ‘감상물’로서의 연출에 집중했기에 역설적이게도 헬블레이드2의 ‘게임’으로서의 구성은 부족하고, 또 아쉽게 다가온다.

퍼즐이나 전투, 이동 등 플레이적인 액션이 분명 들어가 있긴 하지만, 은신족을 찾아가는 여정을 비롯해 몇 장면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액션이 큰 의미를 가지는 느낌은 아니다. 개발사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게임이라는 매체로 만들었기에 그 최소한의 액션 조작이 포함된 것 같달까.

특히 전투 조작은 그야말로 특별할 것이 아예 없다. 적의 일반 공격은 막고, 강공격은 회피한다. 그렇게 콤보나 반격 등 추가 조작이 필요없는 평범하고 반복적인 전투를 이어가다 보면 멋진 마무리 컷신이 등장하고 끝이 나버린다.

좀 더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헬블레이드2의 전투에는 UI의 부재에서 오는 긴장감은 있지만, 조작의 쫄깃함에서 오는 두근거림은 없다.

아무것도 보이는 것이 없으니 내 HP가 얼마나 남았는지, 적을 얼마나 더 공격해야 하는지 확인할 수 없기에 패드를 쥔 손과 화면을 바라보는 눈에서 긴장을 풀 순 없다. 하지만, 적의 공격은 단순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공격도 단순하다. 심지어 한 번 전투가 진행되면 대부분의 상황에서 다수의 적이 순서대로, 그것도 1:1로, 뻔한 패턴의 공격을 하며 덤벼온다.



▲ 뛰어난 시각적 연출, 하지만 단순한 전투

와중에 시각적 연출은 뛰어나다. 피가 튀고, 날붙이는 서로 부딪히며 강렬한 스파크를 낸다. 적의 온 힘을 다한 공격을 피하다 보면 세누아의 몸도 휘청거린다. 제대로 공격을 꽂아넣다 보면 세누아의 절규와 함께 매번 다른 마무리 연출들이 이어진다.

이렇게 보이는 액션 그 자체가 괜찮기에, 직접 조작하는 액션의 아쉬운 점은 더 크게 다가온다. 결국, 보는 즐거움은 있을지언정, 직접 조작에서 오는 즐거움은 그다지 없는 게임이 되어버렸다.




전투와 더불어 이 게임에서 가장 ‘게임’다운 요소인 퍼즐 역시 뭔가 애매하다. 빛이나 반전되는 오브젝트를 통해 문제를 풀어내는 퍼즐의 방식 자체는 나쁘지 않다. 그리고 스토리가 본궤도에 오른 뒤에는 일부 퍼즐이 담고 있는 이면의 의미가 이어지는 경우도 있어 마찬가지 몰입도 측면에서 나쁘지 않게 다가온다.

하지만 일부 퍼즐이 괜찮은 만큼, 일부 퍼즐은 전혀 괜찮지 않다. 왜 들어있는지, 이 퍼즐이 도대체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뭔지, 애초에 굳이 이 시점에서 이 퍼즐 요소가 들어갈 필요가 있었는지조차 애매한 것들이 있다. 여기에 퍼즐을 푸는 방식도 대부분 비슷한 편이다.

이렇게 뭔가 어정쩡한 전투와 퍼즐이 이어지다 보니, 게임적 요소가 '짠'하고 등장해도 조작의 즐거움은 크게 없다. 뭐랄까, 액션 게임이고, 플레이적인 요소가 필요하니까 최소한으로 넣어 놓은 그런 느낌이다.





엔딩 이후, 그리고




서사에 모든 것을 쏟아낸 게임인 만큼, 2회차에서는 플레이적인 부분의 추가나 변동이 아닌, 나레이터 변경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제공한다. 분명 같은 상황이지만, 그 상황에서 들려오는 나레이터의 존재가 바뀌면서 1회차보다 좀 더 깊은 이야기와 감정을 느낄 수 있다.

1회차가 기본 나레이터를 통해 세누아의 변화에 집중했다면, 2회차에서 선택할 수 있는 ‘다른 이들’은 함께한 이들의 내면과 상황, 그들이 세누아에게 가지고 있던 생각 등 스토리와 관련된 좀 더 다양하고 직관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스토리가 중요한 게임이기에 이는 같은 콘텐츠를 플레이하면서도 숨겨진 면을 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매력적인 요소로 다가온다. 특히 게임 플레이 방식이 전혀 까다롭지 않고, 한 회차의 플레이타임도 7시간가량으로 짧은 편이기에 2회차 플레이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편이다.




헬블레이드2는 세누아의 이야기를 다룬 두 번째 시리즈다. 정신증으로 고통받는 세누아의 이야기가 중심인 만큼, 큰 줄기는 모두 전작에서 이어진다. 그의 과거는 계속해서 등장하고, 세누아 내면의 목소리는 끊임없이 그 과거를 일깨운다.

그렇기에 게임에 제대로 몰입하려면 그가 처한 상황과 그의 상태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는데, 다행스럽게도 게임 시작 부분 세누아의 과거에 대해 설명하는 시네마틱 영상이 흘러나온다.

물론, 전작을 플레이하는 게 가장 좋다. 플레이하는 개인의 생각, 그에서 오는 이해에 따라 게임의 내용이 다른 방향으로 생각되기에, 전작의 내용을 알고 진입해야 그 이면의 이야기와 의미를 확인하고 스스로 온전하게 결론 내릴 수 있다.




두 편의 시리즈에서 세누아는 스스로의 어둠을 극복했고, 또 성장했다. 세누아는 희생을 통해 과거를 인정했고, 다른 이들을 통해 변화를 이루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세누아의 여정을 지켜봐 왔다.

하지만, 세누아의 이야기에 확실한 답은 없다. 첫 번째 여정만큼이나, 그의 두 번째 여정 역시 생각할 거리는 한 가득이고, 바라보는 시점에 따라 다양한 결론을 내리게 한다.

비록 게임 조작적인 즐거움은 부족할지언정, 게임이라는 매체를 통해 스토리의 곳곳을 확인하고, 몰입하고, 다시 또 그의 여정을 되짚어보고, 새로운 내용을 찾을 수 있다는 건 참 멋진 경험이 아닐까.

  • 스테레오를 활용한 뛰어난 사운드 연출
  • 표정의 섬세함까지 구현해낸 그래픽
  • 엔딩까지 한 번에 끌고가는 스토리의 밀도
  • 한층 깊어진 세누아의 캐릭터성
  • 스토리의 이면을 볼 수 있는 2회차
  • 스토리에 비해 임팩트가 적은 조작
  • 단순하고 반복적인 퍼즐과 전투
  • 상대적으로 부족한 게임 장르적 재미

리뷰 플랫폼: PC (1.0.0.0.158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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