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계는 없다? 인피니티 블레이드 개발자가 말하는 모바일 게임의 미래

인터뷰 | 장인성 기자 | 댓글: 13개 |
온라인게임 분야에서 언리얼 엔진은 생소하거나 낯설게 느껴지는 이름이 아니다. 한국에서도 내로라하는 온라인 게임들이 언리얼 엔진을 사용해 개발되었거나 개발중에 있으며, 언리얼 엔진을 사용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2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이후에는 언리얼 엔진을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화제가 되었을 정도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그러나 온라인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언리얼 엔진도 모바일 분야로 넘어가면 상황이 다르다. 언리얼 엔진이 MMORPG의 거대한 세상을 구현할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은 분명하지만, 모바일 기기는 PC에 비해 성능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언리얼 엔진으로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

성능은 인정하지만 모바일 게임을 만드는데 그렇게까지 막강한 성능의 엔진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결국 닭잡는데 소잡는 칼을 쓸 필요는 없으니, 언리얼같이 뛰어난 성능의 엔진은 온라인이나 콘솔 등 거대한 규모의 게임에나 어울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에픽게임스와 Chair Entertainment는 이 게임을 앱스토어에 출시하면서, 모바일에는 언리얼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가 단지 편견에 불과했다는 것을 증명했다. 기존의 모바일 게임에서는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화려한 그래픽을 선보이면서 스마트폰의 성능을 극한으로 활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주인공, 바로 Chair Entertainment의 인피니티 블레이드이다.










[ 모바일 게임의 한계를 뛰어넘는 비주얼! 인피니티 블레이드! ]



인피니티 블레이드는 앱스토어에 출시된 뒤, 5.99달러라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상위권에 기록되는 성적을 보여주고 있으며, 콘솔 게임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 비주얼과 터치를 활용한 게임플레이로 스마트폰의 성능을 재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쯤되면 정말로 스마트폰 게임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를 들을만도 한데, 실제 인피니티 블레이드를 개발한 당사자의 의견은 어떨까? Chair Entertainment의 공동 창업자이자 테크니컬 디렉터인 제레미 머스타드(Geremy Mustard)가 한국을 찾았다.

한편, 제레미 머스타드는 29일 열린 게임 테크 2011에서 'Infinity Blade and Beyond'라는 이름으로 모바일 게임의 미래에 대한 발표를 하기도 했다.






[ 에픽게임스 코리아 박성철 대표이사(좌)와 테크니컬 디렉터 제레미 머스타드 ]



Q. 인피니트 블레이드가 출시되면서 많은 화제가 되었는데, 실제 성과나 실적은 어떤지 궁금하다.

" 약 130만개 정도의 다운로드가 있었으며, 내부에서 여러가지 방법으로 유저의 숫자를 체크하고 있는데 설치된 기기는 약 250만개 정도 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이 1위, 중국이 2위이며, 놀랍게도 한국이 전세계에서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인구 대비로 보자면 정말 놀라운 숫자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의 앱스토어에서는 인피니티 블레이드가 출시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해외 앱스토어 계정을 만들거나 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구매를 하고 플레이해주셔서 굉장히 인상깊었다. 참고로 인피니티 블레이드의 보스인 신들의 왕(God-King)을 가장 많이 죽인 국가도 한국이다. 신들의 왕이 한국에서는 맥을 못추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렇게 근성있는(?) 한국 게이머들을 사랑한다."


Q. 인피니티 블레이드는 스마트폰에서 언리얼 엔진의 성능을 시험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현재는 비주얼에 비해 게임의 콘텐츠가 단순한데, 향후 PC같이 좀 더 확장된 형태의 게임도 가능할까?

"나 역시도 1년 전에 아이폰으로 그래픽이 끝내주는 게임을 만들수 있겠냐는 질문을 받았다면 아마 웃고 넘겼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스마트폰의 성능을 확인해본 뒤 놀랐고, 마치 XBOX 게임처럼 느껴지는 결과를 보고나서 멋진 기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모바일 기기의 한계로 제한은 있다. 아이폰 3GS를 기준으로 보면 인피니티 블레이드는 극한의 성능을 활용했다고 생각하지만, 아이패드 2에서는 두개 코어 중에 하나만 사용할 정도로 성능의 발전이 빠르다. 두개 써봐야 전력 소모만 커진다.(웃음)"

"만약 아이패드 2에서만 가능한 게임을 만들어달라고 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멋진 게임을 만들 수 있겠지만, 아이패드 2만 적용되는 시장은 작기 때문에 좀 더 규모가 성장하길 기다려야 한다. 내년 이후부터는 게임기 못지않은 성능의 모바일 기기들이 출현하고 자리잡을테니 그때가 기다려진다."


Q. 콘솔의 게임 패드가 아니라 터치 화면으로 콘트롤하는 방식인데, 인피니티 블레이드가 출시되기까지 어떤 고민의 과정을 거쳤는지 궁금하다.

"작년 7월에 인피니티 블레이드를 시작하면서 iOS에서 언리얼 엔진의 가능성을 보여줄 멋진 그래픽의 게임을 만드는 것이 첫번째 목표였고, 두번째 목표는 당연히 재미있는 게임이었다. 그래야 돈도 잘 벌릴테고(웃음)."

"Chair Ent.에서는 프로젝트가 끝나면 자유로운 회의를 통해 아이디어를 모집하고 통과되면 짧은 분량으로 문서화하여 보관하는데, 개중에 키넥트같은 체감형 기기가 기반인 소드(Sword)라는 게임이 있었다. 게이머의 모션을 통해 검을 베거나 찌르고, 막거나 하는 등의 게임이었는데 이게 터치스크린의 조작과 완벽하게 맞아 떨어졌다."

"모바일 게임의 플레이 패턴을 연구해보니 버스나 지하철을 기다리는 짧은 시간 혹은 화장실 등에서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결국 2분 정도의 짧은 시간에 재미와 성취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형태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인피니티 블레이드의 그래픽이 멋진데 기존처럼 게이머의 손가락 2개를 모두 아이폰에 올려놓으면 멋진 화면을 가리게 된다. 그래서 손가락 하나로 플레이가 가능한 형태를 추구한 것이다."






[ 직접 아이패드 2로 인피니티 블레이드를 시연하는 제레미 머스타드 ]



Q. GDC에서 아이폰같은 모바일 기기는 메모리가 많으니 텍스쳐를 많이 쓰는 형태로 제작한다는 언급이 있었는데, 아직 안드로이드는 출시되지 않았다. 비슷한 모바일 기기라도 다른 부분이 있나?

"언리얼 엔진은 안드로이드에서도 아무런 문제없이 적용할 수 있다. 이미 던전 디펜더같이 언리얼 엔진을 활용한 게임들도 출시된 상태이다. 인피니트 블레이드 역시 테스트용으로는 거의 완성 단계에 있다.

"안드로이드는 하드웨어의 문제가 아니라 마이크로트랜잭션(부분유료와 비슷한 게임 내부의 소액 결제)이 지원되지 않거나 하는 등의 자잘한 문제가 해결되길 기다리는 중이다. 인피니티 블레이드의 재미를 100% 지원하기 위해서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작은 이슈들이다."


Q. 개발자들은 게임을 출시하면서도 아쉬워하는 부분이 많다. 인피니티 블레이드에 아쉬운 점은 없나?

"인피니티 블레이드는 4개월 반 정도 개발했는데, 데드라인이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초기의 아이디어를 목표로 해서 전속력으로 달려간다는 느낌으로 개발했다. 개발하다보면 여러 아이디어들이 떠오르고 그런 것들을 적용하면 결과물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는데, 인피니티 블레이드는 대부분 최초의 콘셉에 가깝게 만들어졌다."

"인피니티 블레이드를 개발하면서 떠오른 수많은 멋진 아이디어들이 있었지만 아쉽게 넣지 못했다. 만약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그런 아이디어들을 게임으로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꼭 후속작에서 보여드리겠다는 뜻은 아니다.(웃음)"


Q. 모바일 게임에서 언리얼 엔진을 사용했다는 점이 많은 화제가 되었는데, 직접 개발해본 경험을 기반으로 생각해보면 어떤 장점이 있는가?


"일단 가격적인 장점이 있다. 현재 공개된 UDK(언리얼 개발자 툴)로도 얼마든지 모바일 게임을 만들 수 있고, 퍼블리싱 전까지 무료라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실제로 개발비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엔진이 아니라 그래픽 등의 부분이 훨씬 크다."

"그리고 언리얼 엔진은 이미 다른 플랫폼에서도 많이 쓰이고 있기 때문에, 언리얼 엔진을 사용해본 경험이 있는 개발자라면 큰 난관없이 과거 PC나 콘솔의 개발 경험을 그대로 모바일로 가져올 수 있다."






[ 인피니티 블레이드 유저수 3위, 죽음당 승리 2위, 보스 처치 1위가 한국 ]




Q. 인피니티 블레이드가 성공한 것은 언리얼 엔진이 좋아서인가? 아니면 게임을 잘 만들어서인가?

"둘다 예스(Yes)라고 대답하고 싶다(웃음). 사실 운이 좋은 부분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언리얼 엔진을 활용해서 최초 시작하는 퀄리티 자체도 다른 게임들에 비해 높았고, 뛰어난 비주얼을 구현하는데 엔진의 도움이 컸다. 그렇다보니 언론을 대상으로 하는 이벤트나 TV의 광고 등에서 인피니티 블레이드가 사용되는 일도 많았다."


Q. 인피니티 블레이드, 업데이트는 어느 정도 준비되어 있는가?


"초기부터 일정량의 업데이트를 계획하고 있었다. 새로운 아이템이나 장비, 무기류 등이 등장했고, 두번째는 새로운 적이나 던전, 도구 등이어서 전체적으로 게임의 볼륨이 2배 정도 상승했다. 현재 계획중인 업데이트는 여러분들이 바라는 멀티플레이 업데이트가 될텐데, 현재 다듬고 있으며 누가 플레이해도 재미있게 느껴질 정도로 만들고 있다. 멀티플레이가 등장한 이후에는 상황을 지켜볼 예정이다."


Q. 인피니티 블레이드의 엔딩에서 스탭롤이 끝나면 별도의 공간이 등장한다. 무슨 뜻인가?

"우리가 만들어놓은 세상은 게임에서 보이는 것 이상으로 더 멋진 판타지 속의 세상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신들의 왕이 진보된 기술의 일부를 보여주기도 하는데, 그건 나중에 후속작이나 다른 게임들을 제작할 때의 힌트나 암시라고 생각하면 된다."


Q. 인피니티 블레이드의 후속작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 계획은 있나?

"사실 후속작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이 되는 수익은 이미 충분하다. 우리도 우리가 만들었던 게임들을 사랑하고 좀 더 많이 퍼져나가길 원한다. 다만 Chair Ent.의 인원은 현재 12명에 불과하다. 지금으로선 인피니티 블레이드의 업데이트에 매진하고 있다."

"현재의 업데이트가 끝나면 이후 후속작이 될 수도 있고 다른 게임이 될 수도 있지만, 어쨌거나 다음의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될 것이다. 만약 게이머들이 인피니티 블레이드의 업데이트가 필요없다고 한다면, 당장 다른 게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웃음)"







게임테크 2011의 발표에서, 제레미 머스타드는 모바일 게임의 미래에 대해 강조했다. 과거 2002년, 게임의 플랫폼은 PC와 플레이스테이션2나 XBOX등의 콘솔, 게임보이같은 휴대용 게임기가 전부였으나 앞으로의 미래에는 아이패드는 물론 키넥트나 NGP와 3DS같은 다양한 게임용 플랫폼들이 등장할 예정이라는 것.

특히 모바일 게임의 기반이 될 스마트폰은 앞으로 몇년 이내에 게임기를 뛰어넘는 플랫폼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고, 앞으로 4년 이내에 20억개 이상의 콘솔이 사람들의 주머니 속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며 모바일 게임의 시장이 더욱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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