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드림웍스에 사용되는 한국 CG 기술? FXGear, 차기 성장 동력은 게임!

인터뷰 | 장인성 기자 | 댓글: 6개 |
한국은 IT 강국일까? 거의 매일 매스미디어를 장식하는 삼성이나 LG의 활약을 떠올려보면 그런 것 같긴 하다. 그러나 이런 활약의 대부분은 하드웨어나 응용 기술에 국한되어 있을 뿐, 기초 과학과 소프트웨어 분야로 넘어가보면 한국의 IT 성적표는 초라하다.

그나마 V3나 한글같은 소프트웨어까지 넣어봐도 해외에 내세울만큼 유명한 소프트웨어는 몇개 꼽기 힘들 정도로, 기초 과학이나 원천 기술 분야에서 한국은 여전히 IT 개발 도상국 수준에 머물러 있다. 앞으로의 미래를 책임질 원천 기술과 기초 과학 분야에 지금부터라도 투자를 해야 한다는 IT 위기론이 힘을 얻는 것은 이유가 있다.

그런데 소프트웨어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한국에도 '슈렉 3편과 4편', '몬스터 VS 에이리언'이나 '드래곤 길들이기' 등 전세계적으로 흥행한 드림웍스(Dream Works)의 애니메이션에 판매될 정도로 뛰어난 토종 CG 기술과 국산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실력을 갖춘 회사가 있다.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해외에서 먼저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이 회사의 이름은 'FXGear'.






[ 이런 유명한 애니메이션들에 국산 CG 기술과 소프트웨어가 사용되었다. ]





[ 나이키의 Be the Legend 박지성 편에도 FXGear의 Qulaoth 및 FXHair 기술이 사용되었다. ]




세계적으로 유명한 애니메이션에 국산 기술이 사용되었다고 하니 같은 한국인의 입장에서 왠지 뿌듯하지만, 유명하다고 해도 선듯 관심이 가지는 않는다. 말과 글로 표현이 가능하거나 체험할 수 있는 분야라면 몰라도 기술쪽으로 넘어가면 평범한 사람에게 외계어와 별반 다르지 않으니까.

그래서 그냥 잠깐 보고 넘겼는데, 갑자기 연락이 닿았다. 무슨 일일까 했는데 이야기를 듣다보니 게임 업계와 무관한 일이 아니다. FXGear에서 게임쪽으로 사업을 준비하고 있으며, 심지어 관련 기술이 이미 누구나 알만한 유명 게임에서 실제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부랴부랴 달려가 만났는데, 어색하다. 게임이라면 처음 만나도 할말이 좀 있겠지만 관련 지식이 없다면 설명을 해줘도 못 알아듣는 전문 기술 분야에 해당하다보니 어떻게 시작해야할지도 암담한 상황. 그래서 명함을 나누자마자 얼굴에 철판깔고 질문부터 던졌다. 도대체 뭐하는 곳인가요?






[ FXGear의 기술 이사로 활약하고 있는 탁세윤 박사 ]





"FXGear는 쉽게 말씀드리면 보통 3D 그래픽이라고 부르는 CG와 관련된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게임이라면 3D 게임의 그래픽 처리 기술이나 게임 동영상에 해당하고, 영화라면 특수 효과쪽에 해당되겠죠. 특히 의류나 머리카락, 유체(물이나 기름 등)의 시뮬레이션 및 구현에 특화된 소프트웨어와 특허 기술을 다수 보유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영화나 애니메이션에 필요한 옷과 머리카락 등의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퀄로스(Qualoth)'와 에프엑스헤어(FXHair)'를 개발했고, 이후 엔씨소프트의 아이온에 도입된 기술로 게임 캐릭터의 의상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인 ezCloth까지 만들게 되었습니다. 영화못지않은 대작 게임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으니 이런 분야의 기술에 대한 요구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컴퓨터 그래픽 분야에서 다양한 동작을 따라 움직이는 옷과 머리카락의 움직임을 좀 더 자연스럽고 쉽게 표현해주는 특허와 기술을 보유한 회사. 의류의 움직임을 표현해주는 Qualoth와 머리카락을 표현해주는 FXhair는 이미 해외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아 '드래곤 길들이기'나 슈렉 3편과 4편, 몬스터VS에이리언 등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에 사용되었다고 한다.

놀랍긴 하지만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은 잠시 제쳐두자. 그러나 한국에서 게임 좀 즐겨봤다는 사람치고 엔씨소프트의 아이온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전혀 몰랐던 사실, FXGear의 의류 시뮬레이션 기술은 ezCloth라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아이온의 초창기부터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ezCloth는 캐릭터의 의상이나 나뭇잎 등의 자연스러운 동작을 구현해주는데 특화된 게임 소프트웨어 툴로, 3D로 제작된 캐릭터의 몸체와 의상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자유롭고 사실적인 움직임을 표현할 수 있게 해준다. 실제로 아이온의 초기 작업에 사용되고난 후 의류 시뮬레이션과 관련된 수작업이 대폭 감소하는 등 주목할만한 결과를 가져왔다고.

"한참 영화쪽의 CG 기술에 집중하던 시기였는데, 우연히 엔씨소프트쪽에서 기술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보통 게임에서 모양이 다른 옷이 추가될 때마다 동작이나 움직임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데, 소모되는 인력은 물론 기술적인 부분으로도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소모되니까 요청이 들어온거죠.

그래서 엔씨소프트에 방문해서 저희가 갖고 있던 기술을 적용시켜보니 작업량이 대폭 감소했습니다. 바로 계약을 체결하게 된 것도 바로 이런 생산성의 효과 때문이었죠. 정확히 수치로 계량할 수 있는 작업은 아니지만 들어가는 업무량이 종전 대비 대략 10분의 1 수준으로 개선되었다고 하더군요."












영화 못지않게 CG 기술이 많이 들어가는 3D 게임에서 작업량이 10% 수준으로 감소한다는 것은 비용이나 시간적인 측면에서 엄청난 효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효과가 검증된 기술력과 소프트웨어가 있었다면 도대체 왜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것인지 궁금하다.


"영화나 애니메이션쪽에 먼저 집중하다보니 게임 분야에서는 제대로 홍보가 된 적이 없습니다. 아예 이런 류의 기술을 제공해주는 업체가 있다는 것을 존재조차 모르시는거죠. 심지어 구글 검색이나 유튜브에 올린 홍보 영상을 보고 전화하셨다가 한국 업체라고 놀라시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웃음)

올해 게임쪽에 집중하기로 결심하고서 미국 GDC에 간단한 브로셔(홍보물)를 제출했는데 벌써부터 연락이 오는 업체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FXGear의 소프트웨어를 구매하신 분들에게 여쭤보면, 해외에서도 FXGear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솔루션을 제공하는 시뮬레이션 툴이나 회사가 드물다고 해서 게임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 역시 좋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FXGear는 '드래곤 길들이기'나 '몬스터VS에이리언'같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드림웍스, 그리고 '중천'이나 '불꽃처럼 나비처럼'과 같은 국산 영화에도 다수 사용될 정도로 뛰어난 기술력과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국산 소프트웨어 회사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놀라운데,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FXGear는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 동기인 이창환 대표이사와 최광진 기술이사가 처음 설립을 하게 되었고, 이후 한해 후배인 제가 기술이사로 합류했습니다. FXGear의 근간이 된 특허 기술들은 박사 졸업 논문의 내용들이었죠. 앞으로 3D 기술의 세상이 열릴텐데 논문으로만 내버려두기에는 아깝고 상업성도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초기에는 한국 콘텐츠 진흥원의 도움도 컸습니다.

처음에는 대중에게 익숙한 영화쪽을 먼저 생각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시장 규모는 물론 기술의 활용적인 측면에서도 게임 분야가 훨씬 더 잠재력있는 시장이 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문화 산업 분야에서 게임의 활약이 첫손 꼽힐 정도니까 아예 시장의 규모 자체가 다릅니다."












[ FXGear의 한쪽 벽을 빼곡히 채우고 있는 기술 특허 ]




FXGear에서 새로 주목하고 있는 기술도 있다. FX아바타(FXAvatar)와 페이스오프(Face off).

'FX아바타'는 3D로 구현된 아바타에 다양한 의류를 입히고 자연스러운 동작까지 가능하게 해주는 소프트웨어 기술로 캐릭터의 크기나 세부적인 외형까지 쉽게 변형이 가능하게 해주고, '페이스 오프'는 게이머의 사진을 바탕으로 구현된 3D 얼굴을 동영상 속의 인물로 바꿔준다.

페이스 오프로 실제 사람의 얼굴을 3D로 구현해 삽입할 수 있고, FX아바타는 얼굴과 신체의 변형은 물론 가상으로 옷을 바꿔 입어보거나 자연스러운 의류의 움직임 및 신체 동작들을 시뮬레이션해주기 때문에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이 중요한 대형 게임쪽에서도 충분히 활용될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페이스 오프 기술은 한류 붐을 타고 일본의 NHK에 방영될 정도로 화제가 된 기술입니다. 얼굴 사진 한장만 있으면 한류 영화나 동영상에 자기 얼굴로 된 주인공을 넣을 수 있게 되는거죠. 모 유명 배우와 함께 진행된 대형 프로젝트였습니다. FX아바타는 가상의 의류를 캐릭터에 입히고 다양한 동작들을 구현해주는 것이 가능해서 대형 의류 쇼핑몰에서는 지금도 연락이 오곤 합니다.

그리고 FXdeform이라고 제작된 캐릭터의 변형을 쉽게 바꿔주는 기술도 있습니다. 원래 사람의 체형을 바꿔주기 위해 만들어진 기술인데 게임이라면 인간이 거대한 몬스터로 변신하거나, 아니면 몇가지 기본 체형으로 다양한 몬스터와 캐릭터를 쉽게 만들 수 있게 해주죠. 모두 게임에서도 충분히 활용이 가능한 기술들입니다."





[ FXGear의 게임 솔루션 홍보 영상 ]




영화에서 이름을 알린지 오래라지만 게임업계에서의 FXGear는 이제 처음 얼굴을 내미는 신생 회사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의 게임 분야에서의 계획에 대해 묻자 FXGear는 직접 특허를 보유한 순수 국내 기술이라 사후 지원이 쉽다는 점, 그리고 효율성을 무기로 자신감을 내비쳤다.


"사실 아이온이 원체 특수한 경우였던거고, FXGear에서 게임 관련 비즈니스를 강화하기 시작한 것은 이제 불과 3~4개월입니다. 그런데 엔씨소프트나 스마일게이트 등 뛰어난 게임 개발 실력으로 알려진 게임사들이 이미 FXGear의 기술을 사용하고 있고, 다른 대형 게임 회사들에서도 FXGear의 소프트웨어를 평가중입니다. 회사명을 지금 말씀드릴순 없지만 계약서가 오가는 회사도 여럿 있구요.

자체적으로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이 쉽고 사후 지원도 충분합니다. 그리고 의류의 사실적인 표현도 중요하지만, 게이머들이 느끼는 자연스러움은 약간 다르거든요. 사실적이고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최대한 빠르게 표현할 수 있고 작업량까지 줄여주기 때문에 향후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FXGear는 실무 현장에서 쌓인 경험을 토대로 한국 콘텐츠 진흥원이나 대학교와도 여러 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FXGear의 이름을 알린 후에는 기술 협력이나 자체 제작 게임을 통해 게임 분야에서도 자리를 넓혀간다는 계획도 잡혀 있다고 한다.


21세기를 책임질 핵심 산업 중의 하나로 IT가 손꼽히고 있지만, 하드웨어에 비해 소프트웨어 분야의 활약은 초라하다. 세계적으로 인정받을만한 수준의 기술력과 소프트웨어를 함께 보유한 국산 회사가 과연 얼마나 될까? 이제 막 한국에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FXGear가 차기 성장 동력으로 게임 분야를 꼽았다는 것도 더욱 반갑다.


"현재 중앙대나 동의대, 원광대 등 대학과의 산학 협력도 진행중이고, 중앙대학교의 경우에는 저희 기술이 사용된 애니메이션으로 상까지 받았습니다. 게임쪽에서 신생 업체라고 보실 수도 있지만, 순수 국산 기술로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는 원천 기술 중심의 회사라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앞으로 게임 분야에서도 기술력하면 FXGear를 제일 먼저 떠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노하우를 계속 쌓고 자리를 잡으면 FXGear의 기술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자체 게임 제작도 고려중입니다. 앵그리버드는 물리 법칙이 잘 구현된 게임인데, FXGear에서도 이런 시뮬레이션 효과를 잘 보여줄 수 있는 게임을 개발한다면 재미있지 않을까요? (웃음) 이미 기술은 충분하니까요."







[ 동의대학교와도 소프트웨어 기증을 통한 산학 협력이 진행중이다. FXGear의 이창환 대표(우) ]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