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와 LOL 요금제' 디아블로와 만나다. 마블 히어로즈 OBT 후기

게임소개 | 고금아 기자 | 댓글: 37개 |
지난 주 일요일, 인벤 파워블로거를 체크하던 중 재미있는 포스트를 접했습니다. 현역 게임업계 종사자이신 '고금아' 님이 작성하신 글이었습니다. 오늘(7일), OBT를 마무리짓고 정식 서비스를 위해 마지막 담금질에 들어가는 MMORPG '마블 히어로즈 온라인'에 관한 이야기였죠.

평소 북미권 게임에 관심이 많아 한번쯤 이름을 들어보긴 했습니다만, 이렇게 자세한 정보를 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또한, 고금아님 특유의 편안한 문체로 작성되었기에 술술 읽어내려갈 수 있었는데요.

고금아님께 허락받은 후 블로그에 작성된 '마블 히어로즈 온라인 소개'를 인벤에서도 공개합니다. 디아블로식 전투, 마블 영웅, 그리고 리그 오브 레전드 방식의 유료화 모델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한 번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 참고 - 고금아 님께서 블로그에 '마블 히어로즈 온라인 소개' 글을 포스팅하신 날짜는 2013년 5월 3일입니다. 이 게임은 지난주 토요일 오전 11시부터 화요일 오전 2시까지 한시적 OBT를 진행했습니다. (한국시각 기준) 고금아 님 후기의 전반적인 내용은 이미 공개된 자료를 토대로 작성되었으며, 본 기사에 추가된 몇몇 정보는 NDA가 해제된 시점에서 첨부된 것임을 미리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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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여는 말





얼마 전, '마블 히어로즈 온라인'의 클로즈 베타가 진행됐습니다. 언제 신청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오래전에 신청을 했고, 당첨이 되어 꾸준히 클베 일정이 날아오긴 했습니다. 다만 24시간이 아닌, 시간 제한이 걸려있었는데 항상 시간이 맞지 않아 플레이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주말 동안은 24시간으로 운영되어 플레이를 해봤죠.

원작을 둔 게임이 항상 그렇듯 별 볼일 없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이에 고무되어 원래는 CBT 플레이 후기를 쓰려고 했으나... NDA(비공개각서)가 걸려 있었습니다. 영상, 스크린샷은 물론 게임에 관련된 정보도 공개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외부에 공개된 자료를 중심으로 마블 히어로즈 온라인을 소개하려 합니다. 우선 트레일러부터 한번 보시죠.

[ ▲ 마블 히어로즈 온라인 트레일러 영상 ]


1. 마블 슈퍼 히어로가 등장하는 MMORPG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마블 히어로즈 온라인은 마블 코믹스의 히어로들이 등장하는 MMORPG입니다. 슈퍼히어로 + MMORPG라고 하면 'City Of Heroes(이하 COH)'를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나만의 히어로를 만드는 것 외에, 기존의 슈퍼 히어로를 사용하고픈 유저들의 욕구를 무시할 수 없었나 봅니다. COH를 제작했던 Crypic Studios는 마블의 IP를 라이센스해 새로운 MMORPG를 개발합니다. 이름하여 'Marvel Universe Online'. 하지만 배급사였던 MS가 2008년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해 손을 떼고, Cryptic Studios는 마블 대신 'Champions'라는 TRPG 룰을 라이센스 해 'Champions Online'을 개발, 출시합니다.

2009년 Gazillion은 마블과 10년짜리 장기 라이센스 계약을 맺고 'Marvel Super Hero Squad Online'을 출시합니다. 저연령층이 대상인 MMO액션RPG 게임으로, Cryptic이 계획했던 MMORPG와는 거리가 있는 스타일이었습니다. 다만 이 게임을 통해 경험을 축적한 Gazillion은 언리얼3 엔진을 사용해 마블 캐릭터가 등장하는 본격적인 MMORPG를 제작하게 됩니다. 바로 'Marvel Heroes Online'이죠.


2. 어벤져스와 디아블로가 만나다.





위 스크린샷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마블 히어로즈 온라인은 여타 다른 MMORPG보다도 더욱 진한 디아블로 향기를 품었습니다. '디아블로의 비전을 제시했던 스텝이 개발을 지휘하고 있다'는 문구를 본 기억은 있는데, 출처가 기억이 안납니다. 하지만 실제로 디아블로를 만든 블리자드 노스의 공동창업자였던 David Brevik이 Gazillion의 회장과 COO를 맡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요. David Brevik의 비전은 분명했습니다. MMORPG + 디아블로2의 후계작. + 신선한 IP. 다소 얄팍해 보이긴 합니다만, 실제로 Brevik의 설명을 들어보면 그렇진 않습니다.


"저 자신이 Marvel : Ultimate Alliance의 팬입니다."

"디아블로를 제작한 사람으로써, 유사점을 발견했고 디아블로와 마블 히어로를 결합시켜 이토록 제가 좋아하는 게임을 만들어준 마블에 감사합니다. 마블 MMO를 제작하기 위해 Gazillion에 합류했을 때 제 배경과 Marvel : Ultimate Alliance에 대한 애정을 결합하니 우리가 뭘 해야할 지 결정하는 건 쉬운 일이었죠."

"요즘 MMO라고 하면 WOW나 그 종류의 유사품들을 말하죠. 원래는 에버퀘스트였지만, 언제나 완전히 다른 성향의 MMO가 일부 존재해왔습니다."

"MMO는 전체 게임의 구조가 아니라 게임 플레이의 종류를 말합니다. 한 공간에서 수천명의 사람들과 게임을 한다는 걸 의미하죠. 저는 디아블로를 만들었던 사람이고, 디아블로 2를 다음 단계로 끌고 가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좋아하는 IP를 주입하고 싶었죠"

"히어로 물은 판타지 게임에서 불가능한 것들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장르에 새로운 게임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MMO액션RPG를 만든다는 건 장르의 진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발언을 읽고 아이팟이 떠올랐습니다. 다른 회사들이 MP3 파일을 재생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집중할 때, 잡스는 음악을 즐기는 유저의 입장에서 접근했습니다. CD를 MP3로 리핑하는 것도 귀찮으니 iTunes에서 자동으로 CD를 MP3나 AAC로 변환해주고, 음악 넣고 빼기도 귀찮으니 그냥 큼직하게 30GB 하드 달아놓고 컴퓨터와 연결만 하면 자동으로 음악이 전송되도록 했죠. 크고 무겁고 비쌌던 아이팟이 MP3 플레이어의 대명사가 된 것은 최고 책임자가 제품에 대해 애정을 갖고 있었고, 그 제품의 사용에 뚜렷한 비전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마블 히어로즈 온라인' 또한 비슷합니다. 그냥 잘나가는 장르, 잘나가는 형식, 유명한 IP의 기계적인 결합이 아니라 최고 책임자 본인이 스스로 이 게임이 왜 재미있는지, 어떤 게임이 될 것인지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 ▲ '마블 히어로즈 온라인' 클로즈 베타 플레이 영상 ]


물론 비전만 갖고 게임이 잘 나올수는 없고, 결과물을 봐야겠지만 전 상당히 잘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위의 게임플레이 영상을 보시면 되겠네요. 필드엔 언제나 하나하나 때려잡기엔 쉽지만 단체로 싸먹히면 조금 곤란할 것 같은 잡몹들이 득시글 거립니다. 그리고 다른 히어로를 만나는 순간, 아주 화려한 콜라보가 형성되죠. 특히 '길드워2'의 다이나믹 이벤트 처럼 필드상에서 베놈, 고르곤 등의 보스가 나타나면 그 순간이 바로 어벤져스가 됩니다. 위 영상에선 33분50초부터 시작되네요. (위 영상에선 진 그레이나 아이언맨 처럼 뽀대나는 히어로들이 안나와 좀 밋밋해 보입니다만, 실제로는 굉장히 화려합니다.)

전투만 그런 것이 아니라 진행도 디아블로입니다. 물 떠와라. 물 떠오고 나면 끓여와라. 끓이고 나면 만두 삶아 와라 뭐 이런 풍부하지만 단순한 잡퀘 없이, 담백하게 메인 퀘스트 중심으로 끌고 갑니다. 가야 할 곳에 대해 대강의 방향은 표시해주지만 지도상에서 찝어주지도 않고 바닥에서 경로를 그려주지도 않는데 맵은 넓고 랜덤하게 재생성됩니다. 그러니 딴 생각 할 필요 없이 돌아다니면서 몹들 썰면서 쭉쭉 내달리면 됩니다. 몹들도 중간 중간 노랭이 파랭이 섞어서 리듬이 있지요. 딱 디아블로입니다. 그러니까 재미있다는 거죠. 제가 주말 내내 이걸 붙잡고 있느라 손목과 어깨가 아플 지경입니다.

아이템 파밍 부분 역시 디아블로와 비슷합니다만, 몇가지 차이점이 있습니다. 우선 DPS 비교가 없습니다. 아이템이 공격력 방어력 등의 수치도 올려주지만 스킬도 올려주기 때문에, 단순 시각적 비교 자체가 조금 어려운 감이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플레이어가 주로 사용하는 스킬을 올려주는 아이템을 찾아 끝없이 파밍하도록 만드는 원동력이 됩니다.

필드 보스 역시 반복적인 사냥이 요구되는데, 그 이유는 보스 메달 때문입니다. 보스를 잡을 때 드랍되는 이 메달은 기본적인 구조는 같으나 숫자가 바뀝니다. 디아블로의 유니크 아이템과 비슷한 개념이랄까요. 또한, 수집한 아이템을 크래프터에게 처분할 수 있습니다. 아이템을 진화시키려면 크래프터 레벨을 올려야 하는데, 크래프터에게 아이템을 기증해 경험치를 올려줄 수 있습니다.

MMORPG라면 많이들 채용하고 있는 강화 시스템. '마블 히어로즈 온라인'에도 존재합니다... 만! 국산 게임들처럼 실패할 경우 아이템이 망가지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강화는 공격속성, 방어속성으로 구분되며, 각 회차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강화할 때마다 필요한 아이템 재료가 거의 제곱으로 늘어납니다.

아이템은 강화 뿐 아니라 전환도 됩니다. 이게 무슨말이냐면, 자신이 에픽아이템을 획득했으나, 다른 직업용일 경우가 있는데요. 이럴 때는 자신의 캐릭터에 맞도록 아이템 적용직업을 변환 가능하다는 말입니다. 자기가 쓸 수 없는 캐릭터 아이템이라고 하여 버리거나 기증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죠. 캐릭터 구매 동기를 약화시키는 기능이라고 할 정도로 보여지는 기능이랄까요.



[ ▲ 같은 메달임에도 스펙이 다르다 ]


3. 착한 유료화 모델

또 한가지 특기할만한 점은, 이 게임은 MMORPG로는 드물게 처음부터 부분유료화를 고려하고 제작되었다는 겁니다. 캐릭터, 스킨, 5% 경험치 부스터 (시간제), 5% 희귀 아이템 부스터 (시간제) 등을 판매하고 있지요. 좋게 보자면 흔히 말하는 '착한' 유료화죠.

뭐 유저 입장에선 결제를 강제하지도 않는다는 점은 긍정적입니다만, 사실 전 이 모델로 돈을 벌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마블에 캐릭터가 아무리 많다 한들 한계는 있을테고, 그 이전에 모든 캐릭터를 다 살 필요도 없지요. 스킨에 딱히 스탯이 붙어있는 것도 아닐 뿐더러, 캐릭터와 스킨 둘 다 한번 구입하면 영구히 사용할 수 있습니다. LOL 처럼요. 부스터 성능도 미묘하고요.

스킬 초기화 아이템 역시 넘쳐날 정도로 제공됩니다. 유저 입장에서는 정말 고마운 시스템이지만, 개발사가 이걸로 과연 돈을 벌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단, LOL과 마찬가지로 일부 스킨은 캐쉬 한정 버전도 존재합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북미는 아직 낭만이 남아있나 봅니다.


4. 불안 요소가 없지는 않다

요 몇날동안 열심히 즐겨본 결과, 완전히 장점만 있는 게임은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대표적인게 캐릭터 간 밸런스가 아직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는데요.

실례로, 게임을 시작하고 지급받은 '데어데블'은 탱커도 아니고 딜러도 아닌, 애매한 포지션의 캐릭터입니다. 근접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피통이 적고, 실드도 없죠. 또 범위 공격 스킬도 없고요. 여기에 데미지가 다른 캐릭터보다 특별히 강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게임을 진행하다 습득한 '콜로서스'는 탱커기질이 강했습니다. 피통도 많고 실드도 있었죠. 그런데 데미지 역시 데어데블보다 강합니다. 포션을 먹지 않고도 보스를 상대할 수 있었죠. 영화 개봉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아이언맨'은 원거리 캐릭터임에도 실드, 회피기까지 갖고 있습니다. 게다가 날아다니고, 딜량 역시 데어데블과는 차원이 다르죠. 전 '아이언맨' 할 때는 포션이 넘쳐나서 버려가면서 진행했습니다.

이 부분은 아직 정식 서비스가 아니기에 추후 더 지켜봐야 할 요소입니다. 되도록 빠른 수정이 가해져야 유저들이 한 캐릭터로 치우는 것을 방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그 외, MMORPG임에도 파티매칭 시스템이 없다는 것, 구시대적인 채팅 명령어로 파티 초대를 해야 한다는 사실은 조금 의문이 드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아이템을 조금 맞춰주면 '아이언맨'의 특정 스킬이 지나치게 강해져 밸런스를 파괴하는 부분 등의 단점도 보였습니다. 이 부분들은 꼭 좀 패치되길 바랍니다.



[ ▲ 아이언맨의 특정 스킬이 지나치게 강해지도록 만드는 장본인 ]


5. 출시 일정과 파운더즈 팩

일단 마블 히어로즈 온라인은 올해 6월 4일 정식으로 오픈합니다. 아직 한 달 가량 남은 셈이죠. 하지만 출시 전에 파운더스 팩을 구매하면 정식 오픈 전부터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19.99 짜리 스타터 팩은 2일, $59.99 짜리 프리미엄 팩은 4일, $199.99 짜리 얼티밋 팩은 무려 7일 전부터 게임을 할 수 있죠. 특히 얼티밋 팩은 출시 시점 기준 전 캐릭터를 주는 데다 베타 키도 주기 때문에 제법 푸짐한 편입니다만, 앞으로 클베를 얼마나 더 할지는 모르겠네요.

저같은 경우는 아이언맨 + 헐크 + 캡틴 아메리카 + 미스 마블, 그리고 캐릭터당 스킨 2개씩이 포함된 어벤져스 어셈블 팩을 구매했습니다. 로마노프 동무나 토르, 호크아이가 빠진 건 아쉽지만 각 팩 마다 일정액의 게임 머니를 끼워주는 데다 사전 예약시 보너스 머니도 얹어주는지라 나중에 그걸로 구매하려고 생각중입니다.

스타터팩은 캐릭터 1종이 기본이고 프리미엄팩은 4종이 기본입니다만, 1종 캐릭터에 스킨을 아주 듬뿍 얹은 프리미엄 팩도 있습니다. 특히 최근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아이언맨은 영화에 등장했던 스킨 6종을 묶은 무비 스타 팩과 만화에 등장했던 스킨 6종을 묶은 아머리 팩을 따로 팔고 있습니다. 단, 이번 아이언맨3에 나온 Mk42 스킨은 얼티밋 팩 한정이라 저 스킨 하나 때문에 얼티밋을 고려하는 지인도 있습니다.. (얼티밋 한정 스킨엔 헐크와 울버린도 있습니다만 여러분의 안구를 보호하기 위해 생략합니다...)





5. 하반기 MMORPG의 다크호스

개인적으로 원작을 둔 게임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캐릭터성에만 집착해 게임으로는 반쪽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마블 히어로즈 온라인'은 캐릭터성이 게임성을 잡아먹기는 커녕, 양자가 서로를 끌어주는 매우 이상적인 구도를 형성했습니다. 엔드게임까지 해본 것은 아니라 만렙을 찍은 뒤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그 과정은 매우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설령 '구공화국 온라인'처럼 만렙 컨텐츠가 없다고 하더라도 디아블로가 가진 파밍이 있고, 다양한 캐릭터가 있으며, '구공화국 온라인'과 달리 게임 진행 자체가 재미있기 때문에 $59.99가 딱히 아까울 것 같진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하반기 MMORPG의 다크호스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PS- 이번 주 주말(5월 둘째 주)에 다시 한 번 OBT를 실시한다고 합니다. 한국 시각으로 토요일 오전 9시부터 화요일 새벽 2시까지입니다. 지난 주 OBT때 사용했던 계정을 그대로 이어 플레이 할 수 있다고 하니 관심있는 분이라면 한번 체크해 보는것도 좋겠습니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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