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축구 게임이 그리울때는, 감독 도와줘? 자이언트 드림의 '원 포 일레븐'

인터뷰 | 장인성 기자 | 댓글: 4개 |
충분한 자금과 개발 인력에 더해 확실한 개발 공정까지 갖춘 중견 이상 기업의 게임들은 어떤 부분을 살펴봐도 기본 이상의 완성도를 갖춘, 시쳇말로 '상품으로 다듬는 과정'을 잘 거치고 출시되는 경우가 많다. 흔히 '믿고 쓰는 OO'라는 말이 나올만큼 무난하게 평균 이상의 재미를 약속하는 게임들.

그런데 이렇게 상품화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꼭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중성은 다수의 시선에 게임을 맞추는 과정을 뜻하기 때문에 다듬는 과정에서 뾰족 튀어나왔던 개성들이 조금씩 무뎌지기 마련이다. 세련되고 깔끔한 맛은 있어도 게이머의 예상을 뒤엎는 독특하고 신선한 맛은 부족하다.

결국 무난한 재미의 게임들에 질린 일부의 게이머들은 시선을 돌려 인디 시장에서 새로운 게임들을 찾는다. 잘 다듬어진 완성도는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투박하지만, 여전히 게이머들의 뒤통수를 후려치는 야성을 간직한 모험가들의 결과물.

세련되었지만 무난한 게임과 투박하지만 개성넘치는 게임. 어느 쪽이건 정답은 없다. 게임은 스스로 재미있기 위해서 즐기는 것이니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게임들을 선택하면 될 뿐이다. 세련되고 개성넘치는 게임이 쉽게 나올 수 있다면 게임 산업은 이미 세계의 문화 산업을 정복했을 것이다.






▲ 화면에서 풍겨오는 축구, 그리고 시뮬레이션의 향기. 오늘 소개할 게임이다.



어쨌거나 개발 규모가 작은 모바일에서는 대중성 못지않게 톡톡 튀는 개성을 갖춘 신선한 게임들이 종종 출시되고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그래서 모바일 게임 시장은 항상 촉을 놓지 말아야 한다. 이들이 언제 어디서 훌쩍 성장해 차세대 한국의 게임 산업을 이끌어갈 주역으로 성장할지 모르니까.

개인적으로 한국의 모바일 게임 개발사 중에서 관심있게 지켜보는 몇몇 회사 중에 '자이언트 드림'이 있다. 이들이 심혈을 기울인 신작을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재빨리 달려가 문을 두드린건 당연한 순서. 불시에 들이닥친 기자를 맞이한 사람은 강병욱 PD와 이재구 실장. 둘 모두 자이언트 드림의 신규 프로젝트 '원 포 일레븐'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 원포일레븐은 현재 개발중인 게임으로 차후 개발 과정에 따라 세부적인 내용은 수정될 수 있습니다.
※ 현재 게임에 등장하는 선수의 사진 및 이름, 구단 명칭등은 예시를 위해 샘플로 표시된 것입니다.
※ 게임이 정식 출시될 경우 저작권자와의 협의에 따라 정식 라이센스 하에 제공될 예정입니다.






▲ 마음에 드는 선수들을 육성할 수 있다.




▲ 구단의 모든 기록은 자신의 역사가 된다.



기자가 유독 '자이언트 드림'을 주목하는 이유는, 과거 짝을 찾아볼 수 없을만큼 독특한 개성을 갖춘 게임들을 만든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자이언트 드림의 전작은 '형 도와줘 온라인'과 '오빠 도와줘 온라인' 제목만 봐서는 도무지 짐작조차 힘들겠지만, 일단 장르는 RPG다.

남들이 다 터트리고 달리는 게임 만들고 있을때, 위기에 빠진 남동생과 여동생을 구하는 온라인 RPG라니!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한때 기자도 예쁜 여동생을 괴롭히는 나쁜 X들을 물리치고 명품 옷들을 사줄 수 있는 능력있는 오빠가 되기 위해서 꽤 자주 지갑을 열어야 했다.

어쨌든 톡톡 튀는 개성을 간직한 모바일 게임 회사에서 노하우까지 확보하고 게임을 만들면 뭔가 기대해 볼만한 게임이 나오지 않을까? 자이언트 드림. 거인에 비견될만큼 커다란 꿈을 꾸고 싶어하던 그들이 제대로된 축구 시뮬레이션 게임을 만들어보기 위해 뭉쳤다.


"이번에 만들고 있는 모바일 게임은 정통 축구 시뮬레이션 게임이고, 제목은 축구 선수의 11명과 감독의 1명을 뜻하는 원 포 일레븐 입니다. 숫자로는 1411로도 표현합니다...만, 이건 공식적인 멘트고. 사실 내부에서 이 게임을 부르는 이름은 '감독 도와줘' 입니다. (웃음) 감독이 선수들을 도와 구단도 꾸리고 관리도 해주고 리그도 우승하고, 그런 게임이죠."




▲ 다양한 선수들로 최적의 포메이션을 찾아라





▲ 무작위로 다양하게 발생하는 재미있는 이벤트들





▲ 팀은 물론 선수 개개인에게 자세한 지시를 내릴 수 있다.




내년에는 전세계 축구인들의 축제인 브라질 월드컵이 열릴 예정이고, 모바일 게임 시장 특히 한국의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축구 시뮬레이션 장르는 무주공산이다. 최근 다양한 축구 관련 게임들이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런 시장의 공백 때문이다.

"축구 시뮬레이션이라고 하면 흔히 FM(풋볼 매니저)를 떠올립니다. 그런데 아직 모바일 시장에서는 이렇다할만한 축구 게임이 없습니다. 해외에서는 몇몇 게임들이 출시되어 있지만 축구 시뮬레이션 자체의 완성도나 재미만으로 생각해본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모바일 게임 시장은 흔히 말하는 쉬운 게임이 대세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미들코어 게임들이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지만, 시뮬레이션 장르는 미들코어가 아니라 하드코어 중에서도 가장 콘텐츠가 복잡하고 적응하기 어려운 게임에 속해 있다. 게다가 화면 작은 모바일, 난관이 한두개가 아니다.

"처음에 고민이 많았습니다. 모바일은 쉬운 게임이 대세니까, 쉽게 만들자는 의견도 있었죠. 그런데 시뮬레이션은 쉽게 만들려고 하면 본질적인 재미가 흐려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완성도로 게임을 만들고 나머지는 게이머분들의 판단에 맡기자'고 결심했습니다.

원 포 일레븐은 언제 어디서나 축구를 즐기고 싶은 매니아 분들을 위해 만들고 있습니다. 개발팀끼리 항상 이야기합니다. '어렵다는 이야기는 들어도 괜찮다. 그렇지만 대충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절대 듣지 말자.' 앞으로도 이런 목표를 유지할 생각입니다."



대중성을 포기한다는 뜻은 아니다. 최대한 편의와 접근성을 고려하되, 게임의 본질적인 재미를 해칠 수 있다면 과감하게 배제한다는 것이다. 축구와 시뮬레이션의 재미로 목표를 한정하니 개발 속도도 빨라졌고, 덕분에 불과 6개월만에 프토로타입이 나왔다.

미완성의 알파 버전 게임인데 콘텐츠를 설명해달라고 하니 단어만 설명해도 20분이 훌쩍 지나간다. 감독의 특성, 선수의 능력치, 구단의 성장, 리그와 월드컵, 이벤트, 실시간 경기 개입, 작전... 그야말로 축구와 시뮬레이션을 사랑하는 팬들을 위한 만찬이다.

"게이머는 훈련을 통해 선수들을 성장시키고 면담을 통해 현황을 파악한 뒤 경기에 투입합니다. 경기 전후 언제라도 작전을 변경하고 굉장히 세부적인 면까지 지시를 내릴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선 수비 후 역습같은 전체적인 작전부터 스트라이커에게 기회가 되면 중거리 슛을 시도하라는 세부적인 지시까지 가능합니다.

경기는 리플레이를 확인할 수 있고 볼 점유율이나 선수의 활동량, 경기 중의 평점과 컨디션의 변화 등 실제 경기 못지않은 분석 데이터를 제공합니다. 구단도 성장시킬 수 있고 시즌마다 다양한 이벤트가 발생해 시뮬레이션에 영향을 줍니다. 구단의 운영부터 선수의 육성 및 경기의 작전까지, 스포츠 시뮬레이션에서 가능한 거의 모든 부분이 콘텐츠로 들어갔다고 자부합니다."





▲ 중계 실황, 문자 중계와 아이콘 등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재미있다.





▲ 경기중 선수의 활동량과 활약을 확인해볼 수 있다.




스포츠 시뮬레이션 게임의 핵심 중 하나는 선수다. 선수에 대한 애정은 때론 게임의 킬러 콘텐츠가 된다. 원 포 일레븐에서는 선수 수급을 위해 실제 구단처럼 좋은 선수를 놓고 입찰 경쟁을 벌이거나 세계 각지로 스카우트를 보내서 유망주들을 찾아내야 한다. 정식 라이센스 문제도 아직 미정이긴 하지만 꾸준히 시도하고 있다.

"세계 각지에 스카우트를 보내 숨겨진 좋은 선수를 찾아내고 우리 구단에 들어오라고 광고를 내보내면 선수가 찾아옵니다. 스카우트로 좋은 선수를 찾았는데 다른 게이머도 그 선수를 찾았다면 입찰 경쟁을 해야 하니, 실제 구단 운영과 비슷하죠. 이렇게 좋은 유망주를 찾아내 잘 키웠는데 필요가 없다면 다른 구단에게 팔 수 있는 경매장도 있습니다.

가상 선수와 실제 선수가 년도별로 제공되는데, 선수들은 30 여가지의 공개된 능력치와 경기에 영향을 주는 50 여 가지의 숨겨진 요인들이 있습니다. 훈련을 통해 능력을 올리고 면담을 해서 관리해주는데, 육성하기에 따라서 같은 카드라도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됩니다. 최전방 스트라이커 캡틴 박? 가능합니다. (웃음)"



경기는 어떨까? 스포츠 시뮬레이션이 숫자 놀음이라고 하지만, 직접 경기가 진행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맛도 중요하다. 자이언트 드림은 원 포 일레븐에서 실제 축구 경기 못지않은 시뮬레이션을 도입하기 위해 인공 지능에까지 손을 뻗어 개발에 참고했다.

"경기 중계는 탑뷰 형식에 간단한 도형으로 표기되지만, 내부의 시뮬레이션과 인공지능에 많은 신경을 썼습니다. 감독의 작전이나 선수들의 능력치와 컨디션에 따라 경기 결과가 모두 달라지죠. 작전 쓰고 선수 기용했는데 실제 경기는 엉망이면 재미없잖아요? 동그라미만 움직이니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 정도의 경기 시뮬레이션을 움직임으로 구현하는 회사가 세계에 몇개 없습니다. (웃음)

축구 시뮬레이션의 인공 지능을 다루는 연구 논문으로 석사를 받은 분과 함께 개발을 해서 게이머분들이 충분히 수긍할만한 방식으로 경기가 진행됩니다. 오히려 도형이기 때문에 더 상상력을 자극하는 맛도 있구요. 더불어 중간 중간 다양한 아이콘과 문자 중계를 통해 게이머가 경기를 보는 재미를 더합니다."





▲ 회복이나 훈련 등 친구의 도움으로 효율을 높인다.




▲ 감독은 크게 네 종류로 역할이 구분된다.




▲ 좋은 선수들을 찾아내는 스카우트.




원 포 일레븐에서도 소셜의 요소는 있다. 그러나 하트나 보내는 그런 방식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정말 적극적으로 게임을 즐기는 친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방식이다. 때문에 숫자는 적더라도 진짜로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친구가 소중하다고 한다.

"게이머의 분신인 감독은 네 종류의 큰 분류 아래 다양하게 성장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감독은 MBA를 수료해서 경제학에 빠삭하니 구단의 수입이 늘어나고, 어떤 감독은 의학 박사 출신이라 선수들의 회복이 빨라집니다. 만약 선수를 보는 안목이 뛰어나다면 스카우트할때 유리하겠죠. 그러나 이걸 모두 잘 할수는 없습니다.

서로 하트나 보내는 수준의 소셜이 아니라 게임을 즐길때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관계를 추구합니다. 친구 감독이 의사 출신이면 내 선수를 회복할때 도움을 요청해서 회복을 빠르게 하고, 아시아 출신 감독이 친구라면 한국에 스카우트 보낼때 그 친구의 도움을 받고... 그런 방식으로 서로 도와주는 관계가 되니 끈끈한 관계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축구는 실제 경기를 찾아보는 팬들만 10억 명 이상의 규모로 추정되는 글로벌 스포츠. 한국에서도 영국 프리미어 리그 기간이 되면 밤잠을 설치는 분들이 상당히 많다. 원 포 일레븐의 목표도 세계 시장이다. 그렇다면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 자이언트 드림이 승부를 기다리는 시기는 올해 말이다.

"저희가 개발을 하면서 종종 되새기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만든 게임을 사랑하지 말자' 애정이 없으니 막 개발하자는 뜻은 당연히 아닙니다. (웃음) 개발자가 자기 게임을 사랑하면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기 힘들고 실제보다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그러니 최대한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개발을 하자는 뜻이죠.

일정은 빠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축구와 시뮬레이션 게임을 사랑하는 게이머분들이 제대로 평가를 내려주시길 바라고 만들었습니다. 진짜 제대로 된 축구 시뮬레이션 게임을 기다리셨다면, 절대 실망시켜드리지 않을 자신이 있으니 '원 포 일레븐'을 꼭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자이언트 드림 강병욱 PD (좌측)와 이재구 실장





▲ 기본 경기는 자동으로 진행된다. 스크린샷은 FA컵





▲ 다양한 광고로 유망주들을 끌어들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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