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 리뷰] 장안의 화제 '하스스톤'... 인벤팀의 4인 4색 체험기

리뷰 | 인벤 취재팀 기자 | 댓글: 108개 |
블리자드에서 마음을 단단히 먹은 게 틀림없습니다. 블록버스터 개발사의 어깨 위에 짊어진 짐 살짝 내려 놓고, 전혀 다른 부분에서 기량을 발휘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어깨 힘 풀고 개발한 '하스스톤: 워크래프트의 영웅들'은 기존 작품에서 느껴지던 아우라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완성도까지 사라졌다는 건 아니죠.

기대했던 만큼, 혹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말입니다. 보드 게임, 카드 게임에 한 번 재미 붙이면 헤어나올 수 없다는 것은 알았지만, 썰고 베고 쪼개는 걸 숙명으로 여겼던 제겐 멀기만 한 장르였습니다. 헌데 '하스스톤'은 그런 제 고고한 취향을 깨끗히 부숴버렸단 말입니다. 재미있었어요.

궁금해졌습니다. 저만 이렇게 느끼는 걸까요? 동료 기자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들어보고 싶어졌어요. 인벤 강남팀에서 '하스스톤'을 꾸준히 즐겨왔던 기자들을 섭외했습니다. 그들의 의견을 종합했고 이렇게 공개합니다. CBT에 당첨되지 못한 유저분들이 많은 것으로 압니다. 그 분들이 이 기사를 통해 '하스스톤'이 어떤 게임인지 느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박태학 기자 (Karp)
주특기 : FPS, TPS, 액션
카드게임 경험 : ●○○○○○○○○○
장르 안가리지만 유독 TPS에 애정이 많다. 인내심이 약해 기다림을 기다리지 못하고, 싱글 플레이 게임을 사랑한다. '워페이스' 기자대회 MVP 수상 경력 보유.


걱정입니다. 내가 카드 게임을 즐기기 시작했다는 게 알려지면 안돼요. 지금껏 나와 사랑을 나눴던 게임들이라면 혀를 끌끌 찰 게 틀림없습니다. "네가 머리를 쓰다니. 뇌에 주름도 얼마 없는 녀석이? 머리보다는 심장으로 게임하는 네가 지금 카드를 쥔 거야. 우리를 배신한 거라고!"라며 절 욕할지도 몰라요. 쏘고 부수고 모든걸 '파.괴'하는 그런 게임들이 말이죠.

그나마 안심인 건 '하스스톤'이 그 녀석들 못지 않게 액션성 강한 TCG이기 때문입니다. 너희만큼 손 맛 좋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만큼 '하스스톤'의 타격감은 뛰어납니다. '디아블로'를 통해 때리는 맛 제대로 보여준 블리자드의 노하우가 TCG에도 그대로 녹아든거죠. 뭐, 정적인 게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제 마음을 움직인 결정적인 계기였다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고요.

나머지도 그래요. '하스스톤'은 타격감을 제외해도 블리자드가 지금까지 쌓아온 노하우가 오롯이 적용되어 있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었죠. 낮은 진입장벽. 블리자드가 가장 잘 구현하는 그 필살기는 여전했습니다. 덕분에 쉽게 즐기죠. 뚜벅뚜벅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게임에 파고들게 됩니다. 이 과정은 그들의 전작에서 보여지던 것보다 훨씬 부드럽고 유연하게 구성되었습니다. 사실은 블리자드의 진짜 개발력은 '캐주얼'에서 나온다 해도 의심하지 않을 정도랄까요.

과금제 적용 방식도 좋습니다. 블리자드가 최초로 시도하는 부분 유료화라서 걱정 많이 했는데... 기우였어요. '리그 오브 레전드'나 '도타2'를 보면, 결제에 대한 부담심리가 그리 크지 않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암묵적으로 결제압력 스킬을 시전하는 기존 온라인 게임들과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이런 것 팔고 있으니 관심있으면 사는 게 어때.' 이 정도잖아요. 결제 버튼을 누르는 이유를 게임 탓이 아니라 플레이어의 의사 결정에 맞춘 겁니다.

이런 경우 게임사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 여지가 줄어듭니다. '하스스톤'도 마찬가지인데, 카드 게임에서 이런 방식을 채용한 것은 드문 사례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태생이 카드 게임이기에 아예 무과금으로 하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꾸준한 플레이로도 '과금전사'와의 격차를 줄이는 게 가능하다는 것은 분명한 장점입니다.

'페이 투 윈'이던 '폐인 투 윈'이던 둘 다 승자입니다. 그만큼 이 게임은 재미있습니다.









이종훈 기자 (JeeK)
주특기 : 시뮬레이션, 캐주얼
카드게임 경험 : ●●●○○○○○○○
'외모와 어울리지 않는 게임'을 주로 즐기는 타입. 강력한 만성 디버프 '3D 멀미' 탓으로 게임을 장시간 플레이하지 못하는 비운을 겪고 있다.


하스스톤? 정말 진심으로, 그리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워크래프트 IP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 입장에서 보자면 더없이 반가웠지만, '과연 대박을 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은 꾸준히 이어져왔어요. 몇 차례 있었던 사전 체험 기회와도 매번 인연이 닿지 않아 더욱 그랬을지도 모르죠.

정식 한글판 CBT가 시작되고 나서야 기회의 끈을 붙잡게 됐고, 그 날 거의 2시간 가량을 하스스톤과 보냈습니다. 본래 성격상 고도의 전략을 빠르게 짜내는 수준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깐이나마 타임워프를 경험했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오랜만에 겪는 일이었습니다.

캐주얼한 플레이타임, 채팅이라곤 친구 간 대화만 가능한 다소 '폐쇄적'인 게임 내 커뮤니티 기능. 뼈대를 이루는 시스템은 굉장히 마음에 듭니다. 하스스톤에 대해 감정섞인 평을 내리자면, '캐주얼한 게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장르 특성상 하스스톤은 폭넓은 유저층을 끌어모을 수 있는 종합 컨텐츠를 갖추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어느 정도의 호불호와 그에 따른 선입견은 존재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요. 하지만 적어도, 워크래프트 시리즈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유저라면, 그리고 아직 하스스톤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주의할 것을 거듭 당부합니다. 한 판 한 판의 짤막한 대결과 현실감 넘치는 성우들의 목소리를 듣다보면 어느새 당신의 소중한 시간이 온데간데 없어질지도 모르니까.









길용찬 기자 (Kavo)
주특기 : RPG, 턴제 전략, 리듬 게임
카드게임 경험 : ●●●●●●○○○○
실시간 게임도 좋아하나 '잭스 손'임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턴제 연마 중. 귀 혹은 머리가 바쁜 게임을 좋아한다. 사랑하는 게임은 '밴티지 마스터 택틱스'


재미있다, 쉽다는 말은 굳이 더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이미 그와 관련된 이야기는 넘쳐나게 나오고 있으니까요. 국내에 출시된 온라인 카드 전략게임 중 다수를 해본 입장에서, 마이너한 장르에도 불구하고 대중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하스스톤'의 가능성에 주목을 하게 되었습니다.

카드 전략게임은 한번 빠져들 경우 가장 오묘하면서도 중독이 심한 장르입니다. 하지만 치명적인 약점이 딱 두 가지 있지요. 진입장벽이 높다는 점, 그리고 '지갑'의 차이를 극복하기가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하스스톤'은 과금 문제 극복을 위해 묘수 세 가지를 첨가했습니다. 그것은 공통 카드 비중 상승, 투기장 모드, 그리고 분해/제작 시스템입니다.

모든 직업이 가능한 카드가 많다는 것은, 적은 카드를 가진 입문자도 비교적 다양하게 덱을 짤 수 있는 안전 장치 역할을 합니다. 무작위 카드로 덱을 만들어 대결하는 투기장 모드에서는 소위 '카드빨'의 비중을 완전히 제거했습니다. 그저 실력, 그리고 약간의 운에 의해 보상이 결정되지요. 여기에 화룡점정을 찍는 것이 원하는 카드를 선택해 만들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하스스톤'의 게임 방식은 매직더게더링(MTG)와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단지 거기에서 입문자를 더 쉽게 안내하고, 적은 비용으로도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한 정도지요. 그런데 그 이야기를 함축하면, 결국 '훌륭하다'로 귀결됩니다. '카드 게임인데 디아블로를 하는 것 같아!' 라고 생각할 정도로 탁월한 타격감도 플러스 요소입니다.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골드 획득은 조금 더 높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간략한 룰을 썼기 때문에 게임의 승리 공식이 획일화될 위험도 함께 조심해야 합니다. 하지만 장점이 더욱 많고, 블리자드라는 이름값을 떼어놓고 봐도 대중적으로 잘 만든 게임입니다. '하스스톤'은 어쩌면 세계 게임 시장에 새로운 장르의 바람을 불러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박상진 기자 (Vallen)
주특기 : 전략시뮬, 스포츠, 보드게임
카드게임 경험 : ●●●●●●●●○○
전략시뮬에 애정이 있다. 스타크래프트의 전성시대 복귀를 간절하게 바라는 중.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손에 한탄하던 중 블리자드의 신작 '하스스톤'을 만남.


과거 게임의 '재미'라고 한다면 단순히 게임을 '즐기는 재미'만을 따졌으나, 최근 들어서는 단순히 '즐기는 재미'는 기본이거니와 '보는 재미'까지 갖추어야 할 정도로 게임을 직접 플레이 하는 것 뿐만 아니라 보는 재미까지 중요해 진 시기입니다.

하스스톤의 즐기는 재미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 합니다. 게임 시스템 자체가 별 노력 없이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직관적입니다. 기자가 하스스톤을 가장 칭찬하고 싶은 부분은 바로 블리자드가 '패배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줄이는 방법을 터득했다는 점입니다.

과거 블리자드의 RTS게임인 스타2의 경우 '래더 공포증'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패배에 대한 압박감과 스트레스가 심했고, 그러한 부담때문에 래더를 포기한 채 캠페인만 즐긴 유저들도 있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하스스톤은 이기면 좋지만 지더라도 스트레스를 덜 받습니다. 단지 하스스톤 뿐만 아니라 향후 블리자드 게임에 대한 기대감 역시 높아질 정도죠.

또한, 하스스톤은 가볍게 즐길수도 있지만 덱 구성부터 시작해 플레이 도중 전략에 대해서도 심도있게 파고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깊이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각 플레이어간의 영웅 호불호, 덱 구성, 플레이 스타일, 그리고 TCG 특유의 랜덤성은 '보는 재미' 또한 배가시켜 새로운 e스포츠 종목으로도 손색이 없을 수준이고요.

과연 블리자드가 스타2에서의 실패를 경험으로 하스스톤이라는 새로운 e스포츠 종목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을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만한 부분입니다.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