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열 경찰이 한 도둑 못잡는다지만..." 게임사의 대응을 넘어 진화하는 두더지핵의 실태

정성모 기자 | 댓글: 116개 |
오픈 베타 서비스 이후 한 달 여, 아키에이지는 그동안 잦은 점검, 해킹, 버그 악용 문제 등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면서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 가장 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으니, 그것은 바로 두더지핵이다.


두더지핵은 위의 모든 문제 중 유저들이 가장 큰 불만을 느끼고 있는 사항이며, 유저들의 신고가 가장 많은 사항이기도 하다. 수많은 신고로 두더지핵의 심각성을 깨달은 XL게임즈는 단호한 대응을 천명하며 27000여 개의 계정을 영구 제재하고, 두더지핵 사용자 디버프를 추가하는 등 몇 차례의 단속 조처를 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조치였을 뿐, 그 근원은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유저들이 게임상에서 체감하는 두더지핵 및 무역핵 사용자의 숫자는 별 차이가 없으며, 아직도 공식 홈페이지의 열린 게시판과 인벤의 게시판은 수많은 두더지핵 신고 영상과 글로 가득한 상태이다.






▲ 인벤 게시판에 올라온 두더지핵 관련 글. 매일 많은 숫자의 게시물이 올라온다.



위와 같이 두더지핵을 신고하고 있는 유저들은 이것이 아키에이지라는 게임의 존폐와 직결된다고 여긴다. 도대체 두더지핵이 무엇이기에 유저들이 이를 이토록 위험하게 여기고 있는 것일까? 이를 파악하기 위해, 여기에서는 도대체 두더지핵이란 무엇이고 왜 그렇게 위험한 것인지, 그리고 그동안 개발사에서 취했던 조치가 얼마나 실효성있는 조치였는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 두더지핵이란 무엇인가?


'두더지 핵'은 캐릭터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갈 수 없는 필드의 지면 아래로 들어가서 필드 위의 자원을 캘 수 있게 하는 불법 프로그램을 말한다. 이 때문에 캐릭터가 노출되지 않으면서도 채광과 채집을 할 수 있어, 일반 유저들은 채집 자원이 사라지는 것을 통해서만 핵 프로그램 사용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핵 프로그램에 대한 유저들의 제보는 비교적 리젠이 빠르고 쉽게 확인이 가능한 채광에 집중되어 나타고 있으며, 특히 아키에이지는 필드에 따른 채광 품질의 편차가 없어서 채광과 관련한 핵 사용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 인벤 닉네임 '비밀에료코'님의 제보 영상. 채광 포인트가 갑자기 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실 두더지핵의 사용 문제는 아키에이지에서만 불거진 것은 아니다. 아키에이지와 유사하게 필드 위에서 채집과 채광을 할 수 있는 와우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두더지핵 관련 문제가 논란이 되어왔다.


그러나 아키에이지 유저들이 이 핵 프로그램에 대해 표출하고 있는 불안감은 다른 게임들과는 사뭇 다르다. 유저들은 이 프로그램이 아키에이지에 특히 더 위험하며, 궁극적으로는 게임의 존폐와 직결된다고까지 생각한다. 도대체 두더지핵의 어떤 면이 아키에이지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것일까?





■ 두더지핵이 아키에이지에 더 해로운 이유?





아키에이지에서 철광석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아키에이지의 철광석은 집과 배의 건설은 물론, 무기와 방어구의 제작에까지 쓰이지 않는 곳이 없다. 이 때문에 핵 사용 유저들의 채광 독식은 일반 유저들의 게임 생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또, 철광석은 다방면에 쓰이는 만큼 거래량도 많아서, 핵 프로그램을 사용한 후 골드로 변환이 매우 쉽다. 이렇게 벌어들인 돈은 현금화되거나 게임 내에 다시 풀리게 되어, 게임 경제와 현실 경제 모두를 위협하는 문제도 존재한다.


채광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부산물인 암석과 간혹 채광이 가능한 상위 등급의 광물은 무역에도 종종 사용하는 품목인 것도 문제이다. 불법 프로그램 사용자들은 핵 프로그램을 통해 무역에 필요한 물품을 자연스럽게 모으게 되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모인 재료로 만든 무역품으로 쉽게 재화를 벌어들일 수 있는 구조가 게임 내에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 단지 채광만으로도 무역이 가능한 품목들이 존재하여서, 채광핵은 무역까지 위협할 수 있다.





두더지핵의 응용판, 무역핵의 성행.



최근 유저들에게 가장 큰 논란은 두더지핵과 연계하여 쓰는 무역핵에 집중되고 있다. 무역핵은 사용자를 원하는 위치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게 해주는 핵 프로그램이다. 캐릭터의 조작 없이 움직이기 때문에, 캐릭터가 무역 시 받는 등짐 패널티를 무시하면서 단 5초 만에 반대편 대륙까지도 움직일 수 있다.


무역핵은 거리를 비례로 특산품의 가치를 매기는 아키에이지의 무역 구조를 한껏 농락한다. 본래 등짐을 맨 불편한 상태를 감수하고 오랜 시간 이동하여 얻을 수 있는 무역 보상을 단 몇 초 만에 받을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 인벤 아기오크님의 무역핵 제보영상. 특산품을 만들면서 이동하여 빠르게 무역을 마친다.





두더지핵 응용의 결정판, 공중 농장 형성.



두더지 채광핵이나 무역핵 등 지하를 통한 핵 프로그램 사용이 문제가 되자, 개발사 측은 '두더지 디버프' 패치로 두더지들을 단속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두더지들은 이를 비웃듯 날개를 달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두더지핵'이 '비둘기핵'으로 진화하게 된 것이다. 하늘로 날아오른 두더지들은 공중에서 무역품을 옮기는 것은 물론, 공중에 농장까지 건설하며 두더지핵 폐해의 끝을 보여주게 되었다.


열린 게시판과 인벤 게시판을 뜨겁게 달군 이 핵 사용 모습은 아키에이지의 핵심 요소인 농사와 부동산 개념을 무색하게 하였으며, 이제 유저들은 땅속의 두더지는 물론, 하늘의 비둘기와 농장을 보며 분통을 터트리게 되었다.


이와 같은 불법 프로그램의 사용은 정당하게 게임 콘텐츠를 이용하는 유저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어서 핵 프로그램 자체가 거래되고 확산될 소지가 있다. 특히, 많은 유저들이 이러한 핵 프로그램에 대한 개발사의 대응에 실망감을 느끼고 있으며, 이로인해 게임에서 이탈하는 위험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 그동안 개발사는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왔을까?






▲ 아키에이지 공식 홈페이지 열린 게시판에 올라간 잡몹님의 제보.
같은 자리에 높이만 달리하여 버섯이 심어진 것을 볼 수 있다.





▲ 인벤 닉네임 '요토'님의 비둘기핵 무역 제보. 날아다니면서 무역하는 것을 볼 수 있다.





■ 두더지핵에 대한 개발사의 대응 조치, 실효성은?


개발사 측에서는 핵 프로그램 사용 문제에 대해 엄중한 단속 의지를 내보였다. 몇 차례의 단속으로 많은 핵 프로그램 사용 계정을 영구 이용 제재하였으며, 게임 내에서 무역핵 사용을 막기 위해 '두더지 디버프'를 마련하는 등 게임 내·외적으로 핵 프로그램 근절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별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계정 영구 제한 조치 이후에도 여전히 두더지와 비둘기를 목격한 유저들의 신고는 이어지고 있으며, 애써 만들어 놓은 두더지 디버프는 곧 '진짜 두더지'들에게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판명되었고, 오히려 땅속의 두더지들을 공격한 유저에게 걸리며 유저들의 자체 대응마저 불가능하게 만들어 버렸다.






▲ 아키에이지 공식 홈페이지 열린 게시판에 올라온 kairess님의 게시물.
두더지핵 사용자를 발견하고 공격하였지만, 본인만 두더지핵 디버프에 걸리게 되었다.



이런 개발사의 대응에 유저들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개발사의 대응 속도가 핵 프로그램의 진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두더지를 잡겠다는 목적으로 설치한 덫은 애꿎은 유저들만 잡고 있으며, 땅속의 덫을 비웃듯이 날개 달린 두더지들은 하늘 위의 농장까지 건설하는 단계로 나아갔다. 그러나 아직도 이에 대한 개발사의 대응은 지지부진한 상태이다.


많은 유저들은 이러한 개발사의 대응에 크게 실망하고 있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많이 나온 의견으로는 IP차단이나 무역 최소시간 타이머 등이 있지만, 아직 개발사의 손이 닿지 않고 있다.


다만 희망적인 부분이 있다면, 송재경 대표가 개인 트위터를 통해 이러한 대응 조치를 생각하고 있다는 의견을 내비쳤다는 것이다. 송재경 대표는 트위터에서 유저와의 대화를 통해 이미 핵 판매 사이트를 신고조치 하였으며, 무역품 타이머를 구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대응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나와봐야 알겠지만, 유저와 소통하며 해결책을 끊임없이 강구하고 있는 모습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XL게임즈는 규모가 크지 않고 아키에이지가 공식적인 첫 퍼블리싱 게임이라 할 수 있는, 경험이 많지 않은 회사이다. 따라서 이런 강력한 핵 프로그램 문제에 대한 대응 경험도 전무한 상태였으며, 이 때문에 궁극적인 해결책을 한 번에 강구하기도 어려운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직은 두더지핵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방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지만, 꾸준한 대응을 통해 조금씩 해결책도 성장해 나가고 있다. 초기 두더지핵 사용자에 대한 계정 영구 제재를 하며 유저에게 약속했던 엄단의 의지를 잊지 않고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이제 개발사가 힘써야 할 것은 핵 프로그램보다 한발 앞선 핵 근절책이다. 더는 따라가기 식의 대응이 아닌, 핵 프로그램의 근본을 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여 유저들의 정상적인 게임 이용을 독려할 필요가 있다. 결국 게임을 지키는 것은 유저라는 것을 잊지 말고, 이 문제의 해결을 통해 유저의 신뢰를 회복하면서 한층 더 성장해나가는 XL게임즈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핵 사용자에 대해서 어떤 처벌이나 대응이 필요한가'에 대한 여러분의 의견을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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