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프로 스포츠 구단의 선택, 프로게이머 김정민

칼럼 | 장민영 기자 | 댓글: 2개 |



작년 8월, 한국에 특별한 사건이 일어났다. 프로 축구단 성남 FC에서 김정민이라는 프로게이머를 영입한 것. 그동안 한국에서 정통 스포츠와 e스포츠의 경계가 있었지만, 이를 넘어서는 계약이 이뤄졌다. 프로 스포츠단이 단순히 피파 온라인3가 축구를 다루는 게임이라서 김정민을 영입했다고 볼 순 없다. 성남 FC가 그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입단 전후로 김정민이 걸어온 길이 궁금해진다.

김정민은 프로팀에 들어가기 직전부터 개인 리그에서 최고는 아니었다. 3위로 시즌을 마무리하며 가까스로 2016 아시아 챔피언스 컵(EACC)에 출전할 기회를 잡은 상황이었다. 자신보다 좋은 성적을 거둔 두 선수와 함께 출전했지만, 절대 그들에게 의존하지 않았다. 대회의 득점왕과 베스트골을 수상하며 한국팀의 우승을 이끌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개인전보다 주목받지 못하는 팀 전이라도 김정민은 순간마다 최선을 다한 것이다. 챔피언십 시즌2 개막을 앞두고 열린 중국과 이벤트 전도 소흘히 하지 않았다. 홀로 3:0 올킬을 기록할 정도로 대회 규모-상금과 상관없이 그는 프로답게 최고였다.

▲ 이젠 '진정한' 프로로 거듭난 김정민?

이런 김정민에게도 성남 FC라는 타이틀은 처음에 큰 부담이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김정민에게 거는 기대가 커졌다. 그렇지만 김정민은 프로로서 부담보다 책임감이 컸다. 프로는 성적으로 말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김정민은 예전과 확실히 다른 성적을 들고 나왔다. 챔피언십 두 시즌 연속 우승과 함께 3회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것. 연속 우승을 할 당시 결승전 세트 스코어는 모두 3:0일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결과만 보면 김정민의 우승은 미리 예견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결승까지 올라오는 과정은 절대 쉽지 않았다. 준우승자인 강성훈이 2016 EACC 윈터 결승전과 2017 피파 온라인3 아디다스 챔피언십 8강 승자전에서 김정민을 상대로 승리하며 다시 붙는 챔피언십 결승전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강성훈이 연습할 때 엄청난 승률을 자랑하며 선수들 사이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로 점쳐졌다. 게다가, 김정민은 승부차기와 수비에 약점을 지적받기도 했다.

김정민은 그럴수록 더욱 강해졌다. 8강에서 강성훈에게 승부차기로 패배하자 다음 4강에서 승부차기로 다승을 거둔 원창연을 상대로 값진 1승을 따냈다. 수비 능력까지 보완해 자신의 약점마저 시즌 중에 하나씩 제거한 것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결승전에서 완벽한 변신까지 성공해냈다. 자신을 잘 아는 강성훈을 상대로 스쿼드를 변경해 새로운 스타일을 구사한 것. 결승까지 일주일이라는 기간 만에 완벽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 첫 세트부터 3:0, 결승 세트 스코어 3:0의 압도적인 우승이라는 강렬한 장면을 연출했다.



▲ 2016 올해의 선수상 받은 김정민, 2017년은?

이토록 화려한 그의 커리어의 비결은 프로다운 철저함이 아닐까. 그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골을 넣고 승리를 거둬도 화려한 세레머니를 하지 않는다. 방심하는 순간 경기력이 떨어질 것을 염려해서 그렇다고 한다. 위기 상황에서 그의 철저함은 더욱 빛났다. 원창연과 4강 대결에서 2:0으로 앞서다가 두 세트를 잡히며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 김정민은 침착하게 이전 세트 잘못된 패턴을 반복하지 않으려는 자세로 임해 결승으로 향할 수 있었다. 결승전 역시 방심하지 않았다. 김정민은 우승할 때마다 색다른 포메이션과 전술을 준비했다고 한다. 많은 우승을 경험해봤지만, 자신의 기존 스타일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발전해왔기에 가능했던 결과였다.

김정민의 승리는 어느덧 당연한 것처럼 보였다. 작은 이벤트 전 하나까지 모두 압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하지만 겉으로 화려한 결과 뒤에는 보이지 않는, 묵묵히 지켜온 것들이 있었다. 성남 FC 역시 김정민의 그런 모습을 보고 영입한 것이 아닐까. 정통 스포츠인들에게 게임과 e스포츠는 생소할지 몰라도 프로게이머 김정민의 프로다운 모습은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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