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핫한 여름 보낸 롱주의 허리 - 죽지 않는 미드 '비디디' 곽보성 인터뷰

인터뷰 | 신연재 기자 | 댓글: 94개 |
롱주 게이밍은 이번 LCK 섬머 스플릿에서 폭염의 날씨만큼이나 뜨거운 여름을 보냈습니다. 봇 듀오 '프릴라'를 제외하고 모든 선수를 교체하는 큰 변화가 있었는데요. 팀원 모두 솔로 랭크 최상위권에 걸맞은 압도적인 피지컬과 라인전 능력을 보여주면서 무려 정규 시즌 1위라는 파란을 일으켰습니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였죠.

그리고, 그 중심에는 허리를 단단히 지킨 '비디디' 곽보성 선수가 있었습니다. 섬머 기간 동안 그 어떤 미드 라이너를 상대하던 언제나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여준 '비디디' 선수는 무려 11.3이라는 높은 KDA 수치로 정규 시즌을 마무리했습니다. '비디디' 선수의 KDA 수치가 더욱 놀라운 이유는 그가 KDA 관리를 위해 소심해지기는 커녕 오히려 전장에서 적극적으로 상대의 딜을 받아내거나 딜량 1등을 기록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플레이를 했기 때문입니다. MVP 1위라는 타이틀이 이를 증명하죠.

엄청난 경기력을 보여주며 최정상 미드 라이너 반열로 단숨에 치고 올라간 '비디디' 선수이지만, 아직 여정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모든 선수들의 시즌 최종 목표라고 할 수 있는 롤드컵에 가기 위해선 몇 가지 관문이 남아 있죠. 가장 쉽고 빠른 길인 직행을 위해선 섬머 스플릿 우승이 필수입니다. 그만큼 결승에 대한 각오가 남다를 텐데요. '비디디' 선수를 만나 정규 시즌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결승 각오를 들어봤습니다.




Q. 안녕하세요, '비디디' 선수! 독자분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롱주 게이밍 미드 라이너 '비디디' 곽보성입니다.


Q. 먼저 늦었지만, 정규 시즌 1위 정말 축하드려요. '비디디' 선수는 MVP 공동 1위에 이어 KDA도 1위를 차지하셨는데, 알고 계신가요?

결승 진출을 확정했을 때는 실감이 잘 안 났는데, 결승과 관련된 촬영을 하나하나 해가면서 와 닿고 있어요. 기분이 많이 좋아요. 사실 KDA나 MVP 포인트는 별로 의식을 안 해서 신경은 안 쓰였는데, 막상 하니까 기분 좋네요.


Q. 본인이 이번 시즌에 MVP 포인트를 이렇게 많이 쌓을 거라고 예상하셨나요?

예상은 전혀 못 했어요. 얼떨결에 받은 것 같아요. '어? 내가 이걸 받네?' 할 때도 있었고, 받을 만했다고 생각했을 때도 있었어요. (아쉬웠던 적도 있어요? '이건 내가 받을 만했는데...' 하면서) 음, 그런 판은 없었던 것 같아요(웃음).


Q. 어마어마한 KDA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죠. 무려 11.3, 2위인 '스코어' 고동빈 선수랑도 꽤 격차가 나요. 이렇게 높은 KDA를 유지하면서 딜도 빠지지 않고 넣을 수 있는 비결은 뭔가요?

작년에 CJ 엔투스에서 나오고 나서 솔로 랭크를 많이 돌렸어요. 그런데 제가 죽으면 지는 판이 되게 많더라고요. 그래서 죽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까 스크림과 대회에도 적용이 된 것 같아요. 비결은... 상대 주요 스킬을 생각하면서 포지션을 잘 잡고, 한 번에 내가 파고들 수 있는 그 타이밍을 잘 노려야 해요. 그리고 잔 스킬로 탱커를 치면서 중요한 스킬은 상대 딜러를 맞추는 느낌? 어차피 상대 딜러도 우리 탱 라인에 시선이 집중돼 있을 수밖에 없거든요.




Q. . 사실 '비디디' 선수가 아직 성인이 되지도 않은 어린 나이잖아요. 그런데도 연습생 시절부터 워낙 유명했기도 하고, 나이 제한이 풀리자마자 데뷔를 하면서 나이에 비해 역사가 꽤나 긴 선수가 됐어요. 먼저, CJ 엔투스 시절 이야기를 잠깐 해볼까 합니다.

연습생 때는 막 다른 라인도 많이 하고 재미있는 챔피언 위주로 많이 하다 보니까 한창 제드만 했던 것 같아요. 어떤 분이 제 제드 플레이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올려주시면서 이목을 많이 받게 됐죠. 팀원 형들이 막 '보성이 연예인 됐네~' 하면서 장난도 치고(웃음). 저는 되게 좋긴 했어요. 그때는 대회에 나가지 않아도 되니까 부담감도 없었거든요. 자신감의 계기가 됐던 것 같아요.


Q. 그리고 나이 제한이 풀리자마자 바로 데뷔를 했어요. 그때는 어떤 상황이었나요? 그렇게 바로 무대에 오를 거라고 알고 있었나요?

감독 코치님들이 바뀌고 2월 즈음부터 나이 제한 풀리면 나갈 거라고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때부터 부담이 많이 됐죠.


Q. 2016년이 '비디디' 선수에게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은 해였을 것 같아요.

예전부터 아마추어 대회를 참가하곤 했는데, 그때는 긴장하면 오히려 플레이가 잘 되는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프로 무대는 무게감이 정말 다르더라고요. 긴장을 너무 많이 해서 연습처럼 되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그런 것들을 다 떠나서 지금 느끼기엔 그때 제가 많이 못 했던 시절 같아요. 캐리 욕심도 많았고.


Q. 2017 시즌이 되면서 롱주 게이밍으로 팀을 옮겼는데, 어떻게 롱주 게이밍에 입단하게 됐나요?

CJ 엔투스를 나오고 솔로 랭크를 계속 했어요. 어쨌든 팀을 빨리 구해야 좋을 것 같았거든요. 닉네임도 '팀구하는비디디'로 바꾸고 열심히 해서 솔로 랭크 3위를 찍으니까 연락이 많이 오더라고요. 해외에서도요. 그중에서 롱주 게이밍이 팀원들이 정말 좋았어요. '프릴라' 형들도 있고.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선택하게 됐어요.




Q. 롱주 게이밍이 힘든 스프링 시즌을 보냈어요. 그때 '비디디' 선수는 한 경기도 출전하지 않았는데, 어떤 상황이었는지 이야기 들어보고 싶습니다.

팀 성적이 시즌 후반부로 갈수록 안 좋았잖아요. 그때 코치님들이 저한테 물어보셨어요. 대회에 나갈 수 있겠냐고요. 근데 당시에 저는 부담감도 너무 심하고, 자신감도 많이 떨어진 상태라 나가고 싶지 않다고 했어요. 제가 용준이 형보다 부족했었거든요. 제가 판단하기에도 그렇고 누가 봐도 그랬어요. 용준이 형 뒤에서 플레이를 보면서 정말 많이 배웠어요. 그런 것들이 겹치면서 못 나간 것 같아요.


Q. 섬머 시즌이 되면서 롱주 게이밍에 엔트리 변화가 굉장했어요. 그래도 이렇게 1위까지 할거라 예상하는 시선은 거의 없었죠. 아무래도 '비디디' 선수도 한 시즌을 쉬었고, '칸' 김동하 선수도 LCK에선 공백이 길었던 상태였어요. '커즈' 문우찬 선수는 완전 신예고. '비디디' 선수는 라인업을 딱 보고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일단 '프릴라'는 검증이 된 봇 듀오잖아요. 그리고 동하 형은 예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여서 굉장히 잘하는 선수라고 알고 있었어요. 우찬이도 전에 이야기 많이 하면서 같이 게임한 적도 많아서. 실력에 대한 걱정은 없었어요. 다들 잘할 것 같았어요. 걱정거리는 긴장감 정도?


Q. 지금 롱주 게이밍이 굉장히 쾌활해요. 부스 영상 같은 것만 봐도 엄청 왁자지껄하고. 예전에 구 락스 분위기가 물씬 나는 것 같아요. 굉장히 강한데 분위기도 유쾌한 그런 팀이요.

사실 숙소에서는 부스보다 더 시끄러워요. 엄청 활발하고. 저도 CJ 때부터 구 락스를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을 종종 했거든요. 그런 분위기가 되고 싶었는데, 형들도 우찬이도 성격이 되게 좋아서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 같아요.




Q. '커즈' 선수와 동갑이라고 알고 있는데, 미드-정글이 동갑내기 친구라 의사소통도 더 잘 되고 팀워크도 잘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확실히 예전 CJ 때는 정글러 형들이 나이가 조금 있었으니까 말하기 껄끄러운 부분도 있었어요. 그런데 우찬이는 동갑이고 신인이다보니까 말하기 편해서 게임할 때 되게 편해요.


Q. '커즈' 선수는 지금도 솔로 랭크에서 최상위이고, 1위도 오래 유지한 선수에요. 그런데 경기 플레이 스타일은 다소 수비적인 측면이 있어요. 보통 피지컬이 좋으면 굉장히 공격적이잖아요. 팀원들이 라인전이 워낙 강력하다보니까 그에 맞춘 플레이인 건가요?

솔로 랭크에서 만났을 때는 되게 공격적인 스타일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팀 게임을 하다보니까 수비적인 느낌이 있더라고요. 팀한테 맞췄다기보다는 원래 성향이 살짝 수비적인 것 같아요. 저도 받쳐주는 정글러가 편하긴 한데, 팀에 잘 어울리려면 메타에 따라 계속 바뀌어야 하잖아요. 그런 면에서는 우찬이도 점점 더 잘해지고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Q. 이제 다시 대회 이야기로 돌아와서, 정규 시즌에서 가장 기억나는 경기가 있다면 어떤 경기인가요.

1라운드 삼성전이요. 동하 형이 자기 실수 때문에 졌다고 생각했나 봐요. 그래서 경기 끝나고 울었는데 마음이 좀 아팠어요. 아, 그리고 그때 '프레이' 형이 막 부스 안에서는 울지 말라고 그랬어요. 상대가 보면 기분 나쁠 수도 있다고. 그 말도 되게 좋았어요.


Q. 확실히 '프레이' 선수가 베테랑이다 보니까 잘 챙겨주고 듬직한 부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고릴라' 선수는 이미 엄마 같은 존재로 유명하기도 하고(웃음).

형으로서도 엄청 좋은데, 선수로서 배울 점이 무척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좋아요. 모르는 게 있을 때 물어보면 뭐든지 다 정답을 알려줘요. 멘탈 관리도 잘하시고, 어떻게든 좋은 쪽으로 이끄는 방법을 아는 것 같아요. 되게 많이 배우고 있어요.





Q. 이번 정규 시즌에 '비디디' 선수에 대한 평가가 굉장히 높았어요. 이번 시즌 미드 맞대결을 쭉 돌이켜 보자면 어땠나요? 예를 들어 힘들었던 선수라든지, 라이벌로 생각하는 선수라든지.

선수마다 장점이 달라서 라이벌을 꼽히는 좀 힘들고, 강팀들을 상대로 할 때가 되게 까다로웠던 것 같아요. 다들 잘하시는데 저는 아직 '페이커' 선수가 가장 잘하는 미드 라이너라고 생각해요. 정규 시즌에 조금 부진하시긴 했어도 다시 잘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Q. 예전에 '페이커' 선수가 롤모델이라고 말한 적 있어요. 지금도 변함없나요?

솔직히 프로 생활이 끝날 때까지 롤모델은 '페이커' 선수일 것 같아요. 롤을 처음 시작할 때는 다른 라인을 하다 보니까 '매드라이프' 홍민기 형이 롤모델이었거든요. 근데 미드로 전향하면서 '페이커' 선수로 바뀌었어요. 이대로 쭉 갈 것 같아요.


Q. '비디디' 선수가 바라본 '페이커' 선수는 어떤 선수인가요?

소양 교육 때도 많이 느꼈는데, e스포츠 판을 좋게 이끌어나가고 싶어하는 그런 느낌이 있더라고요. 그런 부분도 좋게 봤고. 게임 내적으로 플레이할 때도 똑똑하게 한다고 느껴져요.


Q. 그럼 본인이 생각하는 미드 라이너의 역할은 뭔가요?

갱을 당하거나 솔로 킬을 당해서 라인전이 무너지는 그런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어디에선가 싸움이 열렸을 때 무조건 그 자리에 있어야 해요. 미드는 진짜 허리 역할인 것 같아요. 일차적인 건 라인전, 두 번째로는 동선 낭비가 없는 로밍? 정도요.


Q.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이번 정규 시즌 본인의 플레이는 어느 정도 마음에 들겠네요?

작년보다는 훨씬 마음에 들어요. 그래도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계속 부족하다고 자각을 해야 더 발전할 수 있잖아요.




Q. 포스트 시즌 이야기를 좀 해볼게요. SKT T1의 기세가 굉장해요. 정규 시즌 주춤했던 모습은 아예 없고, 셧아웃 승리로 와일드카드전이랑 플레이오프 1라운드를 돌파했습니다.

SKT T1이 포스트 시즌에서 잘할 거라고 생각은 했어요. 결승에 올라올 거라는 생각도 했거든요. 역시 큰 무대 경험이 중요한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상대 팀들이 아쉬웠던 부분도 많은 것 같아요. SKT의 기세가 살짝 무섭긴 한데 결승에서 만나게 된다면 열심히 해서 이겨야죠.


Q. 결승 상대는 SKT가 될 것 같은 건가요?

사실 SKT가 kt 롤스터를 상대로 상대 전적도 좋고, 다전제라서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kt 롤스터도 강한 팀이니까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것 같아요. kt 롤스터의 경기력이 워낙 좋았잖아요. 정규 시즌에서는 SKT보다 더 힘들게 느껴지는 팀이었어요.


Q. 그럼 만약 SKT가 결승에 올라온다면, 미드 라인전은 어떨 것 같아요? 지금 '페이커' 선수 폼이 상당히 좋은데.

'페이커' 선수 플레이를 엄청 많이 봤었는데, 보니까 심리적인 부분을 많이 이용하시더라고요. 그런 부분에서 저도 안 밀리고 같이 더 세게 플레이할 것 같아요.


Q. 팀적으로 봤을 땐 어때요? 자신 있나요?

충분히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신인의 패기로 상대하면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요. SKT가 그런 것들에 무너지는 모습을 몇 번 보여줬잖아요. 겁 없이 덤벼보려고요.


Q. '비디디' 하면 탈리야와 갈리오가 떠오르는데, 결승전을 위해서 특별히 준비하고 있는 카드가 있나요?

요즘에 AD 챔피언들이 살짝 괜찮아졌다고 생각을 해서 미드 케인이나 제드도 종종 플레이하고 있어요. 미드 케인이 정말 좋다고 생각해요. 정글로 돌릴 수도 있고, 되게 세요. 승률이 좋지는 않은데 괜찮다고 생각해서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아요.


Q. 결승전까지 공백이 상당히 길어요. 실전 감각에 대한 걱정은 없나요?

그 부분에 대해서도 걱정하긴 했는데, 계속 경기를 했다고 생각하면서 플레이하는 게 편할 것 같아서 그런 생각은 안 하려고 하고 있어요.




Q.' 비디디' 선수가 SNS를 통해서 '매드라이프' 선수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많이 드러냈어요. 본인에게 '매드라이프' 선수는 어떤 존재인가요?

(홍)민기 형은 배울 게 많은 형이었던 것 같아요. 프로 의식에 대해서 민기 형에게 정말 많이 배웠어요. 제가 낯을 많이 가리는데, 민기 형과 이야기하면 편한 느낌이 있었어요. 그때부터 친해진 것 같아요. 최근까지도 연락 자주 하고 있고, 민기 형 경기도 따로 챙겨보는 편이에요.


Q. 인터뷰도 거의 마무리가 되어가네요. 선수로서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처음에는 '페이커' 같은 선수가 되고 싶었는데, 이제는 저도 저만의 플레이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잘하면 '역시 '비디디'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게 끔요.


Q. 이번 시즌 목표는요? 롤드컵 우승?

네. 일단 첫 번째 목표는 LCK에서 우승해서 롤드컵에 직행하는 거고, 그러고 나서 롤드컵에서 우승하고 싶어요. 팀 분위기도 롤드컵은 무조건 가자는 분위기에요.


Q. 마지막으로 결승에 임하는 각오를 들어볼게요.

어느 팀이 올라오든 열심히 준비된 상태에서 좋은 경기력으로 승리하겠습니다! 많이 응원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사진 : 박채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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