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00T 뱅, 기자가 되어 본 기분은 어땠나요?

인터뷰 | 석준규, 배준식 기자 | 댓글: 12개 |




지난 12월, 100T의 바텀 라이너인 뱅과의 인터뷰를 마치고, 장난스레 ‘롤드컵 특파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뱅은 생각보다도 더 진지하게 받아들였고, 그로부터 10개월이 흐른 후, 정말 뱅은 인벤 글로벌의 롤드컵 그룹 스테이지 특파원이 되었습니다.

마음의 준비를 오래 했지만, 실제로 체험해 본 기자 활동은 쉽지만은 않았을 것입니다. 더군다나 선수인 입장에서 진행하는지라, 기자들은 무심할 수 있는 부분들조차 뱅에겐 더 조심스럽기도 했죠. 결과적으로 뱅은 재미있게 기자 활동을 경험했고, 결과물도 훌륭해 모두가 만족할 수 있었습니다.

선수를 잠시 벗어나, 20일 남짓한 기간 동안 체험해 본 인터뷰 현장. 뱅이 느낀 가장 재밌던 인터뷰는 무엇이고, 어떤 점이 힘들었을까요? 다음 인터뷰를 통해 확인해 보시죠!




안녕하세요! 아직 시차적응도 다 안 됐다고 들었는데. 그간 어떻게 지냈나요?

베를린에서 온 지 3주 정도 되었는데, 아직도 시차적응이 덜 됐어요. 낮에 잠들어 밤에 깨고, 새벽에 게임을 하고… 네, 아직 시차적응 못 했어요. 본능대로 살고 있습니다.


그룹 스테이지가 끝나고서 한국으로 왔었죠. 그 후의 경기들은 좀 어떻게 봤나요?

저는 4강 예측을 다 틀렸어요. SKT가 이길 거라 생각했고, IG가 이길 거라 생각했고, 결승에선 G2의 승리를 예상했는데…


다 틀렸네요.

네. 다 틀려서… 어쨌든 SKT의 경기가 끝나고 마음이 좀 싱숭생숭했어요. 그룹 스테이지를 다녀와서 게임과 방송을 하곤 했는데, SKT의 경기가 다 끝나고 나니까 왠지 힘이 빠지더라고요. SKT가 떨어져서인지 LCK가 떨어져서인지… 마음이 복잡해서 방송을 켜기도 좀 죄송한 마음이 들었어요. 진 팀이 어떤 상황이고 마음일 것인지 아니까요.

저는 방송에서 시청자들에게 힘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우울한 기분을 전파시킬 것 같았어요. 억지로 기분 좋아보이게 할 상황도 좀 아닌 것 같았고요. 시청자분들도 힘들 것 같아 조심스러웠어요. 그리고 경기 중엔 방송도 잘 안 해요. 저도 경기를 보고 싶기도 하고요. 그래도 4강 끝나고부턴 게임도 하고 방송도 하려 했는데, 결과를 보니 하고 싶지 않았죠.


많이 상심했었군요. 이제는 좀 회복되었나요?


결승도 끝났고, 이제 괜찮아진 것 같아요. SKT 선수들도 보니까 게임도 하고 방송도 하고 있는 것 같고요.


LCK가 떨어진 것도 아쉽지만, 본인이 몸담고 있는 LCS도 일찍 떨어져서 더 아쉬울텐데요.

제가 LCS에서 두 시즌을 했고, 저는 특히 LCS의 상위 두 세 팀은 국제대회에서도 경쟁력이 충분히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어요. 그래서 그 결과가 아쉽기도 했고, 울컥하기도 했어요. 제가 뛰고 있는 리그의 팀들이 잘 안 되었으니까, 자존심도 좀 상했죠.

프로 선수 입장에서 LCK가 떨어져서 아쉬운 것보다 좀 더 열이 받는 기분이었어요. LCK의 패배는 좀 더 인간적으로, 감정적으로 복잡했죠.


듣고보니 LCS에서는 같이 뛰는 동지로서, LCK는 어느 정도 팬으로서 기분이 상했을 것 같아요.

그렇죠. 미묘하고 복잡했죠. 그리고 결승전은 오히려 크게 관심이 없었어요. 잘 하는 팀이 이기겠지, 했죠.




어쨌든 인벤 글로벌의 특파원으로서 5개의 영상 인터뷰를 흥행시켰죠. 잠깐 맛본 기자 생활은 어땠나요?

가기 전엔 걱정이 참 많았어요. 선수들을 직접 인터뷰 한다는 것에서 걱정이 많았죠. 선수들이 불편해하고, 어색해하거나 혹은 안 좋아할까봐요. 그런데 생각보다 인터뷰에 응해주시는 분들이 살갑게 답도 잘 해주셔서, 걱정했던 부분은 재미있던 부분이 되었어요.


롤드컵 현장에 기자로 등장하니 놀란 사람도 있었나요?

놀라는 선수도 있고, 이미 소식을 전해 들어서 ‘어 안녕?’ 하며 지나가는 선수도 있었어요. ‘마타’ 형도 ‘어, 준식아. 어.’ 하며 지나갔어요. ‘에포트’는 ‘어! 형이 왜 여기 있어요?’ 하고 놀라 줬어요. 제가 보기엔 이미 알면서 놀라는 척 해준 것 같아요.


사회 생활.

(웃음) 맞아요. 아무튼 반응은 참 다양했어요.


기자 생활 외에도, 베를린은 좀 즐겼나요?

생각보다 그룹 스테이지 일정이 빡빡하더라고요. 제가 플레이 인 중간에 도착했고, 끝나고 2-3일 정도 독일을 돌아다니며 사진도 찍으려고 했는데 생각만큼 다니진 못했어요. 대신 먹으러 많이 다녔어요. 슈바인학센, 슈니첼, 사우어 크라우트… 그게 절인 양배추인가요? 독일식 김치. 네, 독일식 김치. 입에 너무 잘 맞더라고요. 잘 먹었고, 살도 2-3kg나 찐 것 같아요. 맥주도 너무 맛있더라고요.


인터뷰를 하며 본인이 가장 신경쓴 건 무엇이었나요?

선수들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기 위해 많이 신경썼어요. 선수로서 국제 대회에 가면, 경기마다 팬들에게 노출되어야 할 상황이 많아요. 기자실이나 방송 인터뷰처럼. 그런 것들이 선수들에게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어서 조심했죠. 제가 할 질문에 대해 선수들이 위험하게 생각하거나 싫어할지도 모르는 부분들을 주의했고요. 선수들의 기분과 눈치를 많이 봤어요.


본인도 인터뷰를 수도 없이 했을텐데, 거기서 느낀 점을 인터뷰에 잘 반영했을 것 같아요. 본인의 경험을 되살려 질문 리스트를 수정하고, 선수만 아는 감정이 담긴 질문도 넣을 수 있고요.

네, 그렇죠. 그런 부분이 많이 재밌었어요. 질문을 짤 때, 선수들마다 답하는 방식이 달랐어요. 예를 들어 1번 질문만 했는데 선수가 2, 3번 답까지 말하는 경우가 있었어요. 그런 상황이 되면 답을 한 내용들에 파생되는 질문들이 머릿 속에 떠오르고요. 질문을 하면서도 다양한 상황을 만나며, 많은 경험을 한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이 재미있었고, 또 인터뷰를 하면서도 선수들에게 적응을 해야 하더라고요. 선수들마다도 다 다르니까요. 그런 게 정말 재미있었고, 적성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적성이라니! 진행하면서 가장 재미있던 인터뷰는 무엇이었나요?

‘테디’ 선수와의 인터뷰요. 제가 테디와 처음 대화를 해 본 것이었어요. 아무래도 저와 공통점이 있으니까(팀이라던지) 재미가 있었죠.


처음이었군요. 선후배 간의 애틋함은 있었나요? 인터뷰를 잘 하게 잡아 준다던가…

그보단 테디가 인터뷰를 워낙 잘 하니까 괜찮았고요, 그런 것보단 테디의 말을 들으며 이게 어떤 느낌으로 말하는 것인지 제게 확 와닿더라고요. 첫 대화인데 뭔지 다 알 것 같은 느낌. 재밌었죠.


김정균 감독과의 인터뷰 반응도 몹시 뜨거웠어요. 특히 ‘감독님의 눈에서 꿀이 떨어진다’는 반응이 재미있었는데, 본인도 그런 달콤한 눈빛을 느꼈나요?

사실 인터뷰 하면서도 많이 느꼈어요. 평소에도 워낙 전 선수들을 잘 챙겨주시는 분이라 더 느낄 수 있었죠. 그리고 인터뷰 영상에서 다들 느끼실 정도면, 평소에는 훨씬 더 잘해 주신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존경할만하고 대단한 분이세요.

오래 선수 생활을 하며 여러 감독님과 함께 했었는데, 감독이라는 자리에서의 역할을 잘 해주시는 분이라 생각해요. 제가 느끼기엔 가장 이상적인 감독님이 아니었나 싶어요. 최병훈 감독님도 그렇고요. 항상 선수들을 보듬어주고, 뭉치게 해주시고, 방패 역할을 해주시는 게 선수 입장에선 정말 든든하죠. 게임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고요.

스승의 날에 제가 찾아갈 수 있는 단 한 분이시죠. 제가 부족한 게 정말로 많았는데, 그런 부분을 좋게 바꿔주시고, 많이 가르침을 주셨어요. 제가 남에게 그렇게 해주는 게 상상이 잘 안 돼요. 능력이 있는 분이세요.


그나저나 상황이 여의치 못해 인터뷰를 못 해서 아쉬운 사람들도 있나요?

저는 그리핀이나 담원 게이밍 선수들을 인터뷰하고 싶었어요. 제가 LCK에서 활동할 때 못 봤던 선수들이라, 친분도 없고 하니 그런 자리에서 만나보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기회가 없었어요. 그리고 중국과 베트남, 일본 선수들도 만나고 싶었어요. 아쉽게도 기회가 없었네요.



흔히 말하는 4대 주요 리그 외 선수들의 열정이 정말 대단해요. 그래서인지 인터뷰에 굉장히 성실하게 임해주시고, 인터뷰에 대해 감사해 주시기도 해요. 만약 했으면, 인터뷰에 대해 많은 뿌듯함을 느꼈을 거에요.

선수로서도 기회가 된다면 해보고 싶어요. 롤드컵에 선수로 가더라도 남는 시간에는 해도 괜찮을 거잖아요.




자신에게 달린 유튜브 댓글들은 좀 봤나요?


베를린에서 제 인터뷰의 피드백을 위해 댓글을 좀 보긴 했어요. 그리고 제가 안 해왔던 다른 영역에서의 활동에 달린 댓글이니까 확실히 더 재밌었어요. 긍정적인 댓글이 많아 힘이 되었어요.


이제 인터뷰도 마무리 단계에 다가가고 있어요. 그러고보니 슬슬 계약에 관련하여 여러 소식들이 들려오는 시기죠. 뱅의 앞으로 계획은 좀 어떤가요?

북미는 정서가 좀 달라서, 팀 간 트레이드와 선수들의 이동 소식이 아주 많아요. 그런 부분들이 다 공개가 되진 않지만, 이야기들은 많이 나오죠. 저는 아무래도 그런 시장의 최선선에 있는지라 들리는 것이 참 많은데, 듣다보면 참 재미있어요. 저도 여러 팀에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들으면 흥미롭죠. 특히 그런 이야기가 ‘카더라’로 들리니까 말이에요.


본인도 모르는 이야기들이 남의 입에서 나오니 말이죠.

그렇죠. 이 시즌에 특히 그런데, ‘아는 지인이 사무국의 누구고…’하는 루머를 보다보면 기가 차기도 해요. 팬들은 그런 글을 보며 굉장히 조마조마 하시곤 하는데, 그런 심리를 이용한 그럴싸한 글들이 많아요. 그리고 도가 지나친 경우도 많고요. 오히려 팬들보다 선수들에게 민감한 주제인데 말이에요.


하고자 하는 말은, 오피셜 전까진 그런 소문으로 흔드는 행위를 자중하고, 예민할 시기인 만큼 듣는 입장에서도 루머에 일희일비하지 말자는 것이겠죠?

그렇죠. 오피셜이 나지 않는 한, 아무도 모른다고 봐야죠. 물론 저도 오피셜 이전에 듣는 게 많지만, 하물며 저조차도 틀리곤 해요. 그래도 저에 대한 그런 소식들은 참 재미있는 것 같아요.


이제 당장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슬슬 다음 시즌 준비를 해야죠. 부트캠프 일정도 보고요. 북미는 로스터를 논의할 때 선수와도 이야기를 많이 해요. 저도 업데이트 사항을 많이 주고받고 있어요. 슬슬 여러가지를 준비하는 기간이죠.


특파원도 보기 좋았지만, 내년은 꼭 선수로 참가하길 바라요. 국제 대회에서 인터뷰 해야죠.

느낌이 많이 다를 것 같아요. LCS선수로서 국제대회에서 인터뷰를 하는 기분.


마지막으로 내년을 위한 각오 부탁드립니다.

팬분들이 저를 어떻게 봐주시던간에, 저는 제 목표와 미래를 위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그런 모습 많이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고, 그런 모습에서 좋은 기운 많이 받아가길 바랍니다. 저도 팬들에게 항상 솔직하고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이런 모습에서 좋은 기운 많이 받아가 주세요.

당연히 목표는 롤드컵 우승이고, 롤드컵에서 제 경기 많이 볼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저도 잘 하는 선수인 걸 항상 증명하는게 목표니까, 재미있게 봐 주세요.


뱅 화이팅!

뱅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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