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드컵 결승] 담원의 우승, 쑤닝의 이것만은 조심해라

기획기사 | 김병호 기자 | 댓글: 14개 |



쑤닝 게이밍은 참 좋은 원석들을 골라 모았다. 월드 챔피언십이라는 무대에서 통할 정도로 각 라이너들의 재능이 출중한데, 나이도 어리고 데뷔도 얼마 되지 않았다. 탑 라이너 ‘빈’은 2002년생으로 만 열여덟 살에 롤드컵 결승 무대를 밟는다. 봇 라이너 ‘후안펑’은 올해 선수로 데뷔한 루키이자 ‘월드 챔피언십 로열로더’ 도전자다. 여기에 뇌지컬이 필요한 정글 포지션에는 ‘소프엠’이라는 훌륭한 플레이메이커를 뒀고, 롤드컵 무대가 처음인 선수들에게 기댈 곳이 되어준 서포터 ‘소드아트’가 있다. 다섯 멤버가 호흡을 맞춘 것도 이번이 처음이기에 쑤닝 게이밍은 올해보다 내년이 더 기대되는 팀이다. 그래서 이번 월드 챔피언십의 우승컵은 쑤닝 게이밍보다 담원에게 더 잘 어울린다.

두 팀이 결승 무대에 서기까지 치렀던 경기 내용을 살펴보면, 많은 전문가 및 팬들의 예상처럼 담원 게이밍의 우세가 점쳐진다. 중국 내 전문가들까지 담원 게이밍의 승리를 예측하고 있고, 심지어 월드 챔피언십 녹아웃 스테이지의 모든 결과를 맞췄다는 AI도 담원의 손을 들어주고 있으니 마치 온 우주의 기운이 담원의 우승으로 모아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도 아직은 고개를 숙이고 있을 때이다. 아직 담원 게이밍은 소환사의 컵을 들어 올리지 않았고, LCK도 담원의 힘을 빌려 1부 리그 입지를 되찾은 게 아니다. 쑤닝 게이밍의 마지막 넥서스가 터지기 전까지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담원 게이밍이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응원하는 팬들의 부두술 뿐만이 아니다. 담원과 함께 결승전에 올라온 쑤닝 게이밍의 날카로운 칼끝, 우승후보 TES 마저 집으로 돌려보냈던 쑤닝 게이밍의 무기들을 조심해야만 한다.


지표가 말해주는 담원보다 뛰어난 쑤닝 게이밍의 능력




쑤닝 게이밍은 대부분의 지표에서 담원보다 비슷하거나 낮은 기록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유의미한 지표 중 단 하나, 담원보다 눈에 띄게 높은 기록이 있다. 바로 퍼스트 블러드(선취점) 확률이다. 쑤닝 게이밍의 퍼스트 블러드 획득 확률은 73%로 담원의 38%보다 크게 앞선다. 인-게임에서 퍼스트 블러드를 가져가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담원이 가장 조심해야 하는 건 바로 정글러 ‘소프엠’의 갱킹이다.

쑤닝 게이밍의 정글러 ‘소프엠’은 46.7%의 퍼스트 블러드 개입 기록을 가지고 있다. 쑤닝 게이밍이 높은 확률로 얻어 가는 선취점 기록의 절반은 ‘소프엠’의 갱킹을 통해 나온다. 쑤닝과 TES의 경기는 ‘소프엠’의 감각이 얼마나 물이 올랐는지 잘 보여준다. ‘소프엠’은 1, 2, 4 세트 쑤닝의 퍼스트 블러드에 개입했고, 그중 1, 4 세트는 TES에게 굉장히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TES는 쑤닝 게이밍보다 후반 운영 능력에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소프엠’의 라인 개입 능력 때문에 사고 없이 초반을 보내지 못하고 패배했다.

담원 게이밍 선수 중 상대 팀에게 선취점을 가장 많이 내어준 선수는 누구일까? ‘너구리’ 장하권이다. 30.8%의 확률로 이번 월드 챔피언십에서 치른 13 세트 중 4 세트에 상대방에게 선취점을 내줬다. 이번 월드 챔피언십 경기에 참가한 80명의 선수 중 7위에 해당하는 기록이고, 담원 선수 중 가장 높은 확률이기도 하다. ‘너구리’가 이전에 비해 고립 데스 기록이 많이 줄어든 건 사실이지만, 담원 게이밍 팀 전체를 두고 보면 상대에게 선취점을 내어줄 확률이 가장 높은 선수인 건 여전하다.

담원 게이밍과 쑤닝의 결승전은 아무래도 탑 라인에 시선이 많이 갈 수밖에 없다. 쑤닝의 탑 라이너 ‘빈’은 이번 월드 챔피언십에서 굉장한 무력을 보여줬고, 담원의 ‘너구리’도 무력으로 둘째가라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을 선수다. ‘너구리’는 이번 월드 챔피언십 솔로킬 순위에 7회로 1위, ‘빈’은 6회로 2위를 기록하는 중이다. 양 팀의 탑 라이너가 한 번 싸우면 끝을 보는 성격이라 쑤닝의 정글러 ‘소프엠’의 이른 개입은 사실상 정해진 수순이다. 담원 게이밍이 탑에서 스노우볼을 빠르게 굴려가야 하는 조합을 선택했을 때, ‘소프엠’의 개입으로 계획이 틀어진다면 이변의 서막은 4강에 이어 또 한 번 일어날 수 있다.


필승 카드 간의 대결, ‘너구리’ 오른 vs ‘빈’ 잭스




탑 라인에서 눈여겨봐야 할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 바로, 국밥 챔피언 오른의 존재다. 오른은 강력한 이니시에이팅 능력과 단단한 맷집으로 중, 후반부터 팀의 안정감을 크게 올려준다. 그래서 초반 단계에 스노우볼을 굴려야 하는 팀은 오른을 의식하며 밴픽 전략을 짜고, 후반을 보는 팀도 오른을 가장 먼저 머릿속에 구상한다. 오른은 이번 월드 챔피언십에서 91.7%로 밴이 되거나 픽이 되면서 메타의 중심에 위치해왔다.

그런데 롤드컵이 녹아웃 스테이지에 돌입하면서 오른의 입지가 급격하게 흔들렸다. 오른은 8강 토너먼트 경기부터 4강까지 아홉 번 경기에 등장해 3승 6패의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게다가 최근 다섯 경기는 모두 패배했다. 플레이-인 스테이지까지 필승 카드 취급을 받던 오른은 토너먼트 스테이지에 들어서자 밴카드를 투자하기 아까운 패배의 아이콘이 되어버렸다.

오른의 흔들리는 입지는 상위 라운드로 갈수록 점점 올라가는 게임의 수준과 연관이 있다.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서는 상대하는 팀이 오른의 취약한 타이밍에 게임을 굴리지 못하고 패배하는 경우가 잦았다. 그러나 그룹 스테이지부터 오른에 대한 대비를 해놓은 팀들이 등장하고, 그런 팀들만 살아남아 상위 라운드에 진출하면서 오른의 승률이 빠르게 떨어졌다. 오른을 상대로 승리한 선수와 챔피언들을 생각해보면, 프나틱 ‘뷔포’의 신지드, 쑤닝 게이밍 ‘빈’의 갱플랭크와 잭스, 담원 게이밍 ‘너구리’의 세트, TES ‘369’의 사이온 등 굉장히 많은 선수와 챔피언이 떠오른다. 그리고 모두 인상적인 활약으로 팀에 승리를 안겼다.

많은 팀들이 오른에 대한 믿음을 져버리는 와중에 아직까지도 오른이 필승카드인 팀과 선수가 있다. 바로, 담원 게이밍과 ‘너구리’이다. ‘너구리’는 이번 롤드컵에서 오른을 가장 많이 플레이했고(3회), 승률 100%를 유지하는 중이다. 담원 게이밍에게 오른이라는 픽은 쑤닝 게이밍과 같이 중, 후반 운영에 빈틈을 보이는 팀을 상대로 쓰고 싶은 매력적인 카드다. 담원 게이밍이 플랜 B 전략으로 후반을 보기 위해 누웠는데, 이를 제대로 때리지 못하면 쑤닝 게이밍은 이번 시리즈를 절대로 가져갈 수 없다. 쑤닝은 소중한 밴 카드 한 장을 오른에게 써야만 하고, 꼭 금지해야 하는 OP 챔피언 중 하나를 대신 풀어주게 된다. 자연스럽게 쑤닝 게이밍의 밴픽 전략도 망가지기에 담원 게이밍은 1세트에 오른 픽을 꺼내보고 상대의 대응을 살펴볼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너구리’의 오른을 상대로 등장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챔피언은 ‘빈’의 잭스이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많이 플레이했고(4회), 승률 100%를 기록 중이다. 오른, 쉔, 볼리베어처럼 든든한 국밥챔도, 레넥톤, 카밀처럼 화끈한 칼챔도 모두 잭스를 가지고 싸워서 승리했다. 특히, 레넥톤을 상대로 라인전 주도권을 가져간 것은 일반적인 잭스-레넥톤 간의 라인전 상성 이해를 완전히 뒤집는 결과라 더욱 인상 깊다. 잭스가 메타의 주류픽이 아니기에 밴이 될 가능성도 낮아 ‘너구리’ 오른과 ‘빈’ 잭스의 매치업이 성사될 가능성은 큰 편이다. 두 선수는 모두 상대의 필승카드인 챔피언을 이번 대회에서 상대해봤다. ‘너구리’는 DRX 도란의 ‘잭스’를, ‘빈’은 ‘369’의 오른을 각각 상대해 승리했다. 양 측 모두 상대 챔피언을 겁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기에 ‘너구리’ 오른과 ‘빈’ 잭스의 매치업은 또 다른 자존심 싸움이 될 것이다.


2020 월드 챔피언십 OP 카드 레오나, ‘베릴’과 ‘소드아트’의 선택은?




이번 대회에서 가장 압도적인 성능을 내는 챔피언이 있다. 바로, 서포터 포지션의 레오나이다. 총 21번 경기에 사용되어 16승 5패, 76% 승률을 기록 중이다. 승률이 70프로가 넘어가는 챔피언 중에 대회에 10번 이상 사용된 챔피언은 없다. 원거리 챔피언 '진'이 29회 출전에 18승 11패, 62% 승률로 두 번째 OP 카드 반열에 올라서 있지만 레오나의 성적과 비교하면 많이 부족하다. ‘베릴’과 ‘소드아트’는 모두 레오나로 승률 100%(5승 0패)를 기록할 만큼 자신 있는 카드이기에 서로 밴할 이유도 없다. 그래서 압도적 OP 카드 레오나에 대한 두 선수의 대응이 더 중요하다.

이번 월드 챔피언십 대회에서 레오나를 상대해서 승리한 챔피언은 탐 켄치, 라칸, 브라움, 타릭, 세트 정도로 모두 단 1승만을 거뒀다. 레오나를 상대로 패배까지 포함한 상대 전적을 살펴보면 탐 켄치 1승 1패, 라칸 1승 4패, 브라움 1승 0패, 타릭 1승 0패, 세트 1승 3패로 표본이 모자라거나 상대 전적에서 많이 밀리는 편이다. 또한, ‘베릴’과 ‘소드아트’ 모두 대회에서 레오나를 상대로 승리한 기록이 없다(‘베릴’ 0승 1패, ‘소드아트’ 0승 2패). 그래서 양 선수 모두 레오나에 대응할 새로운 해법을 내놓아야 하는 상태다.

현재까지 대회에 등장하지 않은 레오나의 카운터 챔피언은 모르가나와 잔나 정도가 있다. 이들은 서포터의 로밍이 매우 중요한 현재 메타에서 썩 어울리는 챔피언들은 아니지만, 잔나의 경우 최근 유럽 지역에서 빠른 이동속도를 활용한 로밍형 잔나라는 새로운 해석이 나왔고, 모르가나 역시 잔나와 비슷한 역할을 수행해줄 수 있기 때문에 레오나를 상대하기 위한 두 챔피언의 등장 가능성도 있는 편이다.

지난 월드 챔피언십 4강전에서 TES를 상대로 승리한 쑤닝 게이밍 ‘소드아트’는 “현 메타는 서포터와 정글러간 호흡이 매우 중요한데, 레오나는 협곡의 전령을 둔 싸움에서 굉장히 강한 편이다. 물론, 레오나에 대해서는 대처법도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레오나를 상대로 한 전략을 미리 염두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레오나를 두고 벌어질 ‘베릴’과 ‘소드아트’의 대결은 ‘월드 챔피언십 우승 스킨’이 걸려있는, 두 선수에게 매우 중요한 일전이다. 그리고 승부의 행방은 ‘레오나를 얼마나 잘 쓰느냐’보다 ‘레오나를 상대로 얼마나 잘 대처할 거냐’에 더 무게가 실릴 예정이다. 압도적 OP 카드에 대한 ‘베릴’과 ‘소드아트’의 대응 전략은 탑 라인에서 일어날 전투만큼이나 승부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 2020 LoL 월드 챔피언십 결승 일정

담원게이밍 vs 쑤닝 게이밍 - 31일(토) 오후 7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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