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끝없이 변화 중인 PUBG e스포츠, 스매쉬컵이 남긴 의의

칼럼 | 박태균 기자 |



2020 PUBG e스포츠의 시작을 알린 '인텔 배틀그라운드 스매쉬컵 2020(이하 PUBG 스매쉬컵)'이 다나와 e스포츠의 우승으로 종료됐다. 크고 작은 리빌딩을 마친 프로 팀과 패기 넘치는 아마추어 팀들의 기량을 확인할 수 있었던 짧은 대회였지만, 스매쉬컵이 남긴 의의는 결코 작지 않았다.

이번 스매쉬컵에는 페이즈에 따라 킬 포인트가 차등 부여되고 라운드 1위에게만 순위 포인트가 주어지는 특별한 포인트 매트릭스가 적용됐다. 경기는 초반 교전을 강조한 주최 측의 의도대로 흘러갔다. 스매쉬컵에 참가한 팀과 선수들은 각자의 전략을 준비해왔고, 파밍과 포지셔닝 위주로 흘러갔던 지금까지의 초반과 달리 라운드 시작부터 종료까지 끝없는 교전이 펼쳐지는 그림이 그려지며 대회의 재미를 한층 돋웠다.

물론 스매쉬컵 포인트 매트릭스에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많은 팀이 초중반 킬에 전념하며 가장 흥미진진해야 할 후반 대치 상황의 긴장감이 크게 떨어졌다. 홀몸으로 살아남은 선수가 순위 방어에 성공하며 생존 포인트를 챙기는 극적인 상황도 아예 사라졌다. 사녹은 수많은 팀이 부트 캠프로 향해 큰 한 탕을 노리는 '로또 전장'이 됐다.

이에 팬들의 호불호가 크게 갈렸다. PUBG e스포츠의 치명적인 단점이었던 초반의 지루함을 덜어낸 것에 대해 박수를 보낸 팬이 있는 반면, 배틀로얄 장르의 게임에서 생존의 중요성을 떨어뜨린 것에 대해 불만을 표한 팬도 상당수였다. 장단점이 뚜렷이 드러난 포인트 매트릭스였기 때문에 두 입장 모두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스매쉬컵에서 한 발짝 떨어져 나무가 아닌 숲을 바라보면 새로운 풍경이 보인다.



▲ 총체적 난국이었던 초창기 PUBG e스포츠 (출처 : OGN 유튜브)

PUBG e스포츠는 태동기였던 2017년 말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발전하고 변화해왔다. 얼리 액세스 버전으로 진행됐던 초창기 PUBG e스포츠를 떠올릴 수 있는가. 일반 게임과 동일한 설정으로 진행되는 리그와 미처 정비되지 못한 관전 인터페이스 및 옵저빙 시스템의 한계, 장비 및 네트워크 문제로 인한 경기 지연, 송출 화면에서 뚝뚝 끊기는 프레임과 리그마다 제각각 킬 및 생존 포인트까지. 압도적인 게임 인기에 힘입어 급하게 판을 벌린 듯한 PUBG e스포츠는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펍지주식회사는 이를 차근차근 정비했다. 3인칭 대회를 없애고 장비 및 소모품 드랍률, 페이즈 시간과 자기장 대미지 등을 프로 수준의 경기에 어울리게끔 바꿨다. 한 라운드에 참가하는 팀을 적정 수준으로 줄이고 미라마와 사녹도 차례로 추가하며 전장의 다양성을 더했다. 게임 외적인 시스템도 지속 보완해 쾌적한 리그 진행을 선보였다.

와중 가장 큰 변화는 포인트 매트릭스 대통합이었다. 2018년 8월 서울컵 OSM는 킬 당 1점, 1위에게만 순위 포인트 10점이라는 당시 매우 파격적인 포인트 매트릭스로 진행됐는데, 펍지주식회사는 이를 발전시킨 새로운 포인트 매트릭스를 개발해 2019년 전 세계 PUBG 리그에 적용했다. 순위 방어가 한층 중요해지며 후반 대치가 더욱 치열해졌고 그전까지 다소 비직관적이었던 결과를 한눈에 알 수 있게 됐다.

이에 스매쉬컵에서 시도된 새로운 포인트 매트릭스 역시 이러한 발전 과정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지금까지의 변화로 채우지 못했던 초반의 재미를 확실히 채우기 위한 도전이다. 물론 많은 팬이 공감하는 단점이 존재했고, 이에 대해 호불호가 갈린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시도 그 자체에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야 한다. 더 개선된 PUBG e스포츠를 팬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변화의 물결에 올라탄 펍지주식회사의 선택 말이다.

펍지주식회사 측에 따르면 스매쉬컵 포인트 매트릭스는 2019년 6월부터 OGN과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도출해낸 것이라고 한다. 오랜 연구를 통해 나온 포인트 매트릭스인 만큼, 장점은 유지하되 단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수정해나간다면 2020 PUBG e스포츠에 또다시 신선한 바람을 불러올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이번 스매쉬컵에서는 우승을 차지한 다나와 e스포츠를 비롯해 다수의 PKC 선수들로 구성된 오피지지 스포츠, 스타덤 e스포츠와 신생팀 브이알루 기블리 등이 상위권에 오르며 PUBG e스포츠의 세대 교체를 알렸다. 또한 펍지주식회사는 2020년을 맞이해 직접 주최하는 공식 국제 대회를 연 4회로 늘리고 정규 리그를 국제 대회 대표 선발전으로 대체하는 강수를 두며 흥미로운 한 해를 예고했다.

어느덧 성장기를 넘어 성숙기로 접어들고 있는 PUBG e스포츠다. 만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쉼 없이 달려온 만큼 결실을 맺을 때가 왔다. 앞으로 더욱 정돈되고 발전된 리그를 선보여 PUBG가 전 세계를 대표하는 배틀로얄 장르의 대표 e스포츠로 자리 잡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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