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0살, 첫 결승, 첫 우승... DPL을 삼킨 '로그 달인' 이찬혁의 이야기

인터뷰 | 박태균, 남기백 기자 | 댓글: 1개 |



어김없이 무더웠던 여름, 넥슨 아레나는 던전앤파이터 프리미어 리그(이하 DPL)의 열기로 한층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DPL 2018의 지배자 김태환을 비롯해 진현성, 안성호, 정종민, 한세민 등 기존 강자들이 총출동한 DPL 2019 섬머, 많은 이의 예측을 깨고 최후의 1인으로 우뚝 선 선수는 바로 이찬혁이었습니다.

로그 달인으로 유명한 이찬혁은 오랜 선수 생활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달성하지 못했던 결승 진출과 우승을 이번 DPL 2019 섬머에서 동시에 해냈습니다. 올해 20살이 된 그에게는 그 무엇보다 값진 성년 선물이었을 텐데요. 우승의 짜릿함을 제대로 느꼈을 이찬혁의 다음 행보 역시 많은 기대를 모읍니다.

한적한 오후,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찬혁은 방송에서의 모습과 똑같은 나긋나긋한 목소리와 여유로운 태도로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인터뷰, 당시의 이야기를 지금 바로 확인하시죠!




안녕하세요. 독자분들께 간단한 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올해 미성년자에서 탈출한 던전앤파이터 로그 유저 이찬혁이라고 합니다. 온라인에선 절 아직도 '급식'이라고 부르시는데, 이제 아니에요(웃음).


지난 DPL 2019 서머에서 첫 결승 진출에 이어 우승까지 기록했는데요. 소감을 다시 듣고 싶어요.

입대 전에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서 기뻐요. 지금은 행복하게 여행 계획을 꾸며 나가고 있습니다.




DPL 2018 서머에선 8강에 그쳤고, 윈터에선 본선 진출에 실패했어요. 이번 DPL 2019 섬머를 대비해 특별히 준비해온 부분이 있다면?

로그가 레인저에게 굉장히 불리한 상성인데, 작년 두 번의 대회 모두 이제명 선수를 만나서 패배했어요. 또 당시엔 사령술사 숙련도에 신경 쓰느라 로그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기도 했죠. 이번 시즌에서는 마음을 편히 먹고 로그를 열심히 연습해 경기를 치렀어요.


16강 A조에서 출발했는데요. 처음 대진표를 봤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대진표를 확인하자마자 환호성이 나올 정도로 만족했어요. 제가 예상한 선수들이 정반대 편에 위치해서, 조금만 각이 나오면 우승까지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죠. 8강, 4강 선수는 예측과 다르긴 했는데, 결과적으로 이겨서 다행이에요. 결승에선 김태환 선수를 만나고 싶었는데, 진현성 선수가 올라오길래 우승은 틀렸다고 생각했어요.


진현성 선수와의 결승전이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아요. 1세트 소환사에게 2킬을 당했을 때 멘탈이 흔들리지 않았나요?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어요(웃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패배를 생각하고 왔던 경기였거든요. 1세트를 내준 후에 답이 보이지 않았고, '한 세트만 따서 명예 회복이라도 하자'는 생각으로 남은 세트에 임했어요. 그런데 2세트에서 쿠노이치가 우연히 소환사를 잡으며 승리했죠. 3세트에선 진현성 선수의 멘탈이 나간 게 확실히 보였고, 결국 세트스코어를 역전하게 된 거예요.




이야기한 것처럼 2, 3세트에서 쿠노이치를 선봉으로 꺼내 2연승을 챙겼는데요. 어떻게 나온 판단이었는지 궁금해요.

사령술사가 배틀메이지에게만 강해요. 그래서 쿠노이치를 먼저 내보내 진현성 선수의 첫 직업을 확인한 다음, 거기에 맞춰 사령술사나 로그를 꺼내 승리를 챙기려고 했어요. 그런데 쿠노이치가 생각보다 잘 풀린 거죠.


로그 vs 엘레멘탈 마스터로 펼쳐진 에이스 결정전에서는 갉아먹기에 당하면서 위기에 빠졌어요. 당시 심정은?

첫 엑셀 스트라이크를 맞추고 버그가 터져서 콤보 연결에 실패했어요. 그때 멘탈이 터져서 체력이 20% 정도로 떨어질 때까지 아무 생각 없이 플레이한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상황에서 대역전극을 해냈죠. 본인이 생각하는 승리 포인트는 어디였나요?

마지막 순간에 소닉 어설트를 끊고 허리케인을 쓴 거에요. 그때 진현성 선수의 핼로윈 버스터가 날아오고 있어서 슈퍼 아머 스킬을 사용하지 않으면 무조건 죽는 상황이었죠. 도박수를 던진 게 잘 통해서 우승까지 하게 된 거죠.


승리한 후 보인 '혜자 리액션'이 화제가 됐어요.

계속 말씀드리다시피 이번 시즌엔 아무 욕심도 없었고, 결승을 포함해 이기지 못할 것 같았던 경기가 많았어요. 그런 경기에서 이길 때마다 진심으로 기뻐서 나온 리액션이에요. 4강의 경우엔 어느 정도 승리를 예감했기에 별다른 리액션을 하지 않았던 거예요. 정말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승리할 때마다 펄쩍 뛸 상금 생각도 많이 들었죠(웃음).


의도치 않게 진현성 선수의 준우승 기록을 하나 더 만들어줬어요. 진현성 선수에게 한 마디 한다면?

이번엔 정정당당하게 이겼네요. 아무래도 배틀메이지 숙련도가 많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웃음).


던전앤파이터 및 대회 경력이 궁금해요.

맨 처음 던전앤파이터를 접한 건 2009년이에요. 당시 점핑 이벤트로 주어진 40레벨 캐릭터를 키우다가 재미가 붙어 제대로 시작하게 됐죠. 처음엔 레인저로 결투장을 시작했는데 도적 일러스트를 보고 바로 직업을 바꿨죠. 실력이 어느 정도 붙은 중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대회에 출전했고, 중학교 3학년 때 본선 진출에 성공했어요. 지금까지 로그로는 결투장에서 3만 승 정도 했네요.


세 캐릭터 모두 도적을 사용하는데요. 도적의 매력이나 장점은?

모르겠어요. 중학생 땐 재밌었는데, 고등학생 때부턴 할 줄 아는 게 도적밖에 없으니까 계속 플레이하는 거예요. 지금은 여귀검사가 더 매력적이에요(웃음). 진지하게 이야기하자면 도적은 속도가 빨라 돌진과 운영을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어요. 공격과 스킬 딜레이가 모든 직업 중 가장 짧다 보니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 플레이할 수 있는 거죠. 대신 제대로 플레이하려면 손이 꽤 빨라야 해요.




현재 전반적인 결투장 직업 밸런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결투장 밸런스의 경우엔 흐름에 따라 바뀌되, 타협은 없는 느낌이에요. 아무래도 직업이 40개가 넘어가다 보니 황금 밸런스는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정말 많이 맞춰진 편이니까요. 또 메타 변화도 중요하죠. 요즘엔 콤보 한 번이나 두 번에 경기를 끝낼 수 있는 직업이 많은데, 이에 피격기가 있는 도적과 여마법사가 유리하다고 생각해요.


최근 추가된 아라드 대격돌에 대한 평가는?

개인적으로는 정말 별로에요. 시스템이 기존 결투장과 정말 다른데, 실력으로 경쟁하는 게 아닌 느낌이에요. 개발자분들의 의도는 이해되지만,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새 결투장을 만든 것 같아요. 만약 DPL 경기가 아라드 대격돌로 진행된다면 전 시즌 우승자와 준우승자가 예선 탈락하는 진풍경이 나올 거예요.


던전앤파이터의 향후 발전 방향에 특별히 바라는 점이 있나요?

먼저 유저들의 피드백을 잘 반영해줬으면 해요. 예전에는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줬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극단적인 예를 들면, 5년 동안 제보해 온 버그도 대회에서 성적을 낸 후에야 고쳐 주더라구요. 또 결투장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어요. 승리 보상을 지금보다 유용한 것으로 바꿔주고, 대장전을 포함해 랭킹 포인트와 상관없는 빠른 대전이나 사용자 설정 게임도 만들어 줬으면 해요. 여기에 팀 보이스까지 추가된다면 더 많은 유저분들이 결투장에 다시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거예요.




본인에게 던전앤파이터란 어떤 의미인가요?

재미로 말하면 최고의 아르바이트고, 진지하게 말하면 인생의 절반 이상을 함께 한 취미죠. 소중한 친구란 말은 오글거려서 못 하겠네요. 던전앤파이터를 통해 많은 인연을 만나기도 했고... 또 다른 사회가 있다는 걸 알게 해 준 게임이에요.


이제 인터뷰를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해 주세요!

또래 선수들에 비해 대회 경험은 압도적으로 많은데, 이렇다 할 커리어가 없어 스스로 열등감에 빠져 있었어요. 이제야 우승을 하게 되어 마음이 정말 편해졌네요. 절 후원해주시는 타이폰 대표님을 비롯한 임직원분들과 이번 시즌에 유독 많은 응원을 보내주신 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다음 시즌도 큰 욕심 없이 여유롭게, 재미있게 준비하고 즐기겠습니다. 앞으로도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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