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챔스 결산⑥] 가을 없었던 젠지, 절치부심의 노력 필요한 때

게임뉴스 | 양동학 기자 | 댓글: 29개 |
치열했던 2019 롤챔스 섬머도 그 막을 내렸다. 롤챔스에 참가한 10개 팀들은 절차탁마하며 이를 관람하고 응원하는 팬들에게 빼어난 경기력으로 보답했다. 그러나 프로의 세게에서 모두가 같은 성적을 얻을 순 없는 법. 시즌이 종료 됨에 따라 각 팀들은 서로 다른 결과를 손에 넣었다. 그중에서도 젠지 e스포츠(이하 젠지)는 발전한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이번 시즌 아쉽게 포스트시즌 진출과 롤드컵 참여의 기회를 놓친 팀이다.



▲ 아쉬웠지만 분명 나아진 모습 보여준 젠지 e스포츠


지난 스프링 시즌, 젠지는 '앰비션', '하루', '크라운', '코어장전' 등 주전급을 포함한 선수 다수가 이탈하면서 전력 누출이 불가피했다. 이를 대신하여 '로치' 김강희와 '피넛' 한왕호를 영입했지만, 스프링 시즌 5승 13패, 7위라는 성적이 말해주듯 젠지의 약체화를 막진 못했다.

스프링 시즌 종료 후, 섬머 시즌을 준비하며 젠지는 '쿠잔' 이성혁, '리치' 이재원, '성환' 윤성환, '에스퍼' 김태기를 영입하며 비었던 선수 층을 메꿨다. 스프링-섬머의 중간 기간인 만큼 완벽한 영입은 어려웠지만, 지난 시즌 미드-정글이 흔들렸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한 보강이기도 했다. 특히 '플라이'는 '사파'라는 별명으로도 알 수 있듯이 다소 독특한 챔피언들을 주로 사용하였는데, '쿠잔-리치'의 영입으로 미드 라인 선택의 폭은 넓어졌다고 볼 수 있다.



▲ 여러 선수 영입으로 전력을 보강했다


시즌이 시작하자 젠지는 지난 스프링 시즌보다는 확연이 나아진 모습을 보여줬다. 시즌 초반 승패를 번갈아 하던 젠지는 시즌 중반, 5주차에서 1위를 달리던 그리핀을 잡아내며 스퍼트를 올렸다.

무엇보다 경기 내용이 좋았다. 1세트부터 이번 시즌 LCK에 처음으로 서폿 '볼리베어'를 선보인 젠지는 다소 변칙적인 미드 '럭스'와 함께 승리를 따냈다. 전략의 대담함은 물론, 큐베의 '카밀-갱플랭크', 플라이의 '럭스'처럼 기존에 선수들이 잘 사용하는 챔피언을 십분 활용한 젠지의 색이 잘 드러난 승리였다.

그리핀과의 경기에서 승리를 따낸 젠지는 '가을의 젠지'를 보여주려는 듯 나아진 경기력을 과시했다. 그리핀 전 다음으로 한화생명을 물리친 젠지는 이어서 그리핀 대신 1위를 차지한 샌드박스까지 2:0으로 쓰러뜨렸다. 거기에 당시 상위권 경쟁을 이어가던 킹존까지 잡아내자 하위권까지 떨어졌던 젠지의 순위는 어느덧 3위까지 올라왔다.

▲ 대담한 전략과 나아진 경기력으로 그리핀을 잡아내는 젠지 (영상 출처: LCK 공식 유튜브 채널)


젠지의 시즌 중반 상승세는 선수들의 전체적인 폼 상승의 영향이 크다. 그동안 경기력에 의문을 품게 만들었던 '큐베', '피넛'의 경기력이 되살아 났고, 항상 준수한 경기력을 유지한 '룰러' 역시 옥의 티처럼 꼽히던 비원딜 챔피언을 시즌 초반부터 뽑아 승리하며 발전된 모습을 보여줬다.

젠지의 전통적인 승리 공식인 바텀에는 '룰러' 외에도 '라이프' 김정민의 발전도 눈에 띈다. 다른 캐리 라인의 화제성에 밀려 상대적으로 언급은 적었지만, 이번 시즌 '라이프'의 활약은 칭찬할만 하다. '라이프'는 '룰러'를 확실히 보조했고, 많은 경기에서 승리를 따낼만한 슈퍼 플레이도 보여줬다. 인상적인 장면을 자주 보여준 '라이프'는 이번 시즌 젠지의 MVP 포인트 1위(700점, 전체 6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 완연한 성장세 보여주고 있는 '라이프'


미드는 많은 선수들이 출전 기록을 남겼다. '플라이-쿠잔-리치'는 물론, 지난 시즌에 이어 미드에 깜짝 기용된 '로치'까지 네명이다. 경기는 '쿠잔'이 19경기, '플라이'가 18경기를 소화 했지만 승률은 '플라이'가 66.7%로 가장 높았다. '사파'라는 별명 답게 럭스, 베이가, 벨코즈, 탈리야와 같은 자주 쓰이지 않는 픽을 선호한 플라이는 출전 회수는 줄었지만 지난 시즌 33.3%로 낮았던 승률을 크게 개선할 수 있었다.

이에 발맞춰 '피넛'도 그 이름 값에 걸맞는 경기력을 발휘했다. 지난 시즌 젠지에 합류한 '피넛'은 기대에 부응하는 결과를 남기진 못했었다. 그러나 이번 시즌, 동료들의 전반적인 상승세와 함께 '피넛'의 날카로운 플레이도 살아났다. 그에겐 'ㅇㅅㄴㅅ'(역시넛신)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이러한 과정속에서 젠지의 플레이 스타일에 변화의 조짐이 보였다. 돌아온 '짜황' 큐베는 경기력 상한을 찍었고, 여기에 '피넛'의 지원이 겹치면서 '큐베-피넛' 상체 라인도 형성된 것이다. 물론, 기본적으로 젠지는 바텀 케어 중심의 플레이가 기반이 되지만, 종종 드러나는 '큐베'의 캐리력은 충분히 위협적인 무기가 된 것처럼 보였다.



▲ 돌아온 '짜황'! 젠지 상승세에 한 축을 담당한 '큐베'


그러나 젠지의 상승세가 끝까지 지속되지는 못했다. 시즌 중반부터 연승을 몰아가던 젠지는 7주차, 귀신처럼 경기력이 돌아온 SKT T1에게 일격을 맞았다. 이어진 kt-진에어와의 경기에서는 다시 승리를 거둔 젠지였지만, 다시 맞붙은 그리핀에게 1:2로 패배하며 막판 강팀들이 섞인 플레이오프 경쟁에서 한 걸음 밀쳐졌다.

정규 시즌 마지막 날까지 결정되지 않은 포스트 시즌의 행방은 최종적으로 8월 18일, 마지막 날 젠지가 담원에게 패하고, 그리핀이 한화를 상대로 2:0으로 승리하며 결말이 났다. 이날 패배로 젠지는 정규 시즌 6위의 성적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되었으며, 올해 롤드컵 참여도 불가능해졌다. 가을 하면 떠오르는 젠지였건만, 2019년 젠지에게 가을은 없었다.

▲ 마지막 담원 전에서 패배한 젠지. 많은 것이 달려있던 경기였다. (영상 출처: LCK 공식 유튜브 채널)


6위 젠지와 1위 그리핀의 승수는 3승 차이. 포스트 시즌 진출에 성공한 아프리카는 고작 1승 차이였다. 하지만 그 1승이 많은 것을 결정했다. 마지막에 젠지의 뒷심이 부족했던 셈이다. 특히 시즌 후반부 '리치'와 '로치'의 미드 기용이 결과적으로 실패로 끝난 점은 아쉽다. '쿠잔'은 승률적인 면에서 역부족이라는 느낌이 들었고, '플라이'는 전반적으로 잘해줬지만 역시 챔피언 폭의 문제일까, 중요한 국면에서 팀은 그를 그대로 기용하지 못했다.

이번 시즌 젠지는 지난 시즌에 비하면 확실히 나아진 모습을 드러냈다. 승수만 보더라도 5승에서 10승으로, 두 배 많은 승리를 거뒀다. 경기 내적으로도 룰러 엔딩 외에 다른 길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포스트 시즌, 롤드컵 참가에 모두 실패하며 다소 아쉬운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 했다.

젠지에겐 절치부심(切齒腐心)의 노력이 필요한 때다. 다행히 지난 시즌에 비해 팀과 선수들은 분명히 나아진 모습을 보여줬다. 이처럼 발전하는 젠지에겐, 내년 가을 무언가를 기대해 봐도 좋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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